본문 바로가기

고향이야기/교동 풍경

태풍 <링링>이 남기고 간 상처

2019년 9월 8일(일)

 

어제 링링이란 태풍이 교동도를 강타했다. 물론 2010년 9월 2일 곤파스 태풍이 지나갔을 때도 비슷한 경로로 인해 수도권 지역에 많은 피해를 줬다.

교동도는 내가 살아 오면서 태풍으로 인한 피해를 그렇게 심하게 입지 않은 지역이다. 대부분의 태풍이 남쪽지역이나 중국쪽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피해가 덜한 것으로 분석이 되지만 엄청난 비를 동반한 태풍이라 해도 섬이란 지리적인 잇점 때문에 침수등으로 인한 피해는 거의 없는 실정이어서 사실 태풍이 온다해도 약간의 농작물 피해는 감수하지만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아 별 걱정들을 하는 편은 아니다.

그러나 90세가 넘은 분들이 지금까지 평생 이러한 태풍은 처음 이라고 말씀하시는 것으로 봐서는 이번 링링 태풍이 교동도 주민들에게는 얼마나 큰 상처를 줬는지는 짐작이 간다. 지난 3일 발표 때만해도 진로가 교동도를 벗어나 방향을 틀 수도 있겠다는 기대도 있었는데 기상청의 예상진로 그대로 북진을 하게 됐으니 이번 만큼은 구라청은 아니었다. 이번 태풍의 이름은 홍콩에서 제출된 링링으로 그 뜻은 귀여운 소녀에게 애칭으로 부르는 의미라는데 그 뜻대로 소녀처럼 조용히 지나가길 국민 모두가 바랬을 것이다.

 

어제 초교 동창들 단톡방에 현지에서 오후 2시쯤 보내 준 실시간 동영상을 보면서 보통 심각한게 아니란 걸 직감하게 되었다. 오후 5시가 넘어 현지의 피해가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여 친척 및 동창들에게 휴대전화를 하니 모두 전원이 꺼진 상태로 불통이다. 유선전화로 확인해 보니 정전사태가 발생됐고 집 밖에도 나갈 수도 없는 태풍은 진행형이었다. 재차 7시가 넘어 전화로 알아 본 현지 소식은 지금까지 이러한 태풍은 처음이라고 이구동성으로 얘기한다.

어제 저녁은 군동기생들과의 임관 40주년 모임이 있는 날이고 모임 후에는 바로 진도의 첨찰산이란 블야50섬산행을 가기위해 무박산행 준비를 마친 상태인데 고향소식을 듣고 회식, 산행 모두 취소해 버렸다. 내일은 달려가 고향집도 살펴봐야겠고 복구작업이 우선이란 생각밖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 강화에 들어서면서 길가의 아카시아 줄기마다 잎들이 마치 타작을 한것 처럼 짖이겨져 있고 마을의 운치있는 큰 소나무 줄기 중간쯤이 꺾이고 찢겨나가서 그 심각성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마을 어귀에 도착하니 비교적 단단해 보이는 수십년된 상수리나무도 속절없이 누워버렸다. 다행히 주택을 덮치지 않아서 피해가 크지 않았다. 

 

 ▼ 대룡리 시장의 실내 게이트볼장도 완파 되어 버렸다.    

 

 ▼ 제일 큰 피해 중 하나는 역시 고추농사다. 9월 내내 따야할 고추가 비닐 하우스안 뿐만이 아니라 노지의 작물까지 더 이상의 수확은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

 

 

 ▼ 주된 벼농사는 수확을 얼마 앞두고 쓰러져 앞으로 수확감소가 어느 정도일런지...일손이 부족한 농촌 현실에서 눈뜨고 보고만 있어야 할 상황이다.

 

 ▼ 추석이 5일로 다가왔다. 일년 농사로 추석전에 이러한 태풍을 만나 피해를 본 농심은 무엇으로도 위로가 될 수 없을 것 같다.

 

 ▼ 밭작물 중 들깨와 같이 잎이 좀 큰 것들은 잎이 새카맣게 타 버린 듯 수확을 거의 거둘 수 없게 되었고  심어 놓은 김장배추, 무우도 모두 다시 심어야 할 상황...

지붕은 날아가고 창고는 뜯기고...

언제 그랬냐는 듯 석양은 노을 속에 조용히 사라진다. 피해 복구 하느라 반나절 넘게 늦은 저녁까지 일을 마치고 나니 피곤함이 엄습해 온다.  비가 오면 맑은 날도 있는 법, 모두가 힘을 내서 복구에 힘쓰고 피해를 최소화 하면서 슬기롭게 극복해 나갔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