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3일(일)
덕적도는 물론 옹진군의 어느 섬에서나 관측이 가능한 선갑도는 옹진군에서는 제일 높은 산의 섬이기에 그렇다. 덕적도에서 서쪽편에 있는 섬들은 모두 덕적도까지 가는 배를 타고 가서 문갑도, 지도, 울도, 백아도, 굴업도로 가는 나래호라는 차도선으로 갈아 타고 가야 한다.
그러나 가고 싶어도 운항하는 여객선이 없어 못가는 곳이 있으니 바로 이 선갑도이다. 우리나라의 섬은 국회입법조사처 자료(23.4.18~5.3)에 의하면 총 3,382 개로 유인도가 464개, 무인도가 2,918라고 하니 세계에서 12번째로 많다고 한다. 그 많은 무인도 중에 가장 큰 섬이 선갑도라고 한다. 과거에는 승봉도 주민 35명의 공동 소유지였으나 1992년 정부가 핵폐기물 처리장 용도로 쓰기 위해 매입했었고 여의치 않자, 1996년 해양수산부 산하 한국해양연구원에 매각했고 2007년에 다시 선도공영이라는 기업에 매각을 하게 되어 결국 사유지가 되어 함부로 입도할 수 없는 섬이 됐다.
6.25 전쟁 당시에는 미군이 주둔해 있었고, 1968년 1월 21일 북한의 특수부대 김신조 일당이 청와대 습격을 위한 침투사건 후에 그 보복으로 김일성 주석궁 습격을 위해 선갑도 부대라는 육군첩보부대 산하 소속의 북파공작원을 훈련시켰던 장소이기도 하다. 실미도의 북파공작원은 공군첩보부대 산하의 소속으로 구성원이 군에 가지 않은 20대 초반의 사회적 약자인 청년들을 꼬드겨 훈련시킨 반면, 선갑도에서는 군에 있을 때 군법에 의해 안양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무기수를 대상으로 한 20대 중, 후반의 청년들이었다.
결국 1974년 남북한 정세가 달라지면서 3년이 지나도록 북파가 이뤄지지 않고 애초에 약속하고 기대했던 뜻이 이뤄지지 않자 실미도 사건이 벌어지고 제2의 실미도 사건을 우려하여 1974년 비밀리체 해체되었던 안타까운 숨은 역사가 이곳 선갑도에 있는 것이기에 더 관심을 갖게 된다.
∥산행 정보∥
♣ 소재지: 인천 옹진군 자월면 승봉리
♣ 코스: 선착장-제방-건축물-선갑산-원점회귀
♣ 거리: 왕복 4.1km (선착장 출발-07:58, 선착장 도착-11:30)
▽ 인천시 옹진군내 섬 안내도
▽ 선갑도는 어느 방향에서 보더라도 암릉으로 이뤄진 산으로 험해 보인다. 개인적으로 예정코스대로 산행을 했으면 하는 생각이었으나 습한 날씨에 바위가 미끄러워 안전상 자일을 갖춰야 하는 곳이 있어 미처 준비하지 못한 것도 그렇고 시간 관계상 등로가 있는 쉬운 코스로 올랐다가 원점회귀 하기로 한다.
▽ 2023년 5월 21일 블야선정 100 섬 & 산의 마지막 100번째 섬으로 백아도를 가다가 문갑도의 천상의 무릉도원 같은 전경을 담았었다.
▽ 어제 비가 많이 오는 가운데 문갑도를 둘러보고 오늘 아침 일찍 개인 배로 선갑도 선착장에 도착했으나 여전히 선갑산 정상에는 구름이 드리워져 있어 그렇게 갈망했던 선갑산에서의 조망은 어려울 것 같아 실망이 앞선다. 낯선 이방인에게 호락호락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모양새다.
▽ 만조 때는 제방 중간에 있는 선착장을 이용하게 되고 썰물이 되면 진행 반대방향의 끝쪽 산모퉁이로 이동해야 한다.
▽ 함께 했던 산우들...
▽ 제방끝까지 걸어 오른쪽 산밑으로 접어들게 된다.
▽ 뒤를 돌아 보면 역시 제방끝 쪽으로 간조시 선착장이 된다. 하산하게 되면 저곳까지 이동해서 배를 타게 된다.
▽ 내렸던 선착장에서 오른쪽 멀리 관리동 건물이 보이는 곳까지 1km를 걸어야 한다. 제방으로 인해 호수 아닌 호수가 되어버린 풍경을 보며 걷는다.
▽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C자형으로 된 섬은 유일하다는데 가로지르는 제방을 쌓으니 그냥 호수가 되어 버렸다. 그렇다고 완전히 막혀 있는 것은 아니다. 제방 가운데 밑으로 수로가 있어 바닷물이 유입되고 빠져 나가기도 한다. 파손된 어선이 방치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예전에 배를 운항했었나 보다.
▽ 지금으로부터 56년전 김일성 주석궁을 습격하기 위한 북파공작원들의 훈련장소가 이곳이었을까? 그 흔적을 찾기란 쉽지 않겠지만 머릿속에는 그들이 수년간 외부 출입도 거의 못하고 이곳 선갑도에 갇혀 훈련했을 것이란 생각이 떠나질 않는 가운데 지금은 이곳에 관리원이 기거하며 지내는 건물이 번듯하게 세워져 있다. 말이 무인도이지 이곳에 관리인이 기거하는 건물이 있어 엄연히 유인도라 할 수 있다.
▽ 문갑산 중턱 좀 올라와 첫 조망지에서 바라 본 풍경으로 구름이 잔뜩끼어 정상은 보이지 않지만 아래 풍경이 이만큼 보이는 것만이라도 감사하게 생각해야 했다.
▽ 정상은 어디쯤인지 분간도 안되고, 등로 흔적이 있는 듯, 없는 듯한 길을 따라 오른다.
▽ 본격적인 암릉이 나타나고 언제 설치되어 있었는지 모를 로프가 있는 바위를 오른다.
▽ 암릉이 있는 곳에는 등로 찾기도 쉽지 않다. 그래도 과거 사람 발길이 어렴풋한 흔적을 따라 이동...
▽ 기암위에 나무들도 지금까지 선갑도의 생태를 잘 알고 있을 것 같다.
▽ 특수부대 북파공작원들의 발자취도 이 등로에 남아 있을 것이란 생각은, 오르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 습도가 높아 땀이 몸에 흥건히 고였다. 그나마 시원한 바람이 불어줘서 잠시 쉬면서 몸을 식혀보지만 조망은 곰탕이다.
▽ 내가 야생화에 관심이 많은 걸 아는 아내가 꽃이 있다며 알려 준다. <백리향>이 이곳에 피었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 보잘 것 없는 작은 꽃이지만 향이 백리까지 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 고도를 올릴수록 점점 험해지는 코스, 바위가 젖어 이끼를 밟으면 미끄러우니 조심 조심...
▽ 어느덧 정상에 올랐다. 그러고 보니 완전히 가렸던 안개가 햇살이 보이면서 서서히 걷혀 가는 듯 하다.
▽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던 풍경이 구름층이 걷히면서 서서히 드러나는 옹진군의 섬들...
선갑도는 "신선 선(仙)자, 갑옷 갑(甲)" 자로 선녀가 갑옷을 입은 형상과 같다고 하여 불리워졌다고 하는데 최고봉인 선갑산의 높이는 352.4m이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C자형의 모양을 하고 있는 섬으로 넷플리스 시리즈인 오징어 게임이 인기를 끌면서 드라마 촬영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게 되고 '오징어게임' 1화에서 참여자들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이 끝나고, 천장이 닫히면서 선갑도의 전경이 나오고 마무리하는 장면으로 알려지면서 관심이 높아지게 되었다.
▽ 정상에는 이러한 콘크리트에 마크와 같은 그림이 새겨져 있는데 부대마크라면 어느 부대였는지 궁금증이 가시지 않는다.
▽ 정상 바로아래에는 시설물이 있었던 흔적의 시멘트가 여러군데 목격이 된다.
▽ 오른쪽 멀리 굴업도, 가도, 가운데 각흘도가 구름층이 걷히면서 서서히 그 모습이 드러난다. 정상에서 구름이 다 걷힐 때까지 기다려 보기로 한다.
▽ 구름모자를 쓴 각흘도와 오른쪽 가도
▽ 당겨 본 각흘도
▽ 마치 신선이 된 기분으로 풍경을 음미하는데 멀리 왼쪽은 울도, 가운데 앞쪽으로 지도, 그 뒤로 부도, 오른쪽 멀리 백아도가 보인다.
▽ 남서방향으로 당겨 본 울도, 왼쪽 작은 섬들은 바지섬, 오른쪽 작은 섬은 토끼섬이다.
▽ 서쪽 방향으로 왼쪽 앞은 지도, 그 뒤로 부도, 오른쪽 앞은 상벌도, 뒤로 길게 보이는 섬은 작년에 마지막으로 100개 째 탐방을 마친, 5월에 갔었던 백아도이다.
▽ 당겨 본 앞쪽 <지도>와 그 뒤로 보이는 <부도>
▽ 앞쪽 왼편으로 상벌도, 오른쪽은 멍애섬, 뒷쪽으로 길게 백아도가 눈에 익어 반갑기만 하다.
▽ 다시 담아 본 각흘도와 오른쪽 멀리 굴업도
▽ 북서방향으로 당겨 본 왼쪽 각흘도 가운데 가도, 오른쪽 멀리는 2015년 8월에 갔었던 굴업도로 왼쪽 개머리언덕과 오른쪽으로 덕물산, 연평산이 뚜렷이 보인다.
▽ 이방인에게 쉬이 보여주지 않을 것 같아 실망했던 조금 전의 생각은 거의 말끔하게 걷혀가는 구름층으로 근래에 보기드문 신비로운 풍경을 감상하게 됐으니 오히려 이방인에게 신비로움을 느끼게 하려고 준비했던 한편의 드라마 같기도 하다.
▽ 자꾸 보고, 담아도 질리지 않는 풍경...
▽ 선갑산에서의 이 풍경은 평생가도 잊혀지지 않을 추억으로 간직될 것 같다.
▽ 구름층이 지나가길 너무 기다렸다. 시간이 지체되어 왼쪽 방향으로 하산할 예정인 줄 알았는데 리더가 안전을 위해 자일이 있어야 하는데 준비가 안됐다고 하여 할 수 없이 올라왔던 등로로 하산하기로 한다.
▽ 왼쪽의 저 봉우리를 넘으면 절경의 주상절리가 기다릴텐데 아쉬움을 뒤로 하고 하산하기로 한다.
▽ 북서방향으로 왼쪽으로 살짝 문갑도와 덕적도가 보이고 가운데 소야도, 오른쪽으로 대이작도와 승봉도가 보인다.
▽ 올라 올때 구름에 가려서 보지 못했던 정상의 풍경
▽ 바위들이 온통 까칠하다. 완전한 주상절리 형태를 갖추지는 못했지만 영겁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언젠가는 멋진 형태를 갖추리라.
▽ 릿지를 잘 하는 산꾼은 쉽게 오를만 하게 보인다. 그러나 하산하면서 돌이 많아 구르는 경우가 종종 있어 주의를 요한다.
▽ 오른쪽 능선을 이용하여 정상을 올랐으면 굉장한 스릴을 느끼면서 멋진 산행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 바위 조망처에서 다시 한번 뒤돌아 본 선갑산 정상...
▽ 정상에서 오른쪽으로 이어진 능선...
▽ 구름이 완전히 걷혀진 왼쪽 능선의 풍경
▽ 올라 올때 조망처에서 바라봤던 풍경으로 보이지 않았던 섬들이 산뜻하게 보인다.
▽ 미련이 남아 자꾸 돌아보는 정상...
▽ 다시 관리동 건물쪽으로 하산, 뒤돌아 보는데 언제 구름이 끼었었냐는 듯 말끔하게 걷혔다.
▽ 호수에 드리워진 반영이 명경지수(明鏡止水)가 따로 없을 듯 하다.
▽ 다 내려와서는 첫 들머리를 저 해변으로 해서 능선을 들머리로 오르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 다시 한번 제방에서 선갑산 정상 주변을 둘러보고...
▽ 호수에 비쳐진 선갑산 반영
▽ 이제 선착장으로 향한다. 간조시에는 남쪽 제방끝이 선착장이다.
▽ 선착장도 자연의 힘에는 어쩔 수 없는지 이곳저곳이 파도에 견디지 못해 무너져 내렸다.
▽ 문갑도에서 출항하는 여객선 뱃시간을 고려하여 11:50에 선갑도를 떠난다.
▽ 여유롭게 3시간 30분 머물다 가는 선갑도! 왠지 모를 아쉬움이 그리움이 될 것만 같다.
▽ 태고의 신비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쉽게 발걸음을 하지 못하는 애환이 서려있는 선갑도!! 그러나 알음알음 알려지면서 다녀가는 발걸음도 많았으리라 본다. 이곳을 머물다간 사람들도 지금처럼 선갑도를 뒤로 하면서 선갑도여 안녕~이라고 마음속으로 작별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