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11일(일)
매물도 대항에서 출항한지 10분도 안되어 소매물도항에 도착했다. 오는 도중 소나기가 한 차례 퍼 붓는다. 비가 오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않아 우천에 대비한 것이 없어 은근히 걱정을 했는데 선착장에 도착 바로 전에 그쳤다.
2016년 8월 10일 휴가를 맞아 거제와 통영 일대를 여행하면서 왔었던 터라 낯이 익긴 한데 여객선 터미널은 언제 새로 신축을 했는지 없던 건물도 새로 생겼다. 그 당시 열개목이 물에 차서 못가 본 등대섬을 오늘은 자세히 볼 수 있기를 기대하며 다소 무뎌진 발걸음을 뗀다.
∥산행정보∥
♣ 행정구역: 경남 통영시 한산면 매죽리
♣ 산행코스: 당금항- 매물도분교터- 장군봉- 등대섬전망대-대항선착장
♣ 산행거리: 4.7km(출발: 12:07, 도착: 15:05)
-소매물도항에서 저구항으로 출항: 16:00
∥소매물도 개요∥
소매물도는 경상남도 통영시에 위치해 있는 섬으로서, '통영8경'중의 하나이다.
이 섬은 매물도의 부속도서인데, 매물도 옆에 작은 섬이라고 하여 소매물도라고 부르고 있다.
해안은 기암절벽과 총석단애로 이루어져 있으며, 섬내부에는 푸른 초원이 있고 최고봉은 '망태봉'이다. 그리고 남쪽 끝에는 '등대섬'이라는 작은 섬이 있는데, 해안의 기암절벽에는 용바위, 부처바위, 거북바위, 촛대바위, 글씽이굴 등 대자연이 빚어낸 걸작품들과 함께 섬의 가장 높은 곳에는 푸른 초지와 새하얀 등대가 쪽빛 바다와 어우러져 소매물도 최고의 그림같은 풍광을 자아내고 있다.
이로 인해 현재 '국립공원 경관자연 100선'에 선정되어 있으며, 우리나라 섬 중 사진작가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다. 소매물도와 등대섬은 약 50m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는데, 하루에 두 번 썰물 때가 되면 연결이 되어 건널 수 있다.
참고로 매물도에는 사람이 들어온 것은 1904년에 김해 김씨가 '이 섬에 가면 굶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이주하면서부터라고 한다. 매물도라는 이름은 옛날 매물도에 있는 '대항의 당금부락에서 메물(메밀)을 많이 생산하였다'고 하여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 소매물도항에 도착하면서 터미널쪽에 사람들이 북적이는 것을 보니 전에 왔던 관광객들도 상당수가 되는가 보다. 매물도에서의 시간보다 이곳에서의 산행 마감시간이 더 길어서 무더위에 무리하게 걷지 않기로 하고 출발한다.
▼ 선착장의 주변 돌출부의 이러한 풍경도 놓치기 아까운 절경이다.
▼ 전에 왔을 때는 망태봉(154m)을 직선 코스로 바로 올랐다가 하산할 때는 우회해서 내려 왔는데 오늘은 좀 편한 코스로 그 반대인 선착장 왼쪽으로 우회를 해서 올랐다가 직선 코스로 하산 하기로 한다.
▼ 마을의 번듯한 건물에서 영업을 하는 사람들은 외지인이고 원주민들은 노지에서 장사한다며 산행 후 먹거리는 원주민의 좌판을 이용하면 좋겠다는 리딩대장의 말에 귀가 솔깃해 진다.
▼ 우회로로 산행하며 바라 본 소매물도 선착장
▼ 군락을 이룬 참나리와 재선충으로 인해 모두 고사되는 소나무...
▼ 참나리가 피면 복더위가 시작된 계절이다. 호피무늬가 뚜렷하고 잎 겨드랑이에 주아가 달린 것이 다른 나리와 다른 점이다.
▼ 남매바위
남매바위는 마을에서 섬의 동쪽으로 10여 분 거리의 움푹 패인 골짜기에 위치하고 있으며 골짜기 중간에 집채만한 커다란 바위와 그 아래로 30m 떨어진 해안가에 또 다른 커다란 바위를 일컬어 남매바위라 부른다. 위에 있는 크고 거뭇한 것은 숫바위고 아래에 있는 약간 작은 희멀쑥한 바위가 암바위이다.
이 바위에는 옛날부터 특별하고 애잔한 전설이 전해져 오는데 어릴 때 헤어졌다가 성장해서 만난 쌍둥이 남매가 오누이 사이인 줄 모르고 사랑에 빠져 부부의 인연을 맺으려는 순간에 하늘에서 번개가 치며 벼락이 떨어져 두 남녀가 바위로 변해버렸다는 내용이 전해온다. [안내문]
▼ 소매물도 북쪽 편의 전망대에서 바라 본 오전에 답사한 매물도 풍경... 장군봉은 역시 해무에 가렸다.
▼ 하늘말나리
윤생엽에 꽃이 하늘을 쳐다보고 있는 하늘말나리 꽃이 절정을 이뤘다.
▼ 우회하여 완만한 경사로로 오르면 직선으로 오르는 것 보다 덜 힘들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습도 높고 바람이 없는 날씨에는 힘들기는 매한가지다. 정상이기도 한 관세 역사관의 벤치에서 잠시 쉬면서 점심식사를 하기로 한다.
이곳은 1970~80년대에 남해안 일대 밀수를 감시하던 곳으로 현재에는 관세 역사관으로 탈바꿈되어 있다. 소매물도 감시서는 1978년 7월 1일 설치돼 일본 쓰시마(對馬) 섬에서 들어오는 어선과 냉동선을 관찰하고 항로 이탈 여부를 감시했다.당시 야간에 도서나 해안으로 밀수품이 들어오는 속칭 '특공대 밀수'가 성행해 단속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폐쇄 전까지 지역 주민들의 협조로 87건의 밀수를 적발하기도 했다.
감시서는 80년대 들어 특공대 밀수가 사라지고 첨단 시스템을 갖춘 감시정이 투입되면서 1987년 4월 1일 폐쇄되었다. [안내문]
▼ 전보다 나무들이 많이 자라 등대섬 전경을 찍기가 어렵다. 가끔씩 해무가 꼈다가 사라지는 날씨라 이만한 조망을 할 수 있는 것도 하늘에 감사할 일이다.
▼ 공룡바위로 공룡의 머리 부분이 되겠다. 오늘 홀로 산행했다면 저곳까지 올라서 제대로 된 등대섬 방향의 풍경을 감상할 수가 있었을 텐데 아내와 둘이 저곳까지 올라 볼 체력과 시간이 될 것 같지 않아 포기한다.
▼ 등대섬의 비경과 기암들...
▼ 당겨 본 등대섬
▼ 글씽이굴
글씽이굴은 진시황제가 신하인 서복으로 하여금 불로초를 구해오라 하여 이곳까지 오게 되었는데 서복이 글씽이굴을 보고 그 아름다움에 반하여 서불과차 (徐市過次: 이곳을 다녀가다) 글씨를 새겨 놓았다고 해서 글씽이굴 이라 부른다는데 '글쓴이굴'이 글씽이굴로 변화된 것이 아닌가 추정해 본다. 글씨의 흔적이 있다는 얘기는 들어 본 적이 없다. 이 굴은 작은 배가 통과할 수도 있다고 하니 별도의 유람선을 타고 체험을 해야 실감이 날 듯 하다.
▼ 이제 등대섬으로 가기 위해 소매물도의 망태봉을 완전히 내려와 다시 등대섬을 올라야 하니 계단 오르내리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 열목개라고도 하는데 물이 많이 빠진 상태로 굵다란 몽돌이 다 드러났다. 마치 모세의 기적처럼 썰물이 되면 바다가 갈라져 건널 수 있으니 등대섬을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물때를 봐야 한다.
소매물도 등대섬은 깎아지른 해안절벽을 따라 암석들이 갈라지고 쪼개어진 수평·수직절리들이 기하학적 암석경관을 이루며, 파도의 침식작용으로 형성된 해식애(절벽), 해식동굴 등이 곳곳에 발달하여 해안 지형 경관이 절경을 이루고 있어 ‘통영8경’중 하나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 섬은 해양성 기후의 영향을 받아 초지가 발달하고 관목류의 식생이 섬 전체를 덮어 아름다운 초지경관을 형성하고 있으며, 해안 절벽 위에 서있는 백색 등대와 절묘한 조화를 이루어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하는 등 자연경관적·지질학적 가치가 뛰어나 2006년 8월 24일 대한민국의 명승 제18호로 지정되었다. [위키백과]
▼ 이곳의 건물은 무엇인가 궁금했는데 항로표지관리소라고 소개되어 있다.
▼ 오늘 정말 몇 개의 계단을 오르내리는 걸까... 나무 그늘 하나 없는 무더위에 한발 한발 옮기는 발걸음이 더디기만 하다.
▼ 등대섬 정상에 오르는 순간 갑자기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오~굿!! 언제 힘 들었냐는 듯 몸에 생기가 돈다.
▼ 당겨 본 풍경... 촛대바위 앞쪽의 외딴 바위(벼룩여) 위에 꼼짝 않고 낚시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신선과도 같으나 취미에 따라 이렇게 서로 다른 위치에서 무더위와 맞서고 있음을 생각하게 된다.
▼ 북쪽 편으로 바라 본 소매물도와 오른쪽 멀리 장군봉이 해무에 가려진 매물도
▼ 작년에 덕유산의 원추리 산행을 갔다가 헛탕을 친 일이 생각나게 하는 원추리가 이곳에 무더기 군락을 이뤄 앞으로 더 많은 군락을 이룬다면 또 하나의 명물이 될 듯 싶다.
▼ 소매물도의 공룡바위를 당겨 보니 영낙없는 거대한 공룡 모습이다.
▼ 당겨 본 공룡 머리 부분의 바위
▼ 소매물도 해변 전체가 기암괴석의 바위로 절경을 이룬다.
▼ 등대섬 끝자락의 기암들... 저 암릉 뒷편 아래 어느 곳에 글씽이굴이 있겠다. 오른쪽에 뾰족한 바위가 촛대바위
▼ 바위 위에 핀 참나리 꽃들이 붉은 빛을 띠고 있고 중턱에는 원추리 꽃이 노란색을 띠고 있다.
▼ 촛대바위와 낚시꾼들이 차지한 벼룩여
▼ 아름다운 풍경속 이곳 바위에도 어김없이 오른쪽에 낚시꾼이 자리잡고 있다.
▼ 다시 한번 담아 본 아기공룡 둘리와 비스므리 생긴 공룡바위
▼ 소매물도 등대는 1917년 일제강점기 때 무인등대로 건립되었으나 1940년에 유인등대로 전환되었다. 소매물도 등대의 등탑은 콘크리트 구조이며 높이는 16m이다. 하얀색의 원형 등탑은 자태가 고풍스럽고, 프리즘 렌즈의 대형 등명기를 이용해 48㎞까지 불빛을 비추고 있다. 1986년 등대섬에서 크라운제과의 과자인 쿠크다스 광고를 촬영한 것을 계기로 흔히 '쿠크다스섬'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고 있다.
▼ 등대와 원추리 꽃
▼ 하산할 때는 올랐던 계단을 이용하지 않고 오른쪽 난간이 있는 오솔길을 따라 내려 오면서 담아 본 풍경
▼ 많은 산우들이 먼저 다녀 가고 나니 조금은 한가해진 모습으로 되돌아 가면서 담아 본 소매물도다. 다시 망태봉을 넘어야 하는 상황이다. 가급적 나무 그늘이 없는 섬산행은 한 여름에는 자제하고 봄, 가을에 해야겠다는 생각 밖엔 없다.
▼ 일찍 하산하여 시원한 물회라도 먹자는 계획은 화장실에서 몸을 씻고 나니 배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 간략하게 팥빙수를 주문한다. 다른 산우들은 언제부터 선착장 좌판 파라솔 그늘 밑에 앉아서 횟거리에 술 한잔씩을 하는지 작열하는 땡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죽치고 앉아 있다.
시원한 에어컨에 팥빙수를 먹으며 창밖으로 내려다 보니 좌판에서 술판을 벌이고 있는 모습이 숨이 턱 막힐 것만 같은데 대단들 하다는 생각이다. 이렇게 저렇게 추억은 남아 있을 것이다. 오늘 비록 다소 힘들기는 했지만 거제, 통영의 이곳저곳을 한꺼번에 답사하면서 옛 추억도 더듬어 보며 나름 알찬 시간을 보낸 것 같다. 다만, 조금만 더 서둘러서 그 옛날 처럼 아내와 시원한 물회 한그릇 못 먹은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 더보기: https://blog.daum.net/ksbni/71540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