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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전라남도

[해남] 금강산

2021년 3월 13일(토)

 

단풍이 이미 퇴색 되어갈 즈음인 2019년 11월 2일, 월출산을 오르고 후기를 작성하면서 주변 풍경을 익히던 중 해남에 금강산이란 이름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됐다. 금강산 하면 북한을 떠 올리겠지만 남한에도 금강산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통상 북한의 금강산 이름을 빌려 소금강이란 이름을 붙여주는 일이야 다분히 있을 수 있겠지만 한자까지 똑같다는 것을 알게 되면 머릿속엔 빼어난 산세를 떠올리게 되고,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은 불문가지다. 

그러나 이제껏 해남의 금강산이 명산에 속하여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을 본 적이 없기에 기대와는 달리 반신반의 하면서, 무박산행으로 진행되는 1일 2산에 강진의 만덕산에 방점을 찍고 금강산은 곁다리로 그냥 오르기로 한다.

더구나 캄캄한 새벽에 금강산을 먼저 오른다니 주변 조망도 할 수 없는 무의미한 산행을 만덕산부터 오르지 않는 것이 천만다행이라 여기면서 하루 중 그리 짧지 않은 10km를 기부하는 마음으로 걷기로 한다.

 

산행정보

♣ 소재지: 들, 날머리-전남 해남군 해남읍 해리 141(해남농어촌공사),  정상-전남 해남군 해남읍 구교리,

♣ 산행코스: 해남농어촌공사-삼봉-매바위-헬기장-삼형제바위-깃대봉-만대산-금강재-삼거리-금강산-금강샘-금강저수지-주차장

♣ 거리: 약 10.5km( 들머리- 04:50, 날머리-10:07)

 

▼ 서울에서 금요일 밤 11시 50분에 출발하여 정확히 5시간만인 4시 50분에 도착, 산행을 바로 시작하는데 아뿔싸 또 헤드랜턴을 휴대 안했다. 이젠 뭘 하나 챙기는 것도 쉽게 잊고 있으니 나이 먹은 탓으로 돌려야 하는가 보다. 들머리는 저 가로등을 지나 오른쪽 소로길로 접어들면 된다.

 

 ▼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등로를 따라 700m되는 거리까지 가로등이 훤하게 켜져 있어 랜턴 없이도 올라갈 수가 있었는데 알고보니 산 능선에 운동시설이 있어서 주민들 안전과 편의상 켜 놓은 것 같은데 덕분에 편하게 그곳까지 올랐다.

 

 ▼ 들머리에서 오른 지 한 시간이 채 안된 1.7km 거리에 삼봉에서 좀 더 오르면서 날이 밝아 오는데 아직은 어둑어둑한  6시 20분경이니 일출을 보려면 해 뜨는 시각이 6시 47분이라는데 아직도 멀었다. 선두는 벌써 오래전에 앞서 갔고 바로 앞에 펼쳐진 풍경에 발을 뗄 수가 없었다.

어젯밤까지 비가 내렸고 혹시나 운해를 볼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를 했었는데 딱 맞아떨어진 것이다. 이런 풍경을 또 언제 볼 수 있을까 싶어 일출 때까지 기다려 보자는 심산으로 후미 몇 명이서 동이 틀 때까지 기다려 보기로 한다.

오전 산행시간 마감은 10시 20분이니 그때까지만 하산하면 되지 않겠냐는 생각에 버티기로 한 것이다. 먼저 북쪽 방향의 흑석산과 오른쪽 멀리 월출산을 망원렌즈로 담아봤다.

 

 ▼ 당겨 본 월출산

 

 ▼ 2019년 11월 2일 월출산 장군봉을 오르면서 주변 풍경을 알아 보는 과정에서 금강산이 있음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 훗날 이렇게 금강산을 올라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 흑석산 오른쪽 시계방향으로 운해로 덮힌 산그리메를 담아 보기로 한다.

 

 ▼ 가운데 중간쯤 험악하게 생긴 산이 오전에 이곳 금강산을 하산하면 곧바로 오를 강진의 만덕산이고 그 뒤로 멀리는 장흥의 부용산으로 보인다.

 

 ▼ 오른쪽으로 살짝 렌즈를 돌려 보니 100명산에 속하는 장흥의 천관산이 위용있게 자라잡고 있다.

 

 ▼ 그 오른쪽으로 덕룡산의 동봉과 서봉이 마치 공룡 이빨처럼 드러내 놓고 있다. 

 

 ▼ 이어서 주작산과 주작능선이 역시 톱날과 같은 모습으로 사람의 범접을 꺼려하고 있어 덕룡산과 더불어 주작산을 연계하여 주작덕룡이라는 명칭이 부여되고 있으니 종주를 한 사람들은 말만 들어도 그 뜻을 이해한다.  

 

 ▼ 렌즈로 당겨 본 주작산의 주작능선...암릉의 저 무시무시한 업다운에 사람의 넋을 빼 놓는다. 

 

 ▼ 그리고 이어진 두륜산...가운데 멀리는 완도의 상황봉이다. 대둔산은 투구봉, 위봉 가련봉, 케이블카가 있는 고계봉이 보이고 오른쪽 끝으로는 대둔산의 도솔봉이 보인다.

 

 ▼ 동이 트면서 다시 한번 북쪽의 흑석산으로 부터 오른쪽으로 광각렌즈로 원경을 담아 본다.

 

 ▼ 이 풍경를 보노라면 마치 별세상에 온 느낌으로 신선이 따로 없는 듯 하다. 

 

 ▼ 드디어 일출을 보게 된다. 장흥의 부용산과 오른쪽 천관산 사이로 붉은 해가 떠오르니 그야말로 장관이다.

 

 ▼ 밤새 버스안에서 자는둥 마는둥 뒤척이다가 산행을 한다고 허겁지겁 올라오느라 피곤한 상태지만 장엄한 일출을 보는 순간 힘이 불끈 솟는다.   

 

 ▼ 이글거리며 떠 오르는 해를 바라보노라면 아직도 가슴속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열정이 솟는 듯하다.

 

 ▼ 덕룡산, 주작산 주능선과 오른쪽 끝으로 이어진 두륜산...

 

 ▼ 일망무제의 풍경에 마냥 머물러 있고 싶은 생각 뿐이다.

 

 ▼ 일출을 보는 동안 선두와의 거리는 얼마나 벌어졌는지 모르겠다. 속도전에 돌입하여 부지런히 달리다보니 삼봉을 지나 언제 만대산 정상을 지났는지도 모르겠다.

 

 ▼ 등로 옆에 핀 보춘화(=춘란)가 벌써 피었다. 수십 년 전에는 흔히 볼 수 있는 야생화였지만 판매 목적으로 무단으로 채취해 가는 몰상식한 사람들로 인해 이젠 쉽게 눈에 띄지 않는 꽃으로 이렇게 아랫 지방에나 와야 간혹 볼 수 있게 됐다.

 

 ▼ 조금 전에 삼봉을 지난 바위에서 일출을 보지 않았으면 지금까지 오면서 잡목으로 인해 주변 조망이 되지 않으니 크게 아쉬울 뻔 했는데 어제 저녁까지 내린 비로 촉촉한 흙길을 밟는 촉감이 아주 좋다. 

 

 ▼ 지난 주에 여수 돌산도의 금오산에서도 소사나무 군락으로 인해  흰색에 가까운 수피로 등로 주변을 덮어 인상적이었는데 이곳도 그런 군락지가 보인다.

 

 ▼북쪽으로는 왼쪽 흑석산과 그 넘어로 월출산, 오른쪽으로 서기산과 그 멀리는 억불산까지 조망되는 날씨다.

 

 ▼ 저 앞 봉우리만 넘으면 전망대가 있는 488m 높이의 금강산 정상이다. 이름에 비해 너무 초라하다.

 

 ▼ 봄볕과 봄비에 젖은 생강나무 꽃...

 

 ▼ 남산제비꽃도 만개했고...

 

  ▼ 큰개별꽃도 폈고...

 

  ▼ 꽃 수술이 빨간 올괴불나무와는 달리 노란색인 길마가지나무도 앞 다투어 꽃을 피웠다.

 

  ▼ 조릿대 사이로 말끔히 정리된 등로를 따라 오르다 보니...

 

 ▼ 꽤 넓은 헬기장이 나오고 정상이 가까워 왔음을 알 수가 있다.

 

 ▼ 헬기장에서 다시 한번 바라 본 금강산 정상

 

 ▼ 사방으로 펼쳐진 운해의 풍경을 즐기다 보니 발걸음은 더디지만 어느새 정상 가까이 왔는지도 모른다.

 

 ▼ 이곳에서 금강산 정상을 올랐다가 다시 내려와서 좌틀하여 본격적인 하산길에 접어 드는데 벌써 왼쪽으로 하산하는 이들이 있으니 나하고는 적어도 30분 이상 속도가 차이가 나는 것 같다. 

 

 ▼ 첫 삼봉에서 암릉을 만났으나 어두워서 사진을 담을 수도 없었고 정상에 가까이 와서야 바위를 볼 수가 있었으니 지금까지 순탄한 산행이었다. 

 

 ▼ 정상의 전망대가 상당히 넓다. 데크 사이로 자연석을 살려 그 위에 정상석을 세운 배려가 돋보인다. 

금강산이라는 이름은 쇠 금(金), 굳셀 강(鋼)자로서, 북한에 있는 금강산과 한자까지도 똑 같지만 그 이름에 대한 정확한 유래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 정상에서 바라 본 운해에 가려진 해남읍이다. 해남의 진산(鎭山:한 마을이나 고을의 중심이 되는 산)으로 왼쪽으로는 덕음산, 오른쪽으로는 남각산이 위치해 있어 편안해 보이는 지세에 읍이 자리 잡고 있는 듯 하다. 풍수지리에서는 이런 형세를 옥녀가 병풍을 두르고 비파를 타는 땅모양으로 '옥녀탄금형(玉女彈琴形)'이라고 부른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예부터 해남에서는 많은 현자와 시인묵객들이 배출되어 예향으로 이름을 떨쳤다고 한다.

 

 ▼ 운해 사이로 살짝 드러난 아파트단지가 마치 난공불락의 성(城)처럼 느껴진다.

 

 ▼ 다시 한번 왼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멀리 덕룡산이 보이고...

 

 ▼ 그 오른쪽으로 주작산과 주능선이 연결되고...

 

 ▼ 두륜산과 도솔봉이 연결된 모습이 첫 조망처에서 본 모습 그대로다.

 

 ▼ 멀리 달마산이 반갑게 보이고...

 

 ▼ 해남의 서쪽 편에 자리 잡은 남각산도 오늘만큼은 섬 풍경이고, 멀리 진도의 첨찰산(485m) 정상과 바로 옆으로 기상레이더가 희미하게 보인다.

 

 ▼ 금강산 정상의 전망대 모습...해남의 금강산은 "조망이 금강산" 이라 일컫고 싶다.

 

 ▼ 북쪽 방향으로 흑석산과 그 뒤로 월출산을 다시 한번 살펴본다. 

 

 ▼ 당겨 본 흑석산의 호미동산 뒤로 보이는 월출산...

 

 ▼ 2017년 5월 13일 올랐었던 흑석산에서 바라봤던 풍경인데 4년 후에 이렇게 맞은 편에서 흑석산을 바라보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다. 바로 앞 산이 삼봉, 깃대봉과 만대봉으로 이어진 능선이다.

 

 ▼ 윗 사진에 이어 오른쪽 금강산 방향으로 이어진 풍경...

 

 ▼ 월출산 오른쪽 방향으로 펼쳐진 산그리메...

 

 ▼ 오른쪽 앞의 높은 산이 강진의 서기산으로 보이며 오른쪽 멀리 끝부분은 장흥의 억불산으로 보인다.

 

 ▼ 하산하는 길에 아쉬워 다시 한번 담아 본 풍경...운해가 서서히 걷히면서 읍내의 건물도 드러나고 있다.

 

 ▼ 금강산성 위로 하산하면서 담아 본 풍경...

금강산성은 해남읍 진산인 금강산(481m) 정상부에 산정을 분기점으로 북동방향과 남동방향 능선 사이의 계곡을 가로질러 쌓은 포곡식 산성이다. 「동국여지승람」과 「동국여지지 산천조」에 기록되어 있다.

성축은 산정에서 남동능선은 비교적 직선에 가까운 급경사를 이루고, 북동능선은 완만한 경사로를 가진 포물선 형태로 축조되어 있다. 동벽의 길이는 300m이고 남벽은 525m이며 북벽은 700m 가량이다. 계곡의 중간에는 폭 8m의 동문지와 길이 10m 높이 1.7m의 성축이 남아 있어 성축의 축조방식을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를 제공해준다.

정상은 사방을 조망할 수 있는 요지이며 성내는 외부로 부터 완전 은폐되어 있으면서도 인보(人保)에 충분한 공간이 확보되어 산성입보지 역할로 쌓은 성으로 보고 있다.

 2015년 6월 29일  해남군의 향토문화유산 제27호로 지정되었다. [위키백과]

 

   ▼ 하산 중 올려다 본 정상

 

  

 ▼ 바로 직진하면 우정봉을 경유, 짧은 거리로 하산할 수 있으나 금강샘 방향으로 이동하기로 한다.

 

 ▼ 금강샘이 있는 골짜기로 내려가는 편백나무 숲길...

 

 ▼ 계곡에 성을 쌓은 아랫쪽으로 금강샘이 있다. 성을 지키던 군사들이 사용했을 식수가 아닌가 추측을 하게 된다. 어제 내린 비 때문인지 샘물이 엄청나게 흘러 목 한번 축이고...

 

 ▼ 계곡에는 노루귀 꽃이 이미 사라졌고 한물 간 현호색들이 쉬 가는 봄을 아쉬워하는 듯하다. 

 

                               ▼ 파란 이끼 사이로 흘러내리는 계곡물 소리가 만물을 깨우는 듯 생동감이 있다.

 

  ▼ 동백은 벌써 지고 없는데 먼산에♬... 조용남의 모란동백 노래만 머릿속에 머문다.

 

 ▼ 계곡의 임도를 만나 하산하다보니 많은 주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산책에 나섰다.

 

 ▼ 계곡물 소리를 들으며 징검다리도 건너고 이러한 다리도 건너면서 산행마감 시간을 보니 알뜰하게 시간을 활용한 것 같다. 

 

 ▼ 진달래는 2주전에 벌써 꽃을 보기 시작했는데 이젠 만개한 곳이 많다.

 

 ▼  최부, 임억령, 류희춘, 윤구, 윤선도, 백백웅 등 6현을 배향하고 있는 해촌서원을 지나...

 

 ▼ 금강저수지에 도착...버드나무 가지는 물이 올라 연두색을 띠고 있고 벚나무도 꽃망울이 맺어 머지 않아 봄단장을 할 것 같다. 

 

 ▼ 랜턴도 없이 오르던 새벽의 그 길이 이 길인데 낯설게만 보여 원점회귀 산행인 줄 알면서도 옆에서 어느 회원이 얘기해 주지 않았으면 모를 뻔했다. 바로 아래 오른쪽으로 주차장에 도착하면서 산행을 마쳤다.

10시 20분이 산행 마감시간인데 10분 전에 도착했으니 시간 안배는 기가 막히게 한 셈이다. 일찍 내려 온 회원들은 언제 내려왔는지 우리만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선두로 내달린 분들은 당연히 일출도 제대로 보지 못했을 것이고 야생화 한송이 제대로 못 봤을 것인데 그렇게 산행을 하는 이유를 알지 못하겠다.

그리 높지 않은 산이지만 금강산은 평생 내가 본 운해의 그림 중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의 멋진 풍경으로 오래도록 기억에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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