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17일(일)
장흥군의 바닷가 쪽으로 사촌누님이 사시는데 과거 20대 젊어서 방문해 봤고 애들이 초등학교 시절 여름 휴가철에 가족들과 함께 방문한 적이 있었다. 매부가 극진히 대해 주셨고 식구들을 태워 손수 배를 몰고 앞바다를 드라이브하며 즐거운 시간도 가진 적이 있다.
몇 해 전에 철쭉 산행으로 제암산~사자산~일림산을 올랐다가 하산해서 장흥읍에서 식사를 하면서 장흥읍을 지날때 마다 이상한 바위가 쌩뚝맞게 우뚝 서 있는 산을 보며 무슨 산일까 궁금했고 불과 한달전에 올랐었던 수인산이 그 산인가 해서 올랐는데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억불산이란 사실을 알고나서 산행공지가 떴으니 옛 추억도 반추할겸 망설임 없이 가보기로 했다. 핑게 없는 무덤이 없다고 했던가, 이래저래 산행할 핑겟거리가 많다.
그동안 전화통화 한번 못해 본 누님께 죄송하기만 한데 억불산에 올라 누님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해 보기로 한다.
∥산행정보∥
♣ 소재지: 들머리-전남 장흥군 장흥읍 덕제리 자울재, 정상-전남 장흥군 안양면 기산리 산 90-11, 날머리-전남 장흥군 장흥읍 우산리 9
♣ 산행코스: 자울재-광춘산-자푸재-천문과학관-억불산-며느리바위-편백나무숲-주차장
♣ 거리: 약8km( 들머리- 11:35, 날머리-15:40)
▼ 서울에서 이곳 자울재까지 4시간 30분이나 소요된 온 거리여서 귀경 시간을 고려하여 하산 시간은 오후 4시 10분까지 시간이 주어졌다.
▼ 이곳 자울재는 현 장흥읍과 용산면 경계의 고개로 길목에 위치한 지리적 요충지로서 동학농민혁명군과 관군사이에 많은 사상자를 낳게한 전적지라고 한다. 역사적으로 이곳저곳 시련이 많았던 남도이다.
▼ 전형적인 육산으로 어느 정도 경사가 있는 능선을 지나면 순탄한 산행으로 이어진다.
▼ 들머리에서 1.6km 지점을 30여분만에 오른 광춘산...정상석은 없고 개인이 나뭇가지에 걸어 놓은 표지가 정상임을 말해준다. 조망도 없고 산 이름이 있다는 자체가 무색하리 만큼 초라한 정상(387.9m)이다.
▼ 첫 조망처에서 진행 방향의 풍경을 담아봤다. 억불산 아랫 부분의 흰 건물이 천문과학관으로 보인다. 2016년 5월에 제암산~사자산~일림산 철쭉 산행을 했던 추억이 문득 떠오른다.
▼ 5년전 무박산행으로 일출시 제암산 정상에서 바라 본 억불산
▼ 렌즈로 당겨 본 제암산(807m)
▼ 왼쪽이 사자의 머리 모양의 사자두봉, 오른쪽이 미봉에 해당하는 사자산(660m)
▼ 억불산 정상으로 남쪽 방향은 바위가 전혀 없어 보이는 산이지만 북쪽 방향은 절벽으로 형성되어 있다. 아래 흰 건물이 천문과학관으로 이곳부터 본격적인 억불산을 오르게 될 것이다.
▼ 구름에 가려진 장흥읍내...굽이쳐 흐르는 탐진강과 평야지대가 있고 주변의 빼어난 산들이 있어 지리적으로 참 좋아 보이는 고장이다.
▼ 능선상의 산죽이 숲을 이루고 등로가 잘 정비되어 힐링이 되는 코스다.
▼ 들머리에서 3.4km 지점을 1시간 10분 걸려 도착한 자푸재...편백나무 숲이 빽빽히 들어선 임도가 나타난다.
▼ 편백나무 숲이 잘 조성된 임도를 따라 오르다보면 말레길을 걷는 읍내 주민들을 종종 볼 수 있다.
▼ 자푸재에서 임도를 따라 500여 미터 올라오면 천문과학관이 나오는데 코로나로 인해 폐관이 되서인지 관광객은 거의 볼 수가 없다.
▼ 이곳부터 본격적인 억불산을 오르게 된다. 억불산을 오르는 말레길이 등로와 거의 같은 코스로 되어 있어 나무데크 길로 잘 정비되어 있다.
▼ 바닷가와 그리 멀지 않은 산이어서 이렇게 40여년이나 된 해송(곰솔)이 보호수로 지정이 되었다.
▼ 등로와 등로옆을 따라 조성된 데크길...
▼ 등로로 오르다가 데크길로도 올라 보고...
▼ 두꺼비가 먹이를 잡기 위하여 엎져있는 형국이어서 엎진바위라고 불리워졌다고 한다. 예로부터 이산에서 땔감을 마련했던 장흥읍 우산리 주민들은 이 엎진바위를 기점으로 각자 산의 경계를 짐작하였을 뿐만 아니라 산길의 표식으로 삼았다고 한다.
▼ 들머리에서 5.2km지점을 2시간 15분이 걸려 정상에 도착했다. 데크길로 올라왔으면 전망대가 있는 저곳으로 바로 올라왔을텐데 등로를 이용하는 바람에 데크로 올라서서 주변을 조망해 보기로 한다.
▼ 데크 반대편의 억불산 정상석...억불산은 천관산, 제암산, 사자산과 함께 '장흥군의 4대명산'으로 불린다. 정상부의 기암괴석들이 솟아 있는 모양이 모두 부처가 서있는 것(억개의 불상:億佛) 같아 지명이 유래되었다고 전한다.
▼ 조망은 최고로서, 북동쪽으로 장흥군 안양면의 평야위로 철쭉으로 유명한 제암산, 사자산, 일림산이 한눈에 들어 오는데 특히 사자산의 머리와 꼬리가 웅장하게 다가온다.
북서쪽으로는 장흥군 시내 위로 수인산이 장관이며 남쪽으로는 천관산, 남동쪽으로는 득량만(灣)의 푸르른 바다가 아름답게 다가온다.
▼ 구름이 파란 하늘에 드리워져 있고 시계가 좋은 편이어서 주변을 조망하기에는 좋은 날씨다. 시계방향으로 주변 조망을 해 보기로 한다.
신안에서 부산으로 이어지는 2번 국도선이 윗쪽 보성쪽으로 시원하게 뻗어 있고 월평마을이 자리잡고 있다.
▼ 당겨 본 북쪽 풍경
▼ 북동쪽에 철쭉산행으로 2016년 5월에 올랐던 제암산~사자산~일림산이기에 낯이 익은 모습으로 펼쳐진 풍경이다.
▼ 다시 한번 당겨 본 제암산(807m) 정상과 바로 앞의 사자두봉
▼ 사자우봉 아래의 안양면 기산리와 비동리 마을로 윗쪽에 원광대통합의료병원도 위치해 있다.
▼ 사자산(660m)의 정상 모습
▼ 동쪽으로 멀리 가운데 일림산 정상이 보이고 그 넘어로 보성 녹차밭이 있겠다.
▼ 일림산(667.5m) 정상은 민둥산으로 철쭉 군락지임을 알 수 있다.
▼ 남동 방향의 풍경
▼ 장재도 건너기 전의 마을에 사촌 누님이 사시는데 앞바다에서 수영도 하고 뱃놀이도 하며 젊은 시절 누님이 주신 주먹만한 피조개도 처음 생으로 먹어 본 추억이 새삼 떠 오른다.
산행으로 전국을 돌아다니다 보니 이렇게 가까이서 마을을 볼 수 있는 기회도 생긴다. 두 분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시기를 기원해 본다.
▼ 남쪽 방향의 풍경...금당도와 생일도, 조약도는 가봤던 섬이다. 거금도는 언젠가 가 봐야 할 블야 50섬 섬산행지이기도 하다.
▼ 당겨 본 남쪽 풍경
▼ 전국100대 명산에 포함된 천관산(723m)도 조망해 보고...
▼ 천관산을 당겨보니 진죽봉의 바위들과 구정봉으로 이르는 능선의 암릉이 내가 그곳에 있는 듯 옛 추억에 사로 잡힌다.
▼ 서쪽 방향의 고개넘어 자울재로 부터 광춘산을 거쳐 이곳까지 올라 온 능선이 한눈에 들어오고 수인산에 비하면 거리상으로나 산행 난이도가 훨씬 낮아 부담이 없다.
▼ 역시 전국 100대 명산인 이곳으로 부터 직선거리로 약 34km 거리인 남서 방향의 해남의 두륜산과 23km 거리인 북서뱡향의 영암 월출산이 뚜렷이 바라다 보인다.
▼ 당겨 본 두륜산(703m)
▼ 수인산 뒤로 조망되는 월출산(809m)
▼ 한달 전에 올랐었던 북쪽 방향의 수인산
▼ 한달 전에 오른쪽 끝 부분의 계관암으로 부터 왼쪽 방향의 능선을 올라 수리봉~수인산정상~병풍바위쪽으로 하산했던 산행이 엊그제 일 같기만 하다. 작은 봉우리들이 많아 업다운이 심한 산이다.
▼ 당겨 본 수인산
▼ 다시 한번 서쪽 방향의 풍경을 담아보고...
▼ 장흥읍내를 뒤돌아 보면서...
▼ 하산길로 접어든다.
▼ 뒤돌아 본 억불산 정상
▼ 가파른 데크계단으로 내려서고...
▼ 드디어 만나는 바위들...
▼ 말로만 듣던 며느리바위가 거대한 모습으로 앞을 가로 막는다.
바위라기 보다는 암봉같은 느낌이다. 월출산에서 장군봉을 만난 기분이다.
▼ 바위 아래로 내려서면서 담은 며느리바위 왜 며느리 바위라고 했을까...
의아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 바위 앞에서 고개를 넘듯이 협곡으로 하산하는 지점에 와서도 며느리 같은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 협곡으로 하산하는 길이 만만치 않다.
▼ 400여 미터 구간의 된비알 코스가 장난이 아니다. 눈이 온 설산행은 안전상 피해야 할 것 같다.
▼ 뒤돌아 본 며느리바위
▼ 이쯤에서 보니 며느리바위라고 불리워지는 전설을 이해할 것 같다.
억불산 아랫 마을에 마음씨 고운 며느리가 시아버지를 모시고 어린 아들과 살고 있었는데, 효성이 지극한 며느리는 홀로 계신 시아버지와 유복자인 아들을 정성껏 키우는데 소홀함이 없었다. 하지만 시아버지는 성질이 고약하고 인색하여 동네에서 나쁜 사람으로 소문난 사람이었다.
어느날 억불산 조그마한 암자에 신통력을 가진 스님이 그 집으로 시주를 갔는데 시아버지가 문전박대를 하니 착한 며느리를 불러 사흘 후 천둥번개가 치고 소나기가 쏟아져 마을이 물에 잠기게 될 것이니 아들을 업고 억불산으로 피신하라 이르며 절대로 뒤를 돌아봐서는 안된다는 당부를 하였다.
사흘 후 천둥번개가 치고 빗줄기가 쏟아지자 착한 며느리가 시아버지에게 함께 피신할 것을 간원하였으나, 재산을 아까워 한 시아버지는 그 말을 무시하고 집을 나서지 않았다.
며느리가 아들을 업고 억불산 중턱쯤 올라왔을 때 시아버지의 애타는 목소리가 들려 스님의 당부를 망각하고 그만 뒤를 돌아보는 순간 천둥번개와 함께 바위로 변해 버렸으며, 고약한 시아버지가 살던 마을은 깊고 깊은 소(沼)가 되었고 그 마을에 박(朴)씨와 임(林)씨가 많이 살고 있어 그곳을 박림소(朴林沼)라 부르게 되었으며, 며느리가 쓰고 있던 수건이 날아가 떨어진 곳을 건산리(巾山里)라 부르게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안내문]
마치 성경에 나오는 고모라성과 비슷한 내용의 전설 같기도 하다.
이 모습은 마을에서 바라보면 '어린아이를 업은 여인의 모습' 또는 '기도하는 여인의 모습' 처럼 보이기도 하여 며느리바위라고 불리워 진다고 한다.
▼ 편백나무 숲의 규모가 엄청나다. 1958년 부터 취강 손석연 선생이 억불산 자락에 120ha(36만평)에 편백나무, 삼나무등 47만여 그루를 심었다고 한다. 그 이후에도 계속 식재했을 테니 굉장한 규모이다.
입장료를 내고 휴식을 하거나 산림치유 체험을 하는 편백나무우드랜드가 따로 있다. 등로상의 편백나무숲에는 표고버섯 재배를 하고 있으나 겨울이라서 그런지 한송이도 보지 못했다.
▼ 계속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주차장으로 향하는데 편백나무 숲쪽의 인도는 사용하지 못하도록(오른쪽 녹색 인도) 통제소가 있는 것을 모르고 도로의 인도를 따라 내려 오던 중 인도를 사용하면 안된다는 느닷없는 고함소리에 놀랐다.
승용차가 다니는 도로에서 인도를 사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한쪽 편은 우드랜드에서 점령을 했는지 통제하고 있으니 어이가 없어 산행하면서 좋았던 기분이 한 순간에 사라진다.
안내문을 붙여 놓던가, 불법으로 우드랜드로 출입하는 자를 통제 하려면 인도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 아니라 우드랜드 땅의 경계선으로 팬스를 쳐 놓던가 해야지 도대체 승용차 도로에서 인도로 다니지 못하게 하는 이유를 아직도 모르겠다.
외지인들에게 장흥이란 고장에 대한 좋았던 인식이 이러한 일로 날아가 버리는 경우가 없었으면 한다.
주차장으로 향하면서 뒤돌아 본 억불산 풍경...
▼ 장흥표고 홍보관에서 바라 본 억불산...며느리바위가 도드라지게 보인다.
▼ 편백나무숲 우드랜드 정문 아치가 나오면서 왼쪽이 주차장으로 주어진 하산시간 보다 30분 빠르게 도착하여 산행을 마친다. 이곳은 물이 있을만한 계곡이 없어 딱히 씻을 곳도 없고 화장실 사용하기도 어렵다.
편백나무숲이라는 좋은 자원을 두고 단순히 이곳만 찾는 사람들 외에도 등산객들을 위한 배려도 하여 이 고장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갖도록 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높혔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