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4일(일)
추석명절로 5일간의 황금연휴를 맞았다. 그러나 코로나19 로 인해 고향방문도 못하는 상황이 됐으니 평생 이러한 세상살이도 있다는 자체가 믿기질 않는다. 이런 답답함을 달래기 위해 해마다 연중행사처럼 갔다 오는 망둥어 낚시를 홀로 떠나기로 한다.
1박 2일 일정으로 서도면 아차도의 민박집에 연락을 해 놓고 아침 일찍 서둘러 외포항에 도착한 것은 어제인 3일이다. 4일인 오늘 오후 배로 귀가할 예정인데 날씨가 좋지 않아 파고가 높다는 예보로 배가 출항할지 안 할지 모른다며 알고 떠나라는 해운사 직원의 얘기에 이런 낭패도 없다.
제때 귀가를 못하게 되면 5일 월요일 오전 배를 타야 하는데 망둥어 낚시로 직장일까지 팽개칠 수는 없는 일이어서 포기해야만 했다.
2일 날 갔다가 3일 날 귀가하려던 것이 2일 날 비가 온다는 예보에 일정을 늦췄더니 또 이 모양이다.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잔뜩 준비한 미끼를 소진하기 위해서도 근방에서 낚시를 해보자는 심산으로 석모도로 향한다. 석모도는 석모대교가 건설되어 육지나 다름없고 낚시할만한 장소도 물색을 해 둔 곳이 있어서 처음이지만 그곳으로 향한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낚시에 여념이 없지만 오후 되니 바람도 심하고 고기도 별로 낚이지 않아 그동안 두 번이나 올랐던 상봉산을 오르기로 한다. 오래전부터 낚시를 취미로 하고 있었으나 산이 더 좋아 접고 있었는데 오늘은 낚시하다가 산으로 올라간 사람이 되었다.
▼ 나팔꽃만 봐도 가을이다. 빛깔 좋은 나팔꽃은 여름에 피는 메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동네 어귀마다 피어 있어 도심생활에 찌든 사람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 높이는 고작 264m로 맞은편 교동도의 화개산 보다도 낮고 들머리도 승용차로 고개까지 올라와 주차할 수 있으니 트랭글을 작동시키지 않아서 정확한 거리는 알 수 없지만 왕복 2km가 되지 않을 것 같으므로 쉬엄쉬엄 걷더라도 1시간이면 족히 오를 것 같다.
▼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상리로 오는 버스를 타야 하는데 사전에 버스 배차 시간표를 알아둬야 기다리는 시간을 단축할 수가 있다.
▼ 언제 깔아 놨는지 야자매트가 들머리부터 정상까지 놓여져 있어 산행하기가 편하다.
▼ 가을 야생화도 생각보다 종류별로 많이 펴서 바쁠 것도 없는 산행에 심심치 않은 산행이다.
▼ 다른 해 같으면 상수리나무 열매도 꽤 많이 열렸을텐데 나뭇가지와 잎을 보니 긴 장마에 세 번이나 지나간 태풍 때문인지 시달린 모습에 열매는 보이질 않는다.
▼ 수년전에 없었던 팔각정도 보이고...
▼ 조금 더 올라가니 안전로프가 설치되어 있고 첫 바위전망대가 보인다.
▼ 두번째 전망바위에 오르고...
▼ 노란색의 야생화들이 한꺼번에 눈에 들어온다. 감국은 산국과 마찬가지로 찬바람이 나는 요즘 한창이므로 제 계절을 만났다. 흰색 꽃으로 보이는 대나물은 옅은 분홍인데 끝물이어서인지 색이 바랬다.
▼ 제일 흔한 산박하이긴 하지만 방아풀, 오리방풀등과 함께 군락을 이뤄 피는 예쁜 꽃이다.
▼ 누리장나무 열매... 잎에서 누린내가 나서 외면 받긴 하지만 꽃도, 열매도 예쁜 것은 어쩔 수 없다.
▼ 세 번째 바위전망대에서 바라본 석모도의 들녘... 이쪽 상봉산은 저쪽 넘어의 석모도와는 달리 송가도라는 섬이었고 조선시대만 해도 교동도의 부속섬으로 교동군 송가면에 속해 있었는데 근대에 이르러 강화군이 되면서 모두 삼산면으로 편입되었다.
석모도와 송가도의 양쪽으로 뚝을 막고 간척을 하여 이러한 평야지대가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황금들녘이 서서히 추수를 하면서 색이 바래가고 완연해진 가을임을 느낄 수가 있다.
▼ 진행방향의 상봉산 서봉이 보인다.
▼ 가파른 등로를 조금 오르면 서봉에 이르고 동봉인 저곳이 바로 정상이다.
▼ 뒤돌아 본 동봉인데 상주산은 봉우리가 두개로 되어 있어 개인적으로 이곳을 서봉이라 부르고 정상석이 있는 곳을 동봉이라 부른다.
▼ 동봉 전경... 암릉으로 이뤄져 있다. 상주산엔 특히 노간주 나무가 많다.
▼ 서봉에서 5분 거리도 안되므로 금방 정상을 오르게 된다. 전에 없었던 정상석이 놓여져 있다. 인증을 하고 싶어도 등산객이 없으니 찍을 수 없고 셀카로 찍으려 해도 여의치가 않아 포기한다.
▼ 이번엔 가방을 정상석에 기대놓고 받침대 삼아 카메라를 고정하고 셀카를 담아 본다.
▼ 상주산에서 바라 본 교동도 전경
▼ 상봉산은 360도를 조망할 수 있는 최고의 조망 포인트다. 우선 교동도의 서쪽 끝자락부터 시계방향으로 돌아가며 풍경을 담고 지형을 알아 본다.
▼ 북쪽 방향으로 맞은편의 교동도 화개산
▼ 북쪽 방향의 교동대교
▼ 북동방향의 강화도의 별립산
▼ 동쪽 방향의 고려산과 혈구산
▼ 남쪽 방향의 마니산과 석모대교
▼ 남쪽 방향의 상봉산과 평야지대
▼ 남서쪽 방향의 섬풍경
▼ 하산하면서 고갯길에 군락을 이루고 핀 꽃향유를 담아보고...
▼ 산행을 마치고 귀가길에 길옆에 핀 코스모스가 옛 정취를 불러 일으킨다. 바람에 꽃잎을 떨구며 하늘대는 모습에 '코스모스 피어있는 길' 노래가 절로 나온다.
▼ 단풍, 억새, 갈대, 코스모스, 황금들녘...모두가 가을 이미지를 담은 단어이다. 이 가을은 또 어떻게 흘러갈 것이며 어떻게 보낼 것인지...두 달도 안남은 가을은 또 그렇게 훌쩍 지나쳐 버릴 것이다. 그 옛날의 아름다웠던 추억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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