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23일(일)
모처럼 강원도 방향으로 산행을 한다. 올 겨울은 눈꽃 산행을 한 번도 못해서 겨울나기 전에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여, 발바닥에 전해 오는 눈의 촉감과 뽀드득 소리가 나는 눈을 밟아 보고 싶은 것도 있지만 설경으로 몸과 마음을 정화시켜 보자는 목마름에서이다. 그동안 섬 산행을 포함, 남녘으로 산행지를 택하다 보니 겨울 같지 않은 날씨로 봄기운에 식상하여 겨울다운 겨울이 그리워지는 것이다. 아무튼 이래저래 핑겟거리가 생기게 마련이다.
하여, 전날 밤 부랴부랴 어디에 처박아 놨는지 아이젠과 스패치를 찾는데 혈안이 되어 온 집안을 헤집어 놨다. 겨울이니 진작에 찾아 놨으면 될 일을 보관을 어디쯤 해 뒀을 것이란 막연한 생각에 일이 닥쳐서야 야단법석을 떠는 내가 잘못이다.
그렇게 만반의 준비를 하고 얇게 입고 다니던 겨울 바지도 두툼한 것으로 입고 장갑도 손끝이 아려올 것을 대비하여 손가락 놀림도 부자연스러운 두툼한 장갑을 준비했고, 칼바람에 대비해 좀처럼 하지 않는 머프도 준비했다. 밖을 나서니 미세먼지 없는 청명한 날씨에 새벽녘의 총총한 별들이 오늘따라 유난히 반짝인다.
코로나19가 창궐해지는 세상 분위기는 나와는 상관없는 일인 듯, 오로지 딴 세상을 만나러 가는 길처럼 조금은 들뜬 마음으로 운전대를 잡고 역전으로 부지런히 달려간다.
∥산행정보∥
♣ 소재지: 들머리-강원도 영월군 영월읍 삼옥리 70, 정상-영월읍 연하리, 날머리-영월읍 삼옥리 436
♣ 산행코스: 영월래프팅캠핑장-갈림길-봉화대-완택산정상-885봉-낙엽송 군락지- 작골가든
♣ 거리: 9.4km(들머리-09:45, 날머리-14:00)
∥완택산[莞澤山] 개요∥
완택산은 강원도 영월군에 위치해 있는 산으로서, 영월군의 정중앙에 자리하고 있다. 전체적인 산세는 능선이 서쪽을 향해 포물선모양으로 뻗어 있으며, 동고서저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 특히 주능선 동쪽은 절벽이 많아 자연성곽을 이루고 있고, 서쪽은 동강(東江)이 흘러서 예로부터 전란(戰亂)이 발생했을 때 "천혜의 요새"역할을 하였다고 한다. 그 예로 서기1290년 고려시대 때 원나라의 반군이었던 합단(哈丹)이 침입했을 때 고을 사람들이 이곳으로 피신했다고 하며, 아직도 능선 곳곳에는 그 당시 축성한 약 1km길이의 산성의 흔적이 남아있다. 또한 산의 중턱에는 옛날 화전민(火田民)이 살았을 것 같은 평원이 자리하고 있다.
조망은 우수하여 정상부에 오르면 북쪽으로 정선의 백운산과 가리왕산이 한눈에 들어오고, 서쪽으로는 굽이쳐 흐르는 동강(東江)의 물줄기가 그림처럼 다가오는 등 사방으로 고산준령(高山峻嶺)의 마루금이 물결처럼 느껴진다. 완택산이라는 이름은 "왕골 완(莞), 연못 택(澤)"자인데, 그 이름에 대한 유래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 완택산의 설경(카페에서 옮김)
▼ 산행지에 거의 도착할 무렵, 버스 차창 밖을 보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흰눈이 온산에 뒤덮였을 것이란 예상을 뒤엎고 두 눈을 부릅뜨고 아무리 봐도 눈이라고는 찾아 볼 수가 없다. 메마른 대지의 풍경만이 비칠 뿐이고 들머리에서는 먼지만 폴폴 날리는 등로가 객의 발걸음을 맞이할 뿐이다.
▼ 기온도 영하의 날씨가 아니란 걸 느끼는 순간, 점퍼고 뭐고 버스에 벗어 놓고 겨울 셔츠 하나 걸치고 뒤늦게 출발하는데 선두로 출발한 인원들은 잔뜩 끼어 입은 상태로 벌써 사라져 버렸다.
▼ 오른지 20여분 지났을까, 너도나도 덥다고 옷을 벗어 배낭에 넣는 사이에 내가 선두에 서게 됐다. 눈이 무릎까지 빠져 스패치를 해야만 한다는 생각으로 온 집안을 뒤져 준비해 왔건만 낙엽이 무릎까지 차는 상황이니 웃음이 절로 나온다. 같은 강원도 지방이라도 영동에 눈이 온 것이지, 영서는 이렇듯 완전히 딴판인 것을 몰랐던 나의 착각일 뿐이다. 이런 풍경을 감지했더라면 아마도 다른 산행지를 택했을 것이란 생각이다.
▼ 들머리에서 올라온지 25분 쯤, 조은농장 방향에서 올라오는 등로와 만나는 갈림길이다. 애당초 조은농장 쪽을 들머리로 정했으나 농장의 개가 어마무시해서 자칫 사고가 날 것을 우려하여 변경하게 됐다고 한다.
▼ 강원도의 험준한 산세에는 기이한 나무들을 보는 재미도 있는데 이곳 육산에도 예외없이 이러한 용트림하는 듯한 소나무가 있어 오늘같이 소재가 없는 날에는 호재라 생각하여 한 컷해 본다.
▼ 부부소나무라 해도 어울릴 듯 하다.
▼ 언제 설치해 놨는지 목판에 새긴 이정표가 정감이 간다.
▼ 마치 자갈과 시멘트를 부어 놓아 굳은 듯한 바위는 영겁의 세월에 걸쳐 형성된 퇴적암의 일종인 역암이다. 그 속에 뿌리를 내려 살아 온 나무들이 더 이상 삶을 이어가지 못하고 고사하고 말았다.
▼ 첫 전망대에서 바라 본 산군들...북쪽 방향으로 남병산(1,150m), 청옥산(1,256m), 가리왕산(1,561m)가 펼쳐져 있다.
▼ 당겨 본 산군...청옥산과 가리왕산 중간의 중왕산(1,376m), 청옥산 주변의 풍력발전기가 선자령이나 태기산에서 보듯 인상적이다.
▼ 당겨 본 가리왕산...2017년 1월 7일 올랐던 산으로 안개로 인하여 주변 조망을 전혀 못하고 고생만 엄청했었던 기억이 떠 오른다. 그 후 다시는 안 오르겠다 하여 쳐다도 보지 않은 산인데 알고 보면 조망만 좋으면 강원도의 웬만한 산은 모두 볼 수 있는 산이기도 하다. 이러한 가리왕산은 조선시대 봉산(벌목을 금지한 산)으로 500년간 한국 최고의 원시림으로 남았는데 평창올림픽을 한번 유치하면서 스키장을 건설하는데 2,000억원이 투입되고 이를 복원하는데 800억원이 소요된다고 하니 국익을 고려하지 않는 이러한 행사와 축제는 앞으로 없어야 되겠다.
▼ 일부 전망대에서만 조망이 가능하고 잡목이 우거져 앞뒤 좌우 볼 수가 없으니 대부분 답답한 산행을 하게 되는데 진행 방향의 바로 앞에 완택산 정상이 보이고 이어진 능선이 나뭇가지 사이로 보인다.
▼ 봉화대(烽火臺)
이곳 완택산에도 정상 바로 전에 봉수대가 있다. 봉화는 고대의 통신방법으로 봉수(烽燧)라고도 한다. 주로 군사적인 목적에서 연락할 일이 있을 때 높은 산위에 일정한 장소를 정하여 낮에는 연기를 피우고 밤에는 불을 피워 신호를 주고 받았다. 한국에서는 1149년 의종 3년 부터 법으로 정하여 실시했다. 연락방법은 평시에는 횃불1개, 적이 나타나면 2개, 적이 국경에 접근하면 3개, 국경을 넘어오면 4개, 접전을 하게 되면 5개를 올렸다. 만약 구름이 끼거나 바람이 불어서 연락이 안될 때에는 봉졸(烽卒)이 차례로 달려서 보고했다. 봉수대에 배치되는 봉군(烽軍)은 다른 군역에서 종사할 수 없고 오직 망 보는 일에만 종사했다.
▼ 북동 방향의 왼쪽 백운산(883m)으로 부터 오른쪽 멀리 두위봉(1,470m)이 정상에서 조망된다.
▼ 당겨 본 평창의 백운산(883m)과 주변 봉우리들
▼ 완택산의 정상석은 이름을 새겨 넣은 것을 보면 개인이 세워 놓은 것인데 어떻게 이곳까지 옮겼는지도 궁금하다. 이름 석자 남기는 것은 몰상식하게 바위에 새겨 넣어 자연 경관을 훼손할 것이 아니라 이런 방법도 있겠구나 생각해 보게 된다.
▼ 정상에서 동쪽 방향의 산군들...
▼ 당겨 본 두위봉(1,470m)
▼ 당겨 본 예미산
▼ 당겨 본 망경대산(1,088m)...뒷편 멀리 왼쪽으로 함백산, 오른쪽으로 태백산이 자리하고 있겠다.
▼ 하산 중에 다시 한번 살펴 본 역암
▼ 나뭇가지 사이로 살짝 보이는 봉래산...별마로 천문대가 있는 곳으로 '별마로'라는 이름은 별(star)과 마루(정상), 로(한자 고요할 로)의 합성어로 '별을 보는 고요한 정상'이라는 뜻이다. 또한, 숙박시설이 완비된 천문과학교육관은 영상강의실, 전시실 등을 갖추고 있어 다양한 체험시설을 이용할 수 있으며, 지름 80cm 주망원경과 여러대의 보조망원경이 설치되어 있어 달이나 행성, 별을 관측할 수 있는 곳이다.
▼ 지금까지 산행하면서 가을 산행도 아닌 겨울 산행에서 이렇게 낙엽을 많이 밟아 보기고 처음이다. 바스락거리며 발바닥에 전해 오는 촉감은 좋지만 바닥이 살짝 얼어 미끄러지기 쉬우므로 늘 조심하지 않으면 넘어지기 십상이다.
▼ 석항천을 끼고 31번 국도가 지나고 태백선 철도인 연하역이 바로 아래 자리잡고 있다.
▼ 밧줄을 잡고 올라가야 하는 역암 바위도 있더라...
▼ 마지막 전망대에서 지나온 등로를 뒤돌아 본 풍경
▼ 중간이 완택산 정상
▼ 잡목만 없었더라면 굽이쳐 흐르는 동강의 S라인을 멋지게 잡으련만 그마저도 허락해 주지 않는 곳, 아쉬움이 많다. 사실 동강래프팅에서 가장 멋있는 풍경을 자랑하는 어라연이 북쪽 방향으로 멀지 않은 곳에 있고 그쪽 부근의 장성산과 잣봉을 오른 적이 있어서 이곳에서 그곳을 바라보며 옛 추억을 더듬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랬는데 조망할 만한 곳이 없다.
▼ 하산길이 순탄하지 않다. 낙엽 밑에는 땅이 얼어서 미끌거려 로프를 잡고 200 미터를 기를 쓰며 내려오는데 로프가 삵아 부스러기가 장갑에, 옷에 달라붙어 떨어지지도 않더라. 숨쉴 때 호흡기로 들어갈까봐 찝찝하긴 이루 말할 수 없고...
▼ 소나무과의 낙엽송(일본잎갈나무) 군락을 만났다. 잎갈나무란 해마다 잎을 새로 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낙엽이 지는 나무 라는 뜻을 갖고 있다. 높이 30m정도까지 곧게 자라는 줄기를 철도 침목이나 전봇대 등으로 쓰기 위해 산에 많이 심었기 때문에 전봇대나무 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 소나무 군락도 만나고...
▼ 한 겨울에도 색감 좋은 녹색을 잃지 않고 나무가지에 아슬하게 매달려 있는 <유리산누에나방 고치>도 우리 어릴적엔 많이 보았는데 요즘 보기가 힘들다. 그 당시 우리는 이걸 <팔마구리>라고 불렀다.
▼ 하산하여 들머리 부근 큰 도로를 나와 회원 중에 막걸리 한 잔이라도 할 수 있는 배려로 날머리를 들머리에서 700여m떨어진 곳으로 정한 곳으로 향한다. 동강의 물줄기가 푸른빛을 띠고 유유히 흐르고 있다.
▼ 탑스텐리조트와 저 산 넘어에는 동강시스타CC가 있다.
▼ 정해진 하산 시간보다 한시간 이상 빨리 도착해 보니 식당은 영업을 안해 막걸리 커녕 물 한 모금 먹을 수 있음을 다행으로 알아야 했다. 오늘도 점심을 차가운 날씨에 궁상맞게 혼산하면서 햄버거 하나로 때웠는데 출출하여 뭔가 먹으려 했더니 그마저도 허락하지 않은 날이었다.
동강래프팅을 하고 그 주변 장성산과 잣봉을 올라봤기에 완택산에 오르면 그 당시 못 봤던 주변 산들을 둘러 보며 멋진 설경을 감상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너무 많이 해서 일까 사실 실망이 크다. 특징지을 만한 것이 없는 산행인 것만은 사실이다. 다만, 한여름에 산행을 하면서 낙엽송, 소나무 군락지를 걸으며 힐링하고 동강에서 시원하게 알탕이라도 하면 모를까 그렇지 않으면 겨울철 설경을 보는 일일 것이다. 어쨋든 이것 저것을 떠나 오늘 하루를 건강 삼아 걸었으니 더 무엇을 바라겠는가! 허준의 동의보감에 "약으로 고치는 것 보다 음식이 낫고, 음식으로 고치는 것 보다 걷는 것이 낫다" 고 했으니 보약 이상의 것을 먹은 셈이다.
'산행 > 강원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삼척] 두타산 베틀바위 & 마천루 (0) | 2021.06.27 |
---|---|
[평창] 청옥산 & 육백마지기 (0) | 2021.06.14 |
설악산 용아장성 (0) | 2019.11.11 |
[정선] 석병산 (0) | 2019.09.23 |
[평창] 오대산 (0) | 2018.10.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