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 26일(토)
얼마 전만 해도 산행지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이 없다. 모든 곳이 가보고 싶고 그냥 실행에 옮기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생각도 점차 달라진다. 우선 올랐던 산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오르지 않다 보니 점점 갈만한 산이 적어졌다는 것이고 언제부터인가 15km 이상 되는 거리는 체력에 부담을 느껴 꺼려지게 되고, 사진으로 담을 만한 풍경이 없는 산행지는 흥미가 없어 제외되고, 날씨가 우천이면 절대 가지 않는다는 조건이 마음속에 따라붙었다.
주로 원정 산행을 하다 보니 산행하는 시간보다 차량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아 그럴 바에는 차라리 근교 산행이 낫겠다 싶어 이런저런 조건이 나도 모르게 생기게 된 것이다. 아직도 숙제로 남아 있는 산행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레 테마 위주의 산행으로 전환될 것 같다.
오늘은 강원도 정선의 상원산과 옥갑산을 신청했었지만 가을에나 가 보려고 했던 두타산의 베틀바위와 얼마 전인 6월 10일 개방했다는 마천루를 하루라도 빨리 보고 싶은 마음에 이쪽 방향으로 신청을 하게 됐다.
3일 전만 해도 비 소식이 없더니 전국에 비가 내린다는데 기상청 자료를 자세히 보니 삼척은 그리 많은 비가 오지 않을 것 같아 강행하기로 한다.
∥산행정보∥
♣ 행정구역: 들머리-강원도 동해시 삼화동 산 171-3, 베틀바위-강원도 동해시 삼화동 산 267, 날머리-삼화동 858-3
♣ 산행코스: 주차장-매표소-베틀바위전망대-미륵바위-수도골-12산성폭포-마천루전망대-쌍폭-용추폭포-학소대-삼화사-주차장
♣ 거리: 9.7km(들머리-12:10, 날머리-17:50)
▼ 출발하면서부터 비가 오는 날씨는 이곳에 도착하니 비는 안 오고 짙은 구름에 안개가 산 정상을 가린 상태다. 두타산은 올라본지 몇 년이 됐고 무릉계곡도 두 번이나 온 곳이기 때문에 낯설지가 않다. 주차장이 거의 만차인걸 보면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은 것 같다. 12:10에 하차하여 산행 마감시간이 18:00이니 거리상으로 보면 여유있는 시간이다.
▼ 도상으로 관리사무소라는 건물인데 매표소가 있다. 마치 설악산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성인 2,000원의 입장료가 있으니 어디서 걷는 것인지 물어 봐야 그렇고 군말 없이 걍, 내라면 내야 되는 상황이다.
▼ 입장을 하면 바로 신선교를 건너게 되고 건너편 돌층계가 있는 곳이 본격적인 산행 들머리가 된다.
▼ 무릉계곡은 무두타산(1,353m)과 청옥산(1,256m), 고적대(1,354m)에서 발원한 계류가 흐르는 골짜기로 호암소에서 용추폭포까지 약 4㎞의 계곡을 말한다. 산수의 풍치가 절경을 이루어 소금강이라고도 불리며, 1977년 3월 17일 국민관광지로 지정되었다.
▼ 예전에 볼 수 없었던 근사한 베틀바위 산성길 조형물이 코스와 함께 세워져 있다.
▼ 조금 올라가니 이런 숯가마터가 나오고...
▼ 주차장에서 30여분 오르게 되면 첫 바위전망대부터는 된비알 코스로 바위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 두번째 바위전망대에 올랐다. 날씨가 금방 빗방울이라도 떨어질 것 같은 날씨라 칙칙하기로 이를 데 없다. 산뜻한 날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으랴! 맞은편 왼쪽 느루봉(1,142m)에서 흘러 내린 능선 사이로 중대폭포가 눈에 들어왔다.
▼ 당겨 본 중대폭포(그림폭포)
▼ 청옥산장과 상가가 밀집되어 있는 주차장에서 이곳까지 2.1km 거리로 55분 걸렸다. 사진의 북쪽 끝이 동해시 이로동이겠고 오른쪽으로 동해시내가 자리하고 있겠다.
▼ 당겨 본 청옥산장과 상가밀집지역, 주차장이다. 우리가 내린 버스는 이곳 주차장에 하차시켜도 될 일을 저 멀리 끝쪽 주차장에서 하차하여 걷기 시작했다.
▼ 바위전망대에서 본 가고자 하는 베틀바위가 뭉뚱그려 보인다.
▼ 베틀바위 정상과 오른쪽 아래로 베틀바위전망대가 보인다. 베틀바위 비경은 왼쪽 소나무에 가려진 부분이겠다.
▼ 아랫쪽에서 바라 본 베틀바위군들...
▼ 베틀바위전망대가 있는 바위도 가을철 단풍이 들면 제대로 된 비경을
감상할 수 있을 것 같다.
▼ 이제 이 계단만 오르면 베틀바위의 비경을 볼 수 있겠다. 습도는 높고 바람은 불지 않고 땀은 벌써 온 몸을 적셨다.
▼ 베틀바위
해발 550m에 위치한 베틀바위는 베틀처럼 생겨 붙여진 이름으로 산악인들 사이엔느 베틀릿지 비경, 천하비경 장가계, 소금강이라 불리며, 옛날 하늘나라 선녀가 하늘아라 질서를 어겨 인간세상으로 내려왔다가 비단 세 필을 짜고 하늘로 올라갔다는 전설이 깃들어 있는 곳이다. [안내문]
▼ 위의 비경을 한 컷씩 담아 보기로 한다.
첨예한 바위가 하늘을 찌를 듯 멋진 풍경이다.
▼ 2020년 8월 1일 처음 개방됐다는 베틀바위는 그동안 비탐지역으로 산꾼들
에게 알음알음 다녀가서 알려진 곳이지만 이젠 안전시설을 갖추고 개방되어
비경을 모든 이들이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 설악산과 같이 빼어난 비경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지리산과 같이
웅장함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이렇게 뜯어 놓고 보니 설악산의 절경을
보는 것과 같아서 눈을 뗄 수가 없다.
▼ 이러한 바위 하나가 자연이 우리에게 준 예술 작품이다.
▼ 한 곳에 모아 보아도 좋고... 아름다움으로 잘 조화된 절경 아니던가!
▼ 그러하니 산악인들 사이에서는 중국의 천하비경 장가계라고 표현되지 않았을까...
대륙의 어마어마한 풍경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아래 사진인 중국 원가계 풍경을 잠시 생각나게 하는 절경이다.
▼ 베틀바위 왼쪽편의 풍경
▼ 바위위의 소나무들이 잘 어우러져 있는 아름다움을 더해 준다.
▼ 베틀바위 정상 모습
▼ 저곳 정상 뒤쪽으로 미륵바위가 있다.
▼ 이런 곳에서 인증 사진 한장 남기지 않는다면 후회될 것도 같다. 겨울, 봄에도 좋을 것 같고 가을이면 더욱 좋겠다.
▼ 독야청청, 그 생명력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 점심식사 중 잠시 모델로 나타난 다람쥐
▼ 전망대에 있는 이 바위는 연인바위라는데...
홀로 있으면 과부보다는 홀아비, 둘이 있으면 부부 또는 연인으로 표현하는
것이 무난해 보인다.
▼ 미륵바위
허목(1595~1682)의 두타산기, 김효원(1532~1590)의 두타산일기, 김득신
(1604~1684)의 두타산에 기록되어 있는 산봉우리가 미륵봉이며 이 바위는
미륵봉 능선에 위치하여 보는 각도에 따라 미륵불, 선비, 부엉이의 모습을
닮았다.
400여 년 전 그 분들도 미륵바위를 보았다. 지금처럼 길도 좋지 않았을텐데,
어떻게 이곳까지 유람하였을까? [안내문]
▼ 미륵봉 위에서 아래 베틀바위 쪽을 바라 본 풍경
▼ 이러한 기암도 보게 되고...
▼ 미륵바위에서 700여 미터 진행하니 산성12폭포의 상단이 나온다. 먼저 온 산객들이 등산화를 벗고 발을 담그자마자 시립다고 호들갑을 떤다.
▼ 그곳에서 잠시 내려가 6년전에 두타산 정상을 오르면서 봤었던 거북바위를 다시 보고...
▼ 산성12폭포 전경을 다시 한번 담아봤다. 수량이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 폭포
풍경이 더 살아 났을테다.
▼ 거북바위가 있는 곳에서 맞은 편을 바라 본 풍경...
이 사진을 담는 순간, 갑자기 일식면도 없는 세명의 여성 산객중 한 명이 뒤로 나뒹굴면서 내려 놨던 내 배낭에 머리를 치고 무릎에 걸쳤다. 배낭이 없었고 무릎에 걸치지 않았다면 바위에 큰 부상을 당할 뻔 한 사건이다. 그 후 하산하면서 허리가 아파 무슨 일인가 분석을 해 보니 배낭의 후레임이 휘어져 균형이 맞질 않아 허리에 통증이 온 것이 확인됐다. 세상 살면서 별일들을 다 보게 된다.
▼ 다시 올라와 진행방향으로 이동하면서 산성12폭포의 한개 소(沼)를 담아봤다.
▼ 왼쪽 아래의 백곰바위와 가운데 거북바위가 있는 방향의 풍경
▼ 마치 조물주가 조경을 해 놓은 듯한 나열된 바위들...
▼ 거북바위가 있는 곳은 마치 포토죤이라도 되는 듯 한번씩 거쳐 가는 곳이다.
▼ 좀 더 아래로 내려와 다시 바라 본 맞은 편의 풍경
▼ 당겨 본 이것도 산성12폭포의 하나인지는 모르겠다.
▼ 가운데 백곰바위를 렌즈로 당겨 봤다. 이쪽에서 보는 것은 백곰같아 보이질 않는다.
▼ 석간수라는 안내판이 있어서 작은 굴속을 들여다 보니 끝이 보이질 않는다. 石間水로 바위사이에서 나오는 샘물의 뜻이 있는가 보다. 물이 있는지는 확인해 보지 못했다.
▼ 이러한 궁전 모습 같은 바위도 보게 되고...
▼ 어마무시한 바위천장에 압도되는 느낌이다.
▼ 바위전망대에서 바라 본 풍경으로 온갖 기암들이 뒤엉켜 있는 모습이다.
▼ 오른쪽을 자세히 보니 가운데 용추폭포가 보인다.
▼ 잠시 후 하산하여 답사 할 당겨 본 용추폭포...
▼ 용추폭포 오른쪽에 폭 100m, 높이 70m의 거대한 병풍바위는 바위들이 마치 퍼즐 조각을 맞춰 놓은 것 같다.
▼ 마천루의 전망대에 도착...
그동안 출입이 통제됐던 수도골, 박달령 입구를 지나 용추폭포로 연결되는 이른바 '두타산 협곡 마천루'로 불리는 총 연장 5.34㎞의 순환 등산로 코스가 완성돼 지난 6월 10일 최초로 개방됐다.
▼ 마천루 전망대에서 내려오면서 담은 기암
▼ 다시 나무계단을 오르고...
▼ 하산하면서 뒤돌아 본 풍경은 거대한 병풍바위다.
▼ 청명한 날씨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산행 내내 이어졌다. 파란 하늘과 대비되는 풍경이 그려진다.
▼ 하산길에 다시 올려다 본 마천루의 기암들...
▼ 쌍폭포에 도착...
그림 같은 풍경에 매료된다.
▼ 용추폭포 상단의 모습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가 목욕할만한 풍경이다.
▼ 굽이굽이 소(沼)를 타고 내려오는 비단결 같은 폭포 한장이 오늘 피로를 싹 가시게
한다.
▼ 용추폭포 하단의 풍경...
이 단풍나무가 가을철에는 분위기를 잘 표현해 줄 것 같다.
▼ 하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무릉계곡에 볼만한 비경들을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어 또한 아쉽다. 습도가 높고 바람이 없는 날씨라 엄청 더워 온 몸이 젖었다. 잠시 씻고 옷을 갈아 입으니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다.
▼ 학소대에 도착했다. 조금만 더 올라가서 찍었다면 바위 절경과 함께 가운데의 학과 어울리는 풍경을 담았을텐데... 학이 둥지를 틀고 이 바위에서 살았다고 하여 학소대라고 한다.
▼ 삼화사를 잠시 둘러 보기로 한다.
이 사찰과 관련하여서는 세가지 창건 설화가 전해지고 있으며, 삼화사사직, 진주지 등에 의하면, 신라 선덕왕 11년(642)에 지장율사가 흑연대를 창건한 것이 그 시초가 되었다고 하나 신빙성은 없다.
본래 동쪽 약 1.3km의 반릉 부근에 있었던 것을 무릉계곡 내에 있는 현재의 위치로 이건하였다. 여러 차례 화재로 인한 소실과 중창을 거듭한 삼화사는 1905년에 삼척지방 의병들의 거점으로 이용되었으며, 1906년에 일본은 의병의 거점 파괴라는 이유를 붙여 대웅전, 선당 등 200여 칸에 이르는 건물을 모두 불태워 버렸다. 그 이듬해인 1908년 대웅전. 요사채. 칠성당 등을 다시 건립하여 유지해오다 1977년 현재의 위치로 옮겼다. [대한민국 구석구석]
▼ 삼화교에서 바라 본 무릉계곡...
용(해)오름 길은 삼화동 초입에서 시작하여 용추폭포에 이르는 길이 6km 무릉계곡을 말한다.
▼ 삼화교 아래쪽의 무릉계곡
▼ 삼화사 일주문을 지나고...
▼ 무릉반석을 잠시 둘러본 뒤...
▼ 원점회귀인 매표소에 도착했다. 산행 마감시간이 20분 정도 남았다. 잽싸게 도솔님과 함께 산채비빔밥을 주문하여 먹고 나니 마감 시간과 딱 맞아 떨어진다. 정말 알뜰하게 사용한 시간이다.
이제 곧 장마철이 시작된다. 5월은 그래도 맑은 날씨에 산행을 한 날이 많았으나 당분간은 맑은 날씨를 기대할 수가 없게 됐으니 오늘 같이 비만 오지 않는 것도 감지덕지다. 두타산은 도립공원으로 지정하여 관리할만하다는 생각이다.
강원도에는 유명산이 많아서인지는 몰라도 두타산과 같이 역사적 유물인 산성, 빼어난 경관, 폭포와 맑은 물이 흐르는 무릉계곡과 같은 명소가 있는 곳을 더욱 정비하고 관리한다면 어느 명산 못지않을 것이란 판단이다.
기회가 된다면 반드시 날씨 좋은 가을 단풍이 들었을 무렵 다시 찾고 싶다. 함께 해 주신 도솔님께 감사의 말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