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 7일(일)
산림청 선정 99번째 명산을 오르는 날이다. 정말 어느 산 못지 않게 기다려왔던 산으로 가을에나 기회가 오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의외로 영리산악회에서 공지가 떳길래 모든 것 제쳐두고 오늘만을 기다렸다. 영리산악회라 15명이 넘어야 출발한다는데 한달전 부터 참가자가 시원치 않아 하루 전날까지 14명에 불과하다.
안되겠다 싶어 옆지기을 꼬드겨 함께 가자고 해서 1명을 채우니 성원이 됐고 우여곡절 끝에 출발하게 된 것이다. 진달래, 벚꽃등 꽃산행 철에 방장산을 간다는 것은 좀 그렇긴 하다. 가을철이 좋긴 하겠지만 역시 그 주변에 내장산, 백암산, 추월산, 강천산등의 명산에 밀려 공지가 난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여하튼, 목표 달성을 눈앞에 두고 가벼운 마음으로 산행길에 나서긴 했는데...
∥산행정보∥
♣ 위치: 들머리-장성군 북이면 원덕리(장성갈재), 정상-전북 고창군 신림면 가평리, 날머리-고창군 고창읍 석정리
산 124 (양고살재)
♣ 산행코스: 장성갈재-쓰리봉-봉수대-방장산-고창고개-벽오봉-갈미봉-방장사-양고살재
♣ 거리: 약 9km(들머리-10:20, 날머리-14:00)
∥방장산 개요∥
방장산은 옛부터 지리산, 무등산과 함께 호남의 삼신산으로 불려져 왔으며 전북과 전남을 양분하는 산으로 산세가 웅장하고, 정상에서 멀리 서해바다와 동쪽으로 무등산이 보인다. 우두머리를 일컫는 '방장'을 이름으로 삼은 산답게 전남과 전북을 가르며 우뚝 솟구친 이 산은 북동 방향으로 주봉으로 삼는 봉수대와 734m봉을 거쳐 장성갈재[274.1m]로 산줄기를 뻗어 나가고, 남서쪽으로는 벽오봉[640m]을 거쳐 양고살재로 이어지면서 거대한 장벽을 형성하고 있다.
그 사이 장성갈재와 노령으로 연결되는 입암산[626.1m]을 비롯한 내장산 국립공원 내의 산봉들과 멀리 담양호 주변의 추월산과 강천산이 바라보이고, 서쪽으로는 고창벌이 내려다 보이는 등, 사방으로 멋진조망이 펼쳐진다. 등산로중 위험한 곳은 없고, 거칠것 없는 장쾌한 조망이 산행내내 같이 간다.
▼ 내장산은 전북 고창과 전남 장성을 경계로 한 산이다. 들머리인 이곳은 전남지역으로 장성길재로 부터 산행이 시작된다. 집을 나설때의 수도권은 미세먼지도, 안개도 끼지 않은 비교적 좋은 날씨였는데 남쪽지방은 미세먼지 나쁨 수준에 안개까지 껴서 주변 풍경은 조망이 없으니 실망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 방장산은 전형적인 육산이다. 높이는 743미터지만 들머리 고도를 생각하면 그리 높은 산도 아니다. 주어진 산행시간은 15명 밖에 안되고 산행 베테랑들만 있는 것 같다고 애당초 6시간에서 5시간으로 주어졌다.
출발한지 얼마 안되어 옆지기가 산행해 본지도 오래됐고 컨디션이 안 좋아 뒤로 쳐질 수 밖에 없는 가운데 겨우 조망할 수 있는 능선까지 올랐지만 도대체 사진을 담을 만한 소재꺼리도 없으니 너무도 재미 없는 산행이다.
▼ 얼떨결에 도착한 쓰리봉이다. 왜 쓰리봉이라고 이름 지어졌는지는 알 수가 없다.
▼ 봉우리 정상마다 바위들은 있지만 특징적인 것은 없다. 방장산이 명산이 된 것은 훌륭한 조망도 한 몫 했을 터인데 조망이 없으니 어쩌랴!
▼ 출발한지 2시간만에 봉수대(725봉) 근방에 도착했다. 뒤돌아 본 풍경은 아침보다는 조금 나아져 지나 온 쓰리봉, 서대봉(675봉), 연자봉(695봉)이 차례로 조망된다.
▼ 봉화대에서 북쪽을 바라보니 백암리에 있는 저수지인 백암제만 살짝 보일 뿐...
▼ 봉화대에서 진행 방향으로 보이는 방장산 정상
▼ 렌즈로 당겨 본 방장산 정상...선두팀들은 모두 저곳에 가 있을텐데 너무 빠른 속도다. 이대로 가면 5시간이 아니라 4시간만에 주파할 수도 있겠단 생각인데 점심식사 할 틈도 없이 내 달리는지 알 수가 없다.
시간안에만 도착하면 된다지만 우리 때문에 늦었다는 얘길 듣기 싫어 주변 돌아 볼 새도 없이 우리도 따라 붙기로 한다. 그나마 옆지기 컨디션이 좀 나아지는 듯 해서 다행이다.
▼ 진행 중에 만난 능선에서는 제일 큰 바위 같다.
▼ 방장산 정상 초입에서 뒤 돌아 본 쓰리봉, 서대봉, 봉수대 풍경이다.
▼ 정상에 도착하니 이곳 주변에서 점심 식사들을 하고 있는 중이다. 모두 함께 출발하기로 한다.
▼ 꽃술이 빨간 것은 <올괴불나무>, 노란 것은 <길마가지나무>라고 한창 야생화를 공부하던 시절의 기억이다.
▼ 이런 육산을 걸으니 사진 담을 것은 없고 속도는 점점 빨라진다.
▼ 방문산의 억새봉을 오르면서 나타난 너덜길도 있더라.
▼ 억새봉에서 뒤돌아 본 방장산
▼ 패러글라이딩 활강장이다. 억새가 많아서 억새봉이었으나 활강장이 되면서 억새는 사라지고 잔디로 덮힌 것 같다. 아래 시내는 전북 고창읍이다.
▼ 성원이 안되어 취소될까봐 함산하자고 한 것이 괜히 마음에 걸린다. 쾌청한 날에 여유롭게 걸었다면 덜 힘들었을텐데 말이다.
▼ 그래도 훗날 이곳에 힘들게 왔었노라고 추억에 남으리라.
▼ 본격적인 하산길에 접어들고 작은 봉우리 두세개 넘고 오른쪽으로 가파른 경사로로 접어들면 얼마 안가서 방장사가 나오게 된다.
▼ 내달리는 선두을 따라 가느라 주변에 야생화도 쳐다볼 틈이 없다. 겨우 두컷 담아 본 중에 <긴병꽃풀>눈에 들어 온다.
▼ 긴병꽃풀과 함께 어울려 핀 <금창초>, 자세히 보지 않으면 그꽃이 그꽃이다.
▼ 조금만 올라가면 방장사인데 올라가기도 귀찮아서 그냥 하산하기로 한다.
▼ 날머리에 군락을 이룬 편백나무 숲, 자세히 보면 삼나무와 함께 식재되어 있는데 모두 편백나무로 착각한다.
※ 날머리에 도착하니 오후 2시 밖에 안됐다. 애당초 6시간이 주어진 오후 4시까지 하산하는 시간이었으나 한시간 당겨서 3시까지 하산하도록 했는데 그 보다도 또 한시간을 일찍 하산했으니 결국 9km를 4시간만에 끝내고 만 것이다.
그러니 조망도 없는 산행에다 꼼꼼히 돌아 보지도 못해 2016년 3월에 영월의 태화산을 갔다가 안개에 진눈깨비까지 내려 사진은 겨우 10장 내외로 담아 온 때가 생각난다. 어쨋든 귀가라도 빨리 하게 됐다는 생각이었는데 그것도 잠시 뿐, 인원을 체크하는 과정에서 한사람이 아직 하산 안 한 것을 알고 전화를 해 보니 지금 정상에 있다고 한다.
들머리에서 출발할 때 시간 안에 하산 못하면 버스는 그냥 출발한다는 말에 옆지기가 컨디션이 좋지 않았지만 시간안에 하산하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다했는데 이런 분이 또 있으니 지난 청화산 산행때의 일이 되살아 난다. 결국 그냥 갈 수 없었는지 자연휴양림 관리사무소로 하산케 하여 버스를 이동시켜 한시간 반이나 지체된 3시 30분에 출발하게 됐다.
산악회에도 문제는 있다. 이렇게 여유롭지 못한 산행은 나에게는 의미가 없다. 부담만 가중되는 영리산악회는 정말 고려해야 봐야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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