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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전라남도

[곡성] 동악산

2019년 4월 28일(일)

 

어제 12km를 산행하고 오늘 13km를 연이어 걷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걷는다고 해도 산행지의 난이도에 따라 체력을 생각하여 하루 코스를 잡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 경우는 욕심낸 것만은 사실이다. 어제의 산행은 미련은 있지만 생각지 않았다. 이번 동악산 산행으로 마지막 블야의 100대 명산을 완등 하는 날이기에 무리하지 안으려 한 것이다. 

 

조령산의 경우 당연히 만차가 될 줄 알았는데  출발 당일까지 25명밖에 되지 않으니 좌석은 여유롭고, 꼭 가고는 싶고 출발 3일 전에 일단 일을 저지르고 보자는 심산으로 신청을 하게 된 것이다.

산행을 마치고 나니 다리가 뻐근하고 발바닥이 여리어 평지에서도 20km 정도만 걸으면 물집이 생기는데 이번에는 암릉을 타다 보니 여지없이 물집이 생기고 터져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다리가 좀 뻐근하고 발바닥의 물집이 신경이 쓰이지만 응급처치를 하니 컨디션은 그런대로 좋다.

버스 안에서 과연 8km(주어진 시간 4시간)인 B코스를 탈 것인지, 풀코스인 12km(주어진 시간 6시간)의 A코스를 탈 것인지 망설이다 이왕 온 김에 A코스로 정하고 옆지기는 정상에서 컨디션을 봐 가며 진행하기로 한다.

   

산행정보

♣ 위치: 들머리-전남 곡성군 곡성읍 교촌리 194(곡성향교), 정상-전남 곡성군 곡성읍 월봉리, 날머리-곡성읍 월봉리 322-6 (주차장)

♣ 산행코스: 곡성향교-동악산 정상-배넘어재-대장봉(서봉)-형제봉(동봉)-깃대봉-도림사입구 주차장

♣ 거리: 13km(들머리-10:10, 날머리-16:10)

 

 ▼ 동악산은 전라남도 곡성군 북쪽에 자리잡은 높이 735m의 산이다. 북쪽 아래에는 섬진강이 흐르고 남쪽으로는 형제봉과 최악산으로 이어진다. 산속으로 들어가면 골짜기가 깊고, 바위로 이뤄진 산세는 범상치 않다. 신라 무열왕 7년(660), 원효가 길상암과 도림사를 세울때 하늘의 풍악에 산이 춤을 췄다고 하여 동악산이라 불린다.

산 남쪽 성류구곡에 위치한 도림사는 신라 진평왕 때 창건된 사찰이다. 이 절의 처음 이름은 신덕왕후가 행차한 곳의 절이라는 의미의 신덕사였으나 현재는 도를 닦는 승려들이 수풀처럼 모이는 곳이라는 뜻의 도림사로 불리고 있다.[대한민국 구석구석]

 

 ▼ 산행전 아랫녘의 들판에서나 볼 수 있는 자운영이 곱게 피어 먼저 눈길을 끈다.

 

 ▼ 곡성향교를 들머리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교동도의 교동향교도 역사가 깊은 향교인데 이곳 향교도 규모도 크고 관리도 잘 되어 있어서 관심이 간다. 향교는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 지방에서 유학을 교육하고자 나라에서 세운 교육기관으로 선현에 대한 제사와 학문을 공부하는 두가지 기능을 담당하던 곳이다.

곡성향교는 조선이 건국되고 나서 바로 세웠을 것으로 사료되나 기록은 자세하지 않다. 중종25년(1530)에 간행된[신증동국여지승람] 곡성현 학교조에 처음 기록이 보인다. 선조 30년(1597)에 일어난 정유재란으로 피해를 입어 여러차례에 걸쳐 전반적으로 다시 짓거나 고쳐 지었으며 1956년에는 명륜당을 고쳐 지었다.

건물은 대성전, 내삼문, 명륜당, 동재, 서재, 전사청, 교직사 등을 갖추고 있다. 대성전은 공자와 우리나라의 성현을 모시고 석전제를 지내는 곳이고 명륜당은 공부를 하는 강당이다. 동재와 서재는 유생들이 공부하고 숙식하던 곳이며 교직사는 살림을 맡아 보는 곳이다. 현재 매년 음력 2월과 8월 두번에 걸쳐 석산제를 지내고 있다. [안내문]

 

 ▼ 연분홍의 이 꽃을 산철쭉으로 잘못 아는 이들이 상당히 많다. 그냥 철쭉이다. 산철쭉은 화려하게 짙은 분홍색을 띠고 있다.

 

 ▼ 첫 조망터에서 바라 본 곡성읍과 주변의 산군들...버스를 타고 오는 동안 내리던 보슬비가 산행 시작하자 그치더니 해가 나려는지 밝아졌다. 멀리 구름층에 가려진 지리산 줄기가 아련하게 보인다.

 

 ▼ 한시간만에 오른 신선바위 부근의 나홀로 소나무다.

 

 ▼ 동악산은 육산으로 비도 살짝 내려 발바닥에 전해오는 촉감이 좋다. 그래서인지 어제 보다는 오히려 컨디션이 좋고 이대로라면 풀코스는 무난하겠다는 생각이다.

 

 ▼ 저 곳이 정상인가 생각하고 오르면 아니다. 그 뒷편으로 또 능선이 있다는 걸 오르면 알게 된다.

 

 ▼ 주변이 잘 보이는 전망대에서 바라본 대장봉과 형제봉...동악산 정상을 밟고 한참을 돌아 저곳을 경유하여 하산하여야 하니 과연 오늘 해낼 수 있는지 은근히 부담이 된다.

 

 ▼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블야 선정 100대 명산을 완등하는 날이다. 오늘로서 한국의 산하, 산림청 , 블랙야크에서 선정한 100대 명산을 모두 완등하는 날이기도 하다. 세월이 다 해결해 준다고는 하지만 그동안의 여정이 꿈만 같다. 지금까지 말없이 챙겨주느라 수고한 옆지기가  축하해 주기 위해 함께 나선 발걸음에 고마움을 전한다.

돌이켜 보면...

젊어서 군생활하는 동안 수년간의 산악훈련으로 지긋지긋하여 전역 후에는 강으로, 저수지로, 바다로 물가에서 낚시 취미로 10여 년 이상을 다녔으니 노년에야 즐기는 취미를 젊어서 보내고, IMF로 정신이 번쩍 들어 각종 자격증 획득 도전에 도서관에서 7년을 보내고, 야생화 취미에 9년을 보내는 등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오지 못하는 성격 탓에 다른 것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2013년 뒤늦게 야생화가 없는 겨울철에 옆지기가 함께 산행하자는 말에 올랐다가 매력에 빠져 지금까지 이어온 것이다.

취미생활은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고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어 건강을 유지시켜 준다. 각자의 성향에 따라 수많은 취미가 있겠지만 산행에 취미를 갖는다는 것은 말은 쉽지만 힘들다는 이유로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체력이 받쳐 주질 않으면 취미가 아니라 고행일 수밖에 없지만 끈기 있게 견뎌내다 보면 요령이 생기고 나름의 즐거움을 찾게 된다.

사실, 먼 거리의 원정 산행으로 버스에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버스에서 차창 밖을 내다보는 것도 여행이라는 즐거움으로 생각하면 피곤함도 잊게 된다.

돈 안 드는 취미생활은 거의 없는데 산행만큼 돈 안 드는 취미도 없다. 오늘 이곳 전남의 곡성을 갔다 오는데 납부한 회비는 2만원이다. 물론 아침 식사는 각자 알아서 해야 하므로 준비를 안 해 오면 휴게소에서 매식을 해야 하지만 승용차나 다른 교통 수단을 이용한다 해도 이 금액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130개의 선정된 명산을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체력, 몸 관리를 잘해 왔다는 것이고 환경여건이 따라줬으며 취미생활에 변함이 없었기 때문으로 요약된다.

  

아무리 산이 좋아도 휴일 아침 새벽에 눈을 뜨고 일어나려면 천근만근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얼마만 한 갈등으로 나와 싸워야 했던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더우나, 추우나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고자 부단한 노력을 해 왔다. 모든 것은 시간이 다 해결해 준다는 것을 산행을 통해서 체험하게 된다.

아무리 힘들어도 날머리 도착 시간은 올 것이고 결국 저녁에 집에서 쉬고 있을 것은 뻔한 일이기에 힘든 순간순간은 그냥 즐기면 된다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변하게 되고 실제 목마름에 물 한잔으로, 무더위에 한 점의 그늘과  한줄기 바람에 행복했다. 우리나라 전국에 펼쳐져 있는 풍경들엔 지형도 있지만 그 속에 말없이 서 있는 바위군, 살아있는 식물들, 죽은 나무 한 가지라도 눈을 뗄 수 없는 모든 것들이 나와 하나라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더불어 옛 조상들이 이 땅을 지키기 위해 쌓아 놓은 성곽과 수많은 사찰들...그 속엔 역사 속으로 사라진 얼마만 한 사연이 있을까도 상상해 보면서 조상에 대한 감사함과 그 속의 작은 나를 발견하면서 겸손함을 배우게 된다.

   혹자는 그렇게 말한다. 내려 올 산을 뭣하러 올라가냐고... 그런 사람에게는 이렇게 말해 주고 싶다. 언젠가 죽을 걸 뭐하러 사냐고...산을 오른다는 것은 인생을 배우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인생을 느지막이 배운 셈이다. 아니, 아직 배우고 있는 중이다.

세월이 좋다 보니 100세 인생이라고 한다. 우리 어릴 적 같으면 내 나이는 초가집 처마 밑 양지나 그늘에 앉아 한복 차림으로 곤방대 담배나 피워 물고 있을 나이다. 산악회 회원 중에는 70세가 훌쩍 넘은 분이 4~50대와 어울려 산행을 한다.

 

다리에 근육이 있음은 바로 건강을 잘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고 "근육이 연금보다 강하다" 거나 "걸어야 산다" 는 말이 실감 난다. 장년, 노년에 하체 근육이 건강을 좌우한다. 아무리 100세 인생이라고는 하지만 병들어 연명하는 삶은 산에 누워 있는 이만 못하다. 나의 산행 목적은 모든 이가 그렇겠지만 산을 통해 즐기는 것이고 건강을 유지하는 일이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는 일이고 걸을 수 있는 날까지 걷는 것이 나의 목표이다. 하늘이 주어진 인생 그날까지 말이다.

 

  

 ▼ 정상을 넘어 북쪽방향으로 해서 시계 반대방향으로 능선을 타고 서쪽방향으로 이동하게 된다. 사진에서 보듯 어제 산행에 비한다면 능선이 거의 평지나 다름없어 선두를 따라 잡기 위해 부지런히 달려간다.

 

 ▼ 들머리에서 비가 멈춘다음 점점 날이 개이더니 정상에서 보는 풍경은 생각외로 명산임을 입증이라도 하듯 조망이 좋다.

 

  ▼ 살짝 오른쪽으로 돌려 본 풍경, 첫 조망터에서 바라본 지리산 능선 일대가 구름에 걷혀 그 윤곽이 뚜렷이 드러났다.

 

 ▼ 다시 고개를 돌려 남서쪽 방향으로 보니 대장봉까지 걸어야 할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 올라온 정상 뒷편의 모습.

 

 ▼ 데크계단이 잘 놓여져 있어 안전하고 편안한 길이다.

 

 

 

 ▼ 옆 능선에서 바라본 오른쪽 정상

 

 ▼ 대장봉으로 이동하면서 배넘어재 가기전 유일하게 있는 암봉이다.

 

 ▼ 다시 한번 살펴 본 동악산 정상

 

 ▼ 서쪽방향의 풍경

 

 ▼ 몇 명의 선두가 가고 있는지  뒤로 오는 산우들을 무시하고 따라 잡기 위해 주어진 시간을 체크하며 부지런히 달려간다. 후에 안 일이지만 우리와 점심을 같이 먹은 회원들은 풀코스를 포기하고 배넘어재에서 하산하고 말았다.

 

 ▼ 서쪽 방향에서 북쪽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 주변 지형을 조망해 본다.

 

 

 

 ▼ 배넘어재를 통과 본격적인 대장봉을 향한 산행이 시작된다. 다행히도 옆지기가 컨디션이 좋아 내 앞을 가로질러 쉬지 않고 선두의 꼬리를 잡기 위해 내달린다.

 

 ▼ 드디어 들머리에서 4시간만에 대장봉(서봉)에 도착, 선두와 조우를 했다. 선두는 리딩대장을 포함, 7명 뿐이 없다. 또 먼저 간 팀이 있는가는 확인이 안된다. 44명 중에 풀코스 타겠다는 산우는 1/3도 안되니 벌써 하산한 B팀은 먹고 마시며 노닥거리고 있는가 보다. 바로 앞에 형제봉이라고도 하는 동봉으로 이동해야 한다.

 

 ▼ 언제 세워진 대장봉의 정상 표지판인지 하얗게 바래 글씨도 제대로 보이질 않는다. 지자체에서는 이런 표지판 하나라도 관심을 뒀으면 좋겠다.

 

 ▼ 형제봉을 오르면서 걸어 온 능선이 길게 뻗어 있다. 능선 가운데 살짝 흙이 드러난 곳이 배너머재다.

 

 ▼ 오른쪽 능선을 타고 동악산 정상을 올라 왼쪽 능선으로 이곳까지 온 것이니 산행 시작 후 4시간 50분만이다. 앞으로 남은 거리가 3.5km는 되는 것 같은데 하산완료로 주어진 4시까지 빠듯할 것 같아 부지런히 속도를 낸다.

 

 ▼ 당겨 본 동악산 정상

 

 ▼ 바로 앞 눈앞에 펼쳐진 공룡능선...저 공룡능선 끝자락 계곡부위로 부터 이곳으로 올라오는 코스가 있다는데 산악회에서 계획하기는 어려운 부분도 있을 듯 하다.

 

 ▼ 하산하면서 다시 살펴보는 주변 풍경...들머리에서 첫 조망을 한 모습 그대로의 모습이다.

 

 ▼ 뒤돌아 본 능선 서쪽에서 오른쪽 방향인 북쪽 풍경을 담아 본다. 

 

 

 

 ▼ 동악산 정상과 그 아래 펼쳐진 형제봉으로 향하는 공룡능선

 

 ▼ 신록의 푸르름이 싱그럽기만 하다. 이제 짙은 녹음으로 변할 날도 머지 않은 것 같다.

 

 ▼ 깃대봉을 지나...

 

 

 

 ▼ 데크 계단이 길게 나타나는 하산길을 지나는데...

 

 ▼ 틀림없는 새 한마리가 앉은 자세로 세워진 돌탑이 나타났는가 싶었는데...사진상엔 웬 청설모로 보인다.

 

 ▼ 이곳 부터 돌출된 능선상엔 어김없이 정성들여 쌓아 놓은 돌탑들이 눈길을 사로 잡는다. 쉬었다 갈까 하지만 쉴 틈이 없이 내리 달리기에 바쁘다.

 

 

 

  ▼ 모 산악회 14명이 쌓았다는 돌탑...얼마 동안의 기간에 쌓았는지 대단한 정성이다.

 

 ▼ 이렇게 해서 주어진 시간 10여 분을 오버해서 산행을 끝내고 날머리인 주차장에 도착했다. 어제에 이어 오늘 연속 산행을 무사히 마친데 대해 모두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동악산은 첫 들머리에서는 이 산이 어떻게 해서 명산이 됐는가를 의심했는데 정상으로 부터 대장산으로 산행하다보니 그 진미가 있음을 알 수가 있었다.

360도 전체의 지형을 조망할 수 있는 정상과 대장산까지 이어지는 순탄한 능선의 등로, 조금만 더 시간을 낸다면 도림사를 비롯한 주변 경관도 둘러 볼 수 있어 좋은 곳이다. 이제 이곳을 다시 찾을런지는 알 수가 없다. 곡성이란 곳도 난생처음 와본 곳이고 산행 취미로 인한 산악회가 아니었더라면 평생 와 볼일도 없었을텐데 이런 기회를 통해 주변 지형을 익힐 수 있다는 것도 나에게는 소중한 하루가 된다.

지금까지 시간을 쪼개어 하루 하루 산행을 통해 즐거움을 느끼고 건강한 생활을 해 왔다는 대해 자부심을 느끼며 앞으로도 체력이 닿는 날까지 사람과의 갈등을 접고 자연과 더불어 즐거움을 누렸으면 하는 작은 소망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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