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25일(일)
몽블랑을 갔다 온지도 벌써 2주가 지났다. 그동안 이러저러한 일로 산행을 미루다가 산행지를 찾은 곳이 전남 화순에 있는 모후산이다. 두달 전에 가입해 놨던 신사역에서 출발하는 여러 안내산악회 중 한 곳에서 공지가 된 것이다. 200명산에 포함된다고는 하는데 어떤 산이 됐던 처음 가보는 산이기에 호기심이 있어서다.
인천에서 신사역까지 가서 버스를 탄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출발시간을 맞추려면 승용차를 타고 부천쪽의 역전에 세우고 가야하니 교통편이 불편하다. 그러나 그러한 수고쯤은 어차피 감수해야만 하는 일이니 지금까지 그래왔듯 습관처럼 가방을 둘러 메고 새벽 길을 나선다.
∥산행정보∥
♣ 소재지: 들머리-전남 화순군 동복면 유천리, 정상-전남 화순군 남면 유마리
♣ 산행코스: 유천리-유치재-모후산-중봉-철철바위(폭포)-유마사-주차장
♣ 거리: 7km (들머리-11:15, 날머리-15:15)
∥모후산 개요∥
고려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하여 이곳으로 왔는데, 어머니의 품 속 같이 그 덕(德)이 모후(母后)와 같다고 하여 원래 명칭인 나복산을 모후산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섬진지맥 중 제7지맥의 한 봉우리로 백아산의 산줄기를 타고 내려와 동복천을 앞에 두고 멈춰 선 곳이다. 주암댐이 보이고 무등산·조계산·백아산 등이 조망되는 곳이다. 6·25 전쟁 당시 빨치산 전라남도당이 유마사에 은거하면서 모후산과 백아산을 연계하여 활동하였다. 산막골에는 8·15 광복 전까지 15호가량 거주하였으나 모두 분소되어 폐촌이 되었고, 빨치산의 본거지라 하여 유마사의 사찰 건물도 모두 분소되었다.
산줄기는 남북 방향으로 이어지며 화순군과 순천시 및 전라남도 곡성군과의 경계를 이루는 매봉산·밤실산·운월산 등으로 이어지나 남쪽에서 주암호에 가로 막힌다. 이러한 지세로 주로 좌우로 분수령을 이루고 있지만 모후산의 물줄기는 모두 섬진강의 지류인 보성강으로 합류된다. 흙산으로 산세가 치마폭처럼 넓고 완만하여 계곡이 넓고 물이 풍부하다. 특히 삼림이 잘 우거져 녹색댐[숲이 홍수와 가뭄을 조절해 주는 댐과 같은 역할을 함]의 효과가 높은 산이다. [출처:향토문화전자대전]
▼ 수도권은 날씨가 쾌청하다 싶었는데 아랫 지방으로 내려 갈 수록 산을 가린 안개와 함께 잔뜩 흐린 날씨여서 언짢았는데 빗방울까지 간간히 떨어지니 비소식은 전혀 몰랐던 일인데 당혹스러웠다.
▼ 시간이 지나면서 다행히 비는 쏟아지지 않고 안개도 걷혀가는 상황이라 카메라를 늘 휴대하는 나로서는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바람 한점 없고 습도가 높은 비탈진 등로를 쉼없이 이곳 유치재까지 올라 오니 숨이 턱에 찬다. 2주만에 산행을 해서 그런가 발걸음도 무겁고 속도가 나질 않고 힘은 배로 든다. 들머리인 유천리에서 편백림을 경유하여 바로 정상으로 오르는 A코스를 택할 걸 그랬나 후회도 든다. 이곳 유치재로 해서 능선을 타고 정상을 향하는 B코스 팀은 37명 중 9명에 불과했다.
▼ 지자체에서 등로를 예초기로 잘 정비해서 깔끔하니 산객들도 불편함 없이 기분좋게 산행하는데 유치재를 치고 올라 올때 선두로 내달려서 그런가 자꾸 뒤쳐지더니 9명 중 제일 후미가 됐다. 시작부터 오버 페이스를 한 것이 틀림없다. 지금까지 그 많은 산을 다녔지만 이렇게 힘들게 산행해 보기도 드물다.
▼ 뒤로 쳐지는 이유는 오버 페이스 말고 또 있다. 뱃힘이 없으면 발걸음이 더디다는 것을 내가 잘 알고 있다. 이 산악회에서는 고속도로 휴게실에서 아침식사 시간을 불과 20분 주니 내가 지금까지 몸담고 있는 산악회에서 주는 30분도 식사하고 볼 일 보기가 빠듯한데 이 시간으로는 간식 밖에 먹을 수가 없어 호떡 두개 먹고 힘을 낼 수가 없는 것은 당연하다. 나온 배를 이길 힘이 없다. 그래도 용케 저 아래 유천리에서 여기까지 올라왔다.
▼ 지금쯤 일행들은 정상에 올라 있을 시간인지 모르겠다. 그들도 지금 점심 시간이 되었으니 식사를 하고 있으리라 생각하여 나도 이쯤에서 식사를 하고 나니 그제야서야 컨디션이 제대로 돌아온 듯 하다.
▼ 주변을 살펴보니 흐린 날씨이긴 하지만 이 정도의 조망도 감사할 수 밖에 없다. 뒤돌아 본 풍경인데 앞산 뒷편의 뾰족하게 보이는 산이 운월산이다.
▼ 멀리 지리산 능선까지...
▼ 북동쪽 왼쪽 멀리 지리산 만복대와 반야봉, 이어진 천왕봉까지 장쾌하게 펼쳐진 지리산 주 능선이 펼쳐진다.
▼ 강우레이더관측소가 보이니 정상이 가까워졌다. 목책으로 된 안전시설이 있는 전망대에서 다시 한번 주변 조망을 즐긴다.
▼ 구름층만 아니었더라면 조망은 더할나위 좋았을 날씨였는데 좀 아쉽다.
▼ 남동쪽의 길게 늘어진 주암호 뒷편으로 조계산도 구름에 가렸다.
▼ 북서쪽의 무등산도 보일듯 말듯...
▼ 당겨 본 지리산 라인...오른쪽 끝 광양의 백운산으로 이어진다.
▼ 주암댐
섬진강 본류와 보성강의 합류점인 곡성군 오곡면 압록리에서 상류 약 25㎞ 지점에 건설되었다.
광주광역시와 인근의 여천·광양공업지구에 전력 및 용수를 공급하고, 섬진강 하류의 홍수방지 등을 위한 다목적 사업으로 한국수자원개발공사에 의하여 건설되었다. 순천시 주암면 대광리의 보성강에 본 댐을 건설하고, 순천시 상사면 용계리의 이사천에 조정지 댐을 축조하여 2개의 저수지를 도수 터널(길이 11.4㎞)로 연결하는 유역변경식과 2개의 수계를 동시에 개발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했다.
1979~80년 타당성 조사를 실시한 후 1983년 9월 공사에 착수하여 1990년 12월에 완공했다. 본 댐은 높이 57m, 길이 330m, 총저수량 4억 5,700만t이고, 조정지 댐은 높이 106m, 길이 575m, 총저수량 2억 5,000만t이다. 유역면적은 본 댐과 조정지 댐이 각각 1,010㎢, 1,346㎢이며, 댐의 형식은 모두 중앙차수벽식 사력 댐이다.
용수 4억 8,880만t 공급과 계획총수량의 34%를 조절하도록 되어 있다. 또한 상사면 용계리에 있는 주암수력발전소는 시설용량 2만 2,500kW(1만 1,250kW급 2기)의 발전설비를 갖추고 있으며, 연간 5,130만kWh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다음백과]
▼ 다시 한번 당겨 본 무등산, 바로 앞쪽으로는 풍력발전기가 있는 별산이 뚜렷하다.
▼ 정상에 올라오니 편백림으로 올라 온 팀들은 올라오기 수월하여 벌써 왔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2/3가 넘는 인원이 한명도 안보이고 같이 올라 온 일행만 보인다. 벌써 내려갔을 리는 없고 정상 오르기 전에 식사를 하느라 늦나 보다 했다.
▼ 강우레이더관측소
원거리 태풍감시 등 종합적인 기상관측 레이더와는 달리 반경 100㎞ 이내의 강우를 집중 관측하며, 최대 3시간까지 국지적인 강우를 빠르게 선행 예보할 수 있어 폭우로 인한 홍수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모후산외에 청도군 비슬산(해발 1057m), 소백산, 홍천의 가리산(1001m), 금산의 서대산(900m)등에서 운용되고 있다.
▼ 주암호와 멀리 조계산 일대
▼ 당겨 본 주암호
▼ 조계산
▼ 하산할 방향, 가운데가 중봉이로 끝쪽이 집게봉인데 중봉에서 하산하는 코스이지만 집게봉으로 해서 하산해도 별반 차이가 없다. 집게봉으로 하산하려다가 도상에 표시된 철철바위(폭포)가 궁금하여 중봉에서 방향을 틀기로 한다.
▼ 정상에서 당겨 본 유마사 전경
▼ 하산하면서 길고 가파르고 험한 너덜길은 다른 산의 추종을 불허한다.
▼ 계류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오늘 아침 비가 내려서인가 물소리가 제법 들린다. 그러나 바위만 축일 정도일 뿐...
▼ 이곳에서 흘린 땀을 씻기 위해 등목을 하고 출발...앞 뒤로 봐도 아무 일행도 없고, 어차피 처음 참석한 산악회다 보니 아는 사람도 없고 말 붙일 일도 없으니 혼자 산행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 철철바위 안내표시가 있을 줄 알았는데 아무것도 없다. 도대체 철철바위 뜻은 무엇인지도 모른다. 계류가 철철... 바위 위로 흐르길래 철철바위라고 했는가? 철철바위폭포라고도 했으니 아마 그럴 것이라고 추측은 하는데 수량이 없다 보니 사기를 맞은 기분이랄까...에구~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직진하여 집게봉 쪽으로 하산하면서 앞에 펼쳐진 조망이라도 즐길 걸 그랬다.
▼ 팔자 사나운 단풍나무...
▼ 이곳에서는 무등산, 백운산에 이어 세번째로 높다는 산이어서 그런지 지자체에서 신경을 쓴 이러한 시설물도 꽤 오래전에 설치된 것 같다. 거기에 비해 사람들이 찾는 발걸음은 그리 많아 보이질 않는다.
▼ 주차장이 얼마 남지 않은 거리에서 다시 한번 땀을 식히느라 주저 앉아 등목하고, 족탕하고 시간을 보내도 일행들이 한명도 보이질 않는다. 아직 하산 시간이 한시간이 남았으니 시간에 맞춰 오느라 늦는가 보다.
▼ 유마사 [維摩寺]
대한불교조계종 제21교구 본사인 송광사의 말사이다. 627년(무왕 28)에 중국에서 건너온 유마운(維摩雲)과 그의 딸 보안(普安)이 창건하였다. 고려시대에는 부속암자인 귀정암(歸靜庵)·금릉암(金陵庵)·운성암(雲城庵)·사자암(獅子庵)·오미암(五味庵)·은적암(隱寂庵)·남굴암(南窟庵)·동암(東庵) 등과 함께 수많은 승려들의 수행도량으로 이용되었다.
17세기 무렵 경헌(敬軒)이 중건하였고, 그로부터 약 50년 뒤에 가안(可安)이 나한상을 조성하였다. 1889년(고종 26)에는 전라도관찰사 김규홍(金奎弘, 1845∼?)이 중수하였다. 그러나 6·25전쟁 때 이 절과 부속암자들은 모두 소실되었고, 그 뒤에도 오호연·김해은 등의 승려들이 중수하였다. 최근에 주지 박상규가 재건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다음백과]
▼ 유마사로 이르는 고즈넉한 도로
▼ 주차장에서 바라 본 집게봉... 주차장에 도착해 보니 먼저 온 사람은 단 한사람 뿐, 내가 두번째로 도착했다. 하산시간 40분 전이다. 하산 시간에 관계없이 모두가 하산하면 바로 귀경한다고 해서 정상적으로 도착한 것인데 모두 이렇게 늦은 이유를 잘 모르겠다. 나 역시 그렇게 컨디션이 좋은 것은 아닌 것을 감안하면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었다.
결국 하산 시간이 다 되어서야 일행들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시간을 넘기는 회원도 있다.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편백림으로 출발한 A팀의 리딩대장이 길을 잘못 들어 조릿대가 울창하기로 유명한 모후산의 등로가 있는 능선까지 헤치며 올라왔다는 것이니 얼마나 고생들을 했을 것인지는 이해가 간다. 애당초 코스를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다.
처음 참석한 산악회에 서울에서도 제 시간에 출발할 수 있다는 점을 파악했고 이곳 인천에서는 도저히 공지하기 어려운 산행지가 많이 올라오고 있으니 앞으로의 산행 기회가 많아 질 수 있음도 알게 됐다. 정상에서의 조망이 인상 깊었던 이번 산행도 좋은 추억으로 남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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