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2월 23일(토)
수도권산은 나이가 들어서도 쉬이 찾을 수 있으니 다리에 힘이 있을 때 원정산행부터 하자는 생각으로 소홀히 하다가 결국 공지가 더뎌 지면서 한국의 산하 100대 명산에서 3개 남은 산 중에 연인산과 천마산만 남은 꼴이 되었다.
마음만 먹으면 승용차를 이용해 갔다 올 수 있는 곳이지만 서두를 일이 없어 기다리던 중 드디어 연인산이 영리 산악회에서 뜬 것이다. 그런데 연인산만 산행하는 것이 아니라 명지산을 연계해서 가는 코스다.
당연히 비영리 산악회라면 한개를 선택해 서 산행하는 것이 일반적이겠지만 두개를 연계한 것은 두개의 명산을 한번에 밟으므로 해서 참여 회원수를 늘리기 위한 목적인 것 같다. 어쨌든, 이번이 적기인 것 같긴 한데 6년전 산행을 시작한지 얼마안된 초보가 한여름 무더위에 명지산을 오르면서 평생 다시는 오지 않겠노라고 다짐을 했었던 터다.
너덜길도 그런 너덜길은 처음 접했을 뿐만 아니라 정상에 올랐을 때 먹구름과 함께 금방이라도 폭우가 쏟아질 날씨여서 비를 맞으면 무슨 큰 일이라도 날 듯 거의 구보로 하산 했으니 발바닥에 물집이 잡힐 지경이어서 무엇 때문에 그곳을 올랐는지 후회가 막급했었다.
하여, 연인산만 따로 올라갔다가 하산할까 몇 번을 망설이다 초보시절과 지금의 생각은 어떻게 다른지 내 자신을 테스트 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아 마음을 다 잡고 거의 선두로 치고 올라 간다.
∥산행정보∥
♣ 위치: 경기도 가평군 북면 도대리 240-5 (주차장), 가평군 북면 도대리(명지산 정상), 가평군 조종면 상판리(연인산 정상), 북면 백둔리 384-4(연인교)
♣ 산행코스: 익근리-승천사-명지산-명지2,3봉-아재비고개-연인산-소망능선-백둔천 연인교
♣ 거리: 약 16.5km(들머리-09:40, 날머리-17:20)
▼ 명지3봉에서 바라 본 연인산
▼ 명지산은 계곡이 좋은 편이어서 여름 피서지로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경기도에서는 화악산(1,468m) 다음으로 높은 1,267m이기에 울창한 산림이 있어 군립공원 생태보존지역으로 생태전시관도 있다.
▼ 지난 주만 해도 남해에서 봄을 느끼고 왔지만 이곳을 마치 강원도에라도 와 있는 듯 한겨울에서 벗어나지 못한 동절기임을 다시 느껴야 했다.
▼ 승천사 일주문...이곳에 다시는 오지 않으리라는 생각을 하산하면서 다짐했던 곳이다. 그러나 오늘만은 연인산을 위해서는 기어코 들어서야만 하는 문이 됐다.
▼ 승천사 천왕문
▼ 승천사...
미륵불이 14년전인 불기2549년에 세워진 창건된지 얼마 안된 비구니사찰로 알려져 있다. 6년전 보다 규모가 커진 것 같다.
▼ 이제껏 먼 거리의 계곡을 한시간 넘게 걸어 들어 왔는데 이곳부터 본격적인 너덜길을 걷게 된다.
양지쪽은 눈이 없고 응달에는 눈이 쌓이고 얼어붙어 아이젠을 착용 안할 수가 없는데 눈이 없는 너덜길을 오를 때마다 불편하기 짝이 없다.
▼ 아마도 6년전 혼난 것은 이곳부터 된비알 코스를 걸으면서 질린 것 같다. 그동안 다져진 체력이라고는 하지만 아무 볼거리도 없는 이런 등로를 정상까지 오르자니 힘이 빠질 수 밖에 없었고 그 당시를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다.
한편으론 이제 다시는 오지 않을 산으로 생각하니 긍정의 힘이 솟구쳐 선두를 유지할 수 있었다.
▼ 계단 오르기도 만만치 않은 등로를 마지막으로 힘겹게 오르니 첫번째 조망터에서 명지산 정상을 올려다 본다.
▼ 정상석 부근이 협소하여 사람이 많을 때는 자칫 위험할 수도 있는 정상인데 오늘은
다소 한가한 분위기여서 좋다.
▼ 정상에서 보는 한북화악지맥인 동쪽방향의 몽가북계(몽덕산, 가덕산, 북배산, 계관산)...
춘천의 삼악산으로 이어진 풍경인데 저곳을 종주해 봐야겠다는 결심을 한지가 언제인지 모른다.
▼ 남쪽방향의 산군들...
멀리 치악산과 용문산, 천마산까지 조망된다. 미세먼지만 없었다면 더 멋진 풍경이었을텐데 다소 아쉽긴 하다.
▼ 운악산 바로 뒷편 멀리 북한산, 도봉산이 조망되었어야 하나 오늘은 여기까지다.
▼ 당겨 본 왼쪽 화악산, 오른쪽 응봉, 이어서 몽.가.북.계관산으로 이어진다.
▼ 당겨본 뒷편 왼쪽 가덕산, 가운데 북배산
▼ 멀리 삼악산과 오른쪽 등선봉이 희미하나마 윤곽을 드러냈다.
▼ 발목위까지 차는 눈길이 있어 아이젠을 휴대 안했다면 특히 하산길에 엄청 고생할 뻔 했다. 그런데 절반 인원은 아이젠을 휴대 안했어도 미끄러지지 않고 잘도 산행한다. 확실히 젊어서 가능하다는 생각 뿐이다.
▼ 명지2봉에 도착, 정상석이 온전하지 않다.
▼ 명지2봉에서 바라본 명지산 정상. 뒷쪽 오른편으로 석룡산(1,153m), 왼쪽으로 국망봉(1,168m), 견치봉(1,120m), 민둥산(1,023m)가 남쪽방향으로 흘러내린다.
▼ 명지2봉에서 바라본 멀리 한북화악지맥
▼ 이곳의 암석은 내 고향 화개산 같은 종류인 것 같다.
▼ 명지3봉에 도착, 주변을 다시 한번 살펴본다. 동쪽방향...
▼ 앞으로 진행할 남쪽 방향의 연인산
▼ 지나온 북쪽방향의 명지산 정상.
▼ 당겨 본 연인산
▼ 당겨 본 구나무산과 날머리인 장소인 백둔리 마을...
▼ 운악산과 그 아래 자리잡은 썬힐 골프클럽
▼ 서쪽방향 다시 한번 주변 지형 익혀보기
▼ 북쪽방향 지형 익히기
▼ 남서방향 지형 익히기
▼ 양지쪽은 눈이 녹아 장화를 신어야 할 정도로 질퍽여 눈길 걷기보다 더 힘든 길이다.
▼ 연인산을 오르기에 벅찬 사람들은 이 아재비고개에서 왼쪽으로 하산한다.
▼ 명지산 방향에서 연인산을 오르는 등로는 아재비고개에서 다시 치고 올라야 하기에 육산이긴 하지만 경사로가 있어 만만하질 않다.
▼ 기이한 괴목들이 가끔은 발걸음을 멈추고 눈길을 끌게 한다. 역시 1,000고지가 넘는 산들은 뭔가 달라도 다르다.
▼ 경사로에 눈이 그대로 쌓여 있으니 지그재그로 한참을 오르 내리는 업다운에 지칠 수 밖에 없다.
▼ 드디어 연인산 정상에 올랐다. 산행한지 약 5시간만이다. 뒤 돌아본 명지산 2,3봉 모습.
▼ 연인산 정상에서 북쪽을 바라보면 다시 한번 살펴본 풍경
▼ 연인산(戀人山)은 1999년 3월 15일, 가평군 지명위원회에서 다른 이름이 없던 이 산에
연인산이란 이름을 붙였다 한다. 예전 정상석은 "사랑과 소망이 이루어지는 곳"이란 수식어가
붙은 것으로 아는데 사랑과 소망을 이루고자 하는 마음은 누구에나 있을진대 모든 사람들이
찾는 산을 삼고자 하여 선정된 산 이름이 되었나 보다. 그러나 언제 무슨 이유로 이와 같이
수식어가 없는 정상석으로 바뀌었는지는 모른다.
▼ 이제 본격적인 하산에 접어든다. 제일 빠른 소망능선으로 향한다.
▼ 하산하면서 마지막으로 조망한 오른쪽 명지산2봉과 왼쪽 3봉
▼ 소망능선은 정말 가파른 길이다. 아이젠 안한 분들이 얼마나 고생했을까...미끄러진 발자국이 한두개가 아니다.
▼ 가평 특산물인 잣을 생산하는 잣나무군락.
▼ 뭥미? 수십미터를 파내려 간 것으로 보아 과거에 광석을 채굴했던 굴인 모양이다.
▼ 어라? 이곳에 분명 주차장으로 잘 정비해 놨는데 버스는 어디 있는거야? 이곳까지 못 올라올리 없는데 얼마나 더 내려가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 언제 폐교되었는지 백둔국민학교라는 시멘트 간판이 오랜 역사를 말해 주는 듯 하나 운동장과 학교부지는 이미 개발하느라 파헤쳐지고 교정의 나무와 낡은 이승복 동상만이 학교 부지였음을 말해 준다.
▼ 30분을 더 내려가서야 백둔리 마을에 주차가 되어 있다. 아직도 왜 윗쪽 주차장에 차를 대어 놓지 않았는지 미처 물어보질 못했다. 귀가를 30분 당길 수 있는 시간인데...
백둔리 마을은 일반 시골마을과는 달리 외지인들이 건축해 놓은 팬션으로 가득하다. 좀 경치좋고 힐링할 만한 계곡은 모두 돈 좀 있는 사람들의 차지다.
※ 다시 오르지 않겠다던 명지산은 오르고 보니 그리 못 오를 산도 아니었다. 짧은 해에 다소 빡센 산이긴 했지만 모두가 마음 먹기에 달려있음이다. 오랜만에 또 하나의 명산을 올랐다는데 마음이 조금은 뿌듯하다.
처음 보는 회원 중 나이는 나보다 두살 아래인데 100대명산 등정에 도전했다고 하면서 오늘 2개로 시작한다고 하니 나같은 사람은 많은 위로를 얻는다. 나도 실은 뒤늦게 산행을 한 것이 조금은 후회되었으나 그때라도 시작하길 다행이란 생각이다.
아마도 50대 초반에 시작했더라면 백두대간까지 모두 도전했을 터인데 어쩔 수 없는 일이고 훗날 완등한 분들하고 공감하는 얘깃거리를 주고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인지 모른다.
지금까지 건강을 다지고 체력을 갖출 수 있는 것도 계절과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해 온 등산이란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남들은 건강을 위해 보약을 먹는다 한다.
보약은 먹을 수 있으면 먹어야 하지만 밥 세끼 잘 먹고 꾸준한 운동을 하면 보약은 따로 먹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러므로 등산은 나에게 보약이니 내일도 보약을 먹으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