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 22일(화)
오늘은 부처님 오신날이다. 음력 4월 8일이어서 양력으로는 해마다 다르다. 작년은 5월 3일이었으니 올해보다 20여일이나 이른 철이다. 그럼 올해의 불기(佛紀)는 어떻게 될까? 석가모니가 사망한 해를 기원으로 불가 원년은 기원전 544년 부터 시작하니 서기연도에 그 숫자를 더하면 2562년이 된다.
서기는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원으로 정해져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다. 물론 단기(檀紀)는 한민족의 첫번째 나라인 고조선의 시조 단군 왕검의 즉위년을 기원으로 한 연호로 기원전 2333에 해당되니 서기 연도에 그 숫자를 더하면 4351년이 된다. 그러니 한민족은 반만년의 역사를 가졌다는 얘기다.
여기서 불기는 열반을 시작으로, 서기는 탄생을 시작됐음을 말해주니 그 의미를 잘 살펴 보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비록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종교를 떠나 지리산의 칠암자 순례길을 답사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싶어 블친님들이 언젠가 다녀왔다는 기억을 떠올려 공지에 오르자마자 신청을 해서 나선 길이다. 날씨도 좋고 바람도 시원한 신록의 계절이니 그냥 자연을 벗삼아 산행하는 자체가 좋은 날이다.
∥산행정보∥
♣ 행정구역: 들머리-경남 함양군 마천면 삼정리 375-2(음정마을, 벽소령주차장), 날머리-전북 남원시 산내면 백일리 183-4(백일마을)
♣ 산행코스: 음정마을-도솔암-영원사-상무주암-문수암-삼불주암(삼불사)-약수암-실상사-백일마을
♣ 거리: 14km(들머리-04:10, 날머리: 12:10)
▼ 들머리에서 1시간 20여분 올랐을까, 여명이 밝아 오면서 붉은 노을이 나뭇가지 사이로 물들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 일출을 본다는 것은 무박으로 주어진 특권이다. 비록 조망없는 산행이지만 역동적인 힘찬 기운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다. 비록 붉은 노을이 아닌 운해가 깔린다해도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이겠는지...
▼ 가파르지만 부드러운 육산을 올라 첫번째 암자인 도솔암에 도착직전 너덜길에 등로가 제대로 나 있지 않아 도솔암을 찾는데 애를 먹었다. 좀 빠른 길을 택해 비탐구역으로 올랐기에 벌어진 일이다. 아무튼 방향을 제대로 잡아 도솔암을 접하게 됐다. 도착하니 신도 몇 명은 연등을 다느라 손길이 바쁘다.
도솔의 뜻을 사전에서 살펴보니 욕계 육천(欲界六天) 가운데 넷째 하늘. 수미산 꼭대기에 십이만 유순(十二萬由旬) 되는 곳에 있다는 천계(天界)로서, 칠보(七寶)로 된 궁전이 있으며 하늘 사람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또한 이곳은 하늘에 사는 사람의 욕망을 이루는 외원(外院)과 미륵 보살의 정토인 내원(內院)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사바세계에 나는 모든 부처님은 반드시 이 하늘에 있다가 성불한다고 하는데 그 의미를 알 듯 말듯 하다.
▼ 부드러운 등로가 있는가 하면 된비알도 있다.
▼ 어차피 조망도 그리 없으니 야생화라도 담아 보자는 심산이다. 실제 보는 것은 보잘 것 없지만 사진으로 담아 놓으면 그런대로 볼만한 것이 또한 야생화의 매력이다.
▼ 두번째 영원사에 도착했다. 산불에 대비한 것인지 주변은 마치 전방 철책에 불모지 작업을 해 놓은 듯 사찰이 훤히 드러났다. 사찰 가까이 가니 언젠가 와 본 듯 한데... 그렇다. 8년전 복주머니란을 촬영하기 위해 지인과 함께 이곳에 온 적이 있다. 야생화로서는 보기 드문 란(蘭)이기에 이곳까지 왔던 추억이 있기에 반가웠고 같은 장소에 몇 송이 꽃이 아직 남아 반기고 있었다.
참고:http://blog.daum.net/ksbni/7152282
복주머니란
blog.daum.net
대한불교조계종 제12교구 본사인 해인사(海印寺)의 말사이다. 정확한 창건연대는 알 수 없으나 신라 때의 고승이었던 영원조사(靈源祖師)가 창건하여 절 이름을 영원사라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이 절에 있었던 대표적인 고승으로는 영관(靈觀)을 비롯하여 서산대사(西山大師)가 12년을 수도하였고, 청매(靑梅)·사명(四溟)·지안(志安)·상언(常彦)·포광(包光) 등 당대의 고승 109명이 이곳에서 도를 닦았다는 기록이 『조실안록(祖室安錄)』에 기록되어 있다. [다음백과사전]
▼ 영원사에 도착하고 7시 30분쯤 이곳 탁자에 둘러 앉아 집에서 준비해간 아침식사를 한다. 너무 이른 아침이어서인지 보시밥은 없다. 도대체 산악회에서 얼마나 온 것인지 같은 시간대에 몰려 인산인해다.
▼ 나도제비란
▼ 세번째 상무주암에 도착했다. 좁은 절 마당엔 많은 산객들이 북적거리고 사람들 많은 곳을 좋아하지 않는 나는 얼른 사진이나 한장 찍고 다음 사찰로 가자는 심산으로 들어가자 마자 전경을 찍기 위해 반대편에서 셔터를 누르는 순간 어디서 고함소리가 났다.
마루에 앉은 주지스님인가 하는 노승이 "이 보시오!" 하는 말 한마디에 주변의 모든 사람들 시선이 나한테로 집중된다. 마치 군대에서 "주목!" 하면 모든 눈동자가 한곳으로 집중되 듯, 나에게 집중되는 시선은 순간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을 받았으나 얼른 눈치를 채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전방지역의 철책도 아니요, 주요 보안시설도 아닌 곳에서 사진촬영 금지라는 것은 생각도 못해 본 일인데 사진촬영을 금지한다는 문구가 있었던 것을 몰랐다. 그 따가운 시선을 피하듯 뭔가 큰 죄를 지은 사람이 되어 얼른 그 자리를 피하며 나올 수 밖에 없었고 나오면서도 지금까지 그 어떤 곳의 사찰에서도 사진촬영을 금하는데는 없었는데 그 궁금증이 아직도 풀리지 않는다.
참고로 사찰내의 불상은 예의가 아니라 생각되어 찍지 않는데 건물촬영을 왜 금하는지 영 씁쓸한게 부처님 오신날 마치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어서 불신자는 아니지만 "성불 하소서!" 라고 속으로 되뇌이며 발걸음을 재촉했지만 산행내내 불쾌한 것은 언성 높힌 분만큼이나 어쩔 수 없었다.
상무주암...다음에 가 볼일도 없겠지만 그곳에선 노승이 있는 한 사진을 찍으면 안된다는 것과 그 궁금증은 평생갈 것 같다.
▼ 능선이 아닌 숲속길을 주로 걷다보니 조망이 없어 한편으론 답답한데 이나마 보이는 풍경도 쉽지 않다. 조금 진행하다가 삼정산 정상으로 접어들어야 했는데 모르고 그냥 지나쳤다. 아니, 정상은 애당초 산행계획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서 전혀 몰랐다. 그런데 몇 몇 회원은 정상석을 찍었다고 하니 너무 아쉬웠다. 사실 칠암자 순례길의 테마이긴 하지만 산 정상을 밟고 싶었는데...
▼ 네번째 암자인 문수암에 도착했다. 문수암에는 떡과 오미자 술로 등산객들에게 보시를 해 주고 있었는데 약수물과 함께 정말 편안한 느낌을 받았다. 마치 좀 전에 뒤통수 얻어 맞은 것을 이곳에 치료라도 받은 듯한 기분이어서 부처님 오신날 같은 분위기다. 이렇듯 사람의 마음은 간사하기 이를데 없음을 내 스스로 느끼면서 말이다.
▼ 사람의 얼굴 형상을 한 바위가 인상적이다.
▼ 문수암에서 바라본 풍경. 시원한 조망이 오늘 날씨를 말해 준다.
▼ 다섯번째 암자인 삼불주암에 도착했다. 상무주가 상무주암으로 삼불주도 삼불주암이라 한다.
조선시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비구니들의 참선도량 삼불사란 이름을 달고 있지만, 사찰이라기보다는
암자라 해야 더 어울리는 곳이다. 삼불은 과거불로 노사나불. 현세불로 석가모니불. 미래불로 미륵불을
의미한다고 한 불자가 귀띰해 준다.
▼ 여섯번째 암자인 약수암에 도착했다. 경내는 항상 맑은 약수 두줄기 약수가 솟아나는 약수 샘이있어 약수암이라 한다. 이곳에는 약수암 보광전의 목조 탱화 보물이 있다.(첫번째 사진)
▼ 그러고 보니 암자마다 시원한 샘물이 있다. 등산가방에는 지금도 생수가 잔뜩 남아 있다. 지난번 금수산을 걸으며 식수가 부족해서 얼마나 혼이 났는지 아무런 생각없이 0.5L 다섯 병을 준비해 왔는데 암자마다 도착해서 물을 마시니 한병도 채 마시지 못하고 가방에 넣고 다니고 있어 미련하기 이를데 없다. 물맛이 가는 곳 마다 좋다.
▼ 오늘의 마지막 답사 사찰인 실상사이다. 실상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7교구 본사인 금산사의 말사이다. 828년 홍척국사가 구산선문의 하나인 실상산문을 열면서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홍척은 도의와 함께 중국 당나라에 건너가 지장선사의 선법을 받고 귀국하여 홍척은 실상사를, 도의는 보림사를 창건하여 선종을 전국에 전파시켰는데, 이를 실상산파라고 한다.
1468년 화재로 전각이 모두 전소된 뒤 200년 동안 폐허로 남아 있었으나, 1681년 벽암대사가 중수했다. 1882년 다시 소실되었으나 1884년 중건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현존하는 건물로는 보광전·약사전·극락전·명부전·칠성각 등이 있다. 백장암3층석탑(국보 10호), 수철화상능가보월탑(보물 33호), 수철화상능가보월탑비(보물 34호), 실상사석등(보물 35호), 실상사부도(보물 36호) 등이 있다. [다음백과]
이 사찰은 주변이 논밭으로 평지에 위치해 있다. 약수암을 제외하고는 모두 지리산의 한 능선에 위치한 것에 반해 평지에 위치함으로써 접근성이 좋다.
사찰 주차장에는 만차이고 불자가 아닌 관광객들도 한번씩 가볍게 다녀 갈 정도로 남녀노소 붐비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생각보다 큰 규모의 실상사를 보며 역시 현 세대는 편하게 오갈 수 있는 교통편과 접근성이 좋아야 부흥이 되는가 보다.
사찰안에 들어간 순간 수백미터는 될 듯한 줄을 선 사람들...
절에서 보시하는 절밥을 먹으려고 줄을 선 사람들이 200m는 될 듯하다. 이 많은 사람들을 보시하려면 봉사하는 불자들이 또 얼마나 많을까...
베푸려고 하는 자, 얻으려고 하는 자, 모두가 한마음이 된 날일 것이다.
▼ 실상사 외곽풍경
▼ 해탈교
▼ 해탈교 밑을 흐르는 람천이다. 이 물줄기는 산청읍내를 거쳐 진주시의 진양호로 들어간다. 계곡마다 시원한 물소리가 몸과 마음까지 정결하게 한다. 칠암자 순례길은 언제부터 시작됐는지는 모른다. 아마도 불자들 보다는 산객들에 의해 테마형식으로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추측해 보기도 한다.
어쨋든 훗날 그들 덕분에 그 대열에 끼어 봤다. 워낙 높은 지대에 있는 암자라 불자들의 발걸음도 그만큼 뜸하리라 보는데 그래서인지 꾸밈없이 수수해 보인다. 도심의 어울리지 않는 조형물과 화려함들이 눈에 거슬리는 반면 자연스러워 평화로워 보이는 암자들이 마음의 평온까지 가져다 준다.
역사적으로도 유서깊은 이런 사찰이나 암자들이 명맥을 유지할 수 있는 길은 끊임없는 중생들의 관심과 이어지는 발걸음이 아닐까 생각해 보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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