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8일(일)
추석연휴가 막바지에 접어 들었다. 연휴기간에도 산악회 여기저기서 올라오는 산행공지를 보면 역시 산꾼들은 산행 자체가 휴식임을 알 수가 있다.
오가는 교통문제로 근교산행이 많지만 원거리 산행도 눈에 띈다. 내가 주로 몸 담고 있는 산악회에서는 빡세면서도 운치 있는 곳을 주로 공지하는 리딩대장이 있다. 내가 선호하는 공지기에 제일 많이 참석하는 편이기도 하다. 이번에는 영남알프스를 환종주 한다는 것인데 2년전에 간월산~신불산~영축산~통도사 코스를 밟긴 했지만 안개가 끼고 비까지 추적추적 내려 앞사람 뒷모습만 보고 온 꼴이어서 정상석에서 인증샷만 남기고 온 아쉬움이 너무 컸기에 또 한번 가 보기로 한다. 더구나 재약산은 100대명산에 포함되는데 하루에 다 걷는 코스란다.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어서 좋겠지만 약30km를 과연 걸을 수 있느냐가 문제다.
여하튼 지난번 신불산은 찍었으니 재약산은 반드시 가봐야 할 곳이고 영남알프스의 억새평원은 기회봐서 가는 것으로 마음을 굳혀 보는데 A, B팀으로 구성하여 절반만 걷는 팀과 환종주를 하는 팀으로 나눠 진행을 하게되니 욕심은 생기되 몸이 따라줄까 의심이 되어 도착할 때까지 갈등하게 된다.
∥산행정보∥
♣ 행정구역: 재약산-경상남도 밀양시 단장면 구천리, 신불산-울산광역시 울주군 삼남면, 상북면, 경상남도 양산시 하북면,
원동면
♣ 산행코스: 배내고개-능동산-천황산(사자봉)-재약산(수미봉)-죽전마을-영축산-신불산-간월산-배내봉-배내고개(원점회귀)
♣ 거리: 약 30km(들머리-04:00, 날머리-17:30)
▼ 새벽 4시에 배내고개에서 정신없이 가파른 능선을 타고 능동산을 지나 2시간쯤 왔을까 천황산 가까이 첫 조망터에 다다르니 동이트기 시작한다.
해뜨는 위치가 신불산쪽이니 오늘 A팀은 저 능선으로 해서 간월산, 배내봉을 거쳐 다시 들머리였던 배내고개로 내려가게 되니 이때 까지도 저곳까지 가게 될런지 망설여진다. 아직까지는 컨디션은 괜찮은데 재약산인 수미봉을 지나 1차 버스가 기다리는 죽전마을까지 가서 결정하기로 한다.
▼ 천황산 정상인 사자봉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서 사진을 찍고 숨을 돌리는 순간 함께 가던 선두는 벌써 그곳에 도착한 모양이다.
▼ 왼쪽 건너편 능선에 자리잡은 영축산까지의 거리가 보기만 해도 하품이 나온다.
▼ 천황산(사자봉) 정상에서 바라본 풍경들...
▼ 살짝 드리워진 운해와 어우러진 풍경이 너무 좋다.
▼ 내가 무박산행을 나름 좋아하는 이유는 이러한 풍경을 정상적인 산행을 하면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새벽 산행은 피곤 하지 않은 장점이 있다. 해가 어느 정도 떠오르고 기온이 오르면 그만큼 체력소모가 커진다.
▼ 이러한 풍경을 보노라면 그동안의 산행피로는 한 순간에 사라지고 절로 힐링이 되면서 에너지를 얻는다.
▼ 아직 추석 여운이 가시지 않은 달이 가는 연휴를 아쉬워나 하듯 두둥실 떠 있다.
▼ 달봉이 마음은 언제나 변함이 없건만...
▼ 동이 튼다. 이런 풍경을 보노라면 내가 살아 있음을 새삼 느끼는 순간이다. 삶의 에너지가 활화산처럼 한꺼번에 분출하는 역동적인 느낌이다. 건너편 간월산이나 신불산에서 동해쪽으로 앵글을 잡았다면 더 멋진 풍경을 담을 수 있었으련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 매일 보는 해이건만 오늘 떠오르는 태양은 왠지 달리 보인다.
▼28인승 리무진 버스를 타고 온 회원들 중 8명은 영남알프스 단일 코스만 타기로 해서 날머리인 죽전마을까지 약15km만 산행하게 되고 나머지 20명의 일원은 천왕산~재약산~죽전마을로 이동하는 것인데 일부 인원들이 첫 봉우리인 능동산에서 잘못 등로를 접어들어 알바하는 바람에 우리는 선두이고 중간팀과 맨 뒤의 알바팀으로 나뉘어져 걷게 되니 전체거리의 1/4 밖에 걷질 않았는데 이곳까지의 시간도 상당한 시간차이가 있을 듯 하다.
▼ 이곳 저곳에 비박하는 사람들이 많다.
내 젊었을 시절 좋아했던 일인데 어느 때 부턴가 꾀가 나기 시작하더니 이젠 엄두가 나질 않는다.
▼ 재약산을 오르기전 고갯길에 억새가 군락을 이뤘다. 앞으로 볼 억새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올해 처음으로 보는 은빛으로 발하는 억새기에 제대로 표현은 안됐지만 멋진 풍경이다.
▼ 재약산에 올랐다. 지나 온 길 뒤돌아 본 천황산과 이어진 능선...
아침햇살로 인한 측광 색인지 막 물들기 시작하는 단풍색인지 그냥 붉은 빛이다.
▼ 재약산 아래로 펼쳐진 풍경들이다.
▼ 재약산에서 북동쪽 풍경. 능동산을 지나 온 쪽이다.
▼ 용담이 한창 꽃을 피울 시기다.
▼ 등로주변에 많이 핀 꽃향유
▼ 산부추도 보랏빛 폭죽놀이를 하고 있고...
▼ 고려엉겅퀴(곤드레나물)도 이런 흰꽃이 있다.
▼ 재약산을 내려와 죽전마을로 가는 등로로 접어 들었다. 가을 하늘 빛이 유난히 푸르르다.
▼ 오른쪽으로 흰빛을 띤 억새군락에 데크로 된 길이 나 있는데 우린 그냥 지나친다.
▼ 건너편 신불산에서 간월산으로 넘어가는 고개가 간월재인데 이곳에서 제일 가까운 거리다.
▼ 간월재를 당겨봤다. 휴게소도 보이고 돌탑도 보인다. 2년전 날씨라면 어림도 없는 조망 좋은 날씨다.
영축산을 찍고 저 곳으로 가려면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모르겠다.
▼ 죽전마을로 하산했다. 여기서 1km를 더 내려가 또 본격적인 영남알프스 산행을 시작해야 한다.
▼ 개쑥부쟁이
▼선두로 7명만 먼저 도착했는데 뒤쳐진 회원들을 기다리려면 시간이 너무 늦을 것 같아 바닥지만 깔아 방향을 표시하고 계속 산행을 하기로 하는데 이곳에서 산행을 그냥 마친다는 생각은 할 수가 없었다.
▼ 9시 50여분, 여기까지 약 15km 가까이 걸었으니 여기서 부터 다시 15km산행을 또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 본격적인 산행은 다시시작되고...
▼ 12시가 거의 다 돼서야 신불산 등허리를 조망할 수 있는 곳까지 올라왔다.
▼ 가을 이미지가 물씬 풍기는 억새군락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 여기서 저 영축산 정상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이쪽 방향으로 내려와서 신불산으로 진행해야 하니 꼭 저기까지 가야만 하나 망설여진다. 모두가 인증을 하고 싶은 생각에서 가는 모양이다. 점심식사는 영축산 정상에서 먹자고 하는데 뱃힘이 없으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 어쨋든 영축산에 올라오니 주변 풍경에 올라오길 잘했다는 생각이다. 여기서 점심을 먹고 기념사진 촬영 후 다부진 마음으로 신불산을 향한다.
▼ 능선 끝 저 앞쪽이 신불산이다. 저 산을 넘으면 간월재이고 이어 간월산을 넘으면 배내봉으로 거쳐 배내고개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 왼쪽 지나온 천황산과 재약산이 아득히 보이고 중간 멀리 가지산과 운문산이 조망된다.
▼ 절경속에 단풍이 서서히 물들어 가기 시작한다. 앞으로 한 주간만 더 지나가면 단풍이 곱게 들것 같다.
▼ 함박등을 경유, 죽전마을 방향으로 하산하는 코스이다. 배내고개에서 우리는 능동산을 올랐지만 반대로 영남알프스만 산행하기로한 B팀은 간월산~신불산을 경유, 이곳 영축산에서 만났는데 저곳으로 해서 죽전마을로 하산하고 그곳에 대기중인 버스를 타고 배내고개로 향할 것이니 B팀이 온 코스를 반대로 향하는 우릴 기다리려면 오랜 시간이 될 것이란 생각이다.
▼ 멋진 죽바우등의 모습...
▼ 가지산
▼ 운문산
▼ 2년전 영축산에서 바로 하산해서 통도사로 가는 코스로 산행했었다.
▼ 시간이 촉박한 것 같아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긴다.
▼ 구름이 많이 끼긴 했으나 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이 오히려 운치를 자아낸다.
▼ 끝없이 펼쳐진 억새평원...이러한 가을 분위기를 온몸으로 느껴보기 위해 이 자리에 선 것이다.
▼ 울산 하이테크밸리 일반산업단지의 풍경
▼ 어느 자리에 서 있어도 가을 감성에 젖어 들 수 밖에 없다. 저기 서 있는 리딩대장이 말을 걸어 온다. "갯버들님! 이곳에서 저 아래로 날면 뭐가 되는 거죠?" 무슨 대답을 듣고 싶어서 일까... 순간 내가 답하기를 "뭐가 되긴요, 새가 되는 거죠" 지나가던 모르는 여성 두분이 킥킥대며 웃는다.
▼ 영축산을 뒤돌아 본 모습, 낮은 구름이 산을 가끔씩 휘감아 돈다.
▼ 2년전 안개에 가려 아무것도 볼 수 없었을 때에는 이러한 절경이 있었으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 드디어 신불산을 오르기전 신불재에 도착했다. 신불평원이라 하는가 보다.
▼ 억새는 9월말이면 절정으로 피게 되어 은빛을 가장 많이 띠게 되는데 이때쯤이면 약간 빛이 바랜 상태이긴 하지만 그런대로 멋진 풍경이다.
▼ 신불산 옛 정상석은 새겨진 글 내용대로 2000년 1월 1일로 세워진 의미가 있어 이곳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려 북새통이어야 할텐데 지자체에서 세워 놓은 정상석에서 야단법석들이다. 하도 많은 사람들로 시간을 지체할 수 없어 의미가 담긴 이곳이 한가하여 한컷 담아봤다.
▼ 정상석에서 줄을 서서 기념사진을 찍겠다는 사람이 많아 바라보지도 않고 그냥 지나쳤다.
▼ 다시한번 뒤돌아 본 영축산에서 이곳까지 걸어온 능선의 풍경, 이쯤 오니 우리팀 남자 대원이 다리에 쥐가 났다면서 누워있다. 다리를 주물러 주고 간월재로 내려가서 택시를 타고 배내고개로 바로 가게하는 등 각자 떨어져 회귀지점까지 가는데 뒤쳐져 오는 대원들이 몇 명인지 모르겠다.
▼ 이제 이 산등성이를 넘으면 간월재가 나오게 되고 능선 끝지점이 간월산이다.
벌써 B팀을 실은 버스는 날머리에서 우리가 오기만을 기다릴 것을 생각하여 발걸음을 재촉하지만 더디기만 하다.
▼ 다시 한번 펼쳐진 억새평원이다. 휴게소가 있는 간월재의 평원을 가장 알아준다. 이곳은 울산시민들이 쉽게 오르도록 임도가 잘 되어 있다. 비포장이긴 하지만 자동차 운행도 가능하여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일 수 밖에 없다.
▼ 뒤돌아 본 신월산 정상...신월산이 높다보니 이곳에서는 영축산은 조망되지 않는다.
▼ B팀들이 새벽 4시에 배내고개에서 배내봉을 거쳐 이곳에 도착했을 때는 A팀이 69번국도 건너편 천황산에서 일출을 본 것 같이 이곳에서 일출을 봤다는 후문이다. 저녁시간인 17시가 거의 다 됐으니 참으로 걷기도 많이 걸었다.
▼ 오른쪽 뾰족한 산이 천황산, 바로 왼쪽 먼거리의 산이 재약산이다. 저곳을 경유하여 삥 돌아 이곳까지 왔으니 내 체력에 대해 믿겨지질 않는다.
▼ 배내고개를 들머리로 해서 통상 새벽에 산행하기 때문에 배내봉에서의 인증은 모두 헤드랜턴을 키고 찍은 사진들이지만 나는 오히려 저녁햇살을 받으며 인증을 했으니 앞으로 이런 산행을 할 기회가 또 있겠냐고 반문해 본다.
▼ 지금까지 계단을 징글징글하게 많이 디뎠다. 마지막으로 배내고개로 내려가는 이 계단은 무려 500m는 될 것 같다. 계단도 고르지 못하거나 습기에 미끄러지기 쉬워 위험하기까지 하니 사람의 진을 모두 여기서 빼고 만다.
이렇게 해서 오늘 하루죙일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20대 군생활 마치고 최고로 긴13시간 30여분을 산행한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의 한페이지가 될 듯 싶다.
힘은 들었지만 그래도 여분의 체력은 남아있다. 보람도 있었고 예전에 보지 못한 풍경들을 만끽하면서 100대명산 두곳을 인증하는 두마리 토끼를 잡은 의미있는 산행에 만족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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