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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강원도

[정선] 함백산

2018년 1월 14일(일)

 

올 겨울은 "백"자 들어가는 산을 위주로 산행하기로 한다고 했다. 12월에 백덕산, 백석산에 이어 지난번 태백산을 오르고 오늘은 함백산을 올랐다. 강원도 지역이 건조주의보가 내릴 정도로 예년 같지 않은 상황인데 역시 겨울산행의 백미인 눈꽃이나 상고대는 기대만큼 보질 못했다. 

함백산이야 지난주 올랐던 태백산 맞은편에 있기에 지난주 못 봤던 풍경을 이번에는 볼 수 있겠다 싶어 몰빵을 한 것인데 한 주간 눈은 왔으되 그곳만은 비켜갔다. 날씨는 왜 그렇게 어울리지 않게 포근한지, 그냥 봄날 같다.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도 그렇고 고어 등을 입고 산행한 적이 없으니 겨울다운 맛이 없다. 까짓 거 그래도 적설은 있으니 눈이라도 밟고 산행하면 됐다 생각은 하지만 이번엔 한꺼번에 몰린 산객들이 또 문제다.

버스 하차지점에 도착 하기를 계획된 시간보다 30분 이상 지체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산악회 버스가 많아 정체되었다는 것인데 막상 산행 시작을 할 무렵에는 한 개뿐인 등로에 늘어선 줄이 끝이 보이질 않는다. 그 넘의 상고대가 생겼다 치더라도 11시 30분이 다 되어서 산행을 시작한다면 이미 다 사라지고 마는 상황이다.

태백산 눈꽃축제 기간인 요즘 시즌에 산행했다가 산객들에 떠밀려 오르내리던 기억이 2년전 일인데 오늘 이곳의 상황이 그에 못지 않다. 다음 주 소백산을 끝으로 이제 다시는 산객들이 우글거리는 이런 시즌에는 오지 않겠다는 생각이지만 그 전에도 똑 같은 생각을 했었으니 사실 말 뿐이다. 

지난 주에 이어 거의 같은 분위기의 산행을 하며 그래도 주변 조망이 좋았기에 위로해 보면서 기회된다면 그 옛날 야생화 촬영을 위해 왔었던 추억을 더듬어 5월경에 공지가 뜨면 다시 찾고 싶다.

 

 ∥산행정보

♣ 행정구역: 강원 정선군 고한읍 고한리(함백산소공원), 강원 태백시 황지동 산176-12(정상), 강원 정선군 고한읍 고한리(두문동재삼거리)

♣ 산행코스: 만항재(함백산 소공원)-함백산-중함백-은대봉-두문동재삼거리

♣ 거리: 약 10km(들머리-11:25, 날머리-16:50)

 

 ▼ 만항재 소공원 주변의 주차장은 한꺼번에 도착된 전국의 산악회버스로 만원이다. 10시 30분 정도에 산행시작을 하려던 계획이 거의 한시간이나 지체됐다.

이곳 주변은 과거 야생화 촬영을 위해 네번 정도는 와 봤기에 낯이 익다. 옛 생각을 하며 호젓이 걸을 생각은 저만치 물러가고 산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으니 산행다운 산행은 이미 글렀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 포근하고 청명한 날씨는 봄날 같아 좋긴한데 오히려 겨울다운 매서운 추위에 온 산이 흰 상고대로 덮힌 풍경을 모두가 바랬을 것이다.

  ▼ 반팔셔츠 차림으로 산행하는 산객을 언뜻 보면 겨울산행을 하는 것 같지 않다. 그러나 정갱이까지 빠지는 적설의 기온에서 빨간 피부를 숨길 수가 없다.

 ▼ 1km도 채 걷지 못했는데 함백산 정상을 본격적으로 오르는 등로에 이르자 이미 12시가 다 되어 점심을 먹는 팀들이 있다. 산객들의 줄은 정상부터 이곳까지 이어져 끝이 보이질 않으니 징글징글하다.

  ▼ 올려다 본 함백산 정상...

      실제 들머리에서 먼 거리는 아니다. 겨울산행의 멋진 풍경을 보러 이렇게 많은 산객들이 이곳을 택했겠지만 이른

      봄부터 6월 중순까지 각종 야생화 천국이어서 그 시기에 이곳을 찾게 되면 그 계절대로의 멋진 산행이 되리라 본다.

 ▼ 2012년 5월 13일에 올랐었던 함백산 정상이다. 이때 정상석에서 인증 사진 한장 건졌더라면 좋았을 것을 그때는 왜 그리 고집스럽게 풍경사진에  관심을 안 두었었는지 아쉽다. 그때의 회원들이 아직도 활동을 잘하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 정상에 거의 다 오를 무렵 노랑무늬붓꽃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었다.

      꽃 주변에 윙윙 벌나는 소리가 지금도 귓전을 맴 도는 듯 하다.

  ▼ 그 외의 앙증맞은 각종 야생화들이 얼마나 예쁘게 피었던지...애기괭이눈, 당개지치, 등칡, 나도옥잠화

  ▼ 이곳 함백산은 상록수가 거의 없다. 정상에 몇 그루 있는 주목은 힘겹게 버티고 서있긴 하지만 거센 바람에 의해 나무가 크게 자랄 수가 없다. 산의 지형적 특성 때문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다. 고봉에서 이러한 상록수가 풍경을 멋스럽게 해 주지만 좀처럼 보기 어렵다.

 

 

  ▼ 정상석에서 인증 사진을 찍으려는 인파로 북새통이다. 일부 회원들이 사진 좀 담아 달라고 아우성인데 다른 산악회 회원들이 독차지하고 셔터 눌러대는 나를 좋아할 리가 없다.

모두가 바라보는 매서운 눈초리가 지금도 죄진 것 같이 뜨끔하다. 100대명산 인증수건을 들고 찍느라 시간이 더 지체되니 참으로 뭐라 할 말이 없다.

                      ▼ 이왕지사 이렇게 된 것, 누가 뭐라든 그냥 나도 한컷 부탁하긴 했는데 정작 내 사진은

                          별로고 어떤 알지 못하는 여인네가 더 멋지게 나와 뻘쭘하다.

  ▼ 지난주 갔다온 건너편의 태백산도 이곳 분위기와 별반 다를게 없다는 생각이다. 저 곳도 얼마나 많은 인파가 정상석에서 서로 끼어든다고 다툼질 하고 있을까...

  ▼ 여하튼 조망 하나는 시원 시원해서 좋다.

  ▼ 서쪽 방향...

 ▼ 함백산 정상 넘어 진행 할 북쪽 방향의 중함백, 은대봉, 금대봉이 조망된다.

 

  ▼ 북동방향의 매봉산 자락의 바람의 언덕이 조망된다. 고냉지 배추군락을 이룬 풍경이 있는 곳이다.

  ▼ 함백산 정상 넘어에도 이와 같이 고사되거나 겨우 명줄이 붙어있는  운치있는 주목이 몇 그루 눈에 띈다. 눈꽃이나 상고대가 형성되면 그야말로 한폭의 그림이 될 풍경이다.

 ▼ 산객들의 걷는 모습을 보니 아마도 중함백 넘어까지는 줄을 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은대봉과 금대봉 사이의 두문동재(싸리재)까지 걷게 된다.

 

 

  ▼ 점심을 먹고 중함백을 오르는 지점에 이르니 한꺼번에 몰려든 인파로 숨이 막힐 지경이다. 한줄로 늘어서 오르는 등로는 병목현상으로 도저히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가을철 단풍시즌에 종종 이와 같은 모습을 보지만 겨울산행에 이러한 모습을 이곳에서 보려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된다.

 ▼ 중함백 정상에서 뒤돌아 본 함백산 정상

  ▼ 북서방향의 풍경, 멀리 고한읍이 계곡사이로 빼꼼히 보인다. 더 멀리 탄광지역이었던 사북읍이 보이고 카지노 고장이된지 17년 세월이 흘렀다.

  ▼ 능선 끝자락인 금대봉이 있는 곳까지 아직도 먼 거리다. 사진 담을 것도 별로 없는데 줄지어 가는 산객들 사이에서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간다.

 

  ▼ 당겨본 고한읍 

  ▼ 풍력발전기가 나열되어 있는 매봉산과 바람의 언덕이다.

      풍력발전기 뒷편으로는 광활한 고냉지채소재배단지가 위치해 있다.

 ▼ 마치 덕유평전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평온해 보이는 능선으로 은대봉과 끝자락의 금대봉이다. 온통 상고대로 뒤덮혔다고 상상만 해 본다. 

                       ▼ 백덕산 정상 부근에서 기이하게 생긴 신갈나무 가지들을 많이 본다고 했는데 이곳은

                           전시장을 방불케 할 만큼 온갖 풍파에 시달린 나무들을 많이 볼 수 있다.

 

 

 

                        ▼ 은대봉 가까이 오니 그 많던 산객들은 어디로 새 나갔는지 한가하기까지 하다.

                            아마 중함백에서 은대봉 오기전 사거리가 있는 고개에서 하산한 듯 하다.

  ▼ 은대봉에서 바라본 금대봉...매끄러운 곡선의 흐름이 아름답기까지 하다.

 

 

 ▼ 사시사철 세찬 바람에도 이렇게 풀어헤친 머리처럼 위로 가지를 뻗으며 생존하는 나무가 있는가 하면

  ▼ 더 이상 가지를 위로 뻗지 않고 정체된 채로 줄기만 굵어져 생존하는 나무도 있으니 모든 만물이 다 살아가는 방법이 있다.  

 ▼ 싸라재인 두문동재로 하산했다. 무심코 내려와 보니 언젠가 본 듯한 풍경이다. 옛날 자료를 들춰보니 이곳에 와 본지가 7년이 넘었다.

  ▼ 야생화로 전국을 나다니던 시절, 이곳 금대봉도 빼 놓을 수 없는 지역이다. 야생화 촬영 중 모 방송기자와 마주쳐 촬영하는 모습들을 취재하고 인터뷰했던 추억도 간직하고 있다.(2011.06.12)  지금 생각하니 그 때만 해도 날씬한 몸매 아니던가!

  ▼ 구슬붕이, 매발톱나무, 요강나물, 함박꽃나무

  ▼ 꽃쥐손이, 복주머니란, 큰앵초, 감자난초...정말 다양한 종류의 야생화가 많이 피는 금대봉 주변이다. 교목나무가 많지 않고 관목이 많아 해를 많이 볼 수 있는 곳이기에 야생화가 식생할 수 있는 환경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등산하면서 제대로 꽃을 즐기며 촬영할 수 있을런지 의문이다. 촬영을 위해 온갖 공을 들이고 정성을 다한 그 시절을 생각하면 사실 자신이 없다. 여유롭게 야생화만을 촬영하는 시간을 가져야 가능한 일일 것이다.

  ▼ 이곳에서 버스를 타려는 계획은 제설이 안된 도로로 인해 1km이상을 내려가야만 했다. 터널이 생긴 이후로는 이곳으로 오르내리는 차가 없다보니 지자체에서 관심을 둘리 없다. 

   ▼ 언제부턴가 흰눈이 백지처럼 여겨지고 백사장의 모래가 자연 캔버스가 되면서 그려지는 하트 두개...

       아름다운 추억과 함께 세월은 그렇게 흘렀다.

  ▼ 비록 바라던 눈꽃, 상고대는 보지 못했지만 발바닥에 전해오는 부드러운 느낌, 뽀드득 소리를 죙일 들으며 겨울의 하루를 보냈다. 그냥 산이면 좋은 것을 무엇을 그리 바라더냐! 다 무지한 인간들의 욕심이거늘...그러면서 은근히 다음 주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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