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22일(일)
금요일 제주에 갔다가 어제밤 12시가 되어서 귀가해서는 눈 좀 붙이고 일정이 잡힌 산행을 위해 일찍 일어나야겠다는 것이 결국 꾸물대다가 한 숨도 못자고 산행길에 나선다. 날이 밝지 않아 어두운 시각에 다소 찬공기는 정신을 번쩍 들게 하면서 띵한 머리가 맑아진다. 내가 처음으로 산행에 미쳐도 단단히 미쳤다는 생각을 해 본 아침이다.
청량산은 오래전부터 공지에 올라오는 것을 봤으나 순위에 밀리면서 뒤쳐졌는데 가을 풍경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강행한 것이다. 잠을 못자서 컨디션이 안 좋을 것이란 생각은 기우에 불과했다.
오히려 제주를 다녀온 피로가 말끔히 가시는 듯 하니 신기하기까지 하다. A,B코스로 나누어 산행하게 됐는데 당연히 A코스를 택했고 A팀이 가지 않은 곳까지 둘러봤으니 내가 제일 많이 걸은 것 같다.
덕분에 청량산 곳곳을 둘러 볼 수 있었는데 생각보다 멋진 산이었음을 알게 됐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축융봉 방향으로 산행하면서 전체적인 청량산 풍경을 담고 싶다.
∥산행정보∥
♣ 행정구역: 경북 봉화군 명호면 북곡리(청량산 정상)
♣ 산행코스: 선학정~입석~응진전~청량사~김생굴~경일봉~자소봉~탁필봉~연저적봉~하늘다리~장인봉(정상)~금강대~공원관문 안내소
♣ 거리: 약 9km(들머리-10:20, 날머리:15:30)
∥청량산 개요∥
청량산은 기암괴석이 봉을 이루며 최고봉인 장인봉(의상봉, 870m)을 비롯해 자소봉(보살봉) 금탑봉 연화봉 축융봉 등 12개의 암봉이 총립해 있고 봉마다 대(臺)가 있으며 자락에는 8개 굴과 4개 약수, 내청량사(유리보전)와 외청량사 (웅진전), 이퇴계 서당인 오산당(청량정사)등이 있다.
청량산은 우선 산 곳곳에 깎아지른 듯한 층암절벽이 괴상한 모양의 암봉들과 어우러진 모습이 절경이다.둥글둥글하게 생긴 암봉들이 여덟개나 되고 그 암봉들이 품고 있는 동굴만도 열두개에 이른다. 또 동굴 속에는 총명수 감로수 원효샘 같은 샘들이 솟아나고 있다.
산행의 백미는 의상봉 정상에 올라 낙동강 줄기를 감싸안은 청량산 줄기가 치맛자락처럼 펼쳐져 있는 모습을 조망하는 것. 정상 남쪽의 축융봉(845m)에서 바라보는 청량산의 전경 또한 일품이다.
청량산 속에는 한때 30개의 사암이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내청량사, 외청량사 두 곳이 남아있을 뿐이다. 응진전은 원효대사가 머물렀던 청량사의 암자로 663년에 세워진 청량산에서 가장 경관이 뛰어나다. 외청량(응진전) 못지 않게 내청량(청량사)도 수려하다. 응진전에서 20분거리.풍수지리학상 청량사는 길지중의 길지로 꼽힌다.
육육봉(12 봉우리)이 연꽃잎처럼 청량사를 둘러싸고 있다. 청량사는 연꽃의 「수술」자리. 응진전과 함께 지어진 고찰 청량사에는 진귀한 보물 2개가 남아있다. 공민왕의 친필로 쓴 현판 "유리보전"과지불.유리보전은 약사여래불을 모신 곳이라는 뜻이다. 지불은 종이로 만든 부처. 국내에서는 유일하다. 지금은 금칠을 했다.
청량사 바로 뒤에는 청량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보살봉이 있다. 원래 이름은 자소봉이지만 주세붕선생이 지형을 보고 봉우리 이름을 다시 지었다고 한다.
청량산의 아름다움은 퇴계가 자신의 시조에서 "청량산 육육봉을 아는 이는 나와 백구뿐"이라고 읊은 데에서도 잘 나타난다. 퇴계는 어릴 때부터 청량산에서 글을 읽고 사색을 즐겼으며 말년에도 도산서당에서 제자들을 가르치는 틈틈이 이 산을 찾았다.
청량산 주변에는 신라시대 최치원의 유적지로 알려진 고운대와 명필 김생이 서도를 닦던 김생굴, 김생굴 외에도 암릉을 따라 금강굴, 원효굴, 의상굴, 반야굴, 방장굴, 고운굴, 감생굴 등이 들어서 있다. 이밖에 공민왕이 피란와서 쌓았다는 청량산성, 최치원과 김생이 바둑두던 난가대 등도 더듬어볼 만한 발자취이다.
입석에서 등산로를 따라 30분 정도, 뒤로는 거대한 금탑봉이 병풍처럼 둘러서있고 아래는 아득한 낭떠러지, 바위가 마치 9층으로 이뤄진 금탑모양을 하고 있다. 층마다 소나무들이 테를 두른 듯 암벽에 뿌리를 내렸다. 절벽 아래로 붉게 타는 단풍이 장관이다.
▼ 아직은 단풍이 덜 들었다. 다음주는 정상, 다음달 초쯤이면 절정을 이룰 것 같다.
▼ 담쟁이등 덩굴성 식물이 가을 빛을 띠고 하늘을 향하고 있는 암릉
▼ 663년에 세워졌고 원효대사가 머물렀다는 응진전으로 청량사 암자중 가장 뛰어난 경관이란다.
▼ 연화봉과 가을하늘...
▼ 청량사 전경...
B팀은 저곳을 경유, 바로 하늘다리 방향으로 산행할 것이고 A팀들은 저곳을 거치지 않고 김생굴로 해서 자소봉으로 오른다는데 나는 청량사를 둘러보고 가겠노라고 얘기하고 쏜살같이 저곳으로 내려간다.
▼ 당겨 본 연화봉
▼ 청량사는 주변경관이 어느 사찰에 비해 뒤지지 않음을 사진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 석탑아래 불상을 향해 지성을 드리는 불자의 마음이 하늘에 닿는 듯 하다.
▼ 유리보전
유리보전(琉璃寶殿)은 약사여래불(약사유리광여래 藥師琉璃光如來)을 모신 곳이라는 뜻으로 중생의 질병을 치료하고 우환을 없애주는 부처이다. 청량사 유리보전의 불상은 종이로 만들어 그 위에 금박을 입힌 지불(紙佛)이다. 약사불의 좌측에 지장보살과 우측에 문수보살이 협시불로 자리한다. 663년문무왕 3)에 원효가 청량사를 창건할 때 지었는데 그후 여러 차례 전란을 겪으면서 수차례 증·개축하였다. 1989년에 봉화군청에서 다시 보수하였다.
고려시대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이곳에 머물렀다고 하며, 현판 글씨는 공민왕의 친필로 전해온다. 안에는 약사여래좌상 1구와 길이 15m의 거대한 괘불이 남아 있다.
정면 3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을 한 다포집이다. 쇠서의 끝에 연화형(蓮華形) 조각이 새겨져 있고, 전면 중간 기둥 위에 용의 머리와 꼬리가 안팎으로 뻗도록 그려놓았는데 이는 조선후기 건축에서 보이는 특징이다. 유리보전 앞에는 삼각우송으로 불리는 소나무가 있고 5층 석탑이 자리하고 있다.
청량산은 자연경관이 수려하여 한때는 신라의 고찰인 연대사(蓮臺寺)와 망선암(望仙庵)등 27개의 암자가 있어서 당시 신라 불교의 요람을 형성하였다고 한다. 공민왕이 죄수들을 사형시키던 밀성대, 원효가 머물렀던 암자인 응진전, 이황의 서당인 청량정사등의 유적이 남아 있다. 1974년 12월 10일 경북유형문화재 제47호로 지정되었다. [출처: 두산백과]
▼ 김생굴
경일, 금탑 양 봉우리 사이에 있으며 굴 속의 면적이 넓어 수십명을 수용할 수 있는 천연 암굴의 형태로 이루어져 있는데 김생이 여기에서 10여년간 글씨 공부를 했기 때문에 그 이름이 붙여졌다.
붓을 씻었다는 우물의 흔적이 현재까지 남아 있으며 김생과 봉녀가 글씨와 길쌈 기술을 겨루었다는 전설이 어린 곳이기도 하다.[안내문 옮김]
▼ 청량사를 둘러 보고 나니 먼저 간 A팀은 어디까지 갔는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정신없이 다시 올라 정상코스로 진행하는 중 김생굴을 경유, 자소봉으로 향하는 코스와 경일봉으로 향하는 두갈래길에서 어느 코스로 가야할지 몰라 김생굴쪽으로 향했는데 김생굴에서도 한참 지나 청량사에서 마침 뒤늦게 올라온 리딩대장을 만나 왔던 길을 뒤돌아 다시 경일봉으로 향하게 되니 지름길로 질러 간 A팀과는 상당한 거리로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리딩대장도 언제 청량사로 내려갔었는지 나하고 함께 산행하게 되니 다소 안심이 되는 상황이다. 이 청량산도 어지간히 계단이 많다는 것을 알게됐다.
▼ 첫번째 봉우리엔 경일봉에 올랐다. 주변에 참나무 숲이 우거져 주변 조망은 할 수가 없다.
▼ 경일봉을 오르고 나서는 순탄한 육산을 걷는 기분이 강한 바람과 함께 좋다.
▼ 맞은편의 축융봉...
길게 늘어선 능선으로 등로가 있음을 나중에 알게 됐다. 들머리로 청량교를 지나 오른쪽으로 저곳으로 올라 청량산성과 밀성대를 경유, 능선을 타고 하산하면 바로 청량사로 오르고 다시 두들마을로 해서 하산하면 청량산의 또 다른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되겠다.
▼ 아직은 덜 든 단풍이지만 색감을 조금 입히니 제법 가을 분위기가 난다.
▼ 부지런히 A팀 꼬리를 잡기 위해 걸으면서 놓치기 아까운 자소봉 풍경
▼ 어쩐 일인지 붉은 단풍은 별로 안보이고 노란색을 띤 단풍이 많이 보인다.
▼ 자소봉에 도착, 거의 70도에 이를 계단을 오르는데 강풍이 장난이 아니다.
▼ 자소봉에 올라 본 북쪽 풍경...오른쪽이 문명산.
▼ 문명산
▼ 멀리 월자봉과 일월산(1,219m)가 조망된다.
▼ 멀리 일월산을 조금 당겨보니 레이다 시설로 보이는 축구공탑이 보이는 듯 하다.
▼ 자소봉
▼ 탁필봉
▼ 연화봉에서 뒤돌아 본 자소봉과 앞쪽 탁필봉
▼ 연적봉에서 당겨 본 왼쪽 연화봉과 오른쪽 향로봉
▼ 연적봉에서 바라본 하늘다리 전의 자란봉, 구름다리 넘어 두번째 끼인 암릉이 선화봉, 오른쪽 제일 높은 청량산 정상인 장인봉.
▼ 선학봉과 장인봉.
▼ 이런 계단이 없었을 당시에는 로프를 이용했을터인데 어디든 안전상 편리하게
산행을 하게 된다.
▼ 청량산 하늘다리
▼ 강풍에 중심을 못 잡을 정도다. 리딩대장 외 1명과 함께 세명이 맨 후미로 이 다리를 건너는데 휘청거리는 다리에서 어렵게 풍경을 담고 건너고 나니 뒤따라 오던 남자 대원이 안보인다. 먼저 갔을 것이란 판단인데 대장 말은 건너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시 대장이 다리 건너가서 찾아봐도 없다하고 이런 난감한 일도 없다. 혹시나 해서 기다리기를 20분은 지체하다 결국 먼저 장인봉을 지나 총무한테 전화로 연락해 보라고 하니 뒤따라 온다고 한다. 기다렸다가 만나 어디 있었냐는 질문에 다리 중간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 얘기 하느라 늦었다는데 실소를 금할 수가 없었다.
강풍에 흔들거리는 다리를 공포에 건널 수가 없어 결국 다리 밑으로 하산했다가 올라오는 우회등로를 이용한 것으로 판단이 됐다. 나는 알지도 못하는 우회등로를 자존심 상해 거짓말 할 수 밖에 없는 그의 입장을 이해해 줄 수 밖에 없었다.
▼ 건너지 않은 대원을 기다리느라 지체하는 시간이 있어 건너서 찍은 자란봉이다.
▼ 다리 중간에서 바라본 문명산 방향으로 이어지는 계곡.
▼ 낙동강줄기가 안동호에 이르러 부채햇살에 멀리 반짝인다.
▼ 뒤돌아 본 하늘다리... 자소봉이 살짝 보인다.
▼ 청량산 정상인 장인봉에서 인증.
▼ 단풍이 전체적으로 덜 들었다고는 하나 참나무 종류는 노랗게 물드는가 싶으면 바로 색이 바래면서 말라 낙엽되어 지고 마니 정상은 이미 단풍이 절정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 단풍나무가 많이 보이질 않아 아쉽지만 몇 그루만 있어도 제법 운치를 느낄 수가 있다.
▼ 장인봉을 지난 마지막 조망터나 다름 없는 곳에서 담아본 풍경이다.
우리를 기다리는 산악회 버스 주차장이 눈에 들어온다.
▼ 햇빛에 반사되는 하얀 물체가 뭔지 궁금하여 렌즈를 당겨 보니 햇빛이 반사되어
과일에 일조량을 많이 받게 하여 당도를 높이기 위해 비닐을 바닥에 깔아 놓은
과수원이다. 아마도 사과밭인가 보다.
▼ 청량산 마지막 쉼터를 당겨 봤다. 하산하면서 저곳도 올라가 봤어야 했는데 별 볼일 없을 것 같아 생략했지만 다른 회원들 사진을 보니 되돌아 본 암릉이 멋져 오르지 않음을 후회했다. 일단 귀찮더라도 꼭 둘러본다는 원칙을 무시한 결과다.
▼ 버스 주차장이 눈앞에 바로 보이니 하산하는 경사도가 만만치 않음을 직감하게 된다.
▼ 모처럼 보는 단풍이지만 그리 색이 곱지는 않다. 이러다가 올해 단풍은 영영 보지
못하고 가을을 보내겠구나 싶다.
▼ 여여송(如如松)
불교의 경전 중 하나인 <금강경>에 나오는 여여부동(如如不動) 즉, "변함없이 뿌리가
깊으면서 흔들림이 없다"는 뜻에서 이 소나무에 여여송이란 이름이 붙었다.
▼ 청량교가 보이니 거의 다 내려온 듯 하다. 낙동강이 휘돌아 흐르는 곡선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 계곡사이로 보이는 밭에 설치한 물체는 태양열 집열판인가 했더니 비닐 덮은 인삼밭
으로 추정된다. 한가운데 묘가 알박기를 떠올리게 하여 눈길을 끈다.
▼ 삼부자송(三父子松)
장인봉 아래에 있는 금강암에 어떤 부부가 세상의 풍파를 피해 들어와 화전을
일구며 살고 있었는데 이들에겐 자식이 없어 세갈래로 뻗은 이 소나무에 자식을
바라는 소원을 빌어 결국 쌍둥이 아들을 낳게 되었는데 그 후 부부는 이 소나무를
삼부자송으로 명명하고 정월 보름과 칠월 백중을 맞아 정성스레 당산제를 올리며
가족의 안녕을 기원했다고 한다.[안내문 발췌]
▼ 하산하고 나니 이와 같이 세족을 할 수 있는 시설이 되어 있어 지자체에서 등산객들을
위한 배려가 돋보였다. 아무것도 아닌 시설같지만 계곡물을 자연스레 흐르도록 하여
산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 간단히 씻을 수 있도록 한 곳은 지금까지 산행을 하였어도
처음인 것 같다. 다른 지자체에서도 조금만 신경을 쓴다면 얼마든지 큰 예산을 들이지
않고 많은 등산객들의 피로를 풀어 줄 수 있는 시설로 배려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 통상 주차장에서 하차하여 이곳 청량교를 지나 좌우 코스로 등산을 하게 되는데 버스가 더 진행하여 들머리를 잡는 코스도 많아 오늘이 그러한 경우여서 하산하면서 청량교를 건너게 되었다.
▼ 공용 주차장에서 당겨본 청량산 일부.
▼ 바람이 다소 강하게 부는 전형적인 가을 날씨에 꼭 가고 싶었던 청량산 산행도 이렇게 해서 마무리했다. 산악회에서 별도로 정한 100대명산을 오늘 완등한 여성회원을 축하하는 자리도 가졌다.
3년반만에 이뤄졌다는데 남들보다 체력이 그리 좋아 보이진 않음에도 꾸준히 산행을 하다보니 본인이 뜻한 바를 이룬 날이기에 많은 회원들에게도 귀감이 되는 자리였다.
청량산은 한 면모만을 보기에는 아쉬운 산이다. 반드시 축용산 코스로 올라 전체 분위기를 읽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다시 한번 찾아봐야 할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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