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13일(토)
날이 부쩍 더워졌다. 언제 봄이 갔는지 녹음도 짙어간다. 작은 생수 두병이면 왠만한 산은 그냥 넘나들었지만 이젠 서너병 준비해야 한다. 그만큼 산행은 일기와 상관관계가 깊다는 얘기다. 오늘도 날씨가 꽤 덥다. 다행히 바닷가가 그리 멀지 않아서인지 바람이 간간이 불어 상쾌한 산행을 할 수가 있었으니 이젠 사실상 더위와 맞서야 할 마음의 준비부터 해야할 때가 된 것이다.
오늘은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한 해남과 영암의 경계선상에 있는 흑석산을 오르기로 했다. 모든 원정산행이 다 그렇듯이 명산에 들지 못해서이지 나름대로 다 가 볼만한 산행지를 택해 공지하기 때문에 호기심에 믿고 따라 나서는 것이다.
물론 공지가 뜨면 사전 정보를 알기 위해 검색도 해보지만 의외로 알려져 있지 않은 경관 좋은 산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흑석산은 최고봉이 있기에 목적지이지만 흑석산을 오르는 과정의 별매산(별뫼산)과 가학산, 그리고 호미동산으로 뻗은 암릉의 모습과 오르내리는 재미가 어느 명산 못지 않다. 일부 잽싼 선두 회원 몇 명이 알바를 할 만큼 아직은 정비되지 않은 구석이 있지만 원만히 산행할 수 있는 좋은 코스이다.
주변 조망이 좋아 미답지인 문필봉, 주지봉과 월출산, 반대편으로 주작,덕룡산과 두륜산, 달마봉으로 이어지는 경관을 감상할 수 있어서 산행내내 지루한 줄 모르고 탁 트인 가슴으로 힐링할 수 있는 산행지다. 특히 가학산에서 호미동산 방향으로 가는 등로는 없지만 호미동산을 가까이서 조망할 수 있는 조망터까지 잠시 갔다 온 것이 오늘 산행의 백미였다. 단풍이 곱게 물든 가을산행도 괜찮을 듯 싶다.
∥산행정보∥
♣ 행정구역: 들머리-전남 강진군 성전면 월평리 896-4, 별매산-영암군 학산면 묵동리, 흑석산-학산면 학계리, 날머리-해남군 계곡면 가학리 산1
♣ 산행코스: 월평리-별매산-망산-가학산-흑석산-바람재-은골-가학산자연휴양림
♣ 거리: 약 9.5km( 들머리-11:10, 날머리-17:50)
▼ 들머리는 제전마을이라고 되어 있는데 강진군 성전면 월평리이다. 버스에서 하차하자 마자 보이는 전위봉의 멋진 모습이 산행 의욕을 부추킨다.
▼ 산길로 접어들면 이와 같은 <이대>가 숲을 이루고 그 사이를 통과하게 되니 제법 분위기가 있다.
▼ 처음부터 암릉을 타게 되는데 그리 위험 구간이 없는 순조로운 코스로 산행 재미를 느끼게 된다.
▼ 첫 조망터에서 왼쪽으로 바라보니 바로 앞 저수지와 연결된 월각산이 조망되고 월출산 천황봉이 얼굴을 살짝 내밀었다.
▼ 전남 강진군 성전면 월평리 전경, 멀리 밀집된 마을은 성전면사무소 소재지이기도 하다.
▼ 들머리 초장부터 암릉타는 재미가 있는 산이다.
▼ 첫 들머리부터 조망이 좋고 암릉이 주변 풍경과 어우러지니 너도 나도 사진 촬영하느라 정신들이 없다. 이러다간 계획된 6시간이내엔 도저히 산행을 마칠 수가 없는 분위기다. 나는 적당히 기회를 봐서 산행 속도를 내야만 했다.
▼ 왠만한 산에는 기암괴석은 있게 마련이다. 이 역시 뭐라고 이름 붙여줄 만한 기개가 넘치는 바위가 우뚝 서 있고 그 폼이 예사롭지가 않다.
▼ 위의 바위 아래에 있는 별개의 바위다. 위험을 감수하고 저런 바위 올라가 사진 담는 재미를 느끼는 산객들을 종종 보게 된다.
▼ 별매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오른편으로 영암~순천간 남해고속도로가 시원하게 뻗어 있다.
▼ 월출산 천황봉이 모습을 드러냈다. 산행내내 사방 모두를 조망 할 수 있으니 암릉이 제법 있다는 얘기다.
▼ 전위봉에서 바라본 별매산(별뫼산)
▼ 당겨본 왼쪽 문필봉과 오른쪽 주지봉...미답사 지역으로 월각산으로 부터 저곳까지 종주하는 코스가 따로 있음을 알았다.
▼ 당겨본 월출산의 천황봉, 왼쪽은 향로봉...역시 명산은 멀리서 봐도 멋지다.
▼ 왼쪽 향로봉과 가운데 천왕봉, 오른쪽으로 뾰족한 부분이 닭벼슬 같이 생겼다하여 달구봉, 맨 오른쪽 뭉퉁해 보이는 것이 양자봉이다.
▼ 바로 남해고속도로 건너편의 월각산, 이쪽 지역의 산형태가 비슷 비슷하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 뒤돌아 본 암릉
▼ 별매산 오르기전 뒤돌아 본 전위봉이다.
▼ 막힘이 없는 시원 시원한 풍경들...
▼ 뒤돌아 본 전위봉
▼ 별매산 465m, 가학산 575m
별매산에서 흑석산(黑石山)으로 이어지는 능선에 우뚝 솟아 있는 가학산의 정상부는 거대한 돔형의 바위 봉으로 되어 있어 해발에 비해 웅장함을 자랑하고 있다.
가학산 정상은 평평하고 넓은 공터를 이루고 있으나 양쪽이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어 주의해야 하는 곳이다. 정상에서 북동쪽으로 월출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이고, 남쪽으로는 두륜산이 아스라히 보인다. 가학산 주능선은 온통 바위능선으로 되어 있어 등산로 이외 탈출로가 많지 않은 산이다. 별매산은 정상보다는 남동릉 상의 암봉과 암릉의 풍광이 뛰어나다. 밤 하늘의 별 같은 형상이라는 의미에서 지어진 '별뫼' 역시 이 암봉과 암릉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산행기점인 제전 마을에서 바라보는 별뫼산 암봉은 자연미도 빼어나지만, 그와 더불어 월출산을 위시해 강진 해남 일원의 산봉이 한눈에 다 들어올 정도로 조망이 뛰어나다.
▼ 별매산에서 진행할 코스...
가학산에서 바로 흑석산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호미동산만큼은 갔다가 되돌아 와야 하는데 등로가 제대로 나 있는지도 모르겠고 또 그곳까지 갔다가 되돌아 올 만큼 시간적 여유가 있는지도 몰라 일단 그 곳까지 가봐서 결정하기로 한다.
▼ 마치 바람개비를 연상케 하는 마삭줄 꽃이 벌써 수줍게 피었다. 중부지방에서는 자생하지 않는 화원에서 화분에 식재하여 판매하는 식물 중 하나다.
▼ 땅비싸리꽃도 한창이다. 싸리나무 중에 가장 작은 나무로 주로 양지쪽의 등로에 많이 핀다.
▼ 전국적으로 가장 흔하게 피는 국수나무...
줄기속의 하얀 모습이 국수를 닮아서 붙여진 이름.
▼ 별매산에서 본 망봉과 왼쪽의 가학산...
저곳 망봉에는 가학산으로 가는 이정표가 없다. 그 때문에 오른쪽으로 등로가 나 있는 코스로 가다보면 하산하는 길이기에 몇 몇 회원들이 줄줄이 알바를 했다. 망봉에서 오른쪽이 아닌 왼쪽으로 접어 들어야 한다.
▼ 뒤돌아 본 등로... 멀리 별매산 보인다.
▼ 영락없는 어미 개와 강쥐가 마주하고 다정하게 얘기 하는 모습이다.
▼ 뒤돌아 본 등로
▼ 망봉에서 바라본 호미동산...흑석산 못미쳐서 호미동산 방향으로 가는 등로가 있으나 호미동산까지 연결되어 있는지는 확인을 못했고 시간관계상 그 부근까지 가서 풍경을 담아 오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 망봉에서 바라보는 가학산 위용은 대단해 보인다. 저 뾰족한 봉우리를 넘어 진행하게 되는데 이렇게 봉우리가 뾰족한 산도 보기 드물다. 마치 진안의 마이산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 가학산을 오르며 뒤돌아 본 등로...
오른쪽 멀리 별매산으로 부터 망봉을 지나 이곳까지 온 것이다. 동작 빠른 선두는 저곳 망봉에서 이곳으로 진행해야 하는데 이정표가 없어 왼쪽으로 이어지는 등로를 탔다가 거의 다 하산할 무렵 잘못 됐다는 것을 알고 발길을 돌려 부지런히 후미까지 따라 붙는 알바를 했는데 나 역시 몇 사람의 뒤를 아무 생각없이 따라 가다가 100여미터 진행뒤 내가 바로 잡아 알바를 하지 않은 곳인만큼 신경을 써야 한다.
▼ 노린재나무 꽃이 흐드러지게 폈다.
▼ 만제재에서 뒤돌아 본 가학산, 보는 위치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이다.
▼ 만제재 부근에서 당겨 본 호미동산...호랑이 꼬리와 같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란다. 마치 난공불락의 요새와 같다. 가학산도 오르면서 봉우리가 뾰족하게 보였는데 호미동산도 그렇게 보인다. 산이란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니 한쪽만 보고 느낌을 말한다는 것도 조심스럽다.
▼ 흑석산 오르기전 좌틀하여 호미동산쪽으로 최대한 가보기로 한다. 물론 등로는 있기는 하나 발길이 뜸하여 철쭉으로 덮혔다. 드디어 조망터 끝지점에 이르러 주변을 둘러보니 오른쪽인 남쪽으로는 강진,해남의 덕룡산~주작산~두륜산~달마봉이 조망되고 왼쪽인 북쪽으로는 월출산일대가 모두 조망되니 정말 멋진 풍경들이다. 아래는 강진의 덕룡산 줄기이다.
▼ 덕룡산 오른쪽으로는 남해의 주작산이 조망된다.
▼ 주작산 오른편으로는 아래와 같이 두륜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 멀리 해남의 달마봉까지 조망되니 오월의 날씨 치고는 상당히 좋은 날이다.
▼ 월출산 노적봉
▼ 월출산 천황봉과 왼쪽 향로봉, 오른쪽으로는 사자봉과 매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다.
▼ 호미동산으로 이어지는 최대한 가까이 갈 수 있는 조망터에서 담아봤다. 가을의 단풍든 모습을 연상해 보니 정말 아름다울 것 같다.
▼ 저 호미동산 정상을 올라야 이곳 코스의 진면모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만큼 궁금증을 유발시키지만 시간 관계상 어쩔 수 없이 발길을 돌려야했다.
▼ 호미동산에서 당겨본 가학산은 넘어 오기전에 본 형태하고는 또 다른 느낌이다.
▼ 이곳에도 산불이 얼마전 난 모양이다. 불에 그을린 나무에서는 매케한 냄새가 나고 그 주변이 빨갛다. 다행히 큰불로 이어지지 않아서 다행이다. 우리의 산들은 산객들로 인해 산불이 나는 일만은 없어야겠다.
▼ 해남군 계곡면 반계리 일대의 평야지대가 누렇게 익어가는 보리밭 모습과 어울려 아름다운 색채를 띠고 있다.
▼ 협곡에서 부는 바람이 모든 피곤함과 갈증을 해소해 주는 듯 모두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 흑석산 652.5m
흑석산은 가학산(577m), 별매산(465m)으로 이어진 능선은 영암 월출산의 여세가 남서로 뻗으며 솟구쳐놓은 산줄기로 설악산 공룡능선을 뺨치는 암릉 풍치와 지리산의 일맥처럼 길게 뻗은 능선줄기는 누구든 감탄사를 연발하게 하지만 아직 그리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이는 물론 영암 월출산의 유명세에 밀려서다.
하지만 이 산은 기암들이 서로 업치고 덥친 모양새가 멀리서 볼 때 마치 밤하늘의 별처럼 아름답다고 하여 별매산이라 부른다.단단한 화강암 덩어리가 줄지어 얹힌 능선 곳곳에는 소나무들이 억세게 뿌리를 박고 있다. 한겨울에도 눈이 쌓이는 일이 별로 없어 산행을 즐기기엔 문제가 없다. 또한 이 산은 기품 높은 난의 자생지로도 유명하다.
▼ 깃대봉에서 뒤돌아 본 코스...
▼ 하산길에 모처럼 대면하는 덩굴성 식물인 <큰꽃으아리>이다. 원예종으로 개량되어 각종 색깔을 띤 것들이 선을 보이는데 클레마티스라 불린다.
▼ 골무꽃...
열매가 바느질 할 때 바늘을 눌러 밀기 위해 손가락에 끼우는 골무와 모양이 비슷하다 하여 붙여진 이름.
▼ 어느새 가학산 자연휴양림이 있는 날머리에 도착했다. 산림이 울창하고 정비가 잘 된 곳이다. 산행시간은 6시간이 주어졌으나 초보산행의 뒤쳐지는 일부 대원과 사진 담기에 몰두한 인원들로 지체되어 7시간을 훌쩍 넘겼다.
그래도 모두가 만족하는 표정이다. 좋은 경치에 적당히 암릉을 타는 재미가 있었기에 산행에 모집이 안되어 28인승 버스를 이용해야 하는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이곳을 찾지 않은 회원들에게는 아쉬움으로 남을 것 같다.
▼ 산행 후 뒤돌아 본 흑석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