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19일(일)
진도의 동석산은 우연히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산이 높던 낮던 험준하더라도 암릉으로 이루어진 빼어난 산을 좋아하는데 바로 동석산이 그리 보였다. 물론 주변의 달마산이나 주작, 덕룡산이나 아직 가보지 못한 두륜산도 산세가 비슷할 것이란 생각이지만 좀 더 멀리 천관산도 빼 놓을 수 없는 멋진 산이다.
동석산이 아마도 입소문을 타고 많이 알려져서인지 도착하자마자 이미 들머리부터 정상으로 이어지는 끝없는 행렬은 동석산의 인기를 말해주는 듯 하다. 주로 암릉으로 이어져서 바위를 타는 스릴로 재미도 있지만 나무가 없어 좌우로의 탁트인 조망은 주변 다도해와 마을 전답과 멀리 두륜산까지 볼 수 있는 풍경이 있기에 지루한 줄 모르고 산행하게 된다.
오늘따라 전국에서 모여든 산악회원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산행이 지체되어 불과 5.5km의 거리를 4시간 30분이나 걸렸으니 이건 산행이 아니라 산책이다. 산행 초보자들이 겁을 먹어 오르거나 내려가길 더디하면 당연히 시간이 지체될 수 밖에 없다. 거기다가 사진찍기에 모두가 몰두하여 난리도 아니다.
이제 봄이왔다. 야생화가 이곳 저곳에 고개를 내밀었다. 동석산 암릉에 무슨 야생화가 있겠냐고 생각했는데 정상을 지나 육산으로 접어드니 요즘 피는 것들은 거의 다 있어 한층 즐거운 산행이 되었다. 접사렌즈를 안가지고 간 것이 아쉬웠다. 앞으로 더 바빠질 산행이 한편으론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겨울이 오나 싶으면 봄이 오고, 봄이 왔나 싶으면 여름이다. 이번 봄은 나에게 어떻게 다가 올 것인지 말 그대로 봄날이었으면 좋겠다.
∥산행정보∥
♣ 행정구역: 들머리- 전남 진도군 지산면 하심동길 58 (심동리 14-33), 정상-지산면 심동리 산1, 날머리-지산면 가학리 산27-3 (세방낙조전망대)
♣ 산행코스: 종성교회- 미륵좌상암굴- 동석산- 삼각점- 가학재- 작은애지봉- 세방낙조전망대
♣ 거리: 약 5.5km(들머리- 11:10, 날머리-15:40)
∥동석산 개요∥
높이 219m이다. 급치산(221m) 낙조대의 동북쪽에 자리한 화산암 계열의 바위산이다. 심동저수지를 사이에 두고 서쪽으로 급치산이 해안을 바라보고 있고, 동석산은 그 건너편에 있다. 산자락엔 천 개의 종을 매달았던 천종사라는 절이 있다.
동석산의 동쪽 6부 능선쯤에는 마파람이 불면 은은한 종소리를 낸다는 동굴이 위치한 ‘종성골’이라는 골짜기가 있다. 이 산에서 바라보는 서해 일몰은 아름답기로 정평이 나 있다. [출처: 두산백과]
▼ 버스에서 내리자 마자 펼쳐진 동석산 풍경인데 이렇게 한눈에 들어 올 줄은 몰랐다. 물론 북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이곳에서 보일리 만무지만 처음부터 암릉의 압도적인 모습에 마음이 설레인다.
▼ 봉우리 하나씩을 당겨보니 벌써 산꾼들로 가득하다.
▼ 암릉의 등로는 일렬로 한사람씩 다닐 수 있는 좁은 공간이어서 더욱 지체될 수 밖에 없음을 알게 된다. 동석바위전망대에서 미륵좌상암굴로 하산하는 모습이다.
▼ 암릉 왼쪽 중간쯤에 미륵좌상암굴이 보인다. 미륵불이라도 있는 줄 알았지만 없는데 이러한 명칭이 왜 붙었는지는 알 수 없다.
▼ 산행전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역시 야생화다. <큰개불알풀>인데 열매가 그것과 비슷하다하여 붙여진 이름, 열매가 돌콩보다 작은데 그런 이름이 주어졌다. 그나마 그냥 개불알풀은 이보다 꽃도 작고 눈에도 잘 띄이지 않는다.
▼ 작은 교회가 아담하게 자리하고 있는 오솔길로 접어들어 산행은 시작된다.
▼ 진달래가 막 피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봄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중부지방은 3월말에나 개화되기 시작하니 이곳이 열흘은 빠른셈이다.
▼ 언제 비가 왔는지 먼지가 폴폴나는 등로를 벗어나자 암릉구간이 나타나고 로프가 아닌 파이프 난간으로 오르막이 시작된다.
▼ 잠시 쉴 공간에서 주변 조망을 하며 한컷 담아본다.
▼ 초장부터 셧터 눌러대기에 바쁘니 다른 산악회와 뒤섞여 앞으로 진행하기가 어렵다. 날머리까지 약속시간 벗어나지만 않는다면 이왕지사 그냥 뒤쳐져 가기로 했다.
▼ 이쯤에서 보는 풍경이 내 고향 화개산에서 들판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든다. 아지랭이가 피어오르는 들녘에서 삽자루, 칼자루 들고 고들빼기, 민들레 나물을 캐던 잊지 못할 추억도 엊그제 같기만 하다. 멀리 보이는 바닷가는 진도 팽목항이다.
▼ 미륵좌상암굴이라고 지도상에는 표시가 되어 있는데 그런 명칭이 왜 붙었는지 아무것도 없는
굴을 미리 당겨봤다.
▼ 많은 구조물이 자연미를 훼손하게 한다. 물론 산행의 편리함 때문에 이렇게 많은 산꾼들이 모여들겠지만. 예전엔 진정한 산꾼들이 올랐으리라.
▼ 뒤돌아 본 풍경...진행방향보다 뒤돌아 본 풍경이 더 멋진 곳이 있어 습관처럼 뒤돌아 보게 된다.
▼ 천개의 종을 매달았던 천종사라는데 사실인지는 모르겠다.
▼ 지나온 능선을 옆 봉우리에서 담아본 풍경이다.
▼ 실제 가보니 양지바른쪽의 작은 이 굴은 인위적으로 파 놓은 듯한 느낌인데 부처상이라도 하나 있음직한데 너댓명이 앉아 밥먹기 딱 알맞은 공간이다.
▼ 저곳이 동석산 정상인 것 같지만 정상은 그 너머에 있다. 동석바위전망대로 보인다.
▼ 동석산은 산행내내 뒤돌아 보게 되는데 풍경이 그만큼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 산객들이 얼마나 많은지 능선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줄로 늘어서 있다.
▼ 심동저수지와 급치산(221m)이 남서쪽으로 자리잡고 있는데 급치산에서의 서해 낙조가 매우 아름답다고 한다.
▼ 골짜기마다 밭은 무슨 곡식, 채소를 심으려는지 곱게 단장했다.
▼ 동쪽으로는 남쪽의 심동저수지와 함께 봉암저수지가 위치해 있어 마치 바닷가와 같은 분위기다.
▼ 나라를 뒤흔든 세월호 사건과 함께 잘 알려진 팽목항을 당겨봤다.
▼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몰려드는 산객들...
▼ 주변 작은 산도 괴이하게 생긴 암릉의 산들이 눈에 들어오곤 한다.
▼ 두륜산이 멀리 포착되었다. 비록 미세먼지로 흐리긴 해도 윤곽이 뚜렷하다. 그 넘어로 주작산, 덕룡산이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 칼바위능선이다. 정말 칼날같이 생겨서 이 구간은 우회하지 않으면 안된다.
▼ 맞은편을 당겨보니 그곳이 동석산 정상석이 있고 기념사진 담으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 칼바위능선 우회로
▼ 생강나무가 꽃을 피웠다. 잎을 비비면 생강냄새가 나는데 잎은 차로도 쓰인다. 꽃이 산수유와 비슷하나 자세히 관찰해 보면 다르다. 마을 어귀에 피는 꽃은 산수유, 산정상에 피는 꽃들은 대부분 생강나무로 보면 된다.
▼ 뒤돌아 본 칼바위능선, 아까와는 반대쪽에서 보는 풍경인데 더 멋진 모습이다.
▼ 진행방향의 암릉이 계속 이어진다.
▼ 암릉의 석질은 울퉁불퉁해서 마찰력이 좋아 릿지하기에 알맞은 석질같다.
▼ 삼각점이라고 도상에는 표시되어 있는데 저곳을 넘기전에 점심식사를 하기로 한다.
▼ 대원들이 뿔뿔이 흩어져 함께 산행하는 산우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점심을 먹는데 주변 풍경에 입맛이 절로 돈다.
▼ 이곳에서 최고의 정체를 이뤘다. 한사람씩 올라야 하는 크랙등반 구간이어서 산행초보들과 함께 엄청난 시간을 허비해야 했고 일부 성질 급한 산객들은 릿지로 정상을 오른다.
▼ 마지막 암릉구간 산행을 끝내고 육산으로 접어 들었다. 뽀얀 먼지를 뿜어내며 속도를 내어 하산한다.
▼ 그런 와중에 이렇게 만나는 야생화를 그냥 보고 지나칠 수가 없다 한컷 한컷 정성들여 담아보려 하지만 접사렌즈가 아니어서 분위기가 살지 않는다.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현호색이다.
▼ 고향의 화개산 등로에는 수도 없이 많은 <산자고>이다. 역시 이러한 야생화는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등로 주변에 많다. 왜일까...단순하다. 등로 가까이에는 햇빛의 양이 많기 때문이다. 숲이 우거진 곳에는 그늘로 인해 식물이 자랄 수가 없다. 역시 그들의 생존전략이다.
▼ 노루귀...
잎이 털과 함께 노루귀를 닮았다.
▼ 보춘화(=춘란)도 발견됐다. 그 옛날에는 아주 흔하게 보던 야생화지만 무분별한 채취로 인해 이젠 보기 힘든 야생화가 되었다.
▼ 뒤돌아 본 능선...동석산 정상의 위치가 왼쪽으로 멀리 보인다.
▼ 진도군 지산면 가학리 마을과 각홀도.
▼ 송악...
덩굴성 식물로 남쪽지방에서만 볼 수 있는 식물이다. 특히 제주지방에는 돌담에서 많이 자란다.
▼ 지산면 가치리 마을과 가치저수지
▼ 큰애기봉...
정상의 전망대까지 가 볼 생각이지만 시간상 안될 것 같고 가봐야 별 것 있겠냐는 핑게로 바로 하산하기로 한다.
▼ 콩짜게덩굴도 그냥 지나칠 수 없고...
▼ 개별꽃도 이쁘게 폈다.
▼ 길마가지나무를 사실상 처음 본다. 중부지방에서는 보기 힘들고 아랫지방에서도 제철을 만나야 볼 수 있는데 오늘 행운이다. 비슷한 올괴불나무가 있는데 중부지방에 흔히 있는 나무로 꽃수술이 붉은색을 띠고 있는 반면 이꽃은 노란색을 띠고 있어서 구별된다.
▼ 아직 동백꽃이 붙어있어서 담아봤다.
▼ 오리나무 수꽃도 싱그럽고 탐스럽게 피었다.
▼ 광대나물도 중부지방에서도 벌써 피었지만 색감이 너무 좋다.
▼ 사스레피나무...
산행내내 두엄냄새가 나는 고약한 향기를 내 뿜고 있어 보기와는 좀 다르다.
▼ 주지도( 손가락섬)
▼ 당겨본 주지도...
손가락을 닮았다하여 손가락섬이라고도 불린다는데 마치 누가 큰바위를 산정상에 올려 놓은 것만 같은 느낌이다.
▼ 주지도와 마주하고 있는 양덕도(발가락섬)...발가락을 닮아서 발가락 섬이라고도 불린다는데 작은 섬들에 이와같이 기이한 암릉들이 전설 하나씩을 있을 법하게 재미있게 생겼다.
▼ 매화는 거의 다 져가고 홍매화가 화사하게 피어 눈길을 끈다.
▼ 올망졸망한 섬들의 모습이 아름답다.
▼ 팽목항을 들렀다. 세월호 침몰사고가 일어난지 벌써 3년이 됐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인해 꽃도 피워보지 못한 아이들의 희생은 국민들에게 큰 슬픔과 충격을 안겨줬다. 수많은 사연과 함께 애환이 서려있는 이곳은 절로 숙연해 질 수밖에 없다.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9명의 고인이 가족품에 돌아오길 기원하며 3월 22일부터 인양작업에 들어간다니 순조롭게 진행되길 바랄 뿐이다. 다시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질 않길 바라고 또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