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2일(토)
년말 밀린 업무에 밤 늦게까지 시달리느라 정신이 없다. 남들은 해넘이를 보느니, 제야[除夜]의 종소리를 듣느니 하는데 나와는 요원한 얘기다.
아침 해돋이는 뭐, 눈떠보니 아홉시가 훌쩍 넘었다. 새해 첫날부터 몸살기운이 있다. 날씨도 꾸물대고 이참에 하루는 푹쉬자는 생각...
이튿날이 되자 3일 연휴이니 어디라도 가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조바심에 전부터 가보고자 했던 청계산을 향한다. 좌석버스를 타고 양재동
트럭터미널 정류장에서 내리니 얼마 가지 않아서 들머리이다. 아직도 몸 상태가 썩 좋지 못하다. 그러나 청계산도 첫산행이라는 설레임에
다른 산객들 틈을 비집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열심히 오른다. 돌문바위에서 조금 오르다 보니 특전용사충혼비라는 안내판이 있어 호기심에
주등로를 벗어나 오른쪽으로 접어든다. 나도 한때는 특전사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기에 망설임 없이 향한 것이다.
충혼비에 묵념하고 충혼비를 둘러보는 순간 나는 그만 돌에 새겨진 고인들의 명단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중에 지인인 선배와 동기생 이름이
새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랬다. 1982년 6월 1일 특전사령부에서 근무하던 때 갑자기 들려온 소식은 3주간 지상훈련을 하고 첫 강하를 하기위해 4대의 수송기가 이륙했는데
1번기가 사라졌고 나머지 수송기들은 강하를 취소한 채 되돌아 왔다는 것인데 후에 들려온 소식은 1번기가 청계산에 추락을 했다는 것이다.
그 수송기에 공수교육과 교관이었던 선배와 동기생이 타고 있었는데 교육생 모두가 참변을 당한 것이다.
기본강하로 주간3회, 야간1회를 해야만 검은베레모를 착용할 수 있다. 하루1회씩 1주간이 강하주간인데 날씨가 안좋아 3주간이나 지연이 되었으니
다음 깃수가 대기중이어서 왠만한 날씨면 강하를 강행해야만 했었던 상황같다. 그날도 시계는 괜찮았으나 산중턱에는 운무가 끼어 있었다.
성남 비행장에서 강하장소인 미사리 강변 모래사장 상공으로 향하던 중 청계산에 걸쳐있던 운무에 방향을 잃어 추락한 것으로 추정되며 53명 전원이
첫 강하도 못해 보고 20대 초반의 꽃다운 나이에 유명을 달리했던 것이다.
많은 세월이 흐른탓에 그런 일을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바로 이곳에서 참변이 있었다는 사실이 마치 엊그제 일처럼 떠올라 가슴이 뭉클해 진다.
나도 모르게 숙연해 지며 그들의 명복을 빌었다. 오늘 청계산을 찾은 의미가 여기에 있었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 코스: 양재동트럭터미널-옥녀봉-돌문바위-충혼비-매바위-청계산(매봉)-망경대-석기봉-이수봉-절고개-응봉(매봉)-대공원역
♣ 거리: 약13km(들머리:10:10, 날머리:16:30)
▼ 첫 들머리가 가파르다.
▼ 옥녀봉 바로 전에서 야생조류(박새류)가 손바닥에 놓인 먹이를 먹는 모습을 보면 신기하다.
▼ 준비해간 점심도 없어서 이곳에서 어묵과 컵라면으로 요기한다.
▼ 오늘의 날씨는 조망이 꽝이다.
▼ 서울경마공원
▼ 국립과천과학관
▼ 날씨가 포근하여 등로가 진흙길이다.
▼ 모두 일계급 특진으로 일병은 당시 이등병이었다.
▼ 이복노 선배, 박윤서 동지!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소서!
▼ 뒤돌아 본 청계산 매봉
▼ 이수봉 넘어 국사봉
▼ 이수봉
▼ 청계산 정상 망경대
▼ 이곳에서 잠시 좌틀, 이수봉에 갔다가 다시 이곳으로 와서 우틀하여 하산하기로 한다.
▼ 청계사 방향으로 하산하는 길
▼ 이 지점에서 곧바로 하산하면 청계사로 향하는 등로이고 우측으로 접어 들어야 응봉(매봉)을 경유, 대공원으로 가는 길이다.
▼ 청계산에는 어째 매봉이 두개나 되어 헷갈린다. 이곳은 응봉이라고 하면 어떨까...
사실 매(응鷹)字로 그게 그거지만서두...내고향 마을이름도 응현동(鷹峴洞)으로 매바지(매밭)이다.
▼ 뒤돌아 본 청계산...많이도 걸어온 거리가 실감난다.
▼ 떨어지는 낙엽과 산객들이 떨구어 놓은 흙까지 비질로 말끔히 닦고 계신는 분...어느 관리소 직원인가 물으니 아니라고 한다.
아무도 알아 주지 않는 봉사하는 마음이 아름답다. 저 분의 마음도 이와같이 깨끗하리라...
▼ 지나온 청계산 능선이 꿈만 같다.
▼ 오늘은 시계가 좋질 않아 전망도 없고 빼어난 경관도 없어 밋밋한 산행이만 저 세상으로 간 동지를 만난 산행이어서 의미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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