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초교시절 운동회는 굉장했다.
그도 그럴 것이 총 학생인원이 700명이 넘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거기에 학부모님 일가 친척까지 숫자를 더하면 운동장이 발디뎌 놓을 틈이 없이 북적였던 것이다.
청군, 백군으로 미리 정해 놓고 운동회 며칠 전 부터 연습을 하는데 특히 기마전 같은 것은 힘들긴 했어도 그 당시 전투적인 놀이를 유달리 좋아했던 우리는 정말 재미있었다.
마스게임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고학년인 6학년 남학생들의 피라밋 쌓기가 아닌가 생각된다.
나는 키크다는 이유로 항상 맨 밑에 떠 받치는 위치에 있었는데 위로 애들이 더 올라 갈 수록 어깨쭉지가 빠지는 걸 억지로 참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 실패하는 날엔 다들 폭삭 주저앉고 마는데 다치는 일도 있게 마련이었다.
지금은 민속놀이화되어 즐기는 줄다리기도 그 당시에 역시 굉장한 재미를 주었다.
키크다는 이유로 또 맨앞줄에 서서 줄에 매달려 있는 끈을 보며 승패를 눈으로 직접 보고 있었고 뒤에 있는 친구들 보다 더 큰 힘을 쓸 수 밖에 없었으니 간발의 차로 질때는 혼자 분통을 터뜨려야 했다.
봄소풍에 이어 큰 행사기 때문에 떡, 과일을 준비하고 동네분들과 어울려 먹는 점심이란 또 얼마나 맛있었는가!
풍족하게 먹지 못하던 시절이라 과일 한개 접하기가 어려웠는데 운동장 여기 저기서 풍기는 사과냄새는 더 할 나위없이 향긋했다.
지금도 어디서든 사과향기만 풍기면 가을 운동회가 곧바로 생각난다.
나는 점심값을 못했다. 통상 달리기는 오전에 끝났는데 키는 커도 3등안에 들어 본적이 없었으니 말이다.
어느 녀석은 점심 먹을때 상받은 공책, 연필을 하나 가득안고 자랑하고 있으니 괜히 부모님께 죄송한 것 같기도 했다.
그러나 개선문에 서서 처음 입장할 때 씩씩하고 보무도 당당했던 기억!
무찌르자 오랑캐 몇 천만이냐
대한 남아 가는데 초개로구나
나~가자 나~가 승리에 길로
나~가자 나~가 승리에 길로
정말 우렁차게 노래 부르며 온 몸에 전율을 느끼면서 행진했던 그 시절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지금도 도심의 초등교는 학생수가 많아 행사 진행이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다.
그런데 농촌의 학생수는 점점 줄어 이젠 전교생이 사진의 모습 그대로다.
교동 초등교! 교동내에 4개의 초등교 중에서 그래도 2006년도에 개교100주년을 맞은 교동초교를 나왔다는 자그마한 긍지(?)를 느끼며 살아오지만 점점 줄어드는 학생수가 미래의 고향 발전과 비젼을 가진 젊은이들의 삶과 비례한다고 볼 때 안타까운 마음이 앞서는 것은 나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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