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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이야기/고향 추억

한 여름의 멍석과 모깃불

 

 

 

 

장마가 지고 본격적인 복날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면 모기가 극성이다.

그 옛날 초가지붕 마당 한켠에는 이러한 무더위를 식혀주고 밤엔 모기를 퇴치 시켜줄 물건과 방법이 있었으니 멍석과 모깃불 놓는 일이다.

농촌의 끼니 때는 시계를 보고 결정하지 않는다. 해를 보면 그 때를 알 수가 있다.

여름해가 뉘엿 뉘엿 넘어 가는 황혼이면 저녁을 먹을 시간이다.

한낮의 뜨거운 햇볕은 초가지붕의 툇마루가 시원하지만 해가 넘어가는 시간이면 아무래도 마당이 시원했다. 

더구나 저녁을 먹으려면 식구가 많은 집은 방보다 넓은 마당이 제격이다.

처마 밑에 세워둔 멍석을 깔거나 타작하고 난 후에 호밀대로 엮어 만든 장석을 마당에 깔고 저녁상 나오기 기다리며 온 가족이 얘기 꽃을 피운다.

밥상에는 찐 감자와 옥수수도 함께 놓여있다. 밥을 먹고 나서 후식으로 먹는 것이다.

밥상을 물리고 날이 어둑 어둑해지면 이웃집의 아주머니들이 마실을 오게 되는데 두런 두런 이런 저런 얘기 나누느라 정신들이 없는 가운데 달려드는 모기는 얘깃거리를 방해한다.

정갱이에 손바닥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하다. 부채로 쫓아 보지만 역부족...

이 때 미리 말려 두었던 쑥을 보릿짚과 함께 섞어 불을 지핀다. 마당이 금방 연기로 자욱해 진다.

콜록, 콜록 숨쉬기가 곤란하고 쑥냄새가 진동을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마당이 좋았다.

멍석에 누워 깜깜한 밤하늘의 별을 보고 있노라면 우주의 신비에 온갖 상상력을 갖게 된다. 인공위성이 쉴새없이 지나가고 별똥별이 떨어지는 가운데 별자리를 헤아려 본다.

저건 북극성, 저건 북두칠성, 카시오페아, 페가수스, 저건 은하수야...

그러면 어머님께서는 견우직녀 얘기를 들려 주신다. 칠월 칠석이면 유난히 별이 총총해 지는 것도, 까치와 까마귀, 특히 까마귀도 좋은 동물임도 그 때 인식하게 되었다.

어느새 어머님 무릎을 베개 삼아 잠이 든 나는 우주여행을 떠나게 되는 것이다.이렇듯 멍석과 장석에는 꿈과 낭만의 추억이 얽혀있다. 지금은 다 사라져 버린 물건들...

민속촌에 가야 볼 수 있는 이것들은 문명의 이기앞에 서서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렸다.지금도 밤하늘의 총총한 별만 봐도 그 시골 정경이 눈앞에 아른 거린다.

열악한 환경과 늘 부족하기만 했던 그 시절, 시골이 비교도 할 수 없는 도심생활의 넉넉함 속에서도 왜 그리 마음  한켠에 자리잡고 있는지 그 시대를 살아 본 사람들은 느꼈을 법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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