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여름방학이 곧 다가온다. 초복과 함께 찾아오는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었음을 말해준다.
지는 듯한 무더위의 한편에 원두막이 우리의 몸과 마음을 식혀 주었던 때가 있었다.
어린 시절,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동네 앞 들판이나 길가마다 한 두 개쯤의 원두막이 있었는데 주로 참외밭에 우뚝 서 있었다.
그 때 당시 참외 한 개에 10원...
원두막 근처에만 가면 달콤하고 구수한 참외 향기에 얼마나 기웃거렸던가!
지금은 경지정리가 된지 30년 가까이 됐지만 매바지 앞 들판(조개맨들)에는 하얀 조개껍질로 덮힌 밭이 꽤 있었고 그곳에서도 참외가 심어지고 한 복판에 원두막이 즐비하게 있었다.
그 때의 참외는 주로 개구리참외, 소라참외, 호박참외였다. 개구리, 소라참외는 겉은 익은 것 같지 않은 진녹색인데 벗겨 보면 신기하게 주황색 속살이 있는 달달하면서 구수한 맛과 향이 얼마나 좋았던지, 호박참외는 크기만 크고 맛은 지리기만 했던 기억들...
그 후 빛깔이 노란 나이론참외, 은천참외, 금싸라기참외 등으로 이어져 온 듯 하다.
참외밭을 아이들이 그냥 놔 둘리가 없다. 원두막은 그래서 필히 있어야 했다. 좀 도둑 지키는 일도 그렇지만 지나가는 객들에게 장사를 위해서는 판매장의 역할을 하는 곳이기도 했다.
그래서 원두막이 밭 끝자락까지 잘 보일 수 있도록 높아야 했기 때문에 사다리를 놓았고, 밤낮으로 기거를 해야 했다. 그러니 우기에 대비해 이엉으로 엮은 문은 들창을 만들어 사방으로 내어 나뭇가지로 열고 닫게 만들었는데 지금까지 어릴 적 보았던 원두막만큼 운치 있는 것은 보지 못했다.
이러한 원두막은 오로지 도보가 이동수단이었던 시절에 지나가는 나그네의 쉼터가 되었고, 동네 분들의 장기, 바둑을 두는 장소였고, 아이들이 모여 여름방학 숙제하는 장소이기도 했으며 산이나 들에서 일하거나 소 풀 먹이다 갑자기 만난 소나기를 피하는 장소이기도 했다. 그곳에 사람이 모였고, 대화가 있었고, 흥정이 있었고, 인정이 있었던 사람냄새 물씬 나는 정감있는 장소였다.
이제는 거의 사라진 개구리참외...참외 생산지로 유명한 천안시 성환에서의 개구리참외라는 것도 알고 보면 외국산 메론의 일종이다.
그리고 이제는 볼 수 없는 시골의 원두막...
부채 하나만으로 여름을 시원하게 보냈던 시절이었다.
냉방병에 걸릴 정도로 모든 것을 다 갖추고 사는 요즘 세상이건만 그 시절이 그리워지는 것은 왜일까?
지금은 가판 역할을 하는 좌판대가 고작이고 잘 다듬어진 도시 공원의 나무 원두막에 걸터 앉아 옛 추억을 더듬어 보지만 그 옛날 추억의 원두막의 감동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아마 그것은 사람 냄새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