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길! 언제부터 창후리와 월선포간 뱃길이 생겼던가,기억에 떠올리기가 어렵다. 모처럼 고교생인 아들들과 추억여행으로 고향인 화개산으로 등산하기로 하고 무작정 뱃길에 올랐다.이젠 제법 승용차 싣기에도 간편해진 배에 올라타니 이미 새우깡 먹이에 길들여진 갈매기떼들이 다투어 객을 맞는다. 끼룩~끼룩~ 던져주는 먹이를 잘도 받아 먹는다. 어떤 놈은 간땡이가 부었는지 먹이를 손에 쥐고 쳐들고 있으면 그냥 낚아 채어 먹는다.그만큼 인간과 자연과의 조화가 있음에 흐뭇함을 느껴본다. 그러면서 암울하기만 했던 내 어릴적 기억을 더듬어 본다.그것이 어찌 나 뿐인 기억이랴! 강화대교가 생기기전 교동이라는 낙도는 인천등지에 발을 들여 놓으려면 두번 배를 타야만 했다. 교동의 관문은 남산포였고 강화 외포리간 배운항은 갑제호(그 이전은 생각이 잘 안남),혹은 똑딱배가 두시간도 넘게 걸렸나 보다. 외포리에서 버스를 타면 이번에는 강화남단 성동나루(?현재 강화대교 약간 북쪽)에서 일명 '엠 뽀드'라는 배가 버스를 실은 채 반대편 김포나루로 건넜다. 배를 한번 타면 제일 두려운 것은 멀미였다. 속이 울렁거리고 반드시 토하기 때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친척 방문길에 배를 타기 때문에 평상시 적응이 안되어서 그럴 뿐더러 배가 너무 요동을 치기 때문에 생리적인 어쩔 수 없는 현상이기도 했다. 그래서 멀미 예방을 위해 미리 배 지하객실에 드러 눕는 요령도 생겼다. 그렇게 배를 타고 비포장된 도로를 따라 덜컹대는 버스타고 육지의 친척집에 다다르면 파김치가 되어 있었다. 그래서 인천 가는 분들 중엔 아예 남산포서 연안부두(?)로 여섯시간 넘게 직접 배만 타고 왕래 하신분들도 계셨다.(난 한번도 타보지 못했음.왜냐하면 인천엔 방문할 만한 친척이 없었기 때문) 배를 탈땐 많은 위험도 도사리고 있었다. 뱃머리가 뾰족한 여객선은 앞쪽이 높았기 때문에 선착장에 뱃머리를 대는 순간 발판이 있는 긴 판자를 뱃머리와 연결했는데 물때에 따라 각도가 달라졌다. 수평으로 놓이기도하고 때로는 45도 각도로 세워져 있어서 당장이라도 잡아 삼킬 듯한 넘실대는 파도를 바라보며 흔들대는 판자에서 한발 한발 발을 떼려면 남녀노소 할것없이 외나무 다리타기,외줄타기와 흡사한 유격훈련은 모두 한번씩 거쳐야 하는 과정이었다. 아무리 조심하여도 사고는 있는법. 양손에 짐을 들거나 머리에 짐을 이은 아낙네가 눈을 아래로 깔고 곡예한다고 생각해 보라. 짐이 떨어져 애석해 하던 분들도 많았으리라.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생명을 잃은 분들도 있었다는 기억이 있다. 요즘 영화 실미도도 그 훈련에서 실전이었지만 교동도도 배타는 아슬아슬함은 모든 주민의 실전과 같았다. 바닷물이 너무 빠져서 선착장에 직접 배 대기가 어려울 땐 조그마한 나룻배가 노를 저어 여객선까지 손님들을 태우고 승선했는데 이런날은 배를 몇번타는지 그냥 운명에 맡겨야 했다. 그 시절에 갈매기는 없었으랴! 그 당시 정서로는 아마 갈매기가 손에 잡힐듯 했다면 옆에 있는 작대기로 후려쳐서 잡고 싶은 충동이었으리라. 무엇이든 채취하고 포획하여 입에 넣어야 직성이 풀리는 서글픈 그 시절의 환경 때문이었으리라. 그 때도 지금처럼 손에 쥐고 있는 과자가 있었겠지만 내 배 채우기도 허기진 시절에 가축도 아닌 날 짐승에 먹이를 준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일이다. 그러니 갈매기가 여객선을 따라올리 없다.그냥 무심코 날아가는 갈매기와 선착장부근 갯벌에 앉아 있는 갈매기만 보아 왔을 뿐이다. 이제 이렇게 갈매기를 가까이서 볼 수 있음을 신께 감사한다. 자연과 더불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것은 인간에 달려있다. 조그마한 먹이지만 갈매기들은 인간이 자신들에게 베풀어 주는 호의에 날개짓을 하며 그 아름다운 자태를 우리에게 선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빠르면 15분 밖에 걸리지 않는 편리한 뱃길! 지난 세월동안의 세월이 또 지나 간다면 그 때의 교동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 지금 눈앞에 펼쳐진 갈매기의 날개짓을 보는 즐거움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 그 것이 우리가 그토록 자랑하며 추구하는 문명발달의 미래가 아니던가! 벌써 월선포에 다다랐다. 고향의 갯내음과 흙내음이 코를 자극하는 것 같다. 2004. 2. 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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