삘기!
너무 정감이 넘치는 봄의 전령사 이다.
넓은 벌판에 아지랭이 아른 아른 피어 오르고 미풍이 피부를 간지를 때면 새싹들의 행진이 시작된다.
달래,냉이,민들레,씀바귀,쑥,소루쟁이....
특히 물꽝(?)이 많았던 교동은 정월 보름에 쥐불로 새카맣게 태운, 촉촉히 젖은 뚝마다 빨간색을 띠고 삘기가 삐죽이 고개를 내민다.
삘기는 '띠'라는 볏과의 여러해살이 풀의 어린싹인데 쇠게 되면 억새 모양의 흰색꽃이 줄기 끝으로 피어난다.
그래서 꽃이 피기전에 뽑아서 째보면 물오른 하얀 속살이 드러나고 그걸 씹으면 쫄깃 하면서 달착지근한 맛이 어린 입맛에는 그만이었다.
이걸 놓칠 동네 어린아이들이 아니었다. 일년을 기다려 왔는지도 모른다.
삘기는 나오자 마자 얼마있지 않아서 쇠기 때문에 물이 오른 제때에 먹어야 했다.
너도 나도 한 움쿰씩 경쟁적으로 뽑는데 손아귀에 쥔 상태를 보고 누가 더 많이 뽑았는가를 가름했다.
또한 삘기라고 다 같은 삘기가 아니다. 조금 부실한 놈은 작거나 가늘어서 볼 품도 없었으려니와 맛이 날리가 없다. 작거나 커도 좀 통통한 것이 제 맛을 냈기 때문에 그런 놈만 골라 뽑아야 했다.
입안 그득히 풍기는 삘기의 풀내음 향기!
어린 시절에는 그 걸 오래 씹으면 마치 껌이나 되는 줄로 알았었다.
아득히 멀어져간 추억이 문득 삘기를 우연히 발견하면서 되살아 난다.
"오! 삘기구나.언제 나왔니?" 삘기와의 대화도 잠깐, 바로 하나 뽑아서 입에 넣어 본다. 그러나 그 옛날 참 맛있게도 먹었던 그 입이 아니다.
이내 뱉어 버리고 시쿤둥해 지는 내 모습 속에 이미 속절없이 흘러버린 세월의 야속함을 애써 달래 본다.
그리곤 머릿속에 그려진 고향 친구들에게 한번 소리쳐 본다.
"삘기 뽑으러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