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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선자령

2023년 1월 18일(수)

지난주 토요일부터 일요일은 강원도에  70cm의 폭설이 예상된다는 강설예보로 산악회에서는 잽싸게 화요일에 눈폭탄 번개산행이 공지가 되었는데 바로 선자령 일대의 산지이다. 신청을 하려 했지만 사정이 생겨  눈꽃 산행의 좋은 기회를  놓칠 수밖에 없었는데 선자령과 제왕산 트레킹은 9년 전인 2014년에 갔다 왔었고 고루포기산만 못 가본 상태여서 신청했다면 이곳을 가 보려고 했었다.

한달 전인 22. 12.25에 보령의 성주산을 올라 생각지도 않았던 설산행을 하긴 했지만 제대로 된 설산행을 해 본지가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나와 같은 산우들이 많아서 그런지 이번 번개 산행 신청자는 며칠 만에 무려 3대가 출발하고 내가 속해 있는 또 다른 산악회에서는 5대가 만차로 출발을 하니 설산행에 목말라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가 있다.

갔다 온 분들의  후기를 보자니 몸이 근질되고 견딜 수가 없어 만사 제쳐두고 청명한 날을 골라 폭설 3일 후인 오늘 승용차로 선자령을 가 보기로 한다. 고루포기산은 원점회귀가 어려우므로 선자령을 올라보기로 한 것인데 눈을 맞고 우중충한 날에 트레킹 하느니 파란 하늘에 흰 눈이 대비되는 풍경이 더 보기 좋을 것이라는 생각에 차라리 잘 됐다고 위안을 하며 출발한다.

∥트레킹 정보∥

♣ 소재지: 들,날머리- 강원도 대관령면 횡계리 14-297, 선자령정상- 강원도 대관령면 횡계리 

♣ 트레킹코스: 신재생에너지전시관-KT중계소-새봉-선자령-목장길사거리-계곡길-재궁골삼거리-양떼목장울타리-신재생에너지전시관

♣ 거리: 약 11km(출발-12:30, 도착-16:10) 

▽ 출근 러시아워 시간을 고려하여 아침 일찍 출발을 했어야 하는데 07:30쯤 출발하니 교통체증으로 인해 3시간 정도 예상했던 것이 4시간이나 걸려 선자령 등산로 입구에  도착한 시각은 11:20 이다.

▽ 예상대로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강원도에 들어서니 차창 밖으로 폭설이 내린 것이 실감나고 고산지대에는 상고대까지 하얗게 핀것을 보니 마음이 어느새 들뜬다. 드디어 대관령마을 휴게소에 도착, 등산로와 가까운 쪽으로이동해 보는데 승용차가 의외로 많이 주차되어 있어 이곳저곳 들러보는데...

▽ 화장실 앞에 공간이 있길래 주차하려는데 다져지지 않은 눈에 콕 박힌 앞바퀴 한 개가 헛돈다. 아차 싶어 이리저리 별 수단을 써봐도 소용없다. 건물에서 삽을 빌려 눈을 파내면 파 낼수록 더 심각해지는 상황이고 주변에는 눈에 덮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제설용 모래함은 텅텅비어 있고 그 흔한 돌멩이 하나 찾을 수 없고 나뭇가지를 꺾어다 바퀴 밑에 넣어 보지만 역부족이다.

가뜩이나 늦게 도착한 데다가 차까지 말썽을 부리니 오늘 일진이 아무래도 심상치 않은 것 같다. 보험사에 긴급출동 요청을 하고 나니 시간이 또 얼마나 걸릴지가 문제고 트레킹은 과연 제시간에 할는지 이 시간에 트레킹 한다고 오르는 이는 단 한 사람도 보이질 않으니 더 조바심이 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차분히 마음먹고 견인차가 올 때까지 시간 절약을 위해 점심시간이 되었으니 차 안에서 식사부터 하기로 한다.

▽ 다행히 견인차는 20여 분 만에 도착했고 조심스레 다른 곳에 주차를 하고 12시가 넘어 일단 고속도로준공기념비부터 둘러보기로 한다.

▽ 9년 전에 선자령 트레킹을 했을 때는 오늘보다 눈이 덜 왔었고, 이어서 한 달 뒤쯤 설악산을 가려다가 폭설로 출입이 통제되어 결국 이곳을 대체 산행지로 택해 제왕산을 올랐을 때는 이보다 훨씬 적설량이 많았을 때이다.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제왕산과 고루포기산으로 가는 등로이고 왼쪽으로 가면 대관령 고개를 지나 선자령으로 오르는 등로이다.

▽ 고속도로준공기념비에서 내려다 본 풍경...모처럼 만에 다시 찾았으니 감회가 새롭다.

▽ 대관령 고개

▽ 대관령 고개에서 바라 본 강릉시

▽ 들머리 역할을 하고 있는 국사성황당 표지석인데 세월이 많이 지나서인지 검버섯이 많이 생겼다.

▽ 국사성황당으로 편하게 오르는 등로 첫 들머리의 침엽수림에 쌓인 눈이 멋진 크리스마스트리를 연상케 한다. 이 길로 오르지 않고 옛날 올랐던 오른쪽 능선으로 오르기로 한다.

▽ 일본잎갈나무(이명: 낙엽송)에 가지마다 쌓인 눈도 마치 금방 눈이 내린 것처럼 운치가 있는 풍경이다.

▽ 아랫길과 연결된 삼거리에 도착, 그동안 제설 작업이 잘 되어 있어서 트래킹 하는 데는 별 문제가 없다.

▽ 눈썰매를 타 본 사람들은 그 재미를 익히 알고 있기에 플라스틱 눈썰매를 휴대하고 정상에 올라갔다가 내려오면서는 이와 같이 재미도 보면서 쏜살같이 내려가니 하산시간도 절약되고 일거양득인 셈이다.

▽ 다시 뒤돌아 본 풍경으로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 힐링이 되는 풍경이다.

▽ 멀리 새봉(1071m)이 보이고...

▽ 이어지는 멋진 상록수는 무슨 나무인가 잎을 살펴보니 구상나무로 보인다. 이렇게 인공적으로 식재하여 눈꽃이 만발한 길을 걷다 보니 구상나무가 우리나라의 특산종이며 세계적으로 크리스마스트리로 인기라는 것이 실감이 난다.

▽ 다시 뒤돌아 봐도 좋고...

▽ 가까이 가서 살펴보면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

▽ 인공적으로 이런 작품을 만들어도 이렇게 보기 좋게 만들 수는 없을 것 같다.

▽ 드디어 임도를 벗어나 본격적인 숲길인 왼쪽 오솔길로 접어 들게 되는데...

▽ 구상나무숲을 벗어나는가 싶으면 이런 활엽수에 쌓인 눈꽃을 볼 수가 있고...

▽ 구상나무와 잎이 다른것 같아 살펴보니 종비나무이다. 소나무과에 속하며 해발 800~2000m의 높은 산 속에 서식하고 수형이 아름다워 관상용으로 많이 사용되며 구상나무와 같이 우리나라 특산종이기도 하다.

 

▽ 눈을 뒤집어 쓴 나무들이 제각기 작품을 만들어 낸다.

▽ 새봉 못 미처 평탄한 이곳에서 9년전에 기념 사진을 남겼던 추억이 문득 떠 오른다.

▽ 그 당시에는 이와같이 상고대가 많이 피었었는데 본격적인 산행 취미를 가질 무렵으로 이런 풍경에 푹 빠질 때였다.

▽ 기이한 모습으로 눈을 뗄 수 없는 풍경들인데 이번 눈은  습기를 많이 머금은 습설로 무게를 견디지 못한 어린 침엽수는 가지가 휘어지고, 꺾이고 수난을 겪는 모습이다.

▽ 새끼 코끼리가 어린 나무에 올라 탄 모습 같기도 하고...

▽ 별별 모습을 다 하고 있는 이와 같은 것들은 이곳에나 와야 볼 수 있는 풍경일 듯하다.

▽ 새봉을 지나 능선길에서 만난 상고대가 오후 2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각에도 피어 있는 것을 보면 바람도 세차고 이곳의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 녹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는 것 같은데 지금까지 걸어오면서 못봤던 터라 반갑기도 하고 눈꽃과 더불어 제대로 풍경을 맛보는 것 같다.

▽ 선자령 정상 방향으로 피어있는 상고대 풍경

▽ 풍력발전기가 보이기 시작하는 것을 보니 정상이 얼마 남은 것 같지 않다. 바람이 거세지지만 여전히 몸은 땀을 식혀야 해서 점퍼는 배낭에 넣은 상태로 티 하나 걸치고 오른다.

▽ 서쪽 방향의으로 풍력발전기가 있는 능선 풍경

▽ 능선 오른쪽 계곡으로 바라 보니 멀리 강릉시가 보이고 이쪽 계곡은 상고대로 온통 하얀 세상이다. 눈꽃은 눈이 내려 가지마다 쌓인 상태지만 상고대는 눈꽃과 달리 공기중의 습기가 영하의 기온으로 나뭇가지에 얼어 붙어 생긴 현상으로 더욱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낸다.

▽ 마치 학날개와 같이 비상하는 모습의 소나무가 멋드러지다.

▽ 풍력발전기가 있는 능선까지 왔다. 마치 스키장 슬로프가 생각나게 하는 넓고 경사도가 있는 능선으로 저 위쪽에는 비닐을 휴대하거나 플라스틱용기로 된 눈썰매를 타고 내려 오는 사람들이 눈에 뜨인다.

▽ 뒤돌아 본 남쪽 방향 풍경

▽ 왼쪽으로 능경봉(1121.9m), 오른쪽으로 고루포기산(1238.3m)이 보인다. 

 

▽ 당겨 본 왼쪽 능경봉과 오른쪽 고루포기산, 가운데 멀리 노추산(1322m)이 보인다.

▽ 당겨 본 고루포기산(1238.3m)

▽ 남쪽 방향으로 당겨 본 발왕산(1459.1m)의 용평스키장 슬로프가 조망되고 그 아래로는 하늘목장으로 가는 능선과 길이 보인다.

▽ 선자령[仙子嶺]

선자령은 강원도 평창군과 강릉시의 경계에 위치해 있는 봉우리로서, 대관령 백두대간에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해발고도가 높아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적설량이 무척 많은 곳이다. 조망도 무척 우수하여 동쪽으로 드넓은 동해바다, 서쪽으로는 황병산, 오대산, 남쪽으로는 대관령 양떼목장, 용평스키장, 발왕산 등이 보이는 등 사방으로 막힘이 없다.

선자령이라는 이름은 '신선 선(仙), 아들 자(子)' 로서, 아름다운 선자령 계곡에 "선녀가 아들과 함께 내려왔다가 하늘로 올라갔다"고 하여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 선자령 정상에서 하산 전, 반대편에서 바라 본 풍경으로 휴일이면 인증하느라 북적이던 인파도 오늘은 별로 없어 한가하다. 과거에 인증하느라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이 많아  정상석만 담고 그냥 지나쳤던 기억이 떠 오른다.

▽ 정상의 하산길 초입에 관목들 눈꽃의 또 다른 풍경에 매료된다. 

▽ 하산 중 서쪽 방향으로 담은 상고대 풍경

▽ 당겨 본 상고대의 이모저모

▽ 멀리 북서방향으로 황병산(1408.1m)과 그 왼쪽 뒤로 오대산(1563m)이 보인다.

▽ 당겨 본 황병산(1408.1m)

▽ 가운데 능선 넘어로는 매봉(1134m)가 보이고...

▽ 오른쪽으로 곤신봉(1135.2m)이  능선따라 세워진 풍력발전기와 함께 눈앞에 펼쳐진다.

▽ 당겨 본 곤신봉(1135.2m)

▽ 고개를 돌려 남쪽방향의 발왕산 조망...

▽ 목장길사거리에 내려와서 본 상고대가 환상적이다.

▽ 남쪽 방향으로 이어진 등로 풍경

▽ 잠시 뒤돌아 본 풍경

▽ 순탄한 평지의 등로가 계속 이어지고...

▽ 다시 상록수림의 눈꽃의 아름다운 풍경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 이러한 풍경을 보기 위해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몇 번이고 든다.

▽ 재궁골삼거리에 도착, 이 지점은 하늘목장 진입하는 길로 일반인은 출입이 금지되어 있어 계곡길로 접어 든다.

▽ 계곡길은 능선과 달리 눈이 덜 녹았고 나뭇가지의 눈도 바람의 영향이 없어 쌓인 그대로 눈 내린지 얼마되지 않은 것 같은 모습이다.

▽ 마치 정글?을 연상케 하는 숲속의 풍경에 눈을 뗄 수가 없다.

▽ 계곡에도 소복히 쌓인 눈이 흐르는 물과 조화되는 아름다움도 엿보인다.

▽ 잔 가지마다 쌓인 눈의 선이 화폭에 담은 스케치이다. 

▽ 누가 또 이렇게 앙증맞은 작품 수준의 캐릭터를 만들어 놨을까...

▽ 이번엔 외래종인 스트로브잣나무 숲길이 이어지고...

▽ 아무렇게나 식생하는 노박덩굴? 줄기도 눈과 조화를 이루면 소중한 작품의 소재가 된다.

▽ 소나무숲길은 또 다른 분위기를 느끼게 해 주고...

▽ 가지 마디마디마다 쌓인 눈도 아름다워 보이는 오늘이다.

▽ 오늘이 크리스마스 날이라면 캐롤송을 들으며 감상해야 할 멋진 트리이다.

▽ 능선 넘어로 KT중계소가 보이는 위치에 와 있는 지점이다.

▽ 이제 대관령양떼목장 울타리쯤 왔으니 날머리까지는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바람결에 파인 눈이 마치 사막의 느낌마저 주고 있다.

▽ 울타리 밖에서 담은 나홀로 명품송

▽ 오후 4시도 되지 않았는데 해는 많이 기울었고 멀리 왼쪽 발왕산과 그 뒤로 보이는 것이 평창의 두타산(1391.4m)로 보이고 대관령면사무소 소재지가 있는 횡계리가 조망된다.

▽ 덩굴성 식물 줄기가 눈꽃과 상고대가 함께 얼어붙어 툭 건드리면 부러질 것 같은 동토이다.

▽ 하산 막바지 풍경은 최고 절정에 이른다. 백문이불여일견(百聞而不如一見)이라고 백번 들어봐야 소용없다. 이렇게 한번 보고 느끼는 것으로 모든 것을 대변해 준다.

▽ 습설로 인해 쉽게 떨어지지 않고 쌓인 눈이 늘어져 있다보니 마치 긴 천을 이용한 고살풀이 춤을 추는 듯한 느낌도 받게 된다.

▽ 눈꽃 터널도 지나게 되고...

▽ 이쯤에서 사진 한장 남기지 않으면 후회될 듯하여 지나가는 행인을 기다렸다가 부탁하여 한 컷 담아 본다.

▽ 소나무 숲길을 다시 한번 지나고...

▽ 가지마다 섬세하게 서린 눈꽃을 뒤로 하며...

▽ 꼿꼿하게 서 있던 상록수가 습설에 견디지 못하고 모두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이 모두 손을 모으고 잘 가시라고 인사를 건네는 것 같아 슬며시 미소를 지어본다.

▽ 드디어 날머리에 도착, 대관령마을 휴게소 부근에 도착했다.

▽ 이제 저 구조물만 지나면 들, 날머리의 원점회귀 지점이다. 주차장 근방에 왔을 때 두 대의 차량이 눈에 바퀴가 빠져 내가 도착했을 때와 똑같은 모습으로 허둥대며 당황하는 모습이다. 나뭇가지를 바퀴에 집어넣고 애를 써 보지만 역시 안 되는지 보험사에 연락을 하는 것 같다.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그동안 몇 대의 차량이 보험사 견인차량을 이용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겠지만 다져지지 않은 눈 위에 절대 주차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 이번 트레킹으로 올해 겨울 설산행은 다시 못한다 하더라도 아쉬울 것이 없이 만족스러워 뿌듯한 마음으로 귀경길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