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월 23일(토)
산행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2013년부터다. 그 해 가을 흘림골~주전골~오색약수터로 하산했는데 설악산 산행의 첫 발걸음이기도 했다. 그 당시 남설악의 멋진 가을 풍경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 후로 그곳에 가 볼 기회를 갖지 못했는데 설상가상으로 2015년 8월에 폐쇄됐다는 소식에 앞으로는 더 어렵겠단 생각을 했다. 2016년 가을, 47년만에 만경대가 개방됐다는 얘기를 듣긴 했는데 만경대가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지만, 갔다 온 사람의 말을 들어보니 수많은 인파에 고생했다는 말도 들어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을 싫어하기에 별 관심도 없었다.
이번에 좋은 기회가 왔다. 코로나19로 인해 첫 개방했을 당시의 인파는 없을 것이란 생각에 조용하고 여유롭게 처음 보는 만경대에서의 풍경을 즐길 수 있겠다는 기대감을 갖게 됐고 산악회에서는 사전 탐방예약을 해 놓아 개인이 신경을 쓰지 않고 참석만 하면 되니 한결 가볍게 새벽길을 나서게 됐다.
∥트레킹 정보∥
♣ 소재지: 강원도 인제군 양양군 서면 오색리
♣ 산행코스: 오색버스정류장-오색약수터-성국사-주전골-선녀탕-금강문-용소폭포-용소폭포탐방지원센터-만경대-약수터탐방지원센터-대형버스주차장
♣ 산행거리: 7.8km(출발: 10:50, 도착: 14:20)
∥만경대 개요∥
설악산 만경대는 강원도 양양군에 위치해 있는 암봉으로서, 설악산 대청봉 남쪽 아래인 남설악에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자연보호를 위해 1970년부터 출입이 통제된 후 46년만인 2016년에 개방되었는데 태고적 신비를 간직하며 '작은 금강산'으로 불릴 정도로 웅장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간직하고 있다.
이곳에 오르면 서쪽으로 등선대와 만물상, 독주암, 주전골의 수많은 기암절벽과 암봉, 협곡 등이 보이고, 그 오른쪽으로 한계령과 서북능선 남사면이 조망되는 등 남설악의 숨은 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이곳에 가을이 오면 기암절벽은 단풍과 조화를 이루어 한폭의 그림이 되는데 천불동계곡, 가야동계곡과 함께 "설악산 단풍3대 명소"이다.
만경대라는 이름은 "일만 만(萬), 경치 경(景), 돈대 대(臺)"자로서, '세상의 모든 경치를 볼 수 있는 높고 평평한 곳'이라는 뜻이다.
▽ 오색버스터미널에 산악회버스가 도착한 시각은 10:50분, 서울시청역에서 버스가 출발한지 정확히 4시간만이다. 예상보다 고속도로 정체로 인해 30분이상 늦게 도착한 셈이다. 그러나 원점회귀로 6.5km 거리를 5시간인 16:00까지 트레킹마감시간이 주어졌으니 여유로운 발걸음이 될 듯 싶다.
▽ 렌즈로 당겨 남설악의 만물상을 보니 이곳에 와 본지가 벌써 8년전으로 등산을 취미로 시작할 당시의 얘기다. 현재 흘림골은 2015년 8월 2일 산사태로 인해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치는 사고로 3.5km 구간이 폐쇄됐고 용소폭포에서 만경대로 이르는 1.8km 둘레길이 개설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개설된 후 진작에 와 봤어야 하나 다른 이유도 있지만 수 많은 인파에 떠밀려 다니는 것이 싫어 그동안 미루어왔던 것도 사실이다.
▽ 오색의 유래
"옛날에는 다섯가지 색의 꽃이 피는 이상한 나무가 있어 오색(五色)꽃이 피었다고 하며 삼국사기에 의하면 설산(雪山)에 오색사가 있었다하여 오색리라하였다고 전해진다. 대청봉과 점보안맥의 만첩중봉이 병풍같이 삼면에 둘러있어 상시백운(白雲)을 띠고 있다. 중천에는 기암괴석이 녹각림처럼 연호하여 산수미(山水美)의 진수가 이곳에 집중되어 있다.
중턱에 우뚝 솟은 만경연봉에는 천고(千古)를 자랑하는 창송(蒼松)이, 곡곡에서 흐르는 청류는 그 수려함이 돋보인다. 오색은 사계의 변화가 제일이며, 진귀한 금조와 낙락장송 그리고 오색화로 이름높다" 라고 옛 안내문에는 기록되어 있다.
이곳 오색 약수터를 지난번에 와 보질 못해 처음으로 약수터를 보기로 한다.
▽ 주전골로 부터 흘러내리는 계곡물...
▽ 오른쪽의 오색약수가 수량이 적어 물이 바닥났다. 철분 성분이 있어서인지 약수가 고이는 돌은 붉은 색을 띠고 있고 겨우 바닥을 긁다시피 떠서 한 모금 마셔보니 그냥 식수같지 않고 맛이 좀 다른 듯 하다. 수질은 탄산수이며 철분이 많아서 위장병과 신경쇠약, 신경통, 빈혈증에 특효가 있다고 한다. 옛날에 오색석사의 스님이 설악의 자연을 감상하며 계곡을 따라 걷고 있었는데, 천천히 산길을 오르던 스님은 계곡 암반에서 남다른 물줄기 하나를 발견하고 두 손을 공손히 모아 한 모금 맛보니 천하에 없는 신성한 맛이었다는 것이다. 스님이 발견한 이 약수의 이름도 이곳 지명을 붙여 오색약수로 명명되었다고 한다.
▽ 예전과 달리 계곡이 잘 정비된 것 같다.
▽ 오늘도 남녀노소 인파가 꽤 많은 편이어서 서두르고 싶어도 앞질러 가기는 어려운 상황이고 어차피 넉넉한 시간이니 주변 풍경을 즐기며 사진이나 잘 담아가자는 생각이다.
▽ 오색버스터미널 출발점에서 1.6km 지점의 성국사에 도착...
오색석사는 성국사(城國寺)라고도 하는데, 퇴락하여 절터만 남은 것을 1971년 복원되고 보물 제497호로 지정된 신라 시대의 삼층석탑을 비롯해 돌사자와 기단석, 탑으로 쓰였던 석재 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신라 41대 헌강왕 때의 사람인 도의선사가 지은 절이라고 하며 그 뒤를 이어 염거선사와 보조선사가 이 절에서 수도하였다고 하니, 신라 구산선문의 일파인 가지산파의 근본 도량으로 생각된다. [스마트강원관광서비스]
▽ 주전골의 오색석사의 한 승려가 위조주화를 만들다 적발되어 오색석사는 불질러져 폐사되었고 이 일대를 주전골로 즉 "쇠를 부어 만들 주(鑄)"자, "돈 전(錢)" 자를 써 주전골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 아직 단풍이 덜 들었다. 대청봉은 9월말이면 절정인데 이곳은 이번주에서 다음 주면
절정일 듯 하다.
▽ 정상부에 한사람만 겨우 앉을 수 있다고 하여 독주암이라고 부른다. 설악산 어디든 이와 같이 빼어난 풍경들은 얼마든지 볼 수 있어 사시사철 언제고 좋다.
▽ 점점 깊은 산중 계곡을 빠져 들어가는 느낌을 받는 풍경에 시선을 어디다 둘지 모른다.
▽ 주전골에서 가지를 친 또 다른 계곡이 시샘을 하고...
이 계곡으로 깊이 들어간다면 아마도 가고자 하는 만경대 바로 앞으로 이어질 것이란 생각이다.
▽ 걸음마다 달라지는 풍경에 발걸음은 더디기만 하다.
▽ 커다란 바위틈에서 흘러나오는 작은 물줄기 조차 놓치고 싶지 않다.
▽ 한자락의 숲을 이룬 계곡을 지나면 탁 트인 계곡이 나타나고...
▽ 모퉁이만 돌아서면 마치 짠~하며 나타나는 절경! 감탄이 절로 나오지 않으면 정신과 치료를 받아봐야 한다.
▽ 망원렌즈로 한장면씩 잘라보는 것도 재미다. 속살에 더 좋은 모습을 볼 수 있다.
▽ 모퉁이를 더 돌아서면서 시야가 더 넓어진 풍경...
▽ 아무리 보아도 질리지 않는 풍경들은 이곳 남설악 오색지구에도 많다.
▽ 출발점에서 2.4km 거리쯤에 자리한 선녀탕...
에머랄드 빛을 하고 있는 소(沼)에는 금방이라도 목욕을 한 선녀가 하늘로 승천했을 것 같은
느낌을 받기에 충분하다.
▽ 선녀탕에서 뒤를 돌아봐도 역시 선녀가 다녀갈 풍경이다. 이러한 절경을 두고 어떻게 하늘로 올라 갔는지도 의아스럽다.
▽ 조금 더 올라갈 수록 점입가경이다. 빼어난 암봉과 다리, 작은 폭포와 소(沼)가
있는 풍경이라면 더 이상의 좋은 소재는 없을 듯 하다.
▽ 다리 위에서 암봉을 감상하려니 또 다른 아치형 다리가 풍경과 조화를 이뤄 이곳 다리에서 많은 이들에게 포토죤을 이뤘다.
▽ 절정을 이룬 단풍이 가을이 무르익었음에 화답하고...
▽ 다시 바뀌어진 풍경에 마음을 빼앗긴다.
▽ 당겨보니 이곳이 무릉도원인지, 천상의 정원인지 꿈결 같은 곳... 전에 와서 뭘 보고 갔었는지 새롭기만 하다.
▽ 다시 속살을 살펴보느라 당겨 보고...
▽ 왼편으로 돌려 다른 쪽을 담아 봤다. 역시 신선들이 노닐고 갈만한 천상의 세계와 같다.
▽ 또 하나의 다리를 건너며 숲속으로 진행...
▽ 다리위에서 흐르는 계곡물과 거대한 암봉을 담아보고...
▽ 위도 쳐다보고...
▽ 옆도 쳐다보며...
▽ 뒷쪽도 담아봤다. 이리저리 보아도 절경이다.
▽ 용소폭포를 볼 수 있는 다리가 보인다. 파란 하늘에 흰구름 한점 마져
8년만에 다시 찾은 나그네 발길을 외면하지 않는다.
▽ 용소폭포...그때나 지금이나 한치도 변함이 없다. 사람만이 변할 뿐이다.
전설에 의하면 옛날에 이 소(沼)에서 천년을 살던 이무기 두 마리가 승천하려 하였으나
암놈 이무기는 승천할 준비가 안되어 승천할 시기를 놓쳤는데 용이 되려다 못된 암놈
이무기는 이곳에서 굳어져 바위와 폭포가 되었다고 한다.
▽ 당겨 본 용소폭포
높이는 약 10m이고, 소(沼)의 깊이는 약 7m이다.
▽ 옆에서 담아 본 용소폭포
▽ 위에서 담아 본 용소폭포
철분 성분 때문인지 붉게 물든 바위 위로 미끄러지듯 흘러내리는 폭포가 마치 이무기가 꿈틀거리는 듯 하다.
▽ 이곳에서 용소탐방지원센터까지는 완만한 경사로를 따라 이동하게 된다. 만경대의 들머리기도 한 용소탐방지원센터에서는 사전 탐방예약여부를 확인하고 코로나19감염예방을 위한 온도체크 및 콜센터에 전화를 하도록 하는 절차를 밟고 통과한다.
▽ 용소탐방지원센터인 만경대 들머리로 부터 1.2km 거리인 만경대에 도착했다. 250m 가량의 급경사로를 감내해야 한다.
47년간 폐쇄됐다가 개방한 용소폭포로 부터 만경대구간인 1.8km는 1970년 국립공원이 지정되기 이전에 자연적으로 개설됐던 탐방로였으나 국립공원 지정을 앞두고 1968년부터 탐방로가 폐쇄됐었다.
▽ 감탄이 나올만한 절경이다. 2015년 8월 2일 산사태로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치는 사고로 흘림골이 전면 폐쇄되면서 관광객이 급격히 줄자 생계에 타격을 입는 오색지구 상인 및 양양주민들이 개방을 요구하게 되자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는 그 대안으로 만경대 코스를 임시로 개방하게 된 것이다. 결국 이러한 멋진 절경을 감상할 수 있었던 것은 애당초 탐방객들을 위한 것이 아닌 흘림골의 산사태 및 지역 경제 활성화 때문이라 할 수 있다.
▽ 2016년 가을, 10월 1일부터 11월 15일까지 46일간 한시적으로 개방했는데 19만 5,631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매일 평균 4,200명 꼴이었으니 휴일에는 배 이상의 인파가 몰려 사람에 떠밀려 오갔을 것이고 풍경을 보러온 것이 아니라 사람에 치이고 취해, 사람구경을 하러 왔을 것이란 것은 안봐도 비디오다. 그 당시 갔다 온 지인의 말을 들어보고 가고 싶은 생각이 없었던 터였다.
▽ 당겨 본 만물상 풍경은 한폭의 수채화다. 이 풍경을 배경으로 인증을 하겠다는 탐방객들이 길게 줄지어 서고 있으니 고집스럽게 사진 찍겠다고 기다리고 싶지는 않다. 이렇게 풍경만 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사진은 기억을 가진 거울이라 했다. 훗날 이 사진을 들춰보며 오늘의 추억을 되살려 줄 것이다.
▽ 단풍이 예상보다 적게 들긴 했지만 날씨가 좋아 깨끗한 풍경을 보기에 개의치 않는다. 만경대는 올해 10월 1일부터 11월 14일까지 약 45일간 한시적으로나마 탐방예약제로 평일 2,000명, 주말 및 공휴일 5,000명 이내로 제한하여 개방하므로 인터넷 90%, 현장 접수 10%로 시행된다고 한다. 오늘 그렇게 붐비지 않고 여유롭게 트레킹 할 수 있어서 좋다.
▽ 별바위...
바위 정상 왼쪽에 별모양이 보인다.
▽ 왼쪽 아래는 한계령이 되겠고 윗쪽으로 서북능선이 펼쳐져 있겠다.
▽ 한동안 만경대에 머무르다 하산한다. 남녀노소 누구든 올라 갈만한 높이이므로 하산시에는 좁은 등로로 앞지를 수 없으므로 그냥 앞 사람 뒤따라 갈 수밖에 없다.
▽ 금일 날씨야 말로 기온도 그렇고 산을 오르기에는 최적의 날씨다. 몇 시간 전에 오르던 계곡의 다리가 보이며 거의 하산했음을 알게 된다.
▽ 명경지수인 이곳 계곡물가에 앉아 걸렀던 점심을 먹기로 한다. 13:30분이 되었는데도 공복을 모르겠다. 아마 멋진 풍경에 매료되어 안 먹어도 배불렀던 모양이다.
▽ 점심 먹고 앉았던 자리를 뒤돌아 본 오색천...
▽ 아무곳에나 앉아 있어도 신선이 따로 없을 듯 하다.
▽ 길가에 마가목은 벌써 잎새는 모두지고 선홍의 열매만 지나는 사람들을 유혹하며 가을이 깊었음을 알린다.
▽ 마감시간은 16:00시인데 14:20에 출발했던 오색버스터미널에 도착했으니 너무 빨리 하산했다. 동행인이라도 있으면 파전에 탁배라도 한잔 했겠건만 그럴 생각이 없다보니 일찌감치 오색버스터미널에서 1.3km 아랫쪽에 위치한 대형버스주차장으로 이동, 주변에서 핸드폰만 만지작 거리며 시간을 보낸다. 꼭 한번은 오고 싶었던 개방된 만경대를 한시적이고 제한된 인원에 끼어 몇 년만에 또 하나의 숙제를 풀었다. 폐쇄된 흘림골도 빨리 복구되어 개방되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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