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 20일(일)
대중가요 가사에 '산'이 들어가는 대표적인 가요는 주병선의 '칠갑산'이 제일 먼저 떠오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월출산도 있다. 이미자의 '낭주골 처녀'로 "월출산 신령님께 소원 빌었네. 천왕봉 바라보며 사랑을 했네." 라고 가사에 표현된다.
또한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에도 "유달산 바람도 영산강을 안으니" 라는 가사에 '유달산'이 나온다. 대중가요는 말 그대로 대중들의 인기가 있어야 하는데 특정 지역이 표현되어 인기가요가 된 일은 흔치 않은 것 같다. 내가 태어나기 훨씬 전인 '울고넘는 박달재' 는 1948년 박재홍이 부른 가요이다. "천등산 박달재를 울고 넘는 우리 님아"라고 시작하는 이 가요는 박달이라는 선비와 금봉이의 사연으로까지 각색되어 구전 전설이 되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수도 없이 들어 온 애창곡 중의 하나인 이 가요의 가사 중 '천등산 박달재'에서 박달재는 승용차로 지나치긴 했으나 천등산은 올라보지 못했기에 궁금하기 이를 데 없는 산이었다. 산악회가 아니면 개인적으로 올라 볼 엄두가 나지 않을 산인데 이번에 기회가 왔다. 천등산 정보를 알아보니 딱히 볼거리는 없는 산이지만 산행을 취미로 하는 나로서는 이곳만은 꼭 올라봐야겠다는 생각은 아마도 그만큼 가요를 좋아했기 때문일 것이다.
∥산행정보∥
♣ 소재지: 들머리-충북 충주시 산척면 송강리 2-4 (다릿재), 정상- 송강리 산 15-1, 날머리- 충주시 동량면 조동리 218-1(장선고개)
♣ 산행코스: 다릿재-천등산-느릅재-심기신수련장-인등산-장선고개
♣ 거리: 13km(들머리-09:15, 날머리-15:00)
▽ 비교적 서울에서 가까운 거리여서 들머리에 도착한 시간은 두 시간 남짓 걸렸다. A코스는 19km의 거리에 8시간이 주어진 17:20이 마감시간이고 B코스는 13km의 거리에 6시간 15분이 주어진 15:30까지이다. 언제부터인가 15km이상은 걷지 않기로 해서 B코스를 타기로 한다.
▽ 이곳 다릿재에서 독립가옥이 있는 오른쪽으로 접어 들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천등산은 제천시와 충주시 경계에 있는 산으로 이곳 재는 박달재가 아닌 다릿재임을 알게 된다. 보통 차가운 날씨가 아니다. 밤 기온은 영하 9도였고 낮 최고 기온도 영하2도라니 바람까지 불어 체감온도는 더 내려가는 상황이라 올해 처음으로 점퍼를 입고 산행을 하게 된다.
▽ 태성사라는 표지판을 보며 임도길을 따라 오른다.
▽ 28인승 리무진버스 두 대가 한 명의 빈자리도 없이 참석을 했으니 이렇게 인기가 많은 산인가 의아했다.
▽ 임도를 가로 질러 올라 다시 고갯길에서 계단을 타고 오르면서 빡센 산행이 시작된다.
▽ 들머리에서 25분 정도 올라오니 바위와 데크계단이 나온다. 정상에 가까이 왔는가 했는데 그렇지도 않다.
▽ 대체로 흙산이어서 낙엽을 많이 밟게 되는 산이지만 다른 산에 비해 산객들의 발걸음이 덜한 산임은 등로를 보고 느낌이 온다.
▽ 트랭글이 정상에 왔음을 알리는 신호가 울리고서도 거의 400미터는 온 듯 한데 도대체 정상석은 나오질 않는다. 아마도 트랭글에 정상 위치를 잘못 입력해 놓은 것 같다.
▽ 이곳을 오르면 정상이련가? 세찬 바람에 가죽장갑을 낀 손이 시립다. 배낭 바깥에 끼워 놓은 패트병의 물이 얼었고 머프 두건의 입김이 금방 얼어 뻣뻣해지는 강추위에 잠시 쉴 틈도 없이 발걸음은 오히려 빨라진다.
▽ 어느 누구의 정성인지 쌓아 놓은 돌탑이 보여 정상에 거의 왔음을 직감하게 된다. 이제껏 2.4km를 오는 동안 단 한차례도 주변 조망을 할 곳이 없어 아쉬웠는데 이곳에 조금 트인 곳이 있어 한 컷 담아 보기로 한다.
▽ 북쪽 방향의 풍경으로 제천의 백운산(1086.1m), 원주의 치악산과 구학산(982.9m), 주론산(903m)이 보이고 오른쪽으로 주론산과 시랑산 사이의 박달재가 살짝 보인다. 박달재의 박달이 선비와 금봉이의 애틋한 사랑이야기를 언제 담아 볼 날도 있으리라 본다. <커서를 사진위에 놓고 클릭을 해야 글씨를 제대로 볼 수 있음>
▽ 천등산 정상에 올랐다. 정상석 하나는 번듯하게 세워졌는데 누구나 정상에서 보기를 원하는 조망은 잡목으로 인해 할 수가 없으니 특별히 볼거리도 없어 답답하기까지 하다.
천등산은 남쪽으로 인등산, 지등산과 이어져 있고, 이 3개의 산은 조선 세조 때 황규라는 지관(地官)이 이름을 지었는데, 천지인(天地人)의 삼재(三才)로 이루어졌고, 그 자락에는 천하제일의 명당(明堂)이 있다고 하는데, 현재 그 위치는 찾지 못하고 있다. 또한 '다릿재' 고개는 과거 충주와 제천을 연결하는 주요한 교통로였다고 하며 1948년 대중가요 "울고넘는 박달재"의 가사에 등장해서 유명해지게 되었다. 각종 약초와 산채, 잣 등이 많이 생산되고 큰 행사때에는 성화(聖火)를 채화하는 성스러운 곳이기도 하다. 천등산이라는 이름은 "하늘 천(天), 오를 등(登)"자로서, '봉우리가 하늘 높이 솟아 있어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 잡목 사이로 망원렌즈로 담겨 본 동쪽풍경으로 왼쪽 대덕산(577.3m), 마미산(602m), 오른쪽 멀리 작성산(848m)과 동산(896m), 끝으로 금수산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으로 보인다.
▽ 정상에서 100미터 정도 내려오니 이곳에 정자가 세워져 있다. 주변을 보니 만족스럽지는 못하지만 그런대로 조망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 북동방향으로 왼쪽 멀리 원주의 감악산과 앞쪽 주론산과 시랑산 사이의 발달재는 물론 제천의 용두산산림욕장과 그 아래로 의림지가 있는 용두산(870.1m)과 송학산이 보인다.
▽ 당겨 본 감악산(930m)...
원주시에서 세운 정상석과 제천에서 정상석이 공존해 있는 산이다.
▽ 동쪽의 야산으로 이어진 마루금
▽ 정상에서 봤던 동쪽 방향 풍경으로 멀리 가운데 대덕산, 마미산, 오른쪽 끝으로 작성산, 동산으로 이어지는 듯 하다. 잡목만 가리지 않았다면 남쪽 방향으로 월악산 풍경도 담을 수 있었을텐데 아쉽다.
▽ 이번에는 남서쪽 풍경을 살펴 보기로 한다. 왼쪽 멀리 충주시내가 눈에 들어오고 임진왜란 당시 신립장군이 왜군에게 대패하여 전멸했던 전투지역인 탄금대가 보이고 평택과 제천간 고속도로의 터널들이 보인다.
▽ 당겨 본 충주산업단지와 그 뒤로 충주시내
▽ 남서방향으로 멀리 가섭산과 부용산, 수레의산이 조망된다. 바로 앞에 산척면사무소 소재지 옆으로는 충주북부산업단지의 부지인 모양이다.
▽ 당겨 본 산척면사무소가 있는 송강리마을 풍경
▽ 태양열 전지판이 세워져 있는 윈체공장(플라스틱 창호제조업)과 멀리 엄정면 면사무소 소재지가 눈에 들어온다.
▽ 서쪽 방향으로 보련산(764.4m), 국망산(769.6m), 오른쪽으로 음성의 오갑산(609.4m)으로 보이는 산이 조망된다.
▽ 낙엽이 무릅 가까이 쌓여 잘 나타나지도 않은 등로를 걷기도 하며...
▽ 길이 있는 듯 없는 듯, 잡목을 헤치며 가야 하는 길도 있어 오지산행이라 해야겠다.
▽ 다시 임도로 나와 걷는데 잦은 임도와 길도 제대로 나 있지 않는 곳도 있고 이정표도 없어 뒷 사람 꼬리를 물지 않으면 알바하기 딱 좋은 산행이다.
▽ 이곳에서 다시 왼쪽 둔내삼거리쪽으로 좌틀...
▽ 임도를 따라 계속 이동하는데 이곳에서도 오른쪽 능선을 따라 이동한 팀과 나중에 다시 만나기도 하고...
▽ 사진 담을 풍경도 없으니 이러한 용트림하는 소나무에도 눈길을 한번 주고...
▽ 평택제천간 고속도로가 시원하게 뻗어 있는 터널 위로도 지나가고...
▽ 느릅재에 도착, 다시 인등산 들머리로 접어든다.
▽ 이곳 느릅재는 오가는 차들도 별로 없는 가운데 오른쪽 인등산 입구로 산행은 이어지고...
▽ 작은 봉우리를 한개 넘으니 중원컨트리클럽이 눈에 들어온다.
▽ 다시 임도를 따라 인등산 방향으로 진행...
▽ 심기신(心氣身)수련장에 도착했다. 마음과 몸, 그리고 기의 조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 바람은 불고 영하의 날씨에 식사하기도 여간 곤혹스럽지가 않다.
▽ 다시 임도를 따라 오르다 보니 인등산 정상이 2.4km로 쓰여진 이정표가 있는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본격적인 산행이 다시 시작되는 들머리나 다름없는 곳이다.
▽ 우틀하여 올라가는데...
▽ 두 번째 신기신수련장으로 보이는 공간이 또 나온다. 전의 수련장은 낙엽송 숲이 있었던 반면에 이곳엔 거제수나무 숲이다.
▽ 인등산을 오르는 산이 임도를 정상적으로 타고 올라가다 등로가 있으면 그곳으로 올라야 하는데 도상으로 보면 엄청 돌 것 같아서 바로 직선으로 오르기로 한다. 다른 사람들이 오른 흔적을 따라 오르긴 올라도 진달래 잡목이 우거진데다가 70도 이상은 될 듯한 급경사에 허리도 아프고 발걸음이 떼어지질 않는 것을 겨우 한발 한발 옮긴다.
▽ 두 번째 심기신수련장에서 이곳까지 올라 오는 중 약 500여미터가 설악산 대청봉 오르는 것 보다 더 힘들었던 것 같다. 작은 돌탑들을 보니 이제 숨을 좀 돌릴 것 같다.
▽ 천등산으로부터 약 7km지점이 되는 이곳 인등산에 도착했다.
인등산(人登山)은 천등산, 지등산과 함께 천, 지, 인, 삼태극을 이루는 명산으로 천, 지, 인 삼등산에는 조선 세조 때 황규라는 풍수지리를 보는 지사가 명당을 찾기위해 팔도강산을 두루 돌아다닐 때 꿈에서 만난 백의신선이 한 말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 공교롭게도 해발이 666m라니... 악마의 숫자 666이 생각나면서 그래서 더 힘들었던가? ㅋㅋ
▽ 사방을 둘러봐도 조망이 안되어 나무가지 사이로 지나온 천등산을 바라보니 까마득히 보인다.
▽ 올라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 100여미터 내려가면 왼쪽으로 본격적인 하산길에 접어든다. 소나무숲이 나오면서 이러한 괴물같은 소나무도 있더라...
▽ 다시 임도가 나오고 가다가 또 소로길로 들어서고...
▽ 한참을 하산하다보니 이러한 묘지가 나오는데 얼추 다 내려온 것 같다.
▽ 잡목 사이로 뒤돌아 본 인등산...
▽ 뒷쪽 인등산과 손동리 마을이 보이는 이곳에서 시계 방향으로 주변을 살펴본다.
▽ 동쪽 방향으로 동량면 손동리마을과 가운데 멀리 면위산(780m), 그 아래로 충주호가 보인다.
▽ 남쪽 방향으로 관모봉이 보이고 바로 앞쪽 잡목이 있는 완만한 능선 너머로 오늘의 산행 종착지인 장선고개가 있다. 날씨는 춥지만 이곳에서 간단히 상의를 훌러덩 벗고 수건에 생수를 축여 냉수 마찰을 하고 나니 개운하다.
▽ 어느 성씨의 선산인가 보다. 장선고개에서 오른쪽 장선마을 방향으로 200여미터 내려오면 선산의 작은 주차장이 있어서 버스가 대기하기 좋은 곳으로 이동한다. A코스를 타는 인원들은 저 앞쪽의 관모봉을 넘어 오른쪽 능선을 타고 다시 한번 지등산을 넘어야 한다.
지금까지 천등산과 인등산을 올랐지만 조망도 없고 볼거리도 없어 흥미가 없으니 6km를 더 걸어야 하는 의미가 사라져 포기한다. 끝까지 완주하는 보람도 있겠지만 함산한 갑장인 그림사랑님과 A코스 날머리인 동량면 면사무소 소재지인 조동리 마을로 버스가 이동하면 그곳에서 A코스 마감시간인 17:20분까지 메기매운탕에 술한잔 하기로 한다.
▽ 선산 묘지 입구에 산행 마감시간 보다 30분 일찍 도착하여 버스가 주차할 만한 공간에 대기하는 것으로 산행을 마친다. 후에 알고보니 알바한 사람이 한 두 명이 아니다. 결국 A코스를 탄 여성이 알바하여 시간이 너무 지체되어 산악회 버스를 타지 못하고 개인적으로 상경해야 하는 일도 생기게 됐다. 천등산, 인등산, 지등산... 오지 아닌 오지 산행이라 해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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