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9일(일)
3년 전 이맘때 제천시 수산면에 있는 금수산을 망덕봉을 경유하여 올랐고 단백봉, 신선봉, 학봉을 거쳐 하산한 적이 있는데 북쪽으로 보이는 동산과 작성산은 언제쯤 올라볼까 막연한 생각을 했었다. 물론 4년 전에도 동산 아래쪽의 남근석 등은 보아왔던 터라 주변 지형은 어느 정도 익혔지만 고봉을 못 올라가 본 상태라 주변 조망 등이 궁금하기 이를 데 없었던 터였다.
남해의 망운산이 같은 날 공지되어 작년에 올랐다가 후기를 작성하면서 망운산 정상에서 하산하면서 담았던 사진을 모두 날리게 되어 너무 아쉬운 나머지 철쭉 철에 맞춰서 다시 가 보겠다던 계획을 수정하여 동산과 작성산을 연계하는 산행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어떤 곳을 한번 가 보고자 한 것이 3년, 아니 5년이 걸리는 경우도 있으니 마음속에 생각뿐, 평생 가보지 못하는 곳이 어디 한 두 군데이랴마는 그래도 건강하게 살다 보니 오늘 이렇게 기회가 오는 것만으로도 하늘에 감사한 일이다.
어제는 어버이날로 가족들과의 만남으로 다른 계획을 세울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길 다행으로 여긴 것은 황사가 심한 날이어서 실내에서 보내길 잘했다는 생각인데 오늘은 어제 보다 낫다고 하니 멋진 조망을 할 수 있겠다는 기대를 갖고 집을 나섰다.
∥산행정보∥
♣ 행정구역: 들머리-충북 제천시 청풍면 학현리(갑오고개) , 작성산정상-충북 제천시 금성면 성내리, 날머리-금성면 성내리 171-10(금성가든 앞)
♣ 산행코스: 갑오고개-동산-새목재-까치성산-작성산-쇠뿔바위-무암사-무암제-성내리 금성가든앞
♣ 거리: 약 11km(들머리-09:25, 날머리-15:00)
∥작성산[鵲城山]∥
원래 이름은 까치성산이나,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지형도를 만들면서 한자 '鵲'자로 표기한 뒤부터 문헌에는 까치성산보다는 작성산이라는 이름이 더 많이 쓰이게 되었다. 이 곳 사람들은 이 산을 ‘까치성산'으로 부르고 있다.
까치성산이란 이름에 얽힌 전설이 있다. 옛날 어느 왕이 이 산에 신하들을 데리고 들어와 궁궐을 짓고 살았다. 어느날 아침 왕이 신하들에게 동쪽 바위 봉우리를 가리키며, 저 위에 까치가 앉을 것이니 무조건 활을 쏘아 까치를 죽이라고 명했다. 신하들이 마침 바위 봉우리에 앉은 까치를 쏘아 죽이니 그 까치는 다름 아닌 일본의 왕이었다.
작성산은 산, 호수(충주호), 계곡, 바위 등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 그리 높지 않으면서도 아담하고 긴 능선위로 사람형상의 암봉들이 연이어 있다. 작성산 산자락에는 천년고찰 무암사를 비롯하여 소부도 전설, 성내리 마을 입구의 봉명암 등 볼거리가 많이 있다.
작성산은 정상부근까지 흙이 많은 육산이고 정상 부근에만 기암괴석이 발달한 것이 특징이다. 등산로는 톱날같은 형상의 바위능선 사이로 나 있는데 가을이면 좌우 양편으로 샛노란 은행나무와 붉은 단풍나무가 화려한 색의 대비를 이루며 늘어서 마치 내장산의 단풍터널을 빠져나가는 기분이 든다. 정상에 서면 충주호가 저 멀리 시야에 들어온다. [한국의 산하]
▼ 거의 매주 4시간 이상의 먼거리의 원정 산행만을 하다가 2시간 30분만에 들머리인 갑오고개에 도착하니 불과 10km거리를 6시간 30분이 주어진 오후 4시까지 하산하라고 하니 지금까지 주어진 시간 중에 최고로 긴 시간을 준 것 같다.
▼ 첫번째 조망처에서 바라 본 북쪽의 제천시와 가운데 벗겨진 산이 갑산의 채석장으로 한일현대시멘트 공장이 있다.
미세 먼지가 좀 있긴 하지만 이 정도라면 어제에 비해 대단히 양호한 편으로 다행이 아닐 수 없다.
▼ 바로 앞 국봉(628m)과 오른쪽으로 멀리 소백산 주능선이 펼쳐진다.
▼ 당겨 본 소백산 주능선
▼ 첫 번째 암봉을 로프로 오르는데 올라봐야 조망도 없을 것 같고 시간만
낭비할 것 같아 우회 길이 있어서 우회하기로 한다.
▼ 우회는 잠시 하는 줄 알았는데 한참을 계곡진 능선을 타고 이동하게 되어 암봉으로 안 간 것을 후회하게 된다.
이러한 <관중>이 군락을 이뤘다는 것으로 고산지대임을 알 수 있다. 도깨비부채를 비롯, 우산나물, 곰취, 단풍취 등이 주변에 많아 곰취를 뜯느라 정신들이 없다.
▼ 이런 바위도 만나고 바위속에 뭐가 있는 것 같아 들여다 보니 틀다가 만
새둥지가 있다. 맹금류의 새둥지로 보이는데 등로 주변인 줄 모르고 만들
었다가 사람에 놀라 포기한 것 같다.
▼ 어느 정도 고도에 올라오고 보니 그늘사초로 덮힌 폭신한 흙길로 힐링하게 된다.
▼ 드디어 들머리에서 2.9km 거리의 동산에 1시간 30분에 걸쳐 쉬엄쉬엄 올랐다. 아쉬운 것은 암릉이 없어 주변 잡목으로 인해 조망을 전혀 할 수 없다는 것이다.
▼ 동산에서 300m 더 진행한 이곳에서 A코스는 중봉~성봉~작은동산~외솔봉~교리로 이동하고 B코스는 새목재로 해서 까치성산~작성산~쇠뿔바위~무암사 방향으로 이동하게 되는데 참석 인원 32명 중 나까지 포함 다섯 명만 B코스를 타게 된다.
▼ 단풍취 새싹이 주변에 엄청 올라와 나물로 맛은 어떨까 하여 조금 채취해서 배낭에 넣어 집에 와서 데치고 하루 우린 다음 양념에 무쳐 먹으니 맛이 그만이더라... 물론 우산나물이나 곰취에 비해서 독특한 향은 없다.
▼ 새목재에 도착...
새목재는 충북 제천시 금성면 성내리 무암골과 단양군 적성면 하원곡리 소주골 사이의 고개이다. 날이 저물면 새떼가 이곳에 몰려들고 아침이면 날아간다하여 불리워졌다고 한다. 이곳에서 작성산 오르막길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 이러한 바위 샛길도 오르고...
▼ 어느 정도 오르니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풍경... 왼쪽으로 A코스의 중봉과 아래에 성봉이 보인다.
▼ 고도를 잡았는가 보다. 순탄한 길을 계속 걷다보니...
▼ 까치산이란 정상석이 눈에 들어온다. 작성산이라고 표기되어 이곳이 작성산인가 착각하는 이들도 있다. 위에서도 소개했 듯이 이곳 사람들은 예로부터 까치성산이라고 불러왔다고 하는데 까치산이라고 표기해 놨다. 이곳에서 200m 정도 진행하면 작성산이란 정상석이 또 한개 놓여져 있다.
▼ 까치성산에서 다시 한번 북쪽으로 바라 본 풍경으로 바로 앞 마당재산이 있고 오른쪽 멀리 시멘트 원료인 석회석 채석장인 갑산이 보인다.
▼ 뒤돌아 본 동산방향과 멀리 왼쪽 소백산 줄기와 오른쪽 흰봉산
▼ 암릉 위에 자라는 생명력 질긴 소나무
▼ 까치성산과 작성산의 높이는 해발 848m로 표기되어 있으나 도상에는 845m로 되어 있어서 혼동이 온다.
▼ 각시둥굴레가 막 꽃을 피기 시작...
▼ 작성산 하산길에 암릉에서 조망되는 청풍호
▼ 렌즈를 당겨 보니 왼쪽 하설산과 중간의 주흘산, 오른쪽으로 월악산의 영봉, 중봉, 하봉이 보인다. 조령산은 월악산에 가려서 보이질 않는다.
▼ 당겨 본 월악산 풍경
▼ 청풍대교 주탑이 아래쪽 능선에 살짝 보이고 청풍면 면사무소 소재지인 물태리 마을 일부가 보인다.
▼ 청풍호와 건너편 비봉산
▼ 비봉산 아래의 국민건강보험공단 인재개발원 건물이 보이고...
▼ 건물 앞에 멋진 풍경이 낙원과 같다.
▼ 다시 한번 담아 본 풍경
▼ 건너편 능선에 성봉이 나뭇가지 사이로 보인다. 지금 시각, A코스 회원들도 한창 저 능선을 타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 급경사로 내려오다 보니 연중 내내 물이 고여있다는 음굴이 나온다. 계곡도 아닌 이런 능선상에 깊이를 알 수 없는 맑은 물이 있다는 것이 믿겨지질 않는다. 수영 못하는 사람이 잘못 발을 헛디뎌 빠지기라도 한다면 위험할 수 있어 이곳에 난간 등의 안전시설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나뭇가지 등이 없이 깨끗했으면 더 좋았을 것을...
▼ 하산길에 보이는 근육질의 암석들...
▼ 이러한 매끈한 거대한 암릉은 단 한발도 오를 수 없을 것 같은 석질이다.
▼ 계곡 아래쪽으로 보이는 암릉
▼ 위쪽의 중봉에서 성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 이러한 로프구간도 만나게 되고...
▼ 새목재에서 무암사로 이어지는 계곡의 임도에 거의 다 내려 온 지점에 쇠뿔바위가 자리하고 있다. 이곳 동산, 작은 동산, 작성산 주변은 장군바위, 남근석, 무쏘바위, 외솔바위 등 이러한 바위들로 인해 볼거리를 많이 제공하고 있어 산행에 재미를 더해 준다.
▼ 방향을 조금 달리하고 보니 정말 소뿔 모양을 하고 있어 남근석에 이어 명물이 아닐 수 없다.
▼ 왼쪽이 소부도( 우부도(牛浮屠)), 오른쪽이 수월당부도(水月堂浮屠)로 무암사에서 작성산 방향으로 소부도골이라 불리는 계곡으로 400m정도 가면 등로 왼쪽에 자리하고 있다.
수월당부도는 조선시대의 것으로 1959년 당시 현경스님의 꿈에 현몽하여 땅속에 묻혀있던 것을 발견하여 1961년에 이곳 소부도골로 옮겼다고 한다.
소부도는 의상대사가 무림사를 세우려고 아름드리 나무를 잘라 다듬어 힘겹게 나르고 있을 때 어디선가 소 한 마리가 나타나 목재를 운반하여 주어서 그 덕에 손쉽게 절을 세울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소를 극진히 위해 주었으나 얼마 뒤 소가 죽어 이를 안타깝게 여겨 화장을 하였더니 여러 개의 사리가 나왔고 소의 불심에 감동한 대사는 사리탑을 세우고 사람들은 무림사를 우암사(牛岩寺)라 부르게 되었다 한다.
소에서 사리가 나왔다는 것도 신기한 일이지만 부도에 봉안한 것도 처음 들어 볼 뿐만 아니라 처음 본다.
▼ 이제 무림사 입구 가까이의 계곡물이 흐르는 동산의 남근석쪽으로 가는 길목까지 왔다. 시간상으로 본다면 충분히 남근석까지 올라갔다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잠시, 무암사를 한번도 가보지 못했기에 무암사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 무암사 초입
▼ 작성산 능선사 자락에 자리한 무암사
정확한 창건 연대와 창건자는 알 수 없으며, 조선 시대 이전에 건립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절에서 서남쪽 위치에 암봉이 하나 있는데 늙은 스님을 닮았다 하여 노장암(老丈巖)이라 불린다. 이 암봉이 안개가 드리워졌을 때에만 보인다 하여 무암사라고 한다. 풍수설에 따르면 절 입구에 중의 형상을 한 바위가 있으면 그 절의 사맥(寺脈)이 끊기지 않고 식량도 넉넉하다고 한다.
사찰 지붕의 망와(望瓦)를 살펴보면 조선시대인 1740년(영조 16)에 중창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현존하는 당우로는 극락전, 칠성각, 산신각, 요사채, 객실, 수호실 등이 있으며, 극락전에는 목조아미타불좌상과 후불탱화(後佛幀畵), 지장탱화(地藏幀畵)가 보존되어 있다. [대한민국 구석구석]
▼ 바위굴에 부처님 모신 광명굴 법당
▼ 무암사 연등
▼ 극락보전
▼ 극락보전에서 바라 본 장군바위와 왼쪽 남근석이 있는 바위군
▼ 남근석의 둥근 형태의 귀두가 위쪽으로 살짝 보인다.
※ 남근석 참고: blog.daum.net/ksbni/7154188
▼ 하산 마감시간이 아직도 1시간 30분 정도가 남았는데 차량탑승 지점까지는 2.7km로, 아스팔트 길을 부지런히 걸으면 30분 내로 갈 수 있다는 판단에 장군봉까지 갔다오기로 하고 능선을 다시 오르면서 담은 무암사 전경
▼ 건너편 능선의 남근석이 있는 암릉을 당겨 봤다.
▼ 남근석...
우리나라 최고의 유사 형태인 남근석이라 할만한데 이곳에서 보는 남근석의 모습은 또 다른 모습이다.
▼ 저곳 장군바위까지는 보기에는 가까워 보이지만 왕복 시간을 고려해 보니 도저히 하산 마감시간까지 갔다 오기가 버거 울 것 같다. 아무 생각 없이 무암사에서 너무 시간을 지체한 것이 후회된다.
이곳에 한번 와 보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저곳 능선을 타는 코스가 많지 않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올랐어야 했다.
▼ 렌즈로 당겨 본 장군바위
▼ 건너편의 작성산 앞의 무명봉 자락의 암릉
▼ 작성산 앞 무명봉의 풍경
▼ 오늘 올랐던 작성산의 암릉
▼ 장군바위를 코 앞에 두고 뒤돌아 부지런히 아스팔트 길을 따라 버스 탑승지점으로 이동한다.
▼ 올해 모든 꽃들은 일주일 이상 빨리 만개했다. 어느새 아카시아도 꽃을 피웠다. 이팝나무 가로수도, 찔레꽃도, 때죽나무, 모두 같은 시기에 희게 핀다.
▼ 성내리 금성가든 앞의 주차장에 A코스 회원들이 탄 버스가 도착하면 B코스 회원들을 태우고 상경하게 되는데 아직 30분 이상의 시간이 남아 잠시 주변을 둘러 보기로 한다.
▼ 마을에 이런 기이한 바위가 있다니...
이름하여 봉명암(鳳鳴癌)이라고 한다. 마을입구의 자랑비에는 "봉바위는 봉이 날으는 형상이라 하여 봉비암으로 불리였는데 어느날 한 노파가 나타나 움막을 짓고 정성껏 제사를 지내며 살아가다가 홀연히 움막과 함께 사라지니 바위가 날아갈 듯 형상을 하고 밤이면 새우는 소리를 내어 이상하게 여긴 마을 사람들은 영험한 바위로 여겨 수호신으로 모시고 봉명암으로 개칭, 현재는 매년 정월에 동민이 고사를 지내주고 있다." 고 쓰여져 있다.
▼ 정면에서 본 봉명암으로 앞에 제단이 있다.
▼ 잠시 몸을 씻기 위해 청평호에 가면서 담은 애기메꽃
▼ 청평호
※ 이렇게 또 동산과 작성산을 올라봤다. 제천과 괴산지역은 산세가 좋아 암릉 타는 재미도 있지만 기암괴석과 멋스러운 풍경을 어느 곳에서나 조망도 즐길 수 있다.
사실, 작성산을 오른 것도 쇠뿔바위를 보는 목적이 굉장히 컸다. 아직도 미련이 남아 있는 걷지 못한 능선이 있긴 하지만 언제 기회가 될른지는 알 수가 없다. 작은동산을 비롯, 동산, 작성산을 한 번에 모두 돌아볼 수 있는 코스도 가능할 수도 있었다는 아쉬움이 있는 가운데 오랫동안 미뤘던 숙제를 마친 것 같아 뿌듯한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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