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16일(일)
원정 산행을 오랜만에 해 본다. 장마가 계속 이어지는 데다가 이런저런 일이 있다 보니 그렇다. 습도는 높고 무더위도 여전하고 코로나 사태는 또한 진정될 기미가 없으니 이래저래 핑겟거리는 많아졌다.
산행을 한 두번 안 하면 좀이 쑤시기는 하나 계속 안 하면 체력도 그렇고 집안에 눌러앉는 습관에 젖어드는 게으름 때문에 더욱 안 하게 된다. 그러나 동기만 있으면 마음을 먹게 되고 실천하게 되는 것은 어느 일이든 마찬가지다.
작년 5월에 괴산의 백악산을 올랐었다. 그곳에서 바라본 가령산~낙영산~도명산이 괴산 35명산에 포함되어 도전을 하고 있었는데 기회가 있어도 성원이 되질 않아 못 가보던 중 이번에 기회가 찾아오게 된 것이다.
산행다운 산행을 한지가 꽤 되었고, 말복이 광복절인 어제였고 장마가 끝난 무더위에 과연 체력이 얼마나 버텨줄까 염려되는 가운데 마음을 다 잡고 아침 새벽에 망설임 없이 박차고 일어나 배낭을 챙긴다.
∥산행정보∥
♣ 소재지: 들머리- 충북 괴산군 청천면 사담리 19-3, 정상-충북 괴산군 청천면 고성리, 날머리: 충북 괴산군 청천면 화양리 산 13-1(화양동주차장)
♣ 코스: :공림사-절고개-낙영산-절고개-도명산-마애석불-학소대-화양구곡-화양동주차장
♣ 거리: 약 9km( 들머리-09:45, 날머리: 15:15)
∥낙영산 개요∥
낙영산은 도명산에서 남쪽으로 약 1.5~2km정도 거리에 있는 산으로서, 암곡미(巖谷美)가 빼어난 산이다.
정상 주변에는 거대한 코뿔소바위와 주전자바위 같은 재미있는 바위들이 있어서 산행의 즐거움을 더한다.
낙영산이란 이름은 '산의 그림자가 비추다' 혹은 '그림자가 떨어지다'는 뜻인데, 신라 진평왕 때 당나라 고조가 세숫물속에 아름다운 산의 모습이 보여서 이를 그림으로 그리게 한 후 이 산을 찾도록 하였다. 그런데 어느 동자승이 이 산은 동방 신라국에 있다고 하자 사신을 보내 이 산을 찾아 낙영산이라고 이름짓게 되었다고 한다.
∥도명산 개요∥
도명산은 충북 괴산군 청천면 화양리에 위치해 있는 산으로서, 속리산 국립공원에 포함되어 있다.
산 전체가 화강암의 바위봉과 기암석벽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9부 능선 정도에 이르면 옛날 낙양사가 있었다던 낙양사터에 다다르게 되는데, 이곳에는 30m나 되는 수직암벽에 부처님의 모습이 새겨진 거대한 마애석불이 자리하고 있다. 이는 고려시대 초기의 것으로 추정되는데, 도명산 제1경승지로 손꼽힌다.
그리고 마애석불 부처님의 발끝에서는 물이 샘솟고 있다.
또한 정상에 오르면 크고 작은 바위 5개가 하나의 가족처럼 형성되어 있는데, 그 중 가장 높고 큰 바위에 올라서면 사방으로 조망이 시원하다. 동쪽으로는 바로 앞 가령산 너머로 대야산과 조항산이 조망되고, 남쪽으로는 속리산의 연봉들이 톱날같이 늘어서 있으며, 북쪽으로는 군자산의 우직한 몸매가 한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무엇보다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도명산 북쪽에서 총 길이 6km의 거리를 유유히 흐르는 천혜의 계곡 화양구곡이다.
도명산이라는 이름은 산아래에 있는 채운암이라는 암자에서 "도사가 도(道)를 깨달았다"고 하여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 A, B코스로 나눠 진행하려던 산행이 A코스 들머리인 청천면 송면리에 위치한 충북자연학습원에서 화양천의 간이로 설치된 다리가 이번 장마에 유실되어 입산이 통제된 상황으로 불가피하게 A코스는 취소되고 B코스로 진행된다는 사실을 버스가 출발한 뒤 설명해 주는 바람에 알게됐다. B코스 들머리는 공림사 일주문을 지나 버스하차 지점으로 산행은 시작됐다.
▼ 청수에 비친 낙영산이란 안내표지석이 공림사 앞에 놓여 반갑게 맞아 준다.
▼ 공림사
신라 경문왕 때 자정(慈淨)이 창건하였다. 자정은 국사의 지위를 사양한 뒤 그곳에 초암을 짓고 살았는데, 그의 덕을 추모한 왕이 절을 세우고 공림사라는 사액을 내렸다고 한다.
1399년(정종 1) 함허(涵虛)가 명산대천을 두루 돌아다니다가 폐사가 된 이 절에 이르러 법당과 요사채 등의 모든 건물을 새로 중창하였다. 1407년(태종 7) 왕실의 자복사찰(資福寺刹)을 명찰(名刹)로 교체하라는 조정의 명에 따라 자은종(慈恩宗) 소속의 공림사도 자복사찰로 지정되었다. 이어서 세조도 이곳에서 참배하였다.
1593년 왜병의 방화로 여러 건물이 불탔으나, 대웅전만은 갑자기 바람이 반대쪽에서 불어와 보존될 수 있었다. 인조 때 다시 중창하였으며, 1688년(숙종 14) 사적비를 세웠다. 1720년에 중창하였으며, 1727년(영조 3)에는 도형(道炯)이 중건하였다.
6·25전쟁 전에는 대웅전·승방·영하문(暎霞門)·문루·행랑채·방앗간 등 8동의 건물이 있었으나, 6·25전쟁 뒤 공비의 잦은 출몰로 영하문과 사적비만 남고 모두 소실되었다. 1965년 법당과 요사채를 재건하였고, 1981년부터 1994년까지 대대적 중창을 이어나가 오늘에 이르고 있다. [출처: 민족문화 대백과사전]
▼ 들머리에서 40여분을 걸어 절고개에 도착했다. 장마는 끝났다고는 하지만 습도는 높고 30도를 웃도는 기온에 가파른 계곡과 능선을 오르니 금새 땀으로 온 몸이 젖어 들었다. 살짝 불어오는 바람 한줄기가 얼마나 고맙던지...
이곳에서 낙영산 정상에 올랐다가 다시 내려와 왼쪽 도명산으로 오르게 되는데 A코스에서 출발했다면 가령산을 거쳐 이곳으로 바로 올 코스였다.
▼ 낙영산을 오르며 뒤돌아 보니 코뿔소바위가 있다는 서쪽 방향의 쌀개봉(652m)이 보이고 그 뒷편으로 살짝 조봉산(680m이 보인다.
▼ 정상은 사방을 둘러봐도 잡목으로 주변 조망을 할 수가 없다. 두팀의 산악회원들과 뒤엉켜 줄을 서서 겨우 인증사진을 남겼는데 누군가 태극기를 꽂아 놓아 어제가 광복절이었음을 되새기게 한다.
▼ 낙영산 정상에서 반대방향인 가령산방향으로 가서 거북바위와 토끼바위를 보기로 하는데 중간에 이러한 기암과 소나무를 만나게 된다.
▼ 남쪽 방향으론 왼쪽 대왕봉과 중간의 속리산 주능선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바로 앞 남산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작년 5월 11일 대왕봉과 그 넘어 백악산을 오르면서 이곳을 보며 언제 올라 볼 기회가 있을까 했었던 터였는데 이렇게 올랐으니 감회가 새롭다.
▼ 당겨본 대왕암과 그 뒤로 희미하게 빼꼼히 내민 백악산 정상이 보이고 왼쪽에 살짝 보이는 능선자락은 청화산이다.
▼ 대왕봉을 오르며 북서 방향인 이곳을 조망했던 풍경
▼ 당겨 본 속리산 주능선...날씨가 청명하지 못해 선명하진 않지만 왼쪽 천왕봉으로 부터 가운데 뾰족한 문장대와 오른쪽 관음봉임을 한 눈에 알아 볼 수가 있다.
▼ 오른쪽으로 이어진 속리산 서북능선은 묘봉과 상학봉, 토끼봉, 상모봉이 뚜렷이 보인다.
▼ 100대 명산에 포함된 청화산(970m)
▼ 낙영산 산행 반환지점인 저곳 토끼바위(주전자바위)와 바로 옆의 거북바위가 바로 앞에 보인다. 지도를 살펴보니 공림사에서 암릉 대슬램 지점으로 올랐으면 헬기장을 거쳐 이곳을 경유, 낙영산을 찍고 도명산으로 향하면서 슬램의 짜릿한 릿지도 해 볼만하고 왕복하는 불편함도 없었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다.
▼ 거북바위라고는 하는데 등 부분이 용같은 형상이어서 얼른 매치는 되지 않지만 낙영산에서는 명물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 거북바위의 앞부분 모습
▼ 바로 앞의 토끼바위 뒷모습...이곳에서의 형상은 토끼와는 전혀 상관 없어 보인다.
▼ 토끼바위의 앞모습으로 뾰족한 부분이 귀라고 생각하면 이미지가 나오긴 하는데 뚜렷하지 않아서인지 꼭지가 주전자를 닮아서 주전자바위라고도 부르는 모양이다. 토끼가 됐든, 주전자가 됐든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기암이 있어 감상하는 재미가 그만큼 있다는 얘기다.
▼ 낙영산 정상으로 다시 돌아와 보니 시끌벅적하던 인원은 다 사라지고 태극기만 자리를 지키고 있다.
▼ 다시 내려온 절고개는 미륵산성의 남문이기도 하다. 신라시대인 9~10세기에 쌓은 것으로 추정되는 낙영산, 쌀개봉, 도명산의 능선과 계곡을 아울러 돌로 쌓은 포곡식 성의 형태가 남아 있다. 이곳에서 도명산 방향으로 진행한다.
▼ 도명산을 오르기전 이곳 안부에서 점심식사를 간단히 하며 숨을 돌린다. 암릉으로 바로 오를 수 있는 코스가 있는지 출입통제라는 안내문이 세워져 있는데 릿지가 가능한지는 모르겠다.
▼ 도명산을 오르며 기다란 바위가 놓여져 있는 능선은 마치 기차바위와 같고 그 너머로는 도상으로 사자봉이 자리잡고 있다.
▼ 도명산 9부 능선쯤에 자리잡은 바위
▼ 도명산 오름에도 급경사와 나무계단이 계속이어진다.
▼ 커다란 바위 모퉁이를 돌아서니 정상이 코앞이다.
▼ 정상에 말그대로 커다란 정상석이 자리잡고 있다. 그 밑에 새겨 놓은 정상석이 어린새끼와 같이 자리하고 있다.
▼ 한쪽 측면에서 본 바위와 다른 쪽에서 모습은 전혀 딴 판이다. 뒤로 돌아가면 바위정상에 오를 수 있다.
▼ 정상에서 주변을 조망해 보기로 한다. 남쪽 방향의 전경
▼ 서쪽 방향의 멀리 괴산군 청천면 면사무소 소재지
▼ 당겨 본 속리산 주능선
▼ 앞쪽 낙영산에 가려진 속리산
▼ 오른쪽 으로 뻗은 속리산의 서북능선
▼ 북쪽 방향의 전경
▼ 당겨 본 사랑산(647m)
▼ 멀리 왼쪽 군자산(948)과 비학봉(841m), 오른쪽 남군자산(827m)
▼ 동쪽 방향의 전경
▼ 대야산(931m)
▼ 멀리 왼쪽 조항산(951m), 오른쪽 청화산(984m)
▼ 도명산 맞은편 사자봉의 암릉
▼ 화양구곡에 위치한 채운암과 왼쪽에 암서재가 살짝 보인다. 하산하면 저곳을 통과하게 된다.
▼ 본격적인 하산길에 거대한 바위에 새겨진 마애석불을 만나게 된다. 이 불상은 ㄱ자로 꺽어진 암벽에 선각으로 조성되어 있다. 그 중 오른쪽 불상은 9.1m의 규모에 안면의 길이만도 2m에 이르며, 세 불상 중 가장 세련된 솜씨를 나타내고 있다. 양 어깨까지는 뚜렷한 선이 그어졌는데, 손갖춤모양은 분명하지 않다. 중앙의 또 하나의 불상은 더욱 커서 전체 높이 14m에 이르는 정면상으로 하반신까지는 선각으로 조성되어 있다.
또 다른 불상은 동떨어진 암벽에 조각되어 있는데 5.4m의 규모이며, 다른 부처와 달리 약간의 돋을새김 기법을 사용하여 곡선미의 세련된 면을 보여주고 있다.
이 마애불상은 고려 초기에 유행하던 선각 마애불상과 같은 경향을 보인다. [안내문]
▼ 드디어 화양천에 도착, 첫 다리 건너 3km정도는 화양구곡의 도로를 따라 주차장까지 땡볕 아래 걸어야 한다. 화양구곡 중 제1곡은 경천벽(擎天壁), 제2곡은 운영담(雲影潭), 제3곡은 읍궁암(泣弓巖), 제4곡은 금사담(金沙潭), 제5곡은 첨성대(瞻星臺), 제6곡은 능운대(凌雲臺), 제7곡은 와룡암(臥龍巖), 제8곡은 학소대(鶴巢臺), 제9곡은 파천(巴川)이다. 경천벽은 도상에 표시되어 있지 않아서 모르겠고 파천은 하산길 반대방향으로 1km는 올라가야 하므로 시간상으로 빠듯할 것 같아 포기하기로 한다.
▼ 학소대
이 바위는 화양 구곡(華陽九曲) 중 제8경으로 청학이(靑鶴)이 바위 위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았다 하여 학소대라 불렀다 한다.
▼ 화양천을 따라 보도블록 또는 아스팔트 포장 도로를 따라 주차장 까지 이동하게 된다. 몸을 식히기 위해 물속에 몸을 담그고 싶지만 주차장 근방까지 참고 가기로 한다.
▼ 와룡암(臥龍岩)
이 바위는 화양구곡 중 제7곡으로 용이 누워 꿈틀거리고 있는 모습과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 바위에 새겨진 와룡암
▼ 조금 더 내려가니 상점이 나타나고 상점이 끝나는 지점에 능운대(凌雲臺)가 도로 위쪽으로 위치해 있고 나무에 가려져 눈에 언뜻 뜨이지 않는다. 이 바위는 화양구곡의 제6곡으로 큰 바위가 시냇가에 우뚝 솟아 그 높이가 구름을 찌를 듯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 첨성대(瞻星臺)
이 바위는 화양구곡 중 제5곡으로 큰 바위가 첩첩이 층을 이루고 있으며 그 위에서 천체를 관측할 수 있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화양천에서는 꽤 떨어진 산 중턱에 위치해 있어 좀 생뚱맞은 느낌이 있다.
▼ 화양천 주변의 나뭇가지 쓸린 상태를 보면 이번 장마에 강우량이 얼마나 많았는지 짐작이 간다.
▼ 암서재 (巖棲齋)
우암송시열이 만년에 벼슬을 그만둔 후 이 곳 화양동에 은거하면서 학문을 닦고 후학들을 가르치던 서실(書室)이다.
도립공원인 화양동 계곡의 절벽 큰 암반위에 정면 4칸, 측면 2칸으로 세웠는데 주위에는 노송이 울창하고 밑으로는 맑은 물이 감돌며 층암절벽이 더할 수 없는 경치이다.
금사담(金沙潭)은 이 암서재 바로 아래에 위치해 있으며 화양구곡 중 제4곡으로 중심이 되는 곳으로 맑은 물과 깨끗한 모래가 보이는 못이라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다.
▼ 운영담(雲影潭)
이 바위는 화양구곡의 제2곡으로 구름에 비친 달이 맑게 비친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피서객들이 장사진을 이루면서 야외 수영장이 됐다.
▼ 화양2교와 보아래로 포말을 일으키며 흘러내리는 물이 바라만 봐도 시원하다. 이제 주차장까지는 얼마남지 않은 거리다. 아무래도 주차장 주변 한켠에서 몸을 씻어야겠다는 생각이다.
▼ 장장 54일간의 유례없는 긴 장마가 끝나고 어제에 이어 오늘 맑은 날씨인데 어제가 말복이어서 그런지 무더위에 산행이 거리에 비해 다른 때 보다 힘이 들었다. 그래도 언젠가는 꼭 와 보고 싶었던 곳이기에 뭔가 해냈다는 성취감이 피로감을 덜하게 한다.
신사역에서 산악회 버스가 두대를 출발했는데 한대는 남원의 고리봉과 만학동계곡을 산행하는 코스여서 못 가본 곳이라 그곳을 갈까 망설이다 낙영산에 더 무게를 두고 선택을 하게 된 것이다. 장마가 끝나고 이쪽 아랫 지방이 34도라고 했으니 체감온도는 더 올랐을 테고 이곳 괴산 30도 보다는 훨씬 더웠을 것은 뻔하다. 그곳도 우리와 비슷한 거리로 A코스가 12km이라는데 우린 13km지만 육산이고 그곳 고리봉은 암릉으로 업다운이 심한 것으로 안다.
그러나 우린 A코스를 들머리에서 화양천을 건너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 모두가 9km의 B코스를 타게 되었고 그곳은 많은 인원이 A코스를 탔다는데 여회원 1명이 중간에 의식불명으로 119헬기가 동원이 되고 많은 인원이 제 시간에 들어오질 못해 귀경길이 늦어지면서 대중교통 이용에 문제가 있어 몇몇끼리는 찜질방을 이용한다는 후문이다.
자신의 체력을 과신해서도 안되고 계절적으로 무리한 산행은 자제를 해야하는 게 맞다. 내가 그곳 버스에 올랐다면 과연 어땠을까 생각을 하며 반면교사로 삼아야겠다는 마음가짐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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