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2일(일)
산행을 취미로 하는 사람이 설상 산행을 한번 못하고 겨울을 나는 것도 쉽지 않은 얘기다. 올해는 겨울답지 않는 포근한 날씨로 혹한기에도 비가 오고 있으니 강원도 지방 아니면 눈꽃, 상고대를 본다는 것은 어림없는 일로 나의 경우가 그렇다.
그러므로 일찍이 평창에 있는 두타산을 신청해 놓았는데 삼척의 두타산 말고 두타산이 또 있다는 사실에 궁금하여 검색을 해보니 가볼 만한 산이었다.
그러나 이후 친구 아들 결혼식이 있다고 하여 취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고 그 이튿날 어디를 갈까 고민을 하다가 결국 설상 산행은 포기를 하고 남해의 다랭이마을이 있는 설흘산을 택하기로 했다.
재작년 가을에 금산을 올랐다가 하산하여 다랭이마을과 독일 마을을 둘러보면서 설흘산이 눈에 뜨였고 그곳도 산행 코스가 좋은 것임을 즐풍님이 작년 봄에 다녀온 후기를 보면서 더욱 입맛을 당겼던 참이었다.
이곳 다랭이마을을 관광하려면 4월의 유채꽃이나 가을의 벼농사 수확철인 10월경이 좋을 것이지만 관광이 아닌 산행이 목적이므로 이곳을 낙점하게 된 것이다.
얼마 전 하동의 금오산을 갔을 때도 조망이 되었던 설흘산인데 오늘은 날씨가 어떨까 출발 전부터 조바심이 나는 것도 그렇지만 오가는 버스에서 9시간을 보내는 일도 은근히 부담이 되는 아침이다.
∥산행정보∥
♣ 소재지: 들머리-경남 남해군 남면 선구리 1122, 설흘산 정상-경남 남해군 남면 홍현리 산 237-2, 날머리-경남 남해군 남면 홍현리 839 (제1주차장)
♣ 산행코스: 선구마을-옥녀봉-첨봉-칼바위능선-응봉산-헬기장-안부-설흘산-제2주차장-다랭이마을-제1주차장
♣ 거리: 8.5km(들머리-11:38, 날머리:16:20)
∥설흘산∥
설흘산은 경상남도 남해군에 위치해 있는 산으로서, 남해 금산과 더불어 일출(日出)이 무척 아름다운 산이다. 전체적인 산세는 산의 서쪽에 있는 응봉산과 함께 기암괴석이 펼쳐져 있는 능선이 동서로 길게 뻗어 있는 바위산이다.
그래서 능선상에 오르면 사방으로 조망이 막힘이 없는데, 먼저 동쪽으로는 앵강만 너머로 남해 금산과 한려수도가 한눈에 들어오고, 서쪽으로는 여수 영취산과 돌산도가 그림처럼 바라다 보인다. 그리고 남쪽으로는 발아래로 그림같이 펼쳐진 다랭이마을이 평화롭고, 그 앞으로 끝없이 펼쳐진 망망대해의 바닷물결이 시리도록 푸르다.
또한 정상에는 조선시대에 축조된 봉수대의 흔적이 있는데, 현재 '경상남도 기념물 제247호'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다.
설흘산이라는 이름은 "눈 설(雪), 산우뚝솟을 흘(屹)"자인데, 과거에는 소흘산으로 불리다가 설흘산으로 바꿔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이름의 유래에 대해 전해내려오는 이야기는 없다.
▼ 설흘산의 위치를 살펴 보면 그 주변에 있는 북쪽의 하동 금오산, 동쪽의 남해 금산, 북동쪽의 통영 사량도, 남동쪽의 욕지도는 갔다 온 곳이고 남서쪽의 여수 금오도와 돌산도는 블야50섬에 포함되는데 아직 미답지역으로 남아 있다.

▼ 남해군에도 크고 작은 산군들이 엄청 많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동쪽의 금산과 마주하고 있어서 어디서든 그 일대를 조망하기가 좋은 곳이다.

▼ 출발 전날인 토요일에 내가 가고자 했던 평창 두타산의 설경 사진 몇 장을
지인이 카톡으로 보내와서 깜짝 놀랐다. 알고 보니 인천의 모 산악회에서도
이곳을 간 모양인데 내가 M산악회에서 갔었더라면 우연히 만날 수도 있었겠
다는 생각과 아울러 이러한 적설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을 꿈에도 생각 못했기
때문이다. 가지 못한 아쉬움이 이루 말할 수가 없다.

▼ 그러나 나는 '따뜻한 남쪽 나라'가 더 좋다고 스스로 우겨가며 이곳 산행 들머리인 팽나무가 있는 선구마을에 도착했다. 보호수로 지정된 350년 수령의 팽나무 아래에는 먼저 온 타 산악회 두팀이 위 아래 진을 치고 시산제를 지내고 있어서 이 지역에서는 이곳이 인기 명산임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 남해 사촌마을과 사촌해수욕장의 풍경이 아름답다.

▼ 밭 가득히 길게 올라 온 줄기의 꽃핀 냉이를 보면서 얼마전 금당도에서 느낀 봄 기운을 다시 한번 맛 보게 된다.

▼ 산행 입구는 전국에서 다녀간 산악회의 시그널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어 마치 성황당 길을 연상케 한다.

▼ 들머리에서 조금 올라가니 인위적으로 파 놓은 것 같은 굴이 있는데 용도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 첫 조망이 있는 능선에서 북쪽을 바라보니 장등산, 임포리 마을과 버스가 저 마을을 U자로 돌아 선구마을로 온 도로가 보인다.

▼ 능선의 부드러운 흙길을 따라 낮으막히 쌓아 놓은 돌담은 성벽 같아 보이지는 않고 무슨 용도인지도 궁금하다.

▼ 들머리에서 올라온지 30분 정도가 되자 바위와 너덜길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 다시 한번 임포리 마을과 왼쪽 뾰족한 망기산과 가운데 장등산으로, 그 사이로 보여야 할 망운산(786m)은 전혀 기대 못할 미세먼지로 가득한 날씨다.

▼ 등로를 살짝 벗어나 암릉으로 오르다 만난 바위인데 저곳을 오르려니 엄두가 나지 않아 다시 등로와 만나는 지점으로 가면서 추락의 위험까지 무릅쓰면서 겨우 탈출했다.

▼ 거대한 화물선이 지나가는 건너편으로 멀리 금오도와 돌산도가 있을텐데 조망이 제로이니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내심 남해 바다의 탁 트인 푸른바다와 섬들을 보고자 왔건만 다 뜻대로 되지 않으니 말이다.

▼ 조금 전의 바위를 우회하면서 올려다 보니 스위스 마테 호른이 연상되는 첨봉이다. ㅋㅋ

▼ 겨우 우회하여 만난 등로...

▼ 능선위에 올라 와서 뒤를 돌아보니 거대한 암릉이란 걸 알게 됐다.

▼ 다시 이어지는 암릉...진달래 피는 계절이나 가을이면 더 어울릴 풍경이다.


▼ 잠시 뒤돌아 본 풍경으로 들머리에서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암릉으로 이뤄진 산이란 것은 들머리에서 50여분 올라와 봐야 알 수 있다.
암릉 맨 앞쪽 저곳에서 점심을 먹고 출발했다. 어차피 동행인도 없고 홀가분하니 지체할 시간도 없으니 남들보다 시간은 널널한 셈이다.

▼ 칼바위 능선으로 쭉 이어진 암릉이 생각지도 못한 스릴마저 있다. 예상외의 풍경을 만나니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앞쪽으로 첨봉과 응봉산이 보이고 멀리 뒷쪽으로 목적지인 설흘산 정상이 보인다.

▼ 데크계단과 난간등 안전시설이 잘 되어 있어서 편안한 산행길이다.

▼ 뒤돌아 본 칼바위능선, 남해의 뒷 배경이 받쳐주면 더 멋진 풍경이 연출될텐데...

▼ 또 하나의 암봉

▼ 마지막으로 뒤돌아 본 풍경

▼ <산자고>의 파릇파릇한 싹이 곧 꽃망울이 올라 올 것만 같다.

▼ 응봉산 정상

▼ 1시간 40여분만에 올라 온 응봉산...절반 좀 안되는 거리지만 이곳에 올라 온 시간이 13:20분이니 16:50까지 설흘산 산행 후 다랭이 마을을 둘러 볼 시간은 충분하다.

▼ 응봉산 정상에서 바라 본 설흘산... 조망만 좋으면 그 왼쪽 멀리 금산이 보였을테다.

▼ 응봉산을 하산하면서 등로에 있는 줄기 많은 소나무도 접하고...

▼ 설흘산 오르기 직전까지 육산의 흙길을 밟는 느낌이 너무도 좋다. 이러한 등로에 눈이 와도 좋고 야생화가 피면 더욱 좋을 길이겠다.

▼ 누가 세워 놨는지 나무조각에 수처작주(隨處作主)란 말이 눈길을 끈다. 임제록에 나오는 수처작주 입처개진 (隨處作主 立處皆眞)의 한 구절로 '가는 곳마다 주인이 되라'는 뜻이라는데 세상사 모든 이들이 다 그럴 수는 없는 일이다.

▼ 설흘산을 오르기전 거대한 바위가 있어 렌즈로 유심히 살펴보게 된다. 이 바위 주변 방향으로 오른다면 등로를 벗어나 잠시 가볼 생각이었으나 전혀 다른 방향으로 벗어나게 되어 갈 수 없음을 나중에 알게 된다.


▼ 등로는 위의 바위 방향으로 향하지 않고 반대쪽인 설흘산 뒷쪽으로 해서 정상을 오르게 되니 아쉬운 일이 됐다.

▼ 산 정상쪽으로 오르면서 주변은 온통 소사나무 군락이다. 바닷가 근방에서 자라는 소사나무 식생의 특성이기도 하다.

▼ 설흘산 정상의 봉수대
남해 설흘산 봉수대는 해발 490m의 설흘산 정상에 자연암반을 기반으로 석축된 것으로 평면은 원형에 가까운 형태로 하단부는 각이 있다.
규모는 높이 6m, 직경 7m, 둘레 20m로 조성되었으며 이 봉수는 남해금산 봉수를 받아 내륙의 망운산 순천 돌산도 봉수와 연결된 것으로 추정되며, 조선시대 남쪽 해안방어와 관련된 관방시설로서 당시의 통신체계를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학술자료로 인정되어 지난 2003년 6월 7일 경상남도 기념물 제248호로 지정되었으며 2007년 2월 봉수대 주변을 복원정비 오늘에 이르고 있다.[안내문]

▼ 봉수대 위에 놓여진 정상석인데 봉수대를 복원, 정비하기 전에 세워진 것을 그 후 봉수대 위에 올려진 것 같다.


▼ 정상에서 바라 본 남쪽 방향으로 다랭이 마을로의 하산은 이 방향으로 가면 너무 가파르고 불편하다하여 대부분 회원들이 왔던 길을 되돌아 가는 코스를 택했으나 나는 그대로 저 능선쪽을 타기로 한다.

▼ 정상에서 바라 본 서쪽 방향으로 응봉산을 마주하게 된다.

▼ 북쪽 방향의 송등산과 오른쪽 호구산이 희미하게 조망된다.

▼ 북서 방향으로 보여야 할 남해의 최고봉인 망운산이 전혀 보이질 않는다.

▼ 동쪽 방향의 금산과 노도, 오른쪽 멀리 욕지도는 안 보인다.

▼ 노도(김만중 유허지)
노도는 섬에서 바라보는 금산의 절경과 앵강만의 풍광 못지않게 구운몽, 사씨남정기의 작가 서포 김만중이 56세의 일기로 유형의 삶을 마감했던 곳으로 더욱 유명하다.
벽련(碧蓮). 말 그대로 짙고 푸른 연꽃, 3천년만에 핀다는 우담바라의 마을 바로 앞 삿갓처럼 생긴 섬이 바로 노도이다. 서포가 생을 마감한 지 308년이 지난 지금 노도에는 그가 직접 팠다는 샘터와 초옥터, 그리고 허묘가 남아 그의 자리를 쓸쓸히 메우고 있다.
조선 후기 정치가로서, 문신으로서, 효자로서, 소설가로서, 한글애호가로서, 시인으로서, 한시대를 풍미한 대문호 서포의 발자취가 그 고뇌스런 일생과 함께 서려 있는 남해의 작은 섬 노도는 유배문학의 산실이다.
남해는 서포 김만중 외에도 기묘사회로 유배당한 자암 김구 선생이 13년간의 기나긴 유배생활을 했던 곳이기도 하다. 조선 4대 서예가로 불리는 자암선생은 남해를 찬양하는 경기체가 "화전별곡" 을 그의 배소 노량에서 지었다.
그리고 후송 유의양은 남해의 유적, 절경, 세시풍속 등을 기행문체로 쓴 "남해문견록"을 남기기도 했다. 남해는 이 외에도 주로 금산을 노래한 한시를 많이 남긴 남구만, "남천잡록" 의 저자 김용 등 많은 유배객이 다녀간 곳이다. [대한민국 구석구석]

▼ 정상에서 렌즈로 당겨 본 다랭이마을 전경

▼ 하산 중에 뒤돌아 본 봉수대 전경


▼ 저곳 바위의 윗 부분만 일부 담아 왔으나 가 보지 못해 궁금증만 불러 일으켰다.

▼ 급경사를 40여분 내려오니 제2주차장 방향으로 사실상의 날머리에 도착했다. 이쪽 방향으로 내려 온 회원은 몇 명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되돌아 하산하여 어디로 갔는지 한명도 보이질 않는다.
아마도 일찍 하산한 회원들은 끼리끼리 마을에서 파전에 막걸리 파티를 벌이고 있는지 모르겠다.

▼ 다랭이마을 트레킹 코스, 전에 왔었던 곳이라 못 가본 해안선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참고: http://blog.daum.net/ksbni/7154381
▼ 다랭이마을의 다랭이란 뜻은 다랑이의 방언으로 '비탈진 산골짜기에 여러 층으로 겹겹이 만든 좁고 작은 논'을 말한다.
옛 조상들이 땅 한 평이라도 일구기 위해 돌로 축대를 쌓아 108개의 층층계단식 논을 정성껏 만들어 농사를 지은 것을 보면 대대손손이 물려 줄 터전으로 현대에 사는 우리로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기에 지금은 사시사철 수많은 인파가 이곳을 찾는 관광지가 되었다.

▼ 마을로 들어가 주변을 둘러 보고...

▼ 다랭이마을의 상징물인 암수바위 중에 숫바위

▼ 암바위(임산부 형상)

▼ 다랭이논이 노란색을 띨 계절이 어울리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겨울철에 녹색빛인 시금치, 마늘 심은 밭으로의 풍경이 이색적이다.

▼ 이곳 저곳이 푸릇푸릇, 어디서든 겨울임을 느낄 수가 없다.

▼ 바닷가로 이어진 데크길... 남해바래길 1코스에 해당하는 다랭이지겟길의 일부이기도 하다.

▼ 해안의 풍경


▼ 미니 출렁다리도 놓여져 있고...

▼ 출렁다리의 좌우 풍경도 볼만하다.


▼ 해변에서 올려다 본 설흘산 정상은 두 암릉 가운데 안부 지점에 잘 보이지 않는 봉수대가 있는 곳이다.

▼ 해변 양지쪽의 유채꽃이 만개해서 관광객을 유혹하고...

▼ 벌도 없을 계절에 완두콩도 꽃을 피웠다.


▼ 제1주차장(다랭이마을 초입)으로 향하는 언덕길로 향하면서 오늘의 산행을 모두 마친다.

※ 겨울답지 않은 포근한 날씨로 봄기운까지 느끼고 온 겨울 산행이다. 설경을 보려면 당연히 강원도 지방으로 향하면 되겠지만 공교롭게도 남쪽으로만 향하게 되니 추위를 피하고 싶은 심리 인지도 모르겠다.
이왕이면 진달래 피고, 유채꽃이 만발한 봄철에 왔었더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미세먼지로 인한 조망이 없어 아쉬운 마음이 들어서다. 그
러나 설흘산의 암릉으로 이어진 능선길을 걸으면서 좌우로 탁 트인 풍경을 보노라면 예상외로 멋진 산임을 알 수가 있다. 비록 먼길이었지만 훗날에도 오늘의 산행을 추억한다면 기리 힐링이 되리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