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4일(일)
어느덧 새해가 밝았다. 2000년도에 새해맞이로 일출을 보러 동네 뒷산을 올랐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20년이 흘렀으니 그 세월 동안 무얼 했는지, 극작가 겸 소설가였던 조지 버나드 쇼가 묘비명에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라고 썼다는 문구가 새삼 떠오른다.
사십 대 초반에 천 단위가 바뀐 2000년도를 맞이 하면서 이런 시대에 태어나 살고 있음을 감사하게 생각했는데 그 후로도 20년의 세월을 보냈다. 100세 시대라고는 하지만 지나간 세월 20년 동안을 앞으로 살리라고는 보장을 못하는 것이고 건강 수명 연령을 생각하면 시간은 불과 얼마 안 남은 셈이다. 말 그대로 우물쭈물하다가 생을 마감하게 되고 만다는 얘기다.
우리네 같이 민초들이야 이렇게 살고 저렇게 산들 크게 달라질 것이 있겠냐만 어쨌든 후회 없이 남은 여생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우선 건강이 최고이니 체력단련은 꾸준히 해야 된다. "근육이 연금보다 강하다"라는 말이 있다. 누워서 지내야 한다면 연금을 받아봐야 소용없는 얘기다. 지금까지 산행을 통해서 하체의 근육을 그런대로 유지해 왔다. 앞으로도 근육 저축을 해야 하는데 여행겸 즐기면서 저축할 수 있는 일이 산행만 한 것이 없다는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선 나 자신에 채찍질을 가해야 한다. 올해도 더도, 덜도 말고 지금까지 해 온 만큼만이라도 산행을 꾸준히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늘은 어제 가려던 창원의 굴암산이 성원 미달로 취소되어 김해의 무척산으로 갈아탔다. 굴암산도 남해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좋은 산으로 여겨지는데 내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으니 할 수 없는 일이다. 버스 탑승을 하려면 전철을 세 번을 갈아타야하지만 눈을 비비고 다소 포근한 겨울 아침을 맞는다.
∥산행정보∥
♣ 소재지: 들머리-김해시 상동면 여차리 362-2, 정상-경남 김해시 상동면 여차리, 날머리-경남 김해시 생림면 생철리(주차장)
♣ 산행코스: 청룡산업앞-갈림길-오행바위-신선봉-천지(통천정)-천지폭포-부부소나무-하늘벽-모은암-탕건바위-석굴암-주차장
♣ 거리: 약 10km(들머리-11:30, 날머리-16:30)
∥무척산 개요∥
무척산은 경상남도 김해시에 위치해 있는 산으로서, 고대 가야국의 숨결이 어려있는 경상남도의 숨은 명산이다. 전체적인 산세는 산의 높이에 비해 계곡이 깊으며, 산의 서쪽 사면에는 탕건바위, 장군바위 그리고 땅굴과 석문, 너럭바위 등 흡사 만물상과 같이 전체가 여러개의 암봉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풍광이 무척이나 우수하다.
반면 동쪽 사면은 숲이 울창한 완만한 흙산이어서 서쪽과는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그리고 이 산은 특징 중 하나는 주변의 다른 산들과 연결되지 않고 독자적으로 우뚝솟아 있다는 것이다. 조망도 우수하여 정상부 능선에 오르면 북쪽과 동쪽으로는 유유히 흐르는 푸른물결의 낙동강과 그 너머로 경남 양산시의 여러 산봉우리들이 그림처럼 바라다 보이고, 남쪽으로는 김해시가 한눈에 들어온다.
또한 정상부 북쪽사면에는 김해김씨(金海金氏)의 시조이면서 가야국을 세운 김수로왕(金首露王)의 장례식때 장지(葬地)에 물이 고이는 것을 막기위해 만들었다는 천지(天池)가 있으며, 그 서쪽아래에는 김수로왕이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세웠다는 '어머니의 은혜'라는 뜻의 모은암(母恩庵)이 자리하고 있다. 참고로 모은암은 거대한 암벽 아래 있는데 경관이 무척이나 우수하다. 그리고 동쪽기슭에는 가야국의 불교 중흥을 위해 세웠다는 백운암(白雲庵)이 자리하고 있다.
무척산이라는 이름은 "없을 무(無), 새한마리 척(隻)"자인데, 원래는 허공산 가야산으로 불리다가 무척이라는 사람이 이 곳에서 공부하여 성공했다고 하여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한 쌍이 될 짝이 없을 만큼 아름다운 산’이라는 뜻이라고도 한다.

▼ 이번 산행은 어제 성원 미달로 산행이 취소되면서 이곳으로 산행지을 옮기게 되어 블친님인 도솔님, 그림사랑님과 함께 하게 됐다. 100대 명산도 아니고 200대 명산에 속하면서도 버스 2대가 올 정도이니 인기가 있어서인지, 나처럼 성원이 되지 않은 산행지가 취소되니 이곳을 갈아 타서 몰린 것인지 아무튼 기대가 된다.
들머리부터 낙동강이 보이고 주변의 조망이 탁 트여서 좋다. 강 건너는 양산시에 속하고 왼쪽이 천태산 줄기이고 오른쪽 멀리 토곡산(855m)이 보인다.

▼ 대구에서 부산간 중앙고속도로가 고가를 이뤄 일직선으로 뻗어있고 이곳 농촌도 비닐 하우스로 덮혀있다.

▼ 건너편 능선으로 오르 내리면 훨씬 짧은 거리로 정상을 오를 수는 있겠으나 낙동강을 조망하며 산행을 하려면 이쪽으로 향하는 게 맞다.

▼ 멀리 희미하게 무척산 정상인 신선봉이 보인다.

▼ 본격적으로 능선을 향하며 산행은 시작되고 겨울 날씨답지 않게 포근해서 점퍼는 일찌감치 가방안에 넣어뒀다.

▼ 어느 정도 산 능선에 올라오니 끝도 없이 쭉쭉 뻗은 강줄기가 시원하게 펼쳐지면서 눈을 즐겁게 한다. 두 능선 가운데 끝자락으로 천태호 제방이 하얗게 살짝 보이고 그 뒤로 볼록하게 천태산이 보인다. 나룻배라도 하나 있으면 처녀뱃사공 노래가 절로 나올 풍경이다.

▼ 토곡산 방향으로 흐르는 낙동강

▼ 토곡산(855m)도 300대 명산으로 저 산을 오르면 토하고 곡한다는데, 기회되면 올라 봐야겠다.

▼ 저곳 다리 넘어는 밀양시로 오른쪽은 매봉산, 가운데 멀리는 청용산으로 보인다.

▼ 58번 국도 삼랑진교

▼ 정상이 해발 702m이니 웬만한 강원도 산의 1,000m 이상되는 고봉으로 로프가 길게 늘어진 급경사진 고약한 코스도 있더라

▼ 첫 이정표를 보니 정상이 가까왔음을 알 수가 있다. 이곳부터는 낙엽이 쌓인 부드러운 흙길로 순탄하게 정상까지 이른다.

▼ 무척산 정상인 신선봉에 올랐다. 정상석으로 본다면 전국 10대 명산에는 들것 같은 잘 빠진 돌을 세워 놓았다.

▼ 모처럼 블친님들과 함께...
▼ 정상석 부근에서 바라본 낙동강...수많은 애환과 사연을 안고 흐르는 강일 것이다.

▼ 암릉의 소나무 자태는 늘 그렇듯 렌즈에 담고 싶은 소재 중 하나이다.

▼ 정상 부근의 북서쪽 방향의 풍경.

▼ 멀리 강 왼쪽편은 창원시에 속한다.

▼ 북쪽 방향, 강 건너는 밀양시

▼ 이곳에서 방향을 틀어 천지못 쪽으로 우틀한다.

▼ 천지못의 전설
가락국의 수로왕이 붕어[崩御]한 뒤에 지금의 왕릉 자리에 국장을 치르기 위해 묏자리를 파는데 물이 자꾸만 나와서 못처럼 되어 버렸다. 모두 걱정을 하고 있는데 " 신보(申報: 허왕후의 사신으로서 왕후가 배를 타고 이땅으로 시집 올 때 모시고 왔다.
또 가락국 2대 거등왕의 왕비인 모정(慕貞)의 아버지이다.)가 고을 가운데 높은 산에 못을 파면 이 능자리에 물이 없어 질 것이다." 고 하므로 그의 말대로 김해고을 가운데 가장 높은 이 무척산의 산마루에 못을 파니 과연 왕릉자리의 수원이 막혔으므로 무사히 국장을 치루었다고 한다. [안내문]
천지못과 더불어 통천정이 운치가 있어 보이고 좋은 쉼터가 될 듯 하다.

▼ 해발 600m 지점에 마치 저수지와 같은 못이 자리하고 있는 것도 신기해 보인다.

▼ 일제시대때 신사참배 및 기독교 탄압에 항거하며 구국기도의 처소로 삼은 기도원이라는데 그 앞 건물에 예사롭지 않은 소나무가 눈길을 끈다.

▼ 소나무 옆의 느티나무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 쉴 수 있는 원두막 형태의 쉼터가 있어 한 여름에 더위를 식히기에는 그만이겠다.

▼ 시원하게 뻗은 58번 국도와 생림면 생철리와 오른쪽 멀리는 안양리, 강건너는 밀양시이다.
▼ 당겨 본 낙동강 철교, 들판은 강인지 비닐하우스인지 분간을 못할 정도로 흰색 물결이다.

▼ 오른쪽 중앙고속도로가 야산 터널을 뚫고 쭉 뻗어 있다.

▼ 기암 뒤로 낙동강학생교육원이 자리잡고 있다.


▼ 천지폭포
천지못으로 부터 흘러 이곳에서 폭포를 이루는 것 같다. 수량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은데 동결이 되니
더 볼만하다. 동갑내기인 그림사랑님과 모처럼 함산, 포스팅 해봤다.
▼ 다른 각도에서 잡아 본 천지폭포

▼ 하산길은 순탄해서 속도를 높이면 금방 하산하게 된다.

▼ 하산길에 나타난 부부소나무...알고 보니 두소나무의 가지가 중간쯤에 서로 붙어 연리지가 되었다.

▼ 이와 같은 기이한 바위들이 나타나면서 생각지도 못한 바위들을 수없이 만나게 된다.

▼ 이 소나무는 생존을 어떻게 하고 있는 것인지 신기하기만 하다. 바로 아래 마치 기도라도 하는 듯 바위 하나가 사람 형상을 하고 있다.

▼ 가스층만 없다면 멋진 산그리메도 감상할 수 있는 날이었다.

▼ 하늘벽에 도착, 이곳 저곳 하켄이 있는 것으로 보아 등반가들이 암벽 훈련장으로 사용하는 바위같다.

▼ 밑에서 올려다 본 암벽...이곳의 암석은 마치 마이산의 암질과 비슷한 역암이란 생각이다.

▼ 석문을 지나...


▼ 남쪽 방향의 통천문에 이르렀다. 등로 좌우가 전부 기암이어서 눈을 뗄 수가 없다.

▼ 그 옆에 또 하나의 통천문... 암벽 하나에 두개의 통천문이 있는 셈이다.

▼ 북쪽 방향에 자리잡은 통천문

▼ 장군바위가 표시되어 있는 곳으로 등로에서 약간 벗어난 곳에 공룡알바위가 있는데 입구에 동그란 바위가 공룡알로 비유했는지 모른다. 장군바위는 이 공룡알바위에서 조금만 가면 있을 것 같은데 시간상 가지 못하고 나중에 알고 보니 하늘벽이나 장군바위는 등반가들의 암벽 훈련장이다.

▼ 드디어 모은암(母恩庵)에 도착했다. 모은암은 김수로왕 부인인 허황후가 인도의 아유타국에 계신 어머님을 그리며 창건한 가락 고찰이다. 산재되어 있는 암석들 사이의 공간을 이용하여 축조된 암자가 웬만한 사찰 이상으로 잘 꾸며져 있으며 암석의 기운이 느껴져서 일까 기도발이 잘 받을 것 같다.


▼ 암석이 많다 보니 통천문과 같이 뚫린 굴도 있지만 막힌 굴도 있어 이렇게 십육나한이 모셔져 있는 기도처가 따로 있다.

▼ 당겨 본 십육나한

▼ 거의 하산하여 뒤돌아 본 무척산 서쪽 방향의 능선은 정상까지의 산행 중 전혀 예상치 못한 기암으로 형성된 산으로 바위 하나 하나를 살펴 보려면 몇날 며칠은 걸려야 할 규모이다. 도상에 표시되어 있는 장군바위와 탕건바위는 어느 위치에 있는지 몰라 보지 못한 것이 좀 아쉽다.

▼ 주차장 바로 윗편에 석굴암이라는 암자인데 석굴은 온데 간데 없고 쌩뚱맞게 지상에 우뚝 서 있는 모습에 속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쪽 편 산능선에도 예사롭지 않은 바위들이 즐비해서 산행 코스를 다양하게 한다면 더 많은 관광객들을 유치할 수 있으리라 본다.

▼ 블친님들과 함께 느긋히 산행을 즐기면서 맨 후미로 날머리에 도착했지만 주어진 시간보다 30분을 당겨 도착했다. 짧은 거리를 산행한 B코스 인원들은 한시간 이상을 기다렸겠다는 생각을 하며 이내 버스에 오르며 산행을 마친다.

☞ 블친님인 도솔님과 그림사랑님을 오랜만에 만나 너무 반가웠고 함산을 하게 되어 즐거웠다. 역시 혼산보다는 함께 걷는 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카메라 촬영 취미도 갖고 있어 곳곳을 관찰하며 쉬엄쉬엄 즐기는 산행을 하게 되니 코드가 맞는 셈이다.
이렇게 힘든 산행을 하면서도 기록에 남길 만한 사진 몇 컷만 해도 뿌듯한 마음을 가질 수 있어 그 자체가 에너지 충전이 된다. 낚시를 하다가 일찍 월척을 한 수 낚아 놓으면 그 후에 마릿수를 잡지 못해도 뿌듯한 마음이 가시지 않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전국의 200대 명산은 이와 같이 머릿속에 남을 만한 산들이 많을 것이란 생각에 설렘이 쉽게 사그러 들지 않는다. 올해 첫 산행을 의미 있게 출발하게 되어 기쁘다. 함께 얘기꽃을 피우며 산행을 한 도솔님과 그림사랑님께 감사드리며 특별히 신사역에 도착하여 저녁 식사까지 대접해 주신 도솔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