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8일(토)
산을 구태여 가려서 갈 것은 아니지만 산행을 하다 보면 자신이 선호하는 스타일이 있게 된다. 암릉이 많은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숲길이 있는 육산을 좋아 하는 사람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설악산과 지리산을 비교해서 살펴보면 된다. 나의 경우 가리지는 않지만 두 유형의 산중 택한다면 암릉이 있는 산을 더 선호한다.
그렇다고 바위를 잘 타는 것도 아니다. 바위를 타다 보면 젊은 시절의 날쌨던 동작은 다 어디로 가고 버벅대기 일쑤여서 나 자신이 나이가 들어가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그러면서도 암릉이 좋은 것은 박진감 넘치는 스릴을 즐기는 성격 탓인 것도 있지만 사방이 트이는 주변 조망을 즐길 수 있어서 더욱 그렇다. 물론, 체력이 뒷받침 되어야 하고 담력도 있어야 함은 말할나위 없다. 암릉이 많은 지역이 바로 괴산, 문경 쪽의 산인데 때마침 괴산 35명산을 테마로 산행을 공지하고 있으니 100대 명산을 완등 한 나로서는 구미가 당기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사람마다 내 생각과 같지를 않아 참석하는 인원이 없어 겨우 20명을 넘기는 정도니 리딩대장도 힘이 나지 않는 모양이다.
어쨌든, 꾸준히 이 지역을 산행하다 보니 어느 정도 지형을 익히게 되어 내 자신 스스로 성취감을 맛보게 된다. 오늘도 이름도 들어보고 지도상에 표기도 많이 해 봤던 다소 까칠한 산을 도전하기 위해 길을 나서는 아침이 궁금증과 설렘으로 가득 찬다.
∥산행정보∥
♣ 위치: 들머리-충북 괴산군 연풍면 주진리 514-5(주차장), 악휘봉 정상- 충북 괴산군 칠성면 쌍곡리, 날머리-괴산군 연풍면 적석리
♣ 산행코스: 은티마을-마분봉-악휘봉-시루봉-덕가산-입석마을
♣ 거리: 9.7km(들머리-09:20, 날머리-16:50 )
▼ 산행 계획은 은티마을에서 마분봉, 악휘봉, 시루봉을 지나 활목 고개에서 칠보산 정상을 오를 사람과 쌍곡휴게소로 바로 하산할 팀으로 나눠 진행하는 것인데 생각지도 못했던 입산 통제로 활목 고개 지키고 있던 국공에게 선두 2명이 딱지를 끊겨 회원들에게 연락이 오는 바람에 할 수 없이 국공에게 전화로 연락해 양해를 구하고 덕가산으로 방향을 틀 수밖에 없었다. 활목 고개 쪽이 통제구역인 줄 모르고 올랐던 탓인데 칠보산은 비탐 구역이 아닌데 왜 그곳을 통제하는지 아직도 이해가 가질 않는다.
▼ 만 3년전 구왕봉, 희양산을 오르기 위해 이곳 은티마을을 들머리로 했던 추억이 엊그제 같기만 한데 그 때의 소나무와 은티마을 유래가 쓰인 입석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 역시 고령의 명품 소나무들이 인상적이다.
▼ 마을 입구에서 왼쪽으로 접어들면 앞에 보이는 오른쪽 희양산을 오르는 길이고 오른쪽으로 접어 들어야 오늘 코스를 오르게 된다.
보리가 누렇게 익은 것은 지난번 5월 초에 제주도 갔을 때인데 이곳은 지금 누렇게 익어간다. 그러고 보니 그 옛날 보릿고개 시절이 생각난다.
▼ 들머리에서 오른지 1시간여 만에 마법의 성이라는 암릉에 도착했다. 길게 늘어진 암릉이 마법의 성같이 생겨서 불려진 이름일까...
▼ 마법의 성에서 마분봉을 배경으로 한컷!
▼ 진행할 마분봉 정상
▼ 뒤돌아 본 맨 오른쪽 구왕봉과 중간에 희양산... 이어진 능선의 뾰족한 시루봉이 하루의 코스 구간인데 3년전 올랐을 때 안개가 자욱이 끼어 주변 조망은 전혀 할 수 없었다.
▼ 이곳 지방은 명품 소나무들이 참 많은 곳이다. 바위와 암릉으로 이뤄진 산들이기에 그곳 틈바구니에서 자라다 보니 분재 형태를 갖추고 있는 모습이다.
▼ 괴산군 연풍면 삼풍리 풍경
▼ 고만 고만한 봉우리들이 많다 보니 업다운이 심하고 안전을 위한 로프가 수도 없이 많다.
▼ 암봉을 오르다 보니 떡 버티고 서 있는 폼이 UFO와 같다고 하여 UFO바위라고 부르는데 사실, 마분봉(馬糞峰)으로 말똥 같아서 붙여진 봉우리인데 요즘 시대니 이름을 달리 부르지만 그 옛날에 UFO니 우주선이란 말 조차 없던 일이고 말똥바위란 말도 틀린 말은 아니겠다.
▼ UFO바위라니까 올라 봤지만 말똥 위에 앉았다고 생각하면 좀 그렇긴 하다.
▼ 로프 한 가닥으로는 중심이 잡히질 않으니 여러개를 설치해 놓기도 했다.
▼ 어느 바위에든 앉아 있으면 신선이 될 듯 싶다.
▼ 조금 전에 올랐던 UFO바위 주변 모습,
▼ 지나 온 능선과 멀리 펼쳐진 멋진 낯익은 북서쪽 풍경들...신선암봉, 조령산, 주흘산 관봉과 오른쪽 멀리 운달산까지...
▼ 가운데 멀리 희미하게 운달산에 이어 가운데 뾰족한 시루봉과 오른쪽으로 희양산과 구왕봉, 그리고 지나온 능선
▼ 이어진 오른쪽 능선
▼ 들머리에서 불과 3.3km 거리인데 1시간 30분 걸려 올라 온 마분봉
▼ 이곳에 또 이런 바위가 눈에 띈다. 말똥으로 봐도 되겠지만 내 눈에는 영락없는 찐빵이다.
▼ 소나무 끝부분은 아직 살아 있지만 죽어 있는 부분의 가지 끝의 곡선의 아름다움이 마음을 사로 잡는다.
▼ 충북지방의 산에 특히 많은 꼬리진달래가 만개했다.
▼ 마치 세워진 바위 사이에 큰 돌을 끼워 놓은 듯 신기한 기암이다.
▼ 앞쪽 악휘봉에서 멀리 시루봉, 덕가산으로 이르는 코스가 한눈에 들어온다.
▼ 악휘봉을 오르기전, 선바위에 산객들이 눈에 띈다.
▼ 마분봉을 오를때 능선 반대편에서 보이지 않던 들머리의 은티마을이 이곳에서 정면으로 조망된다.
▼ 악휘봉의 명물인 선바위의 아름다운 모습, 소나무가 곧게 자랐으면 더 보기 좋았을 것을...선바위도 밑 부분이 부실하여 언제 넘어갈지 위태롭게 보인다.
▼ 들머리에서 4.7km지점인 악휘봉을 3시간 20분만에 올랐다. 시간이 많이 주어졌으니 쉬엄쉬엄 걸으며 주변 조망에 집중한다.
▼ 북쪽방향으로 펼쳐진 시원하게 펼쳐진 풍경...360도를 조망할 수 있으니 산객들이 즐겨 찾을 만한 곳이다.
▼ 오른쪽 시계방향으로 돌며 봉우리 하나 하나를 살펴 보기로 한다.
▼ 당겨 본 윗 풍경...
▼ 이화령을 넘었던 옛 길이 구불구불 나있다. 이화령에 대한 내용을 알아본다.
고개가 가파르고 험하여 산짐승의 피해가 많으므로 전에는 여러 사람이 어울려서 함께 넘어갔다하여 이유릿재라 하였다. 그 후에 고개 주위에 배나무가 많아서 이화령으로 불리게 됐다. 이화령의 높이는 548m이고, 소백산맥의 조령산(鳥嶺山, 1,017m)과 갈미봉(葛味峰, 783m)과의 안부(鞍部)에 위치한다. 동쪽사면은 조령천(鳥嶺川)의 곡구(谷口)인 진안리에서 서쪽으로 분기하는 하곡과 통하고, 서쪽사면은 남한강의 지류인 달천(達川)으로 흐르는 연풍천(延豊川)의 하곡으로 이어진다.
도로도 위에 언급된 계곡을 따라 개통되었으나, 동편의 진안리에서 이화령 고개까지는 갈미봉의 산록을 따라 올라가고, 서편은 행촌리까지 ‘잣밭등’의 남쪽을 따라 내려 간다. 고개 아래 연풍은 영하취락(嶺下聚落)이다. 옛날의 국도는 새재[鳥嶺]로 통하였으나, 새재는 몹시 높고 산로(山路)가 험하므로 신국도 3호선은 이화령을 통하게 되어 연풍은 이화령에 교통로가 열린 뒤에 발달한 신흥취락이다.
연풍에서 하곡을 따라 올라가 원풍리를 거쳐 분수령에 이르면 동쪽은 새재마루의 조령 제3관문이고, 서쪽은 소조령(小鳥嶺)이다. 소조령을 넘으면 온천으로 유명한 수안보(水安堡)에 이른다. 이와 같이 이화령은 충청북도의 충주권과 경상북도 북부의 점촌지역을 연결하는 교통의 요지이다. 이화령의 개통으로 북쪽의 조령은 제1·2·3 관문과 주변의 성곽 등을 사적 제147호로 지정하고 크게 보수, 축조하여 도립공원으로 정비하였다.
조령의 통과는 중초리에서 통제되고 관광객이나 등산로 외에는 사용되지 않고 있지만, 이화령은 국도 제3호가 통과하여 주변지역에서 산출되는 특용작물의 수송도로로 이용되고 있다. 이리하여 옛 조령에 이어 이화령은 새로운 교통요충지로 변모하고 있다.
그러나 국도 3호선은 도로가 구불구불하여 이용하는 사람들이 불편하다는 민원을 끊임없이 제기하였다. 이에 따라 민간투자사업으로는 처음으로 3번 국도가 4차로로 확장되면서 이화령 터널이 뚫렸다. 그 뒤 이화령 터널 옆으로 고속도로의 상하행선 터널이 추가로 관통됨으로써 모두 3개의 터널이 있게 됐고, 옛 이화령 포장도로까지 합쳐 10개의 차로의 도로들이 나란히 있는 실정이다.
이화령 터널을 건설할 당시 예상한 이용률보다 훨씬 적어서 문제가 되었고, 2007년 건설교통부가 ‘이화령 터널’을 인수하여 2007년 8월 1일 터널 통행료가 폐지되었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 남쪽 풍경
▼ 남서쪽 풍경...이 지역만 해도 바로 앞쪽의 장성봉과 막장봉만 못가 본 곳이지 모두 올랐던 산들이니 참 많이도 돌아다녔다. 장성봉과 막장봉도 오를 날이 있을 터이니 이제 산귀신이 다 될 판이다.
▼ 속리산의 주능선을 감상할 수 있는 산은 많다. 도장산도 좋고 청화산, 백악산도 좋다. 이곳에서도 이렇게 멀리서나마 조망할 수 있어서 좋다.
▼ 당겨 본 속리사 주능선과 서부능선
▼ 서쪽 풍경
▼ 서쪽 진행 방향
▼ 이곳에도 통문이 있더라.
▼ 절정의 로프구간...
▼ 릿지하기 딱 알맞은 구간...안전을 위해서는 로프를 잡아야 하나 이정도의 슬랩은 북한산, 수락산, 도봉산에 얼마든지 있다.
▼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소나무 같다. 속리산 법주사의 정이품소나무 생각이 들게 하는 소나무다. 저런 바위틈에서 저렇게 크게 자란다는 것도 아이러니한 일이다.
▼ 슬랩을 올라와 바라 본 풍경
▼ 쉬엄 쉬엄 가다 보니 아직 갈 길이 멀다. 저 암릉의 산을 넘고 다음 시루봉을 넘어 다시 한번 칠보산을 도전해 보기로 마음 먹은 것인데 주어진 17시까지 시간이 촉박할 것 같다.
▼ 바위에서 자라는 소나무를 한 두 그루 보는 것은 아니지만 이 소나무야 말로 어떻게 수분을 섭취하는지 모르겠다.
▼ 6년전에 올랐던 칠보산이 눈앞에 보인다. 이제 막바지 산행을 위해 전열을 가다듬는다고 생각할 무렵, 리딩대장 앞으로 전화가 울린다. 앞서가던 선두 2명이 시루봉 지나 칠보산 사이의 활목고개에서 국립공원 직원에게 걸려 과태료 딱지를 끊겼다는 것이다.
칠보산은 누구나 오를 수 있는 산인데 왜 활목고개에서 지키고 있는 것인지, 아마 이곳도 국립공원에 포함된다는 얘기인데 그렇다면 리딩대장이 모르고 진행할 리가 없는데 어느 곳에서도 안내문을 본 적이 없어 황당하다.
결국, 전화상으로 국공에게 사정 얘기를 하고 방향을 틀어 덕가산쪽으로 하산하기로 한다. 칠보산을 목표로 올라왔던 회원들은 마음 먹고 정상을 찍으려고 험한 구간을 마다 않고 진행했는데 허탈한 마음으로 하산하게 됐다.
▼ 지나온 능선을 뒤돌아 본 풍경
▼ 산행의 베테랑급인 리딩대장 두명과 쳐져 있는 세 명등 다섯 명이 맨 후미로 오고 있고 나하고 동갑내기인 군출신 둘이 중간에 이런저런 얘기하며 아무 생각 없이 앞 사람들 따라 가던 중 덕가산 정상을 오르려면 정상 우회길에서 올랐다가 다시 내려와야 하는데 그냥 지나치게 됐다는 것을 300여 미터 내려가서야 알게 되어 다시 뒤돌아 정상을 올라가는데 앞서 갔던 회원들이 모두 정상에서 내려 오고 있는 상황이다.
맨 후미 다섯 사람은 둘이 정상을 올랐다가 하산하면 만나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정상에서 되돌아 하산하면서도 보이질 않는다. 하산길은 사람들이 다닌지 꽤 오래 됐는지 길이 분명히 나 있지 않고 그나마도 낙엽으로 뒤덮혀 보이질 않는데다 멧돼지가 수백 미터 주변 산길을 몽땅 헤집어 놔 산소까지 반토막이 날 정도로 파 헤쳐 놨으니 길은 찾아 볼 수 없고 감각적으로 방향유지를 하여 먼저 간 팀의 꼬리를 겨우 잡을 수 있었다.
없는 길 만들다 시피 내려온 회원들 모두는 무사히 들머리에 도착했으나 베테랑급 두사람을 포함, 다섯명이 한시간이나 지나서야 다른 곳에 하산하여 마을 승용차를 빌려 합류가 됐다.
알고 보니 먼저간 팀들을 따라 잡기 위해 트랭글에 표시된 등로대로 아래 사진의 정상석 뒷편으로 난 소로길로 직진하려다 결국 낭패를 보고 엄청난 고생을 해 댄 모양으로 꼴들이 말이 아니다. 결국 산꾼들이 다니지 않은 길을 헤쳐 다닌다는 것은 위험할 뿐 아니라 엄청한 체력을 소모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함을 일깨워 준 날이다.
▼ 소나무가 줄기인지, 뿌리인지...징글징글하다.
▼ 야생화 만나기가 참으로 어려운 암릉지대인 이곳이다. 그래도 한편에 돌나물이 만개하니 다소 분위기가 반전되기도 한다.
▼ 사과밭 길로 가로질러 입석마을에 도착, 엄청나게 많은 줄딸기와 오디가 열려 정신없이 따 먹으며 산행을 마친다.
▼ 세워 놓은 버스주차 지점에서 하산 못한 회원들을 기다리며...
이제 이곳을 와 보기는 그리 쉽지 않을 것 같다. 두번 가는 곳이면 안 가본 곳을 한번 더 가본다는 생각에 국립공원 정도의 산이면 몰라도 어느 산이든 또 오르기가 쉽지는 않다.
한번 더 오를 기회에 지난 세월을 보면 몇 년이 흐른 다음이니 내 나이에 다음은 장담을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다. 모두가 처음인 곳이 많고 또 그렇게 알아가는 재미로 사는 것이니 체력이 닿는 날까지 내일도 여정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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