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25일(화)
나이가 들어서인가 성탄절 분위기가 영 나질 않는다. 쉬는 날이긴 해도 딱히 갈 곳도 없고 동네 뒷산이나 오를까 하다가 수년전 몇 번을 야생화 동호인들과 갔었던 우음도가 생각이 나 그곳으로 달려간다.
유월 초순이면 삘기꽃이 만발하고 가을이면 억새, 갈대, 산조풀이 무성하며 해홍나물, 나문재, 칠면초의 울긋불긋한 빛깔이 드넓은 평야지대를 아로새겨 놓으니 보기만 해도 힐링이 절로 되는 곳이다. 사진작가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드라마촬영지로 단골인 곳인데 특히 석양이 질때의 모습이 좋다. 그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엔 공룡알 화석지가 있어서 남녀노소가 트레킹하며 무료로 즐기기에는 더할나위 없다.
겨울의 모습이 궁금해 진다. 비록 볼 것 없이 황량할 것만 같은 풍경이지만 복잡하고 답답한 도심을 떠나 잠시 일망무제(一望無際)의 조망으로 마음의 평정을 얻고자 그곳으로 떠난다.
※ 위치: 경기 화성시 송산면 공룡로 659 (송산면 고정리)
▼ 우음도를 가기전에 송산 공룡알 화석지를 먼저 찾았다. 공룡알에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넓은 들판을 걷는 자체가 좋아 덤으로 보게 된 것이다. 이곳을 오려면 과거에는 승용차로 시화방조제를 건너 형도라는 섬 근방으로 해서 322번 국도를 타고 305번 도로로 접어 들어 가야만 했는데 2012년 10월 서해안 평택~시흥간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송산마도 IC를 빠져 나오면 사강시장을 거쳐 305번 국도를 타게 되니 거리도 단축되고 훨씬 빠른 시간안에 이곳을 찾을 수 있게 됐다.
그러고 보니 이곳 일대를 찾게 된 것도 6년만에 일이고 고속도로를 이용하기는 처음이다. 공룡알 화석산지 방문자센터는 2009년 2월 19일 개관했는데 벌써 10년이 됐다. 볼거리는 그리 많지 않으나 이곳의 공룡알과 관련한 내용을 해설사 설명을 듣고 살피다 보면 현장에 대한 궁금증을 더욱 유발시키기도 한다.
▼ 한반도 최초의 원시 뿔공룡. 경기도 화성에서 발견돼 "코리아케라톱스 화성엔시스"라 명명되었다. 약 1억 1천만 년 전인 중생대 전기에 한반도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 된다. 꼬리뼈에 긴 신경돌기가 나있고, 독특한 형태의 복사뼈를 가지고 있다.
▼ 코리아케라톱스 화성엔시스의 상상도-초식성으로 몸길이 2.3m, 키는 약 0.6m, 무게는 150kg으로 추정
▼ 공룡알 화석이 있는 곳까지는 1.3km 정도이니 어린아이들도 얼마든지 가 볼 수 있는 거리다. 목재 데크로 길이 나 있어 갯펄의 진흙을 밟지 않고 편히 갈 수 있어서 가족단위, 연인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 출입문 초입에 이러한 공룡이 땅을 비집고 금방이라도 튀어 나올 듯한 모습을 하고 있어서 흥미롭다.
▼ 백악기 (약 1억 4500만~6500만 년 전)에 번성했던 공룡들은 멸종이 소행성 충돌로 인한 기후변화가 지배적이지만 지구의 환경변화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아무튼, 100년도 못사는 인간이 1억년 전의 일들을 안들 얼마나 알 수 있으리요. 이런 공룡이 있다한들 어찌 인간과 함께 공존할 수 있었으리요.
▼ 터벅 터벅 걷는 느낌이 싫지는 않다. 등산으로 다져진 몸이니 이런 평탄한 길은 수십킬로를 걸어도 피곤치 않을 듯 싶으니 소재거리와 함께 할 이만 있으면 밤을 새워 걸어도 좋겠다.
▼ 갑자기 함박눈이 펑펑 내린다. 화이트 크리스마스의 분위기를 느끼기엔 날이 너무 포근하다. 눈이 쌓이질 않으니 우산준비를 못한 사람, 옷만 적시는 꼴이다.
그래도 좋은 것은 이렇게 야외에 나와 바람을 쏘일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자체다. 이 지질층은 뭣이길래 이렇게 붉은 색을 띠고 있는가! 화성지질공원이라는 타이틀이 생각나게 하는 주변 풍경이다.
▼ 이곳은 바닷가 였고 바닷물에 침식이 되어 드러난 형태이다. 시화방조제가 생기고 바닷물이 빠지면서 육지화 되어 공룡알 화석지인 것이 발견된 것이다.
▼ 바위의 흙은 만지면 마치 계피가루와 같은 색으로 곱다.
▼ 현무암이나 역암이 영겁의 세월을 거치면서 바다의 침식등에 의해 이와 같은 형태로 변한 것 같다.
▼ 한편 이와 같이 자갈을 섞어 놓은 시멘트와 흡사한 지질형태인 역암
▼1999년 4월 공룡알 화석이 발견된 시화호 일대(483만평)가 2000년 3월 22일 천연기념물 제 414호로 지정되었다.
지금까지 30여 곳에서 10-15cm의 공룡알 화석과 파편 200여개, 각종의 식물 화석이 발견되었으며, 갯벌 속에 묻혀 있을 공룡알 까지 확인한다면 세계적인 규모의 공룡화석지로 초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금까지 1백여 개의 공룡알 화석이 발견됐으며, 이 가운데 10여 개는 일반인들이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아래 왼쪽과 오른쪽 위의 원형 모양이 공룡알 화석이다.
▼ 누드바위...
이곳에 공룡알 화석이 있다.
▼ 누드바위를 다른 각도에서 담아봤다.
▼ 펑펑 쏟아지는 눈으로 인해 피사체가 왜곡되어 본래의 모습과 좀 다른 분위기다.
▼ 상상하지 못할 세월속에 해식, 풍화에 의해 이런 모습이 되었다.
▼ 주변에는 8개의 작은 섬과 바위들로 분포 있음을 표지판에 도식되어 있는데 무명섬, 하한염, 누두바위, 중한염, 상한염, 한염, 개미섬, 닭섬이다. 이제 또 다른 쪽을 살펴보기로 한다.
▼ 붉고 검으스레한 작은 섬 정도의 바위가 괴이한 모습을 하고 있어서 지구상의 퇴적층 같지 않은 느낌을 주고 있으니 금방이라도 무슨 괴물이 튀어 나올 것만 같다.
▼ 이러한 용암 덩어리가 영겁의 세월동안 부서지고 으깨져서 결국 바다의 갯펄이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 이곳 바위에서는 공룡알을 발견할 수가 없고 괴이한 퇴적층만 감상하게 된다.
▼ 탐방로만 다녔을 뿐 탐방로가 아닌 곳도 궁금증이 유발되어 가 보고 싶었으나 우음도에 마음이 또 가 있기에 여기서 되돌아 가기로 한다.
▼ 아무 볼 것 없는 지평선의 모습 같지만 사람에 따라 느낌이 다르기에 이런 모습을 좋아하는 이들도 있게 마련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마다 다른 모습으로 선을 보이는 이곳은 이제 개발로 인해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곳이었으나 공룡화석지로 천연기념물 제414호로 지정되어 483만평을 보존할 수 있게 되었으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사라진 공룡이지만 화석으로 그 존재가 남아 현재는 이러한 풍경을 즐길 수 있고 지역을 홍보하는데 큰 역할을 하는 효자가 된 셈이다.
▼ 돌아가는 길에 다시 한번 살펴 보는 누드바위
▼ 끝없이 펼쳐지는 삘기의 정명은 '띠' 이다. 벼과 식물로 삘기라는 명칭으로 불리는데 꽃이 피기전 화수는 단맛이 있어 먹을 수 있고 근경도 단맛이 있어 연한 것은 먹을 수 있는데 못먹고 배고팠던 시절 시골출신의 나이든 분들은 삘기와 관련,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그외에 산조풀, 억새, 갈대가 함께 어우러진 곳이기도 하다.
▼ 공룡알 화석지를 떠나 원래 목적지였던 우음도 전망대(정식명칭: 송산 그린시티 전망대)를 찾았다. 6년전 이곳을 왔을 때는 건설 중이어서 못 올랐었던 같은데 이번에 올라보니 주변일대의 광활한 초지와 풍경에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다.
오월 말이나 유월초에 펼쳐지는 삘기의 풍경은 늘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공룡알화석지 보다는 반대편의 우음도 일대에 삘기가 많이 분포되어 있는데 예전과 달리 건물이 중간에 들어서는등 이곳은 2030년까지 개발된다니 앞으로는 점점 이러한 모습을 보기가 힘들어 질 것 같다. ※ 관련내용(http://koreaarttv.com/detail.php?number=44595)
▼ 시화대교의 모습...
서해안평택~시흥간 고속도로가 생기면서 이와같은 대교가 건설됐다. 360도 돌면서 주변을 살펴보자, 건너편이 안산시의 공단지역에 속한다.
▼ 이 다리는 가로등이 없다. 다리 난간에서 양쪽에서 조명을 비추므로 야간에 미관상으로 좋고 밝기도 좋다.
▼ 이곳은 이제 둘레길도 생기고 생태체험학습장으로도 많이 활용될 모양이다.
▼ 시화호 끝쪽으로 올라가면 반월천과 만나게 되고 안산갈대습지가 있는 곳이다.
▼ 우음도 마을이 보이는 전경으로 화성시 송산면 고정리에 속한다.
▼ 당겨 본 마을...
철거된 마을이지만 불을 피우고 있는 것을 보면 몇 가구가 거주하고 있는 모양이다. 멀리 화성지질공원의 공룡알화석지가 조망된다.
▼ 남쪽풍경...
삘기가 장관을 이루는 평원 가운데에 이렇듯 건물이 들어서니 이제 예전의 모습은 점차 사라지는 것 같다.
▼ 혹시나 일몰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여 삼각대 준비도 했지만 날씨가 좋지 않아 포기했다. 영흥화력발전소로 부터 이어지는 전선탑도 때론 사진작가들의 소재 이기도 하다.
▼ 조망이 좋지 않아 잘 보이진 않지만 형도가 희미하게 보인다. 드넓은 광야에 형도의 산이 있어 호수와 함께 풍경을 더욱 아름답게 하는 곳이기도 하다.
▼ 호숫가의 둥글둥굴한 형태의 모습은 순천만을 떠오르게 한다. 시화 공단쪽 방향이다.
▼ 시화 방조제의 조력발전소 조감도 모습
▼ 앞으로 개발될 송산 그린시티 조감도...공룡알화석지는 그대로인 점으로 보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어 보존될 모양이다.
※ 우음도((牛音島) 관련내용(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8/17/2015081702900.html)
▼ 세상은 득을 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실을 보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시화호 방조제가 생기면서 바다가 육지가 되고 개발논리에 의해 사라진 마을이 있다.
언제 세웠었을까...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의 장승이 마을의 수호신 역할을 못해서였는지 우음도의 마을은 철거와 함께 사라지고 말았다.
▼ 기와집도 몇 채 보이고 한 때는 평화스럽게 잘 살아왔을 그들에게도 언젠가 모르게 환경 변화로 인해 이렇게 어쩔 수 없이 삶의 터전을 잃어야만 하는 경우도 있으니 애석한 일이기도 하다.
▼ 이 일대는 마을이 철거 되어 사람이 살지 않은 곳으로 아는데 둘러보니 사람 사는 인기척이 꽤 있어 보인다. 우음도는 경기도 화성시 송산면 고정리에 있던 섬으로 1994년 시화방조제 건설로 인해 육지가 되었으며, 간척사업이 끝난 지금은 한국수자원공사 주도로 송산그린시티 개발이 예정된 지역이다. 섬이었을 때 총 면적은 0.42km2이었으며, 인구 100여명이 살던 반농반어의 작은 섬이었다.
▼ 파평윤씨가 처음 들어와 살기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생김새가 소를 닮고 육지에서 소울음 소리가 난다고 하여 우음도라는 이름으로 불리워졌다.
▼ 마을 한 복판의 뚝향나무는 언제 심겨진 것인지 마을이 건재한 듯 무성하게 자랐다.
▼ 마을에서 학교로 이어진 길...
이 길로 학교를 오르내렸을 그들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 정감가는 길이다.
▼ 학교는 마을이 사라지기 전에 이미 폐교가 되었었다. 가까이 가 보니 그당시의 교실 마루가 주저 앉아 있고 뒷편에는 소파가 나뒹굴어 있으며 학교 바로 앞에는 교사가 사용했던 관사가 시골집과 같이 지어져 생활했던 흔적이 보인다.
전국에는 이와같이 아이들이 줄면서 학교가 통폐합되어 폐교된 숫자가 얼마나 많을런지 내 고향의 현실도 그리 되고 있는 실정이다.
▼ 웬일인지 이곳에는 폐교된 이후에 세워진 대리석 표지판에 간단한 학교소개가 새겨져 있다. 47회 졸업생 119명. 첫 졸업생은 80세가 다 되어 가는 고령일테고 최종 졸업생은 현재 대학생일테니 마을의 역사와도 무관치 않다.
오늘은 이렇듯 한나절 동안 6년전의 추억을 떠 올리며 좀 달라진 우음도 일대의 모습을 살펴봤다. 올해 5월말에 시간내어 가보려던 것이 크리스마스 날이 된 것이다. 세상일이 다 내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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