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7일(일)
전국적으로 억새가 유명하다는 곳은 많다. 생각나는 곳으로 명성산, 천성산, 천관산, 화왕산, 황매산, 간월산, 신불산, 오서산, 지리산 만복대 등 관목이 많고 나무숲이 별로 없는 산은 거의 억새가 군락을 이루게 마련이다.
억새를 보기 위해 민둥산을 찾은 것은 3년전의 일이다. 그때는 너무 많은 인파로 인해 정상석에 서보지도 못했다. 올해도 그럴 것이라 생각했는데 태풍예보에 의해 산행취소가 많아서인지 그리 많은 것 같지는 않다.
그 당시는 코스가 짧아 겨우 민둥산 정상만 올라 주변을 몰랐던 반면 이번에는 민둥산 뿐만이 아니라 지억산을 오르는 등 낙엽송 숲길도 걸어 단풍도 보고 각종 야생화도 볼 수 있어서 단순히 억새만 본 것 보다는 훨씬 좋은 코스를 밟아 봤다.
∥산행정보∥
♣ 소재지: 들머리-강원도 정선군 화암면 호암리 1235-6, 민둥산정상-강원 정선군 남면 무릉리 산 135, 날머리-강원 정선군 남면 무릉리(증산초교)
♣ 등산코스: 정선군 화암면 화암리-지억산-민둥산-증산초교-주차장
♣ 거리: 약 10km(들머리-10:45, 날머리: 16:00)
▼ 단풍이 본격적으로 드는 시기다. 지역마다 산의 고도마다 다르겠지만 전반적으로 강원도는 이번 주 내지 다음주가 절정이 아닐까 싶다.
▼ 어제 지나간 콩레이 태풍으로 인한 폭우로 나뭇가지가 찢어지고 낙엽이 짓이겨 지는등 상처가 심하고 작은 계곡에도 흐르는 물소리가 요란하다.
▼ 낙상홍의 열매가 앙증맞게 열렸다. 아파트 주변 화단에는 일본낙상홍이 주를 이루는데 이러한 열매도 보기 쉽지 않아 담아 봤다.
▼ 투구꽃이 한창인 요즘이다.
▼ 산외, 새박, 뚜껑덩굴 열매가 비슷해서 헷갈리기 쉬운데 이러한 산외도 강원도 지역에나 와야 운좋게 볼 수 있다.
▼ 민둥산이라 해서 아무것도 없는 줄 알았는데 들머리지역은 숲도 꽤 있는편이어서 이러한 다래나무도 눈에 띤다.
다래가 주렁주렁, 말랑말랑 익어서 먹기 딱 좋은 계절이다. 엊그제 태풍으로 떨어진 것만 줒어도 금방 한됫박은 되겠다. 줄기에 붙어 있는 것들을 따서 옆 회원에게 술을 담기로 해서 한데 모아 준다.
▼ 입에서 살살 녹는 달콤한 다래를 아직 못 먹어 본 회원들이 의외로 많다. 맛을 보고 나서는 너도 나도 아우성이다.
▼ 주변 산등성이마다 단풍이 붉게 물들어 간다.
▼ 일본갈잎나무(낙엽송)도 이제 노란 색깔을 띠면서 낙엽을 떨궈 갈 것이다.
▼ 빛을 머금고 화려함을 뽐내는 꽃향유
▼ 이번엔 야생 오미자도 제대로 만났다. 열매가 녹익어서 잘못 건드리면 으깨져 버린다. 조심스럽게 따서 이 또한 술 담기로 한 회원에게 모아 줬다.
▼ 민둥산 억새보다도 더 힐링이 되는 숲길을 거닐게 될 줄은 몰랐다.
민둥산 부근으로만 올랐다 내려서면 전혀 모를 풍경이다.
▼ 민둥산 부근에는 특히 고려엉겅퀴(곤드레나물)이 많다. 민둥산이다 보니 일조량이 많아 각종 야생화도 많이 식생하고 이러한 곤드레나물은 너른 밭에 심겨 놓기도 했다.
▼ 보기 힘든 자주쓴풀도 만났다. 이러한 야생화를 촬영하기 위해 강원도 이곳 저곳을 쏘다녔던 추억도 떠 올려 본다.
▼ 용담도 그리 쉽게 만나는 야생화가 아닌데 수도권에서는 안산의 한 섬에서 군락을 이뤄 피는 것을 촬영하러 다닌 적도 있지만 역시 강원지역에 많은 꽃이다.
▼ 도라지도 꽃을 피운지가 꽤 되었는지 꽃잎이 뒤로 젖혀졌다.
▼ 구절초, 개쑥부쟁이, 개미취등이 꽃들이 비슷 비슷하니 회원들이 헷갈리는 모양이다. 이러한 개쑥부쟁이를 알기 까지는 꽤 오랜 세월이 흘렀다.
그냥 쑥부쟁이, 개쑥부쟁이, 갯쑥부쟁이, 가새쑥부쟁이, 섬쑥부쟁이, 까실쑥부쟁이, 미국쑥부쟁이, 단양쑥부쟁이...쑥부쟁이 종류만도 대략 이렇다.
▼ 개쑥부쟁이가 흐드러지게 폈다.
▼ 키가 커야할 여우오줌이 난쟁이가 되어 이렇게 부지런히 꽃을 피운다고 피웠다.
▼ 지억산을 몰운산이라고도 부른다. 잠시 민둥산으로 향하다 옆길로 빠져 300여 미터 쯤 지억산 정상에 올랐다가 리턴해야 한다. 정상에는 자세히 보지 않아서 모르는 건물 뒷편에 정상석을 세워 놓아 영 분위기가 안난다. 지억산 하단부에서 점심을 먹고 출발 하기로 한다.
▼ 능선에 올라서자 이제서야 본격적인 억새 산행이 시작된다. 뒤돌아 본 풍경
▼ 앞쪽 끝의 민둥산까지 이어진 억새가 절정을 이뤘다. 벌써 가을이 깊어감을 느끼며 이 한해도 얼마 남지 않았음에 만감이 교차한다.
억 새
송영희
바람에도 길이 있었구나
휘어지면서
쓰러지면서
죽은 듯 하면서
높을수록 당당히 어깨 세우는
은사시나무 물결 아래
녹초가 되면서
깨어나면서
한 세대가 가고 한 세대는 오고
배반은 꿈꾸지 않았다
가을 억새밭/ 윤홍조
저토록 아름다운 물결을 보았는가 굽이치며 흘러가는 물줄기를 보았는가
굽이굽이 산자란 굴헝을 넘어 유유자적 길 떠나는 뒷모습
내를 이루어 흘러가는 물줄기를 보았는가
분분한 세상 소리 소문 없이 바람의 발길 따라 몸을 사루는
속 살결 부드러운 물줄기를 보았는가
이부자락 펼친 듯 세상을 감싸며 넘실거려 흘러가는 비단필의 물결
몸짓 황홀한 물줄기를 보았는가
수많은 발길 환호하며 달려와 호소해 갈구하는 사랑 둬 두고
기뻐 흘러가는 물줄기를 보았는가
저 가을 억새밭을 보았는가.
억새꽃 / 구재기
나는 아직도 매일처럼
운명보다 진한 만남으로 피었다 진다
흔들리는 나의 작은 가슴에 가득
소리 없는 꽃잎으로 피었다 진다
반도의 땅 산비알 밭둔덕에
내 너를 위해 한 방울의 땀을 흘릴지니
새하얀 억새꾳, 피면서 흔들리어라
메마른 억새꾳, 지면서 흔들리어라
어머니 묻힌 산기슭을 돌아 내려오노라면
달은 무서리에 더욱 푸르러지고
바람은 무서리에 더욱 거칠어 지나니
내 너를 위해 한 방울의 피를 뿌려라
하늘이 무너질 때마다 두 눈을 감았다 뜨리라
운명보다 진한 만남으로 나는 또 피었다 진다
억새 / 정윤목
키 높이
부드러이 기다려
마른 몸 세워
하늘 향해
가슴 내보이는
오래 된 꿈의 씨앗
살그머니 열어
허공으로 부르는
오래된 나눔
두둥실
멀리서도 닿을 것 같은
오, 그 떨림
억새 사이로 / 이선명
바람처럼 슬프게 웃는다
흔들리는 지난날의 열정
언제나 자유롭고 싶었다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선명한 흔적이고 싶었다
바람은 한 길로
억새는 수십 갈래로 흔들린다
꿈은 현실이지 못해 더 애틋한가
삶을 기억하고 기다림을 배운다
바람처럼 슬프게 웃는다
▼ 역시 억새는 바람이 불어 이삭이 너울너울 춤을 춰야 어울리고 잎이 부딪치는 소리가 나야 가을정취의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 민둥산을 하산하며 뒤돌아 본 풍경. 내 고향의 억새는 산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들에 있는 것으로 더 익숙해져 있다. 산에 있는 억새 또는 참억새, 장억새 보다는 들이나 하천에 있는 물억새가 훨씬 더 은빛을 띠고 있고 운치가 있다는 생각이다.
▼ 맑은 날씨임에도 태풍이 물러난지 얼마되지 않아서인지 습도를 머금은 산의 시야가 별로 좋지 않아 아쉽다.
▼ 당겨 본 무릉리와 지장천
▼ 함백산이 근원(根源)으로 사북읍을 거쳐 동강으로 이르는 지장천
▼ 억새축제기간으로 등산객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사진을 찍는다고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나니 둘러 보질 못했다. 전국적으로 산을 테마로 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한 곳이 얼마나 많을까...
아무튼, 산행을 하며 건강도 챙기고 좋은 사람들과 어울리며 먹거리도 찾고 지역 특산물도 살펴보는 재미가 있기에 산꾼으로서는 그리 나쁠 것도 없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