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3일(수)-개천절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는 고향인데 그렇게 쉽질 않다. 친척이 있고 친구들이 있는 고향이지만 가까우면서도 멀게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오늘은 아무 생각없이 무작정 고향을 가보자는 생각에 집을 나선다. 어딜 나서든 생각이 깊어지면 주저 앉게 마련이다.
뒤늦게 출발하다보니 생각외로 차도 많이 밀린다. 일단 고향을 가면 사람 만나는 일 보다 화개산을 오른다. 어릴적 부터 뛰놀던 동산, 아름다운 추억들이 깃들인 동산이기에 홀로 올라도 혼자가 아니다. 나무와 풀과 꽃들, 돌부리 하나라도 모두가 친구가 되어 주니 반갑다.
고향! 언젠가는 사람들과의 인연이 이렇게 저렇게 끊길 수 밖에 없지만 자연은 늘 그 모습 그대로 있으니 추억을 먹고 살아가도 충분하기에 고향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이 아니겠는가! 모처럼 황금 들판을 거닐고 산을 오르니 이제야 가을이 왔음을 실감하게 된다.
▼ 들녘에는 가을색이 완연하다. 노란 색감을 가진 들녘, 깊이를 더해 가는 파란하늘을 배경으로 한 그 어떤 사물도 가을색으로 조화를 이룬다. 들녘의 은빛 물억새도 가을을 노래하며 손짓한다.
▼ 코스모스 한들 한들 피어 있는 길~♪ 어려서부터 추억이 깊게 담긴 꽃이기에 가장 정감이 가는 꽃이다. 요즘은 개량종이 별별 모습으로 선을 보이지만 그 옛날 함께 커 왔던 이러한 코스모스만 가슴에 와 닿으니 나만 그런건지는 알 수 없다.
▼ 밤송이 하나만 봐도 풍요롭게 느껴진다. 그 옛날엔 밤 한개 먹기가 요즘처럼 어디 그리 쉬웠을까, 다 그시절 이야기다.
▼ 감꽃이 피면 감꽃을 따먹느라 기웃거리고 병든 작은 감이 떨어지면 명주실에 염주처럼 꿰어 먹던 시절, 여름 방학이면 앞다퉈 아침 일찍 양재기 들고 이웃집 감나무 밑으로 많이도 달려갔다. 익을 무렵 밤중에 감나무 서리를 했던 일들은 이제 머나먼 일로 그리움으로 남았다.
▼ 2014년 6월 교동대교가 개통 되기전까지는 이곳 창후리 선착장에서 교동의 월선포 선착장까지 카페리호가 운행됐다. 지금은 어선의 선착장으로만 사용되는데 엊그제 같기만한 일이 벌써 4년이 넘었다.
그 때의 추억과 사연들은 어디로 묻혀졌는지 불편했던 교통이었지만 그 속엔 또 다른 애환들이 섞여 있을테니 지나고 나면 다 그리운 일로 남게 된다.
▼ 지난 3월 30일 면민의 날에 친구가 체육진흥회장으로 행사를 주관하기에 초교동창회를 함께 갖기로 해서 방문한 이후, 6월 7일 갑작스런 친구의 사망으로 방문한 이후로 이번이 세번째가 되나 보다.
▼ 고구저수지의 풍경...
잔잔한 호수만 봐도 힐링이 절로 되는 풍경이다. 낚시꾼이 드리운 찌만 보고 있어도 좋으니 말이다.
▼ 수초위에 앉아 먹이를 노리는 가마우지도 그리 낯설지 않다.
▼ 우리 어릴적만 해도 사용했던 한증막...
어느 시대부터 이어져 왔는지는 모르지만 우리 어릴 적만 해도 사용했던 것인데 화개산, 수정산을 중심으로 여러개가 있었으나 현존하는 곳은 두곳이다. 오늘날의 찜질방의 원조라 할 수 있겠다.
▼ 교동도 유배문화관에는 왕족의 유배지로 강화도와 교동도를 택했는데 고려시대부터 수많은 세자와 임금이 유배된 지역으로 자세한 내용을 살펴 볼 수 있다.
▼ 연산군의 유배를 재현한 모습
▼ 화개산 등로는 잘 정비되어 쉽게 오를 수 있다.
▼ 화개산 8부 능선에는 약수터가 있어 쉼터 역할을 한다. 아무리 가물어도 그리 많은 양은 아니지만 늘 흐르고 있어 옛 선조들이 화개산성을 지키면서 군사용으로 쓰였을 것으로 보인다.
▼ 먹음직스럽게 달린 머루
▼ 화개산에서 바라본 북쪽 풍경
▼ 바다 건너는 북한땅, 황해도 연백군이다.
▼ 화개산에서 바라본 남쪽 풍경
▼ 왼쪽 고려산과 중간의 혈구산
▼ 바로 앞 석모도의 상주산과 그 뒤로 마니산, 오른쪽으로 석모도의 해명산이 조망된다.
▼ 바로 앞이 석모도 서쪽 끝자락, 멀리 주문도와 바로 앞 작은 섬이 무인도인 기장섬이다. 월선포 선착장이 있기전 교동의 관문이었던 남산포가 바로 앞에 보인다.
▼ 철탑이 놓여있는 상여바위(응암), 옛 교동도의 읍내로 교동읍성이 뚜렷이 보인다. 이곳에도 사용되지 않는 포구가 있는데 동진포라 부른다.
▼ 확대해 본 남산포와 기장섬
▼ 왼쪽으로 잘린 미법도, 가운데 서검도와 뒷쪽의 왼편으로 주문도, 중간에 아차도, 오른쪽 볼음도 세개의 섬이 겹쳐 보이고 맨 오른쪽으로 말도가 기울어가는 햇살에 은빛으로 물들었다.
▼ 색감 좋은 꽃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마중한다.
▼ 정상에서 내려와 하산길의 등로도 꽤나 운치가 있다.
▼ 봉수대로 적의 상황을 연기를 피워 아군에게 알렸던 장소로 그 상황이 서울 남산으로 이어진다.
▼ 다시 한번 담아 본 교동평야의 풍경
▼ 본격적인 추수철임을 군데 군데 수확한 것을 보고 알 수가 있다. 올해의 무더위를 잘 견뎌내고 태풍도 이곳은 비켜갔으니 풍년이라 할 만 하다. 예로부터 1년 농사면 3년을 먹고 산다는 교동평야고 보면 섬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
▼ 올 것 같지 않게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던 때가 엇그제 같은데 어느덧 열매를 맺고 가을을 맞는다. 까마귀밥나무와 범부채의 열매
▼ 으름덩굴이 먹음직스럽게 열매를 맺었다.
▼ 유배지문화관 일대의 화개산 밤나무는 국유지가 되어 외지인들에게도 알려져 수많은 손길이 닿는 듯 하다. 내가 잠시 주은 알밤만도 두되는 될 듯 하다.
▼ 논두렁에 심은 수수가 가을정취를 한껏 느끼게 한다. 수수대 하나만으로도 얼마나 많은 얘깃거리가 있을런지...
▼ 교동도는 현재 13개의 법정리, 행정리로는 17개로 되어 있다. 강화의 1읍 12개면에서 가장 큰 면에 속하는데 내 고향 마을의 풍경이다.
▼ 거의 사라졌었었던 메뚜기들이 제법 보인다. 강아지풀 줄기에 꿰거나 댓병에 넣어 잡았던 추억도 엊그제 갖기만 한데...
▼ 해가 뉘엿 넘어가니 또 다른 추억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곳곳에 깃든 잊지 못할 아름다운 추억들...세월은 흘렀어도 엊그제 일 같이 살아 숨쉰다.
▼ 새우 양식장이 있는 앞바다 풍경...병 속에 담긴 편지의 영화가 생각나는 바다
▼ 양갑리 앞 들판의 풍경
▼ 남산포에 들러봤다. 망둥어 낚시하는 몇 사람이 있어 다가가 보니 꽤 큰 것들을 몇마리 잡아놨다. 해마다 가을을 낚으러 가는 것이 일인데 올해는 휴일날마다 물때가 맞질 않아 어렵게 될 것 같다. 이제 떠나야 할 시간, 뭔가 허전한 마음 감출 수가 없다. 다음 기회가 언제가 될런지 하얀 겨울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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