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16일(일)
정말 오랜만에 고향을 방문했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는 옛말과 같이 갑자기 집안일이 생겨서 방문했다가 원거리 산행 대신에 마을의 화개산을 올랐다. 산 곳곳에 추억 이 묻어나 있지 않은 곳이 없다. 어릴 적 추억도 그렇겠지만 장년이 돼서야 고향에 관심을 더 갖게 되고 이런저런 활동을 하면서 더 애틋해진 고향이다.
그때는 교동대교 가 건설되기 전에 바닷길로 교통이 불편했음에도 고향방문을 더 했고 고향분들과 어울리는 그 자체가 즐거움이었고 행복이었다. 그러나 변함없는 고향 산천과 달리 사람 의 마음은 한결같지가 않다.
다리가 생겨 더 빈번하게 오갈 것 같은 고향도 소원해지고 점점 늘어나는 낯선 외지의 관광객들만이 시장의 거리를 메워 고향사람들은 눈에 잘 띠지도 않는다. 이젠 장삿속에 익숙해져서 아는 사람이 있어도 얘기할 시간조차 없는 시골 속의 도심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매스컴이 어느 날 한 시골의 보잘것없는 시장을 일약 명품시장 반열에 올려놨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겠다. 화개산도 그런 영향으로 트레킹, 산행 겸 관광을 할 수 있는 코스로 부상했으니 세상은 오래 살고 볼 일이다.
다만, 교동도에 깊이 숨겨져 있는 역사적인 사실들에 더 흥미를 갖고 접근하면 더욱 뜻깊은 방문이 될 터인데 잠시 왔다 가면서 먹거리나 겉 풍경에만 관심을 보이는 것 같아 조금은 안타깝다.
♣ 산행코스: 직거래장터 주차장-한증막-연산군유배지-화개약수터-화개산 정상-봉수대-삼거리-노루산책로
-직거래장터 주차장
♣ 거리: 4km
▼ 화개산 정상에서 동쪽방향을 바라본 풍경...지금까지 고향을 방문하여 화개산에 올라 본 날씨 중 최고로 좋은 날씨이며 가시거리가 역시 최고로 좋은 날이다.
▼ 들머리를 연산군 유배지 입구로 하지 않고 20미터 지난 등로로 부터 시작한다.
▼ 어릴 적만 해도 사용했던 한증막...
선조들의 치병과 목욕시설로서 소나무로 불을 지펴 그 열기로 가열하고 일정한 온도가 되면 물을 뿌려 불을 끄고 이 때 발생하는 수증기로 공기가 가습되면 입욕자는 헝겊이나 가마니를 두르고 들어가 땀을 내는 방법으로 탕욕을 하였다.[안내문 인용]
▼ 직진으로 진행하다가 200m 오른쪽으로 내려가 연산군 유배지의 역사적 사실들을 둘러 보고 산행을 한다.
▼ 연산군이 유배를 떠나는 모습과 위리안치된 모습을 재현한 모형.
▼ 잘 정비된 숲길을 오르다 보면 그 어느 곳 보다 힐링이 됨을 느낀다.
▼ 벤취 아래 우측 고갯길 모퉁이에 자생하던 덜꿩나무 한 그루는 옛추억과 함께 사라졌다.
▼ 줄딸기가 화개산 곳곳을 뒤덮었다. 한움큼 따서 먹으니 인공재배 과일에 익숙해져 있는 입맛임에도 새콤달콤
자연미에 푹 빠진다.
▼ 예로부터 위장병을 낫게 한다는 전설이 깃든 화개약수이다. 비록 양은 많지 않지만 아무리 가물어도 8부 능선에서 흘러 내리는 약수로 말라 본 적이 없다.
▼ 어린 시절에는 댓병이나 주전자로 이 물을 떠다 먹기도 했다. 마셔 본 사람만이 그 물맛을 안다.
▼ 내가 좋아하는 정글 코스다. 가을이면 으름덩굴에 으름 열매가 주렁주렁 열려 이곳에서 시간을 다 보내기가 일쑤다.
▼ 어린시절에 아무곳으로나 정상을 질러 다니던 민둥산의 모습은 몇 미터도 오르기 어려운 정글로 변했다.
▼ 등로의 기린초가 누가 심어 놓은 듯하게 예쁘게 무리지어 폈다.
▼ 정상에서 바라 본 동쪽 방향의 풍경
▼ 남쪽 방향의 풍경
▼ 당겨 본 풍경...앞에 기장섬과 왼쪽은 석모도, 맨 뒷쪽 멀리 전선탑이 보이는 섬이 주문도.
▼ 가운데 미법도, 왼쪽 멀리 주문도 일부와 아차도, 오른쪽 서검도 일부와 그 뒤로 볼음도 일부
▼ 앞쪽의 긴 섬이 서검도, 뒷쪽의 긴 섬이 볼음도, 오른쪽 끝이 강화도에서 가장 끝쪽의 섬이라 하여 말도라 부른다.
▼ 말도와 그 넘어로 무인도인 우도
▼ 교동대교 건설 전에 뱃길로 교동의 관문이었던 월선포와 바다 건너의 강화 창후리 선착장
▼ 조선시대 인조때 쌓았다는 읍성이 있는 읍내리 마을과 사진 맨 아래 살짝 보이는 교동향교
▼ 서쪽 방향의 풍경
▼ 북서쪽 방향의 바다 건너는 북한 지역
▼ 북쪽 방향의 풍경...교동도의 OP(관측소)와 북한의 OP와 마주하고 있는 곳이다. 바로 아래는 고구저수지
▼ 이명박 정부 시절, 대선 공약으로 평화의 섬을 조성한다던 모래펄...
▼ 예성강 줄기와 함께 개성의 송악산이 뚜렷이 조망된다.
▼ 서쪽 방향에서 부터 다시 렌즈로 당겨 본 풍경...왼쪽 멀리 북한의 염전 넘어 아스라히 연평도가 길게 보인다.
연평도에 갔을 때 어떤 주민이 날씨 좋은 날은 교동도가 보인다는 얘기에 반신반의 했는데 오늘 처음으로 입증이 된 셈이다.
▼ 무학리 일대와 지석리, 삼선리 일대
▼ 북한의 연백군 연안읍이 산아래 건물들과 함께 뚜렷이 보이니 실향민들에겐 가슴 아픈 모습이겠다.
▼ 다시 한번 살펴 보는 왼쪽의 남측 OP(관측소)와 오른쪽의 북측 OP
▼ 고구저수지에는 언제 설치되었는지 모를 수변 데크가 정자와 함께 운치있는 풍경을 그려낸다. 관광객들에게 습지생태 관람을 위해 조성된 것 같다.
그러나 루어 낚시인들에겐 최고의 낚시 포인트로 각광을 받을 것 같다. 두채 밖에 없었던 주택도 몇 채가 더 늘었으니 이와 같은 풍경도 한 몫 하는 것 같다.
▼ 나뭇잎 사이로 살짝 보이는 대룡리 시장
▼ 당겨 본 무학리 마을...북한 땅은 한결같이 크던 작던 모두 황량한 민둥산이다.
▼ 삼선리와 지석리 동네
▼ 남측 관측소가 있는 인사리 마을... 당겨 본 북한의 연안읍이 더욱 선명하다.
▼ 당겨 본 송악산...경기 5악산(관악산, 화악산, 운악산, 감악산, 송악산) 중 북한에 있는 산이다. 예성강도 도도히 흘러 임진강, 한강과 함께 합류하여 서해로 유입된다.
▼ 고구리
▼ 화개산 정상의 산불 감시탑과 대운정
▼ 셀카 놀이로 한컷!
▼ 청동기 암각화
선사시대의 신앙과 생활, 사상등 총체적인 선사문화를 표현하고 있는데 주로 풍요로운 생산을 기원하는 주술적인
내용이 많다고 안내문에는 기록되어 있다.
▼ 봉수대로 이어지는 아늑한 육산의 숲길로 정상 능선의 좋은 등로이다.
▼ 봉수대
▼ 하산길에 숲사이로 살짝 드러난 교동평야와 대룡리 시장
▼ 이곳에만 이르면 멈춰지는 발걸음,
두송이가 피었던 접동나물은 올해도 피었었는지...
바로 앞에 산벚찌만 까맣게 무르익었다.
▼ 전혀 길도 없는 금정산을 중학교 시절 올라보고 처음으로 올라봤다. 소나무로 온통 우거져 지척에 보여야 할 학교와 동네는 안 보이고 바위만 옛 모습을 하고 있는데 나중에 사진을 분석하면서 앉아 쉬었던 자리가 화개산 정상에 있는 성혈바위와 같은 바위임을 알게 됐으니 내가 처음 발견하게 된 것이다.
▼ 금정산에서 다시 내려와 언제 붙여진 이름인지 노루산책로를 따라 주차장 방향으로 향한다. 숲속 사이로 야자수
매트로 덮힌 오솔길이 화개산 최고의 힐링코스다.
▼ 바위취 꽃이 활짝 만개하여 산책로에 자생하여 무리지어 피어 있으니 이 또한 예쁜 길이다.
※ 이렇게 하여 화개산을 모처럼 둘러 봤다. 사시사철 돌아 봐도 작은 산이긴 하지만 야생화와 함께 풍경, 이야기 거리가 다른 어떤 산보다도 많음을 알 수 있다.
비록 화개사쪽으로 하산하여 조금 더 걸었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옛 추억을 더듬으며 홀로 걷는 걸음에도 미소 지으며 즐거운 시간을 가져봤다. 늘 변함없이 반겨 주는 화개산과 들녘과 그리고 풀꽃들...
비록 세월이 흘러도 내가 보고 느끼는 감성이 사라지지 않는 가운데 잊어버린 추억들 조차도 꺼내보며 또다시 미소지을 날을 소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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