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23일(토)
이런 저런 일로 2주만에 산행을 하게 됐다. 나이가 들면서 애경사도 그만큼 빈번하게 있게 되므로 취미생활에도 제한을 가져 올 수 밖에 없다. 그런 가운데서도 한달 전 부터 계획되어 있던 블친님인 즐풍님과 북한산 산행을 차질없이 하게 된 것이다.
북한산을 속속들이 안 다는 것은 나에게는 불가능 한지도 모른다. 암벽등반이나 릿지를 전문으로 한 분들이야 장비를 착용하고 얼마든지 오르고 싶은 곳을 올라 남들이 보지 못하는 비경을 마음껏 즐길 수 있겠지만 정상적인 코스를 밟고는 같은 풍경을 볼 수 밖에 없기에 별도리가 없다.
북한산을 무려 250회나 올랐다는 즐풍님은 손바닥 들여보듯 알고 있으니 릿지를 어느 정도 하시기에 가능한 일이다. 릿지라고는 제대로 해 보지 않은 내가 할 수 있을런지 의구심도 들긴 했지만 경험 많은 즐풍님께 전적으로 의지하고 도전해 보기로 한다.
옆지기가 이 얘기를 듣고 염려가 되서인지 암벽등반을 하는 자신의 헬멧 한개를 건네준다. 산행에 취미가 달라 도봉산 선인봉으로 암벽등반을 떠나는 옆지기를 가까운 전철역까지 배웅해 주고 일찌감치 산행할 코스의 들머리 주차구역으로 향한다.
♣ 산행코스: 사기막골-밤골입구-파랑새능선-염초봉-효자리계곡-사기막골
♣ 거리: 8.7km(07:50~15:40 간식, 점심, 휴식 포함)
▼ 염초봉에서 바라본 피아노바위와 책바위
▼ 올해는 농사에는 지장이 없을 정도로 적당한 강우량을 보였는데 밤골인 이 계곡은 고인물 외에 물이 흐르지 않고 날파리만 우글거린다.
▼ 이 밤골은 지금까지 겨우 두번을 오간 등로이다. 다소 이른 아침이어서인가 산객들이 보이지 않는 한산한 길이다.
▼ 밤골에서 백운대 방향으로 오르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파랑새능선인데
진입로가 쉽게 눈에 띄이지 않아 시간을 좀 지체하기도 했으나 정상대로 진행하면서
예쁘게 핀 털중나리를 만났다.
▼ 첫 조망터에서 바라본 염초봉의 피아노바위와 책바위
▼ 왼쪽 말바위, 피아노바위와 오른쪽 책바위...
저 바위를 넘어야 하는 난이도가 있는 릿지라는데 그곳으로 시선이 자꾸 쏠린다.
▼ 첫 번째로 만나는 홈통바위...
수락산의 홈통바위와는 분위기가 좀 다르다.
▼ 북한산에는 야생화가 별로 없을 것 같지만 봄철에 처녀치마같은 보기 쉽지 않은 식물이 식생하는 것을 보면 의외로 다양한 야생화가 있다.
▼ 미세먼지가 나쁨수순까지 있다는 일기예보였는데 이정도면 양호한 편이란 생각이다.
앞에 노고산과 멀리 고령산이 조망된다.
▼ 작은 암릉이라도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된다.
사고라는 것은 높은 곳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기에 늘 주의해야 한다.
사진으로 보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막상 맞딱뜨리면 수월하질 않음은 체험해 봐야 안다.
▼ 그래도 많은 산행 경험으로 왠만한 경사로의 올라가는 릿지는 가능하다. 마찰력이 좋은 릿지화는 필수...
▼ 점점 난이도가 높아간다.
이 정도의 홀드가 많은 바위는 누구에게나 그리 문제가 되지 않는다.
▼ 코끼리바위에 도착, 올라볼 수도 있겠으나 안전확보를 위해 자일을 이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그냥 통과하기로 한다. 릿지를 왠만큼 하는 꾼들이야 식은 죽 먹기일 수도 있겠다.
▼ 건너편 염초봉의 책바위가 아래로 보인다는 것은 파랑새능선을 많이 올라왔다는 것인데 얼마나 더 올라야 하는지는 알 수가 없다.
▼ 왼쪽 건너편의 숨은벽능선을 오른 것은 만3년 전의 일이다.
아래쪽 해골바위, 전망바위, 개미바위, 그리고 영장봉, 이어지는 숨은벽이다. 멀리 올해 답사한 상장능선과 멀리 오봉, 도봉산이 한눈에 조망된다.
▼ 저곳에서 이곳 파랑능선을 볼 때는 오르지 못할 험준한 지형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곳에서 숨은벽을 보니 까마득한 절벽의 암릉을 실감할 수 있다.
▼ 당겨본 오봉과 도봉산
▼ 도봉산의 선,만,자, 신선대, 주봉까지 렌즈에 제대로 들어왔다. 에덴동산은 즐풍님 리딩으로 다시 한번 블친님들과 답사해 보기를 기대해 본다.
▼ 당겨 본 오봉
▼ 당겨본 해골바위
▼ 전망바위
▼ 왼쪽 개미바위
▼ 영장봉
▼ 당겨 본 숨은벽...
영겁의 세월이 고스란히 묻어난 듯 하다.
▼ 암릉의 크기는 앉아있는 산객을 보면 알 수 있다.
▼ 숨은벽과 뒷편 인수봉이 합쳐져 보인 모습.
▼ 난 코스의 슬랩을 또 만났지만 어렵지 않게 오른다.
▼ 이 슬랩을 오르면 저 건너편 능선을 경유, 염초봉을 오르게 된다.
▼ 다시 한번 조망해 본 노고산 일대 풍경
▼ 드디어 파랑새능선의 마지막 명물 어금니바위에 올랐다. 어금니 바위에서 진행방향을
보니 장군바위가 보인다. 장군바위는 암벽등반 장비를 제대로 갖춰야만 오를 수 있어
눈팅만 할 수 밖에 없다. 바로 앞에 하늘을 쳐다보는 형상의 물개바위가 자리잡고 있다.
▼ 귀엽게 보이는 물개 한마리가 먹이를 달라고 보채는 듯 보인다.
▼ 어금니바위...어금니처럼 생겨서 붙여진 이름인데 저 정도로 상했으면 벌써 치과의사 손길이 닿았어야 했다.
▼ 사이가 벌어진 잇몸을 잡고 이동해야 한다.
▼ 요상하게 생긴 바위들을 보는 즐거움도 산행을 하게 되는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 다시 한번 조망해 보는 어금니바위
▼ 이 암릉 위까지 오르는 것을 마지막으로 파랑새능선은 사실상 끝을 내고 옆 능선으로 이동하여 염초봉을 오르게 된다.
▼ 장군봉의 위용...
저 위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또 다른 풍경일 것이다. 건너편 오른쪽 아래에 춘향이바위가 살짝 보인다.
▼ 이곳에서 내려가면 춘향이바위를 거쳐 오른쪽 염초봉을 오르게 된다.
멀리 비봉능선과 문수봉에서 의상봉으로 이르는 의상능선이 눈에 들어온다.
▼ 이 짧은 구간에 경사로에 홀드가 없어 안전을 위해 자일을 이용하여 내려와서 보니 참으로 우습기도 하다. 그러나 실수로 중심이라도 잃으면 기다리는 것은 까마득한 절벽이다.
▼ 즐풍님의 날렵한 몸 놀림이 부럽다. 평소 몸관리가 중요한데 이 뱃살로 둔해진 몸매를 어쩌누...
▼ 이 암릉을 가로질러 가면 춘향이바위가 나온다.
▼ 드디어 춘향이바위에 도착했다. 에그머니... 남정네들이 이름을 붙였을 것이 뻔하다. 춘향이가 살아 있었더라면 명예훼손이 가능할 것이겠지만, 힘든 산행 중 해학적인 이름을 붙여 한번 웃음을 선사한다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는 생각인데 릿지를 하는 사람들이 누리는 특권이기도 하다.
▼ 백운대로 부터 흘러내린 암릉은 가운데 용암봉이 살짝 보이고 오른쪽으로 노적봉의 동봉과 서봉이 눈앞에 펼쳐졌다.
▼ 그리고 북한산의 비봉능선, 의상능선의 모든 봉우리가 조망된다.
▼ 장군봉을 배경으로 춘향이바위 근방에 춘향이를 대신하듯 튼실하고 멋진 털중나리가 곱게 폈다.
▼ 다시 한번 아쉬운 듯 춘향이바위를 담아보고...
▼ 노적봉의 멋진 모습도 다시 한번 담아본다.
▼ 이러한 바위들 틈새를 지나 염초봉으로 향한다.
▼ 백운대, 만경대, 용암봉, 노적봉
▼ 염초봉
▼ 다시 복습해 보는 봉우리 이름...왼쪽부터 보현봉, 문수봉, 716봉, 나한봉, 나월봉...
▼ 멀리 왼쪽부터 사모바위 비로봉, 관봉, 향로봉...앞쪽 왼쪽부터 증취봉, 용혈봉, 용출봉
▼ 맨 오른쪽 의상봉
▼ 용출봉과 의상봉 사이의 안부에 자리잡은 국녕사
▼ 당겨본 의상봉
▼ 즐풍님 작...
지나온 파랑새 능선과 멀리 오봉이 조망된다. 어금니바위가 이곳에서는 송곳니로 보인다.
▼ 염초봉에서 바라본 백운대, 만경대 풍경
▼ 오른쪽 하단으로 서벽밴드가 있어 그 쪽으로 이동하는 코스가 있다.
아직은 미답지역인데 언제 그곳으로 가 볼날이 있을런지...
백운대 정상으로 오르는 코스가 이쪽 편에서도 있다니 사람이 못 오를 곳은 없다는 생각이다.
▼ 진행할 하산 방향의 난코스인 피아노바위와 그 아랫쪽의 책바위다. 마침 모등산학교에서 30여명이 릿지를 학습하러 온 모양이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 하산하는 길에 저 팀이 올라오고 있으니 한꺼번에 이동하는 것도 아니고 한사람씩 오르고 내리려면 시간 좀 걸리겠단 생각이다.
▼ 앞쪽 바위의 오른쪽에 홀드가 많은 바위가 있다. 피아노란 의미는 홈이 많아 피아노 치듯 밟고 오르내리는 의미로 붙여진 듯 하다. 많은 인원들이 한사람씩 내려오려면 시간이 너무 지체되어 양해를 구하고 즐풍님은 그냥 릿지로 오르고 나는 안전상 그들이 설치한 자일을 이용하여 올랐다. 카메라를 가방에 넣고 등반 준비하는 바람에 근접촬영 못한게 아쉽다.
▼ 피아노바위를 넘어 이어지는 릿지구간 암릉...
▼ 책바위 이르기전 뒤돌아 본 북한산 풍경(즐풍님 작)
▼ 사람이 많으니 책바위 하나를 넘는데도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어 이곳의 대장에게도 양해를 구하고 그들이 설치한 자일을 이용해 오른다.
즐풍님이 선등하여 자일을 설치하는 시간을 절약한 셈인데 막상 올라서 내려가려 하니 만만치 않아 그들이 사용중인 자일을 또 이용하려 하자 오를 때도 못마땅해 한 대장이 안된다고 하여 결국 그들이 다 넘어간 후까지 기다렸다가 자일을 설치하여 내려가게 되니 시간을 번것은 별로 없다.
그들은 전문적으로 배운 릿지를 코치를 받아 가며 내려오고 우린 올라가야 하는 상황이다. 그냥도 오르겠지만 안전이 우선이므로 자일은 필수다.
▼ 책바위를 넘어 이제 부터는 별로 어려움이 없는 암릉으로 하산하여 계곡으로 접어들면 된다.
▼ 염초봉 근방에서 만난 명품 소나무들...
▼ 작년 11월에 14성문 종주를 위해 처음으로 원효봉을 넘어 저곳 상운사앞으로 간적이 있다.
▼ 당겨 본 상운사.
▼ 원효봉 정상을 담아봤다. 이곳 염초봉은 암벽, 절벽인 자연 장애물로 취약부위만 성을 쌓았다.
원효봉에서 염초봉으로 오르는 안부에는 북문이 자리잡고 이곳으로 연결되어 백운대 아래
위문으로 이어진 것이다.
▼ 뒤돌아 본 책바위
▼ 짧은 구간이지만 한번 실수하면 돌이킬 수 없는 코스다.
▼ 또 하나의 명품 소나무를 만났는데 바위틈에서 어떻게 저렇게 자랄 수 있는지 정말 운치가 있다.
▼ 올려다 본 책바위
▼ 다시 뒤돌아 본 파랑새 능선과 백운대, 뒷쪽 숨은벽과 겹쳐 보인다.
▼ 이 슬랩에서 그냥도 내려오면 되지만 또 안전상 자일을 즐풍님이 설치해 주신다.
초보자들을 위해서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없는 일이기에 죄송한 마음이다.
▼ 계곡에 내려서자 이러한 마당바위가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이곳에서 30분 정도를 느긋하게 누워 쉬다가 가기로 한다.
▼ 거의 다 내려와 둘레길로 접어들면서 효자동의 한 냉면집에 들어가 시원한 냉면 한 그릇을 비우고 다시 주차된 사기막골로 이동한다. 몸을 간단히 씻기위해 계곡물을 찾으니 국립관리공단에서 설치해 놓은 철책으로 충의문을 돌아 반대편에서 씻고 귀가를 하게 됐다. 둘레길 충의문에서 촬영한 북한산으로 왼쪽으로 부터 영장봉, 인수봉, 숨은벽, 가운데 백운대와 그 밑으로 파랑새능선, 오른편이 염초봉이다.
평생을 살면서 가 보지 못하는 곳은 너무도 많고 또 불가능한 일이다. 궂이 안전에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다니지 않아도 얼마든지 갈데는 있다.
그러나 꼭 가보고 싶은 곳들이 있다. 그 중의 한 곳이 북한산 파랑새능선으로 뭇사람들의 입에서 오르내리기에 궁금증이 있었는데 막상 혼자서는 엄두가 나지 않던 중 즐풍님의 배려로 무사히 작은 소원을 이뤘다.
이러한 도전이 진작에 이뤄졌다면 나 역시 다른 사람들을 리딩하며 산을 즐겼을지도 모른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힘이 닿을 때까지 남의 힘을 빌려서라도 도전을 멈추고 싶지 않다. 다시 한번 수고해주신 즐풍님께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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