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6일(일)
토요일 점심은 결혼식 연회장에서 먹고 저녁시간대에 또 결혼식이 있어 저녁식사도 역시 연회장에서 해결한다. 그러면서도 마음은 콩밭에 가있다. 빨리 집에 가서 좀 쉬다가 배낭 챙기고 토요무박 산행을 출발해야 하니 말이다. 막상 집에 도착하니 하루종일 노느라 피곤하여 잠이 절로 쏟아진다.
그깟 산행이 뭔지 때려치우고 편히 휴일을 보내자는 생각이 굴뚝같다. 그러나 나와의 약속을 또 어기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다. 어차피 못 간 것을 후회할 바에야 차라리 떠나보자는 생각에 천근만근 몸을 이끌고 밤 늦게 집결 장소로 달려간다. 산행지까지 버스를 5시간을 가야한다. 타자마자 그래왔듯 그냥 퍼질러 잔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도착지점 거의 다와서 임원 몇몇이 사전에 준비한 된장국밥을 다 끓여 놨다고 아침 식사를 하라고 한다.
눈도 떠지지 않는 새벽 5시도 안된 캄캄한 밤에 밥 먹는 일도 곤혹이다. 이젠 제법 쌀쌀한 날씨다. 모포를 몸에 둘러싸고 쪼그려 앉아 먹는 모습들이 영낙없는 노숙자 신세들이다.
출발하려니 다들 헤드랜턴을 지참했는데 나만 또 빼먹고 왔다. 다행히 암릉이 아닌 육산이어서 안전상 문제될 것은 없었지만 남들이 비추는 빛동냥을 얻어 오르려니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드디어 조계산 정상에 올랐다. 그리 조망이 좋은 것도 아니요, 경관이 수려한 것도 아닌데 100대 명산에 포함된 것은 아무래도 주변의 유명 사찰들이 있어서 선정되었을 것이고 도립공원도 역시 그러한 차원에서 지정되었을 것이란 생각이다.
다른 산악회에서는 볼 수 없는 코스를 리딩대장이 정하여 유명 암자와 사찰을 돌아보는 코스로 장장 18킬로미터를 걷는 것으로 산행을 무사히 마쳤다. 다소 길고 힘든 산행이었지만 단풍과 어우러진 고즈넉한 사찰들을 돌아보며 만추의 즐거움을 맘껏 누린 하루였다. 이제 가을의 막바지 산행인 것 같다.
∥산행정보∥
♣ 행정구역: 들머리-전남 순천시 승주읍 두월리(접치), 장군봉-전남 순천시 송광면 장안리, 선암사-승주읍 죽학리 802, 송광사-전남 순천시 송광면 신평리 12
♣ 산행코스: 접치-장군봉(884m)-비로암-대각암-선암사-선암사계곡-보리밥집-천자암-송광사-주차장
♣ 거리: 약18.5km(들머리-06:00, 날머리: 15:00)
∥조계산개요∥
높이 884m이다. 소백산맥 끝자락에 솟아 있다. 고온다습한 해양성 기후의 영향을 받아 예로부터 소강남(小江南)이라 불렸으며, 송광산(松廣山)이라고도 한다. 피아골·홍골 등의 깊은 계곡과 울창한 숲·폭포·약수 등 자연경관이 아름다워 1979년 12월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동쪽의 계곡 물은 이사천(伊沙川), 서쪽의 계곡 물은 송광천으로 흘러드는데, 특히 비룡폭포가 유명하다. 서쪽 기슭에는 삼보사찰 가운데 승보사찰(僧寶寺刹)인 송광사(松廣寺)가 자리한다. 이 곳에는 목조삼존불감(국보 42), 고려고종제서(高麗高宗制書:국보 43), 국사전(국보 56) 등의 국보와 12점의 보물, 8점의 지방문화재가 있다.
동쪽 기슭에는 선암사(仙巖寺)가 있다. 이 곳에도 선암사 삼층석탑(보물 395), 아치형 승선교(昇仙橋:보물 400) 등 문화재가 많다. 그 밖에 송광사의 곱향나무(일명 쌍향수:천연기념물 88), 승주읍 평중리의 이팝나무(천연기념물 36) 등이 유명하고, 선암사의 고로쇠나무 수액과 송광사 입구의 산채정식 등이 먹을거리로 꼽힌다.
산 일대의 수종이 다양해 산 전체가 전라남도 채종림(採種林)으로 지정되기도 하였다. [출처: 두산백과]
▼ 우거지 된장국에 말아 먹는 국밥, 누구의 음식 솜씨인지 정말 맛있다.
▼ 한시간 가까이 오르자 동이 트면서 날이 밝아 온다.
▼ 조계산 정상인 장군봉에서의 조망
▼ 비로암이란 얼마나 멋진 바위밑에 둥지튼 암자일까 기대했었는데 막상 보니 초라하기 그지없다.
▼ 비로암과는 달리 선암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의 대각암은 그런대로 규모가 있고 운치가 있어 보인다.
▼ 선암사 뒤뜰로 하산하는데 바위에 새겨진 불상이 눈에 띄인다. 선암사 마애여래입상이다.
「이 불상은 평평한 암벽 위에 조각되었는데 높이가 5m에 달하는 거대한 입상이다. 얼굴 모습은 원만하고 이마에는 백호(白虎)가 뚜렷하며 눈,코,입 등이 대체로 균형잡힌 모습이다. 불상 아래쪽에 갑진삼월일(甲辰三月日)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으나 연호(年號)가 없이 정확한 조성연대를 알 수 없다. 그러나 표현 양식으로 미루어볼 때 고려 중, 후기 경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안내문에 기록되어 있다.
▼ 선암사에 도착...
4년전 선암사를 둘러봤던 추억이 엊그제 같기만 하다.
※ 선암사-http://blog.daum.net/ksbni/7152912
▼ 금식나무 열매는 처음 본다.
▼ 선암사 중수비
조선숙종 33년(1707년)에 건립된 비이다. 정유재란으로 불탄 선암사를 약휴대사(若休大師)가 중심이 되어 다시 세웠다는 내용을 기록한 것이다.
거북받침과 비(碑)몸, 그리고 비(碑)머리(용틀임머리)로 이루어진 일반적인 양식의 비석으로 조선시대 석비로는 뛰어난 작품에 속한다. 총높이 5.02m, 비신 폭 1.25m, 두께 30cm이다.
▼ 편백나무 숲
▼ 수령이 수백년은 될 것 같은 누운 소나무
▼ 해우소인 뒷간이다. 실제 들어가서 일을 보니 문도 없고 칸막이만 되어 있는 재래식 화장실로 전혀 냄새가 없이 옛날 추억이 절로 난다.
▼ 중부지방에는 없는 <사람주나무>다. 단풍이 곱게 들어 가을에 두각을 나타낸다.
▼ 선암사 경내에 활짝 핀 팔손이 꽃.
▼ 4년전 이곳에서 처음으로 본 야생 차나무 꽃이었는데 다시 보게될 줄은 몰랐다.
▼ 차나무 열매
▼ 이른 아침 햇살이었다면 더 멋진 풍경이 연출되었을텐데 다소 아쉽다. 이러한 풍경 한컷을 담기위해 일부러 이런 곳을 찾는 진사들을 볼 수 있다.
▼ 승선교
1963년 9월 2일 보물 제400호로 지정되었다.
선암사에 이르기 전 조계산(曹溪山) 계류 건널목에 놓인 돌다리를 말한다. 다리는 한 개의 아치로 이루어졌고, 전체가 화강암으로 조성되었다. 기저부에는 가설(架設)이 없고 자연암반이 깔려 있다. 홍예(虹朗)를 중심으로 하여 양쪽 냇가와의 사이에 자연석을 쌓아 석벽을 이루고 있다. 윗면은 평평하게 정지하여 통식(通式)의 교량을 이루고 있다. 좌·우 측면의 석축에 약간 보수를 가한 흔적이 있을 뿐 홍예는 원형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으며, 주위의 석축도 난석(亂石) 쌓기로서 시멘트에 의한 보강이 전혀 없어 자연미를 잘 살리고 있다.
선암사는 창건(創建)과 중건(重建)이 통일신라시대와 고려시대에 이루어진 것으로 되어 있으나, 임진왜란 때 소실되어 1660년(현종 1)에 중창한 것을 영조(英祖) 때의 화재로 1824년(순조 24)에 다시 중건하였으며, 이 돌다리도 임진왜란 이후 사찰을 중창할 때에 가설한 것으로 추정된다.
숙종 24년 호암대사가 관음보살을 보려고 백일기도를 하였지만, 뜻을 이룰 수 없자 자살을 하려 하자 한 여인이 나타나 대사를 구했다. 대사는 이 여인이 관음보살임을 깨닫고 원통전을 세우고 절 입구에 승선교를 세웠다고 전한다.
▼ 보리밥집이 산행안내표지 여기 저기에 버젓이 표시되어 있다. 그만큼 좋은 목을 차지하고 있다는 뜻일 게다. 보리밥 하면 그 옛날 보리고개시절 퉁퉁 불은 보리밥알은 미끌미끌하여 잘 씹히지도 않고 고추장에 비벼 대충 씹어 삼킨덕에 방귀만 뀌었던 추억이 있는데 너무 많은 주문량이어서 일까 말이 보리밥이지 쌀밥이다.
▼ 천자암
▼ 순천 송광사 천자암의 쌍향수
천연기념물 제88호. 면적 1,983m2. 수량 2그루. 1962년 12월 3일 지정. 추정수령 800년. 지정사유 노거수. 송광사 소유.
나무높이 12.5m, 가슴높이 줄기둘레 4m 및 3.24m이다. 가지퍼짐은 남쪽의 것이 동쪽 5m, 서쪽 3.8m, 남쪽 5.8m, 북쪽 3.5m이고, 북쪽의 것은 동쪽 3m, 서쪽 4m, 남쪽 3.8m, 북쪽 3.5m이다. 송광사가 있는 조계산(曹溪山)에 천자암(天子庵)이 있고 그 경내에 2그루의 향나무가 근접한 상태로 자라고 있다.
전하는 말로는 보조국사(普照國師)와 담당국사(湛堂國師)가 중국에서 수도를 끝내고 귀국할 때 짚고 온 지팡이를 나란히 꽂은 것이 이 나무가 되었다고 한다. 담당국사는 왕자의 신분으로 보조국사의 제자가 되었다.
이 나무들은 줄기가 실타래처럼 꼬여 있어 특이하다. 이 나무에 손을 대면 극락에 갈 수 있다는 말이 있어 찾는 사람이 많다. 눈높이 줄기둘레가 각각 3.10m, 3.85m로서 쌍향수라는 이름이 주어졌다.
▼ 송광사
조계산 북쪽 기슭에 자리잡은 송광사는 합천 해인사(법보사찰), 양산 통도사(佛寶)와 더불어 한국 삼보사찰(三寶寺刹)로 불리고 있다. 신라 말엽 혜린선사(慧璘禪師)가 작은 암자를 짓고 길상사라 부르던 것을 시작으로 보조국사 지눌스님이 정혜결사를 이곳으로 옮겨와 수도, 참선의 도량으로 삼은 뒤부터 승보사찰이 되었다. 보조국사 지눌스님을 비롯한 16국사를 배출했다.
▼ 구골나무 꽃...향기가 너무 좋다.
이렇게 해서 조계산의 산행을 마쳤다. 단순히 선암사, 송광사등 유명사찰을 둘러보며 단풍을 즐기면 될 일이지만 산행을 하며 사찰을 둘러봐야 제 맛을 느끼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애둘러 삥 돌아 긴 산행으로 피곤하긴 하지만 다른 어느 곳 보다 의미있는 산행을 한 것만은 사실이다.
올 가을 단풍산행을 제대로 못했고 오늘로 사실상의 단풍산행은 막을 내렸다. 아쉽긴 하지만 이제 겨울이 다가온다. 어차피 가는 계절, 미련없이 보내고 새 계절을 맞는 즐거움, 눈꽃이 또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그러다 보면 또 봄이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