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2일(일)
3일간 연휴가 주어졌다. 휴일날은 어김없이 한달 전부터 이미 산행으로 일정이 꽉 잡혀있어 곁눈질 할 겨를이 없다. 산은 많고 가 볼 곳도 너무 많다. 원래 어제도 산행계획이 되어 있었으나 토요일 늦은밤 무박산행인 줄 모르고 일정을 잡았던 것인데 늦게 도착하면 다시 준비해서 밤에 출발하기가 버거울 것 같아 뒤늦게 취소한 것이다. 그런데 또 다른 문제는 중부지방엔 엄청난 양의 비가 온다는데 전국적으로도 비가 온다는게 좀 꺼림직하다.
원거리 산행을 단순히 운동을 하기위해 가는 것도 아니고 전국 명산의 독특한 모습과 주변 조망을 보며 지리도 익히고 문화, 역사도 함께 알아가며 자연과 함께 힐링하는 것인데 그런 열정이 우천으로 인해 아무래도 반감이 되기에 이왕이면 날씨가 좋아야 하는 것은 나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무려 5시간 넘게 도착한 내원사 입구에 도착하니 몇시간 전까지만 해도 비가 왔는지 주변이 촉촉하고 습도가 높다.
계곡물은 다소 거칠게 흐르며 나무에서 후두둑 떨어지는 빗방울이 흠칫 비가 오나 긴장하게 한다. 출발전 너무 많은 휴게를 하는 바람에 7시가 넘어서 산행하기 시작, 공룡능선을 타는 A팀과 내원사 계곡으로 해서 짚북재로 오르는 B팀으로 나눠 출발하는데 선택의 여지없이 A팀에 속해 들머리부터 빡세게 산을 오른다.
옆지기는 며칠전 감기몸살로 컨디션이 안좋은 것을 생각하면 B팀으로 산행했어야 하는데 공룡능선의 궁금증 때문에 무리한 줄 알면서 그리 정한 것이다. 역시 힘든 만큼 조망이 주는 즐거움은 고난 뒤의 자연이 주는 선물이다. 적당히 산마다 드리운 운무는 운치를 더해주고 가시거리가 안 좋을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멋진 풍광들이 가슴을 트이게 한다. 오후에는 본격적인 억새의 장관이 펼쳐지며 구름에 가렸던 해까지 나면서 은빛물결을 이룬다.
아! 그렇게 산행을 하면서 한번도 지루하거나 힘들어서 다음부터 산행 못하겠노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이와 같이 첫사랑과 같은 설레이는 산행의 묘미가 있기 때문이다. 올 가을도 과거 사랑에 몸살을 앓는 열정과 같은 설레임으로 가득 찬 가을이고 싶다.
∥산행정보∥
♣ 행정구역: 들머리-경남 양산시 하북면 내원로 203(내원사매표소), 날머리- 경남 양산시 상북면 홍룡로 (주차장)
♣ 산행코스: 내원사매표소-공룡능선-짚북재-천성산2봉(비로봉)-은수고개-천성산 정상(원효봉)-화엄늪-홍룡사- 주차장
♣ 산행거리: 약14.5km(들머리: 07:20, 날머리:15:00)
∥천성산 개요∥
원적산이라고도 한다. 높이는 922m이다. 태백산계에 속하며, 남서쪽에 골짜기를 사이에 두고 마주 있는 산을 원효산(元曉山)이라 하였는데, 양산시에서 이전의 원효산을 천성산 주봉(主峰)으로 하고, 이전의 천성산(812m)을 천성산 제2봉으로 명칭을 변경하였다. 나무 이정표에는 예전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원효대사가 당나라에서 온 1,000명의 승려를 《화엄경(華嚴經)》으로 교화하여 모두 성인으로 만들었다는 전설에서 '천성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하며, 많은 계곡과 폭포 및 뛰어난 경치로 인해 예로부터 소금강산(小金剛山)이라 불렀다. 양산시 중앙부를 남북으로 뻗은 정족산(鼎足山) 줄기의 지맥에 해당하는데, 이 산줄기에 따라 양산시가 동·서로 갈리며, 회야강(回夜江)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가지산, 운문산, 신불산, 영축산과 함께 영남알프스 산군에 속한다.
원효암을 비롯하여 홍룡사(虹龍寺)·성불사(成佛寺)·혈수폭포(血水瀑布) 등의 명승지가 산재한다. 제2봉의 북서쪽 사면(하북면 용연리)에는 통도사(通度寺)의 말사(末寺)인 내원사(內院寺)가 있다. 희귀한 꽃과 식물·곤충들의 생태가 잘 보존되어 있는 화엄늪과 밀밭늪은 생태학적 가치가 매우 높으며, 가을에는 울창한 억새밭이 장관을 이룬다. 특히 산 정상은 동해의 일출을 가장 먼저 바라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출처:두산백과]
▼ 가을비가 촉촉히 내렸다. 비온다는 예보에 만반의 준비를 갖췄지만 다행히 비는 오지 않고 멋진 운무가 이곳 저곳에 드리워져 있다.
▼ 내원사의 일주문...이곳에서 입장료 1,500원을 지불해야 한다. 내원사는 근처도 안가는데 왜 내야하는지도 모르면서...
▼ 이곳에서 공룡능선을 타는 A팀과 성불암쪽으로 향하는 B팀으로 갈라져 짚북재에서 합류하게 된다.
▼ 공룡능선이란 용어가 있는 산이 많다. 대표적으로 설악산이다. 공룡의 등뼈와 같이 험난한 등로를 말할텐데 그래서 일까 첫 오름부터 장난이 아니다.
▼ 20여분 올라오니 조망이 트이기 시작한다. 혹시 안개에 가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까 염려했는데 살짝 드리워진 운무가 더욱 멋진 풍경을 자아낸다.
▼ 이러한 직벽 난코스도 도사리고 있다. 그래도 홀드가 많으니 다행이다.
▼ 옆지기가 요즘 암벽타기을 배우더만 부쩍 실력이 는것 같다.
▼ 뒤돌아 본 풍경들...
▼ 멀리 영남알프스가 한눈에 들어온다.
▼ 앞으로 진행할 공룡능선 몸체가 드러나고 멀리 천성산2봉이 보인다.
▼ 영남알프스의 산들을 나열해 봤다. 신불산 넘어로 간월산인데 간월산은 보이지 않는다.
▼ 죽바우등을 당겨보고...
▼ 우측으로 함박등
▼ 영축산
▼ 정상 봉우리에 돌탑이 살짝 보이는데 신불산이다. 지금쯤 억새가 장관을 이룰 것이다.
▼ 북쪽방향으로 정족산(749m)이 자리잡고 있다.
▼ 머지않아 계곡, 능선이 단풍으로 곱게 수를 놓은 풍경이 그려진다.
▼ 공룡능선을 지나 짚북재에 도착, 잠시 간식을 먹으며 숨을 돌린다. A팀에서도 뒤쳐졌고 B팀도 이미 이곳을 지나갔다. 늘 그렇듯 산에 심취하고 풍경을 카메라에 담다보면 뒤쳐지기 일쑤다.
▼ 천성산2봉(비로봉)에 못미쳐 능선에 올라 조망처에서 뒤돌아 보니 공룡능선과 정족산이 한참 멀게 보인다.
▼ 앞쪽을 보니 천성산2봉이 지척으로 가까웠다.
▼ 당겨보니 먼저 간 산우님들이 인증샷 담기에 여념이 없다.
▼ 드디어 천성산 정상이 눈앞에 보인다. 멀긴 멀어 보인다. 여기까지 4시간이 걸렸으니 아직 절반 밖에 안왔다는 생각이 든다.
▼ 완만하고 편안해 보이고 모나지 않은 모습이 마치 지리산 닮았다. 하얀 은빛억새가 이곳에서도 조망된다.
▼ 산구절초가 등로주변에 탐스럽게 피어 산꾼들 눈을 즐겁게 해 준다.
▼ 개쑥부쟁이도 앙증맞게 피어 한컷 담아본다.
▼ 앞으로 진행할 코스를 다시 한번 조망해 보고...
▼ 진행하다 뒤돌아 본 비로봉...
▼ 경남 양산시 명동4길 5 (명동 956번지)에 위치한 웅상초등학교와 가람휘 아파트가 계곡사이로 조망된다.
▼ 은수고개 못미쳐 천성산이 조망되고 흐린날씨가 서서히 개이면서 정상주변에는 은빛으로 변했다.
▼ 은수고개
▼ 억새에 묻히게 되면 내가 가을이 되고 가을이 내가 된다. 마음엔 몇 수의 시가 읊어지고 억새춤과 함께 가을노래로 젖는다.
▼ 뒤돌아 본 공룡능선과 비로봉...
▼ 여인네가 나이를 잊은 듯...
▼ 마지막 꽃을 피우는 미역취
▼ 천성산 정상이 머리를 내밀었다.
▼ 한국에 확인, 미확인 지뢰지대가 얼마나 많을까...매설 지뢰가 약 115만 발정도 된다. 이중 108만 발 정도가 비무장지대(DMZ)에 묻혀 있고 20%는 후방지역에 매설돼 있다. 비무장지대는 ㎡에 2.4개가 매설돼 지뢰매설밀도는 세계 최고다. 지뢰매설 면적은 112.58㎢로 안양시의 두 배 면적, 여의도 300배 정도다. 서울 우면산, 김포 장릉산 등 전국 36개 지역에 지뢰가 매설돼 있다. [아시아경제 2014년 9월 25일]
이곳에도 상당히 넓은 지역에 지뢰지대가 있어 안전에 위협을 받고 있다.
▼ 등로 좌우측으로 벗어나지 못하도록 철조망 대신 휀스를 쳐놓은 것이 이색적이다.
▼ 이곳은 습지복원지대다. 습지가 있을만한 지형이 아닌데 마치 얼마전 산행했던 대암산 용늪이 연상된다.
▼ 양산시 평산동에 위치한 장흥저수지
▼ 뒤돌아 본 풍경...습지복원지대를 보호하려니 데크계단이 설치되어 있고 반바퀴 돌아 정상을 올라야 하니 거리가 멀어질 수 밖에 없다.
▼ 지나온 휀스를 보니 한참을 돌아 정상을 향한다.
▼ 천성산 등로의 첫 억새가 나타나면서 부터 이어지는 길은 나무 한그루가 없어 말 그대로 민둥산이다. 다소 더운 날씨에 발걸음이 자꾸 더뎌진다.
▼ 천성산 정상을 찍고 하산길이다. 펼쳐진 억새평원이 장관이다.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내려갈 마음이 없어진다.
▼ 산부추가 폭죽이라도 터뜨릴 기세다.
▼ 용담도 오랜만에 알현해 본다.
▼ 보는 이들이라면 모두 한마디씩 탄성을 지르지 않을 수 없다.
▼ 왼쪽으로 금정산, 경부고속도로와 양산천이 쭉 뻗어 낙동강과 합류지점까지 조망된다.
▼ 화엄늪인 이곳에서 왼쪽으로 접어들어 홍룡사로 하산한다.
▼ 뒤돌아 본 천성산
▼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보기 드문 야생화가 눈에 띄었다. 바로 <쓴풀>이다. 몇 년전 황매산에서 이 맘때쯤
촬영했던 기억이 있는데 오늘은 어쩌면 요놈을 보기 위해 왔는지도 모르겠다.
▼ 멀리 금정산이 조망된다. 부산 가까이에 있는 꼭 가보고 싶은 산...11월 셋째주에 계획되어 있으니 그때 보자꾸나.
▼ 얼마나 내려왔을까...오르는 일보다 내려오는 일이 지루하고 더 힘들고 지치는 것 같다. 드디어 홍룡사에 도착했다. 식수도 바닥났는데 이곳에서 해갈하고 빈병을 채우니 좀 개운하다.
▼ 홍룡폭포
▼ 홍룡사 일주문...여기서도 20분 정도 더 내려가야 주차장이다. 이렇게 해서 오늘의 산행을 마쳤다. 생각보다 좀 빡센산행이다. 하산하니 발목부터 허벅지 안쪽끝까지 바지 재봉선을 따라 그 부분만 통증이 온다.
혹시 몸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남들이 말하는 근육통이니 신경통이니 그런 것이 어떤 증세인지 모르고 지내왔는데 별것 아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내가 목표로 하는 100대 명산 완등은 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가을의 멋진 날들을 다시 한번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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