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고향이야기/고향 추억

새덫

 

 

 

 

가을걷이가 시작되면 볏낟가리를 거둬 들이는 일부터 해서 콩을 꺾고 마당질하며, 고구마도 캐야하고 농촌의 일손이 눈코 뜰새 없다. 그 중에 들깨는 집집마다 마당 한켠에 세워 말리고 툭툭 털어 내면 되므로 쉬운일 중의 하나였다.

들깨의 고소한 냄새가 진동을 할 쯤이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텃새가 있으니 이름하여 박새(교동방언: 종개비)다. 박새는 특히 소나무의 솔씨등 고소한 것을 주로 먹는데 들깨는 박새가 제일 좋아하는 먹이인 듯하다.

고향에서는그 당시 새 종류가 육지와 달리 그리 많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되어 색깔도 좋아 보이는 새였다.

 

학교 갔다오면 책가방 내 팽개치고 동무들과 들로 산으로 아무거나 잡고 채취하는 것이 일상화 된 우리는 종개비를 잡을 방법으로 어른들이 가르쳐 주신 덫을 알게됐다.

제작하기도 간단했고 그렇게 만들어서 과연 잡을 수 있을까 의구심도 들었고 ,호기심에 견딜 수가 없었고, 무엇보다 단백질 섭취가 그리 쉽지 않았던 시절이기에 그걸 잡아서 구어 먹을 요량에 바로 실천에 옮긴다.

우선 참죽나무 잎을 훝어낸 긴 잎자루 몇 개와 짚을 가지고 똬리를 틀어 그 사이로 잎자루를 끼워 넣고 새장처럼 만들면 거의 완성단계...

새가 드나들 만큼의 공간에 위에 끈을 붙들어 맨 작은 막대기에 밑에 중력을 가진 돌을 매달고 그걸 지탱해 주는 작은 막대기를 아랫쪽에 괴어 놓으면 되는 것이다.

완성된 덫을 적당한 높이의 나무 가지에 균형있게 설치하고  덫 안에는 작은 용기에 들깨를 넣어 두고 주변에 종개비가 모여 들 수 있도록 다 털린 쭉정이 들깨 줄기를 묶어 놓으면 거짓말 같이 바글 바글 모여 드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안에 있는 용기의 들깨를 먹으려 이리 저리 통로를 찾던 새들이 통로를 발견하고 들어가다 발이 덫의 아랫 부분 걸쳐 놓은 작은 막대기에 딛는 순간 밑으로 빠지면서 돌 중력에 의해 위의 가로로 된 막대기가 순신간에 내려 앉아 종개비 몸통을 덮쳐 꼼짝 못하고 잡히게 하는 것이다.

참으로 신기했다. 어른들의 지혜가 기막힐 따름이었다.

다른 새들은 쳐다 볼 생각도 안하는데 유독 박새만 잡혔다. 하루에도 몇마리씩 잡히는 종개비를 바로 털을 뽑고 구어 먹는 재미에 푹 빠졌던 때가 엊그제 같기만 하다.

환경문제를 심각히 다루는 현재에서는 감히 생각지도 못할 일이었지만 그 당시의 추억은 잊을 수가 없다. 모두가 삶이 어려웠고 생활 환경이 그렇게 만들었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리라...

 

'고향이야기 > 고향 추억'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외날 썰매  (0) 2008.01.22
함박눈의 추억  (0) 2008.01.11
콩청대(=콩서리)  (0) 2007.11.13
가을 추억  (0) 2007.09.23
뭉게구름  (0) 2007.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