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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이야기/고향 추억

콩청대(=콩서리)

 

 

 

 

 

오곡이 무르익고 수확철이 되면 잊을 수 없는 옛 어릴적 추억이 있다.

황금물결 넘실대는 조개맨들 들판과 부시미산 주변등에는 밭이 있어서 콩을 심었는데 콩깍지가 누렇게 익을 쯤이면 우린 콩청대(=콩서리)를 해 먹는다.

학교에서 집으로 오면 곧장 달려가는 곳이 산과 들판이었고 그곳은 소 풀뜯기는 아이들과 함께 놀이터나 다름 없었다. 그러기에 금방 공복을 느끼게 되고,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밭의 무우나 고구마를 캐먹기 일쑤였다.

그러니 콩을 그냥 놔 둘리가 없다.

주변에 사람이 없는 틈을 타 적당히 익은 콩줄기를 꺽고 으쓱한 곳의 돌이나 잡초가 없는 굳은 땅에 주변의 바짝 마른 풀섬을 주섬 주섬 쌓아 놓아 그 위에 콩줄기를 올려 놓는다.

미리 준비해간 성냥불로 불을 지피고 활활 붙는 풀섬을 뒤적이며 콩이 타지 않고 적당히 익도록 한다.

콩줄기만 남기고 깍지에서 나온 콩들이 땅바닥에 나뒹굴게 되면 윗 옷을 벗어서 편다음 힘차게 바람을 일으켜 재를 날리면 잘 익은 콩들만 고스란이 남게 된다.

몇 몇 아이들이 그곳에 달라 붙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콩을 열심히 주어 먹는다.

먹을 것 앞에서는 욕심이 생기는 법. 제 앞에 있는 콩부터 주어 먹는게 아니라 손을 쭉 뻗어 남의 앞엣 것에 먼저 손을 댄다. 그러면 서로 그것 가지고 옥신 각신...

그러나 고소한 콩은 금방 느끼하기 때문에 많이 먹지는 못한다. 주둥이에 묻은 검댕이를 보고 서로 손가락질 하며 웃는다. 이제 남은 불씨를 꺼야 하기에 그곳에 고추를 내놓고 오줌을 갈겨댄다.

그렇다고 콩서리를 매일 하는 것은 아니다. 이삼일 전 다른 애들이 콩서리 해 놓고 다 처치하지 못하고 남은 콩들은 적당히 불어서 맛이 더 좋은데 공복에 그 콩을 주어 먹는 것이다.

알고 보면 똑 같이 오줌을 갈겨대서 불은 콩인 줄 모르고 먹은 것이다. 후에 알고 서로 깔깔대며 웃고 지냈던 그 시절이 더욱 생각난다.

고향을 찾은 길에 옛 생각이 나서 콩청대를 해 먹어봤다. 몇 몇이 모여 불도 지피고 윗도리를  벗어서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재현해 본다.

콩을 먹어 보니 옛 콩보다 더 맛있는 콩이건만 그 맛과 같지 않은 것 같다.

이미 세월이 그렇게 만들었는가 보다. 그 맛을 느낄 수 있는 어린이들은 이제 볼 수가 없다.

다 지나가 버린 그리운 옛 추억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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