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26일(토)
벌써 9월의 끝자락에 와 있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는가 했는데 봄꽃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여름을 맞고 54일간의 장마가 끝나고 나니 어느새 가을을 맞는가 싶고, 이제 단풍을 맞이할 계절이 된 것이다.
올해는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코로나 전, 후 세대로 나뉠 만큼 생활패턴은 바뀌고 무엇보다 중요한 인간관계에서 사람을 만나는 것을 절제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으니 과거엔 상상도 못 할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니 더욱 답답한 일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건강을 지키기 위해 집안에만 쳐 박혀 있을 수도 없는 일로 남녀노소 모두가 이렇게 지나는 세월이 야속하긴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에겐 산행이 취미이자 내 건강을 챙기는 중요한 수단이다.
때론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 감염 우려로 절제도 하지만 한 번씩 길을 나설 수밖에 없다. 오늘은 합천에 소재한 처음 들어보는 허굴산과 금성산 연계하여 오르기로 한다. 합천에는 가야산과 남산제일봉, 우두산, 황매산을 올라본 것이 전부인데 이번 산행으로 이쪽 일대의 지형이 대략 익혀질 것 같다.
∥산행정보∥
♣ 소재지: 들머리-합천군 대병면 장단리 (장단교), 허굴산 정상-(대병면 장단리 산 54), 금성산 정상-(대병면 성리), 날머리-대병면 성리 567-2(주차장)
♣ 산행코스: 송정마을 장단교- 장군바위-허굴산-청강사-장단리-금성사-대원사-합천호주차장
♣ 거리: 약 9.5km( 들머리- 11:00, 날머리-16:00)
∥허굴산 개요∥
허굴산(681m)은 경남 합천에 위치해 있는 산으로서 황매산, 금성산, 악견산, 의령산과 함께 합천오악(陜川五嶽) 중 하나이다. 전체적인 산세는 능선이 동서로 뻗어있는 바위산이며 허굴, 용바위, 장군덤, 마당바위, 귀바위 등 다양한 모양의 기암과 암릉이 솟아 있다.
이로인해 산세가 비슷한 금성산, 악견산과 더불어 삼산(三山)으로 불리고 있는데, 이중 허굴산이 가장 높고 우람하여 삼산(三山)의 맹주(盟主)라고 부른다. 조망은 무척 우수하여 서쪽으로는 황매산과 모산재, 감악산이 한눈에 들어오고, 북쪽으로는 합천군 대병면의 넓은 평야와 함께 금성산과 악견산, 의룡산이 한폭의 그림처럼 다가온다.
허굴산이라는 이름은 "언덕 허(墟)", "우뚝솟을 굴(崛)" 자로서 마을에서 산중턱에 있는 굴을 보면 굴안에 부처님이 앉아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올라가 보면 부처님은 없고 빈굴만 있다고 하여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또는 "산의 속이 비어 있다"고 하여 부르게 되었다고도 한다.
∥금성산 개요∥
금성산(592m)은 경남 합천에 위치해 있는 산으로서 허굴산 바로 북쪽에 자리하고 있다. 전체적인 산세는 능선이 남서쪽에서 북동쪽을 뻗어 있는 바위산이며, 산세가 비슷한 허굴산, 악견산과 함께 삼산(三山)으로 불리고 있다.
조망은 최고로서, 합천호(湖)의 최고의 조망터이다. 먼저 북쪽으로 푸른 물결을 담고 있는 합천호가 한폭의 그림처럼 다가오고, 그 오른쪽으로 악견산과 의룡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서쪽으로는 황매산과 모산재, 감악산이 조망되고, 남쪽으로는 산 전체가 기암처럼 보이는 허굴산이 바라다 보인다. 그리고 정상에는 서기 1779년(정조2년)에 축성되었고, 경상도 기념물 제219호로 지정된 봉화대가 남아있으며, 산의 서쪽에는 수백척이나 되는 암벽 중간에 비단 소반에 꽃을 단 것 이란 뜻의 금반현화( 錦盤縣花)라는 넓은 반석(盤石)이 있다.
▼ 허굴산을 산행하고 금성산을 오르면서 가방에 넣어둔 핸드폰 트랭글이 작동되지 않은
것을 몰라 정확한 산행 정보를 얻지 못했는데 왜 이러한 현상이 가끔 일어나는지 모르겠다.
▼ 들머리인 장단리의 장단교에 도착한 것은 버스로 4시간 만인 11:00가 되어서다. 산행시간은 5시간이 주어지고 16:00까지 날머리 주차장에 도착해야 하는데 거리상으로 본다면 별 것 없어 보이는데 암릉인 산이라 시간이 빠듯할 것으로 생각되어 서둘러 산행하기로 한다.
▼ 무르익은 가을이라 너도나도 떨어져 있는 알밤을 줍기에 여념이 없다. 이곳은 특히 밤나무 재배를 하는 곳이 많은데 산밤이 아니기에 주인이 있는 밤나무 과수원이라면 절대 주워서는 안 될 일이다.
▼ 들머리에서 얼마 오르지 않아 바위들이 나타나고 아기자기한 바위를 오르고 우회하며 진행하게 된다.
▼ 바위에 붙어사는 상록성 여러살이풀인 구실사리가 오늘따라 보기가 좋다.
▼ 15분 정도 올라가니 주먹바위가 나타난다. 마징가젯 주먹이련가?
▼ 길게 이어지는 암릉을 따라 오르면...
▼ 주변 조망이 거침없이 펼쳐지는데 바로 앞 금성산은 이 허굴산 정상을 찍고 하산하여 오르게 되고 그 뒤로 대병4악 중 악견산과 멀리 의령산을 볼 수가 있다.
▼ 당겨 본 금성산... 이곳에서 봐도 암릉으로 이뤄진 까칠한 산으로 보인다.
▼ 그리 규모있는 암릉은 아니지만 늘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된다.
▼ 바로 건너편 높은 산이 황매산 중봉이고 오른쪽 멀리 월여산이 조망된다.
▼ 당겨 본 황매산의 왼쪽 암릉으로 된 삼봉과 중봉, 하봉
▼ 대병면 양리마을과 황금들녘 풍경
▼ 멀리 왼쪽 월여산(862m)과 가운데 풍력발전기가 있는 능선 오른쪽 끝으로 감악산(945m)을 당겨봤다.
▼ 대병면 양리 마을을 지나면 대병면사무소 소재지인 회양리가 나오고 합천호가 접해 있다.
▼ 하우스가 있는 주택이 고급스러워 보이고 그 아래 논들이 마치 남해 다랭이 마을의 다랑이논을 연상케 한다.
▼ 산을 소개하는 내용에는 굴바위, 용바위, 귀바위등 여러 바위들이 소개되는데 안내문이 없어 찾기가 어려운 것이 못내 아쉽다.
▼ 이 바위도 이름 하나 붙일만 한데...
▼ 인증하고 싶은 포토죤이 많은 산이다. 바위와 주변 풍경들이 잘 어우러져 있기 때문이다.
▼ 들머리에서 35분만에 올라 온 암릉... 사람이 서 있으니 파란 하늘과 대비되면서 더욱 박진감있는 모습이다.
▼ 살짝 밀면 굴러 내릴 듯이 덩그러니 놓여 있는 되바위...
▼ 작은 돌에 받쳐 있는 바위도 예사롭지 않게 보이고...
▼ 건너편에 장군바위가 있다는 암릉에 발 빠른 일행이 벌써 저곳에 가 있다.
▼ 올려다 본 정상방향의 암릉도 멋드러져 보인다.
▼ 등로에서 200여 미터 벗어 난 곳에 장군바위가 있다고 하여 막상 가보니 어느 것이 장군바위인지 뚜렷하지 않다.
▼ 장군바위로 보이는 바위에 앉아 한컷...
▼ 되바위가 있는 건너편의 암릉...
▼ 이곳에서 철쭉으로 유명한 황매산까지는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여서 그런지 보란듯이 철쭉 한송이가 자태를 뽐내고 있다.
▼ 등로에서 조금 벗어난 장군바위에서 되돌아 와 조금 오르니 엄청난 바위가 가로막고 우회하여 정상을 향한다.
▼ 이빨 형상의 바위까지 오르면 거의 정상 궤도에 접어든 것이니 이제부터 힘든 구간은 벗어난 셈이다.
▼ 전망대에서 바라본 남서방향의 풍경
▼ 오를 수 없을 것 같은 위치에 덩그러니 자신만의 영역을 고수하고 있는 바위
▼ 드디어 정상석에 도착, 12시 25분이니 시장끼도 있고 이곳 부근에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
▼ 정상석 뒷면에는 대병면 장단리 산 54라는 주소지도 기록해 놨다.
▼ 본격적인 하산길에 접어들면서 조금 시기를 놓친 노란망태버섯도 담아보고...
▼ 씨방이 마치 곤충 더듬이 같기도 한 물봉선도 모처럼 만에 담아본다.
▼ 거의 하산길에 청강사를 둘러보기로 하는데 사찰 집입로가 날카로운 바위로 되어 있어 인상적이다.
▼ 바위를 돌아 위치한 대웅전...주변이 잡초제거가 되어 있질 않아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다.
▼ 정상에서 점심식사를 마치고 하산하려던 참에 어떤 남성과 함께 있던 여회원이 코끼리바위를 봤냐고 묻는다. 리딩대장이 나눠준 지도상에는 코끼리바위가 없었고 당연히 다른 산우들도 본 것 같지 않아 모른다고 하자 다른 분이 인증한 핸드폰의 사진을 보여주며 우리가 지나온 등로를 조금 벗어나면 있다고 하며 함께 갔으면 하는 눈치다.
사진을 보니 코끼리 생김새는 아니지만 기이하게 보여 이왕이면 고생이 되더라도 한번 보고 가자는 욕심에 300여 미터를 되돌아 가 등로에서 벗어나 아무리 찾아도 보이질 않는다.
괜히 남의 말만 믿고 개고생 했다 싶고 맨 후미로 쳐져 있어 자칫 산행에 차질이 생길까 다시 진행방향으로 앞서간 산우들 꼬리를 잡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전력 질주해서 결국 산우들과 합류했지만 그전부터 귀가 얇은 내 자신을 탓하며 청강사 입구에 있는 등산로를 살펴보니 그곳으로 하산하면 코끼리바위가 있었고 여기서 등로가 합류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산행지도에 코끼리바위가 소개된 코스가 표시되었다면 선택할 수 있었던 일인데 이래저래 아쉬운 산행이 됐다.
▼ 이곳에도 대규모 밤나무 단지가 조성되어 있다. 산우들이 밤을 눈치없이 주워 봉지에 넣어 다니니 산밤 줍는 일꾼 아주머니들이 그것을 보고 노발대발하며 신고를 하겠다, 등로를 폐쇄하겠다는 등 뒤늦게 하산하며 한 톨도 줍지 않은 나를 보고 따지듯 해대니 그냥 죄송하다며 산우들이 도시 사람들이라 잘 모르고 주인 없는 산밤인 줄 알고 주워간 것 같다고 얼굴도 닉네임도 모르는 산우들을 대신하여 양해를 구하느라 혼쭐 났다. 견물생심(見物生心)이긴 해도 법적인 문제를 떠나 농가에 피해를 입혀서는 안 되겠다.
▼ 한창 알밤이 떨어지는 계절로 추석이 가까워졌다.
▼ 밤나무 단지를 지나 장단리 마을로 접어들고 앞에 보이는 금성산 방향으로 1km 지점을 이동해야 한다.
▼ 마을 어귀의 감나무에는 홍시가 열려 낙과된 홍시맛을 보니 꿀맛...
▼ 석산(이명: 꽃무릇)이 만개했다. 상사화로도 불리고 있으나 상사화라는 이름은 따로 있다. 잎이 지고 난 다음에 피기 때문에 잎과 꽃이 만나는 일이 없어 상사화라 부르기도 하는데 불갑사, 선원사의 석산이 장관을 이룰 시기다.
▼ 언뜻 고향의 화개산과 비슷해 보여 고향 생각에 잠시 젖어 본다.
▼ 장단교회 이정표가 있는 이곳에서 본격적인 금성산 산행이 시작된다.
▼ 금성산 들머리에서 급경사를 따라 50여분 올라오니 철계단이 나오고 정상이 얼마 안 남았음을 느낄 수가 있다.
▼ 8부능선의 우람한 바위가 나타나고...
▼ 바위 전망대에서 바라 본 허굴산... 허굴산 왼쪽 멀리 의령의 자굴산이 조망된다.
▼ 허굴산에서 장단리를 거쳐 올라온 발아래 풍경
▼ 정상석이 놓여있긴 하지만 봉수대가 높으므로 사실상의 정상은 봉수대일 듯 싶다. 다만, 정상석을 놓을만한 공간이 마땅치 않아 안전상 문제로 이곳에 놓여진 것으로 보인다.
▼ 계단과 안전로프가 있는 봉수대를 올라보기로 한다.
▼ 이 바위의 틈새로 빠져 나가면...
▼ 봉수대 안내문이 세워져 있고...
▼ 남쪽으로 탁 트인 전망이 보기 좋게 펼쳐진다. 너도나도 이곳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인증을 하느라 여념이 없다.
▼ 오른쪽 아래로 살짝 보이는 바위가 마당바위인가 보다.
▼ 북쪽으로는 합천호가 한눈에 들어오고 월여산으로 부터 오른쪽으로 우두산, 오도산까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 당겨 본 합천호
▼ 합천댐
1982년 4월에 착공하여 1989년 5월에 준공하였으며 총공사비 2621억원이 투입되었다는데 지형특성을 고려하여 댐 상류 6.5㎞ 지점에 위치한 취수구에서 길이 2.8㎞, 내경 5.5m의 발전용 도수터널을 뚫어 정격낙차 95m를 이용하여 연간 시설용량 5만㎾ 2기를 가지는 수로식 발전형식을 취하고 있다고 한다.
▼ 비계산 넘어로는 우두산이 있을 것이고 멀리 오도산과 그 뒤로 가야산도 조망이 되니 시계도 괜찮은 날씨다.
▼ 대명4악 중에 바로 앞의 악견산을 당겨 보고...
▼ 월여산 능선과 감악산 풍력발전기 사이로 멀리 황석산이 살짝 드러났다.
▼ 서쪽방향의 황매산
▼ 본격적인 하산길이 순탄치가 않다. 마치 얼마전 갔다온 북한산의 바람길을 걷던 생각이 난다.
▼ 등로가 지난 여름 많은 폭우로 쓸려 내려간 등로로 하산이 더디기만 하다.
▼ 정상에서 30여분 내려오니 악견사와 풍경이 어우러진 대원사의 종각이 보이고...
▼ 금성산을 배경으로 대원사가 잘 자리 잡고 있다.
▼ 이곳의 등산로 안내도에서 10여분을 더 내려가 주차장에 도착하면서 정확히 6시간만에 산행을 마친다.
허굴산과 금성산은 산은 작지만 암릉과 기암이 많아 차근차근 둘러본다면 의외의 볼거리가 많은 산임을 알 수가 있다.
산행코스를 좀 짧게 하면서도 코끼리바위를 못 본 것이 못내 아쉽기는 하다.
아직 단풍은 들지 않았지만 황금물결의 들판과 주변 풍경이 좋은 산이다. 특히 합천호와 북쪽 멀리 펼쳐지는 조망은 인상 깊다. 앞으로 파란 하늘과 오색의 단풍이 펼쳐질 가을 산행을 기대해 본다.
'산행 > 경상남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해] 금산 (0) | 2020.11.09 |
---|---|
[밀양/양산] 금오산 & 천태산 (0) | 2020.10.11 |
[거창] 보해산 & 금귀봉 (0) | 2020.06.28 |
[창원] 적석산 (0) | 2020.05.31 |
[남해] 망운산 (0) | 2020.0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