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7월 27일(토)~8월 4일(일)
여름 휴가철을 맞았다. 작년 보다는 덜 하지만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바다로 계곡으로, 또는 해외로 가족단위 피서를 떠나게 되는데 어디로 갈 것인가 해마다 고민을 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올해는 그럴 필요없이 일찌감치 지난 해 11월 부터 예약을 하고 준비해온 해외 트레킹을 떠나게 됐다. 국내의 유명산은 거의 다 올라봤고 유명섬도 웬만큼 다녀 봤기에 더 이상 나이 먹기 전에 눈을 돌려 해외로 나가보자는 생각에서다. 물론 개인적으로 간다는 것은 부담이 되기에 산악회의 아는 회원들과 그룹으로 결성하여 20여명의 인원이 가게 됐다.
누구나 마음은 먹어도 실제 떠나려면 여러가지 제약 요인들이 있게 마련이다. 우선 유럽으로 가는 7박 9일간의 시간을 낼 수 있느냐의 문제가 큰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사업을 하는 사람도 마찬가지일테고 직장상사의 눈치를 봐야하는 사람은 더욱 그렇다. 백수가 되어 시간이 많으면 비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부담이 자리잡고 있으니 이 또한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아무튼 일단 일을 저지르고 보자는 심산으로 옆지기와 함께 신청을 하고 예약을 마쳤으니 기회되는 대로 시간만 내면 되었다.
모두가 일사천리로 준비가 다 됐는가 싶었는데 떠나기 20일 전부터 집안에 안 좋은 일이 생기더니 급기야 일주일 전엔 옆지기가 갑자기 몸이 안좋아 파김치가 되어 병원을 들락거리는 상황이 됐고 뒤이어 나에겐 오른발등에 벌에라도 쏘인 듯 원인도 없이 부어 올라 병원에 가봤더니 뭔가에 감염이 되어 신발을 신기가 버거운 상태로 계속 치료를 해야하는 상황이어서 가게 된다는 보장 없이 예약금 한푼도 받지 못하고 못가는 신세가 되는가 보다 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떠나기 하루전 날까지 모두 컨디션이 90%이상 회복이 되는 바람에 많은 우여곡절 끝에 그렇게 바라고 바라던 유럽의 몽블랑으로 트레킹을 떠나게 된다.
∥트레킹 일정∥
♣ 7월 27일(토) 13:50 인천국제공항 출국(비행시간 9시간 20분)
22:20 (현지시각:16:20, 한국시간 보다 6시간 늦음)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 도착-기내식 3회
17:55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 출발 (비행시간 3시간 45분)
20:40(시차 1시간 썸머타임적용, 한국시간 보다 7시간 늦음) 스위스 제네바 국제공항 도착-기내식 1회
22:30 프랑스 샤모니의 알펜로제 롯지숙소 도착 및 짐 정리(전용버스로 1시간 30분 이동)
♣ 7월 28일(일) 07:15 조식
08:00~09:40 들머리인 <르 투흐> 시내버스로 이동
10:00~13:50 몽땅 페클레이 트레킹(8km)
14:30~15:30 우천관계로 숙소에서 점심
16:100~17:10 샤모니 시내 관광
18:00 석식
♣ 7월 29일(월) 07:15 조식
08:00~09:20 들머리인 <몽트록> 시내버스로 이동
09:20~17:20 락블랑 트레킹(12km)
18:00 석식
♣ 7월 30일(화) 07:15 조식
08:00~09:00 들머리인 샤모니 케이블카 탑승지역으로 이동
09:00~09:30 케이블카로 <프랑프라>에 도착 및 전망
09:30~10:20 케이블카로 <브레방>에 도착 및 전망
10:20~15:50 <브레방> 트레킹(14.5km)
16:20~17:00 샤모니 시내구경 및 등산화 쇼핑
18:00 석식
♣ 7월 31일(수) 07:15 조식
08:00~09:30 들머리인 <르 투흐> 시내버스로 이동 및 트레킹 준비
09:30~10:30 <샤라미롱> 및 <리 오딴느>까지 2회 케이블카 및 리프트 이용 전망
10:30~14:30 <발므> 트레킹(12km)
14:50~15:30 <보쑝>빙하 지역으로 시내버스로 이동
15:50~16:00 <보쑝>빙하 지역으로 리프트로 이동
16:00~15:15 빙하 관광 및 리프트 이동 하산
15:30~18:00 숙소 도착 및 석식
20:00~21:40 빙하폭포 관광
♣ 8월 1일(목) 06:30 조식
07:30~08:00 도보로 15분 거리인 열차역으로 이동
08:20~08:40 <리 펠레링>역에서 <세르보>역까지 열차 이동
08:40~17:00 <로쉬피즈> 트레킹(20km)
17:20~19:30 샤모니 시내 레스토랑에서 석식
♣ 8월 2일(금) 06:30 조식
07:00~07:45 <에귀디미디> 전망대 케이블카로 시내버스로 이동
08:06~08:25 <에귀디미디> 전망대 케이블카로 이동
08:25~09:50 <에귀디미디> 전망대 도착 및 시설물 관람, <쁘랑드레귀> 산장 케이블카로 이동
09:50~10:20 <쁘랑드레귀> 산장에서 커피타임 휴식
10:20~13:40 <그랑 발콩 노르> 트레킹(6km)
13:40~14:45 빙하 얼음동굴 체험
14:50~15:50 열차로 시내이동 및 산악인 공동묘지 관람
16:24~18:00 숙소 도착 및 스테이크 석식
20:50~09:10 가이앙 호수 산책
♣ 8월 3일(토) 06:30 조식
08:00~10:00 숙소 출발 및 스위스 제네바 국제공항 도착, 수속(1시간 30분 이동)
12:40~17:10 제네바 국제공항 출발 및 모스크바 국제공항 도착(3시간 30분)
20:45~
♣ 8월 4일(일) 11:10 인천국제공항 도착(비행시간 9시간 25분, 러시아보다 시차 6시간 빠름)
11:10~13:00 귀가
∥뚜르 드 몽블랑(Tour du Mont Blanc) 트레킹 전체 개념도∥
알프스는 스위스, 이탈리아, 프랑스, 오스트리아, 슬로베니아 등 유럽 여러나라들에 속해 있는데 그 중 몽블랑(4,807m)은 알프스 산군 중에 제일 높은 산으로 스위스, 프랑스, 이탈리아로 나뉘어져 있다. 이 몽블랑을 중심으로 일주일 이상 클래식한 트레킹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코스가 바로 뚜르 드 몽블랑(Tour du Mont Blanc)으로 약자로 TMB라 한다.
이 둘레길은 170km로 하루 평균 6~7 시간으로 짧게는 7일에서 길게는 15일 정도로 걷게 되는데 현지 전문 가이드가 동행을 하는, 여행사를 통한 그룹을 이뤄 여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뚜르 드 몽블랑의 트레킹 여행의 최적기는 6월~9월이다. 5월까지 눈이 내리고 10월이 되면 추워지기 때문에 선선한 여름이 휴식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이기 때문이다.
단순한 관광에서 트레킹 여행으로 힐링하고자 하는 해외여행자들이 부쩍 늘고 있다. 과거 네팔 히말라야 지역의 캠프 트레킹이나 중국등에서 얼마전서부터 몽블랑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추세이다. 이번 트레킹은 프랑스지역의 몽블랑 주변의 가장 볼만한 장소를 선택하여 7박 9일간의 여정을 기록해 봤다.
∥1일차-몽땅 페클레이(Montagne de Peclerey) 트레킹∥
♣ 일정: 07:15 조식
08:00~09:40 들머리인 <르 투흐> 시내버스로 이동
10:00~13:50 몽땅 페클레이 트레킹(8km)
14:30~15:30 우천관계로 숙소에서 점심
16:100~17:10 샤모니 시내 관광
18:00 석식
♣ 코스: 샤모니(Chamonix 1,036m) 알펜로제 도미토리 숙소에서 버스이동-르 투흐(Le Tour 1,479m)- 아흐장띠에흐(Argentiere)갈림길-르 페클레이((Le Peclerey 1,967m)정상-프티 드류& 몽블랑 뷰 파노라마(Petet Dru, 3,730m & Mont Bianc 4,810m view Panorama)-프티 발콘 노르(Petit Balcon Nord- 아흐장띠에흐(Argentiere)갈림길-르 투흐 (Le Tour)-샤모니 숙소로 버스이동
♣ 거리: 8km (약4시간 소요)
▼ 여객기로 12시간을 넘게 이동한다는 것은 보통 곤혹스런 일이 아니다. 사람들 틈바구니속에 롱다리로 꼼짝 없이 앉아 겨우 화장실에 갈 때나 나와 스트레칭이나 해야 되니 답답하기 말할 수 없다.
그래서 폐쇄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비행기를 타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나 산 정상을 어렵게 올라야 그 아래로 펼쳐진 진풍경을 보는 특권을 누리듯 결국 내가 원하는 그 무엇을 위해서는 고진감래해야만 한다.
인천국제공항을 오후 1시 10분에 출발한지 9시간 20여분에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넘어가는 저녁 해를 쫒아 가다보니 이곳은 6시간이 느린 오후 4시 20분 밖에 안된다.
▼ 다시 스위스 제네바 국제공항으로 가기위해 수속을 밟는데 검색대가 두개 밖에 안되어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일도 감수해야 한다.
인천공항에서 스위스 제네바로 직항하는 여객기는 항공료가 비싸 이렇게 번잡스런 절차를 밟아야 하니 할 수 없는 일이다. 아래 사진은 모스크바 공항내의 상가다.
▼ 스위스 제네바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천둥, 번개와 함께 쏟아지는 빗줄기가 심상치 않다. 내일 일정이 다소 염려가 되는 가운데 전용버스를 이용, 숙소로 이동한다.
▼ 이튿날 아침, 날씨를 보니 영 이게 아니다 싶다. 우여곡절 끝에 온 첫날부터 비가 오니 김이 빠질 노릇이다. 이곳도 여름이긴 하지만 이 철에는 날씨가 좋아 성수기로 알고 왔는데 6일간의 트레킹 중에 며칠간이 이런 날씨가 될런가도 알 수가 없으니 그저 하늘에 맡기는 수 밖에 도리가 없다.
가이드 말에 의하면 두달만에 처음 오는 비라서 이곳 사람들은 축복의 날이라고 한다는데 두 달만의 비가 하필 오늘이냐는 생각에 은근히 부아가 나서 염장을 지르는 말로 들린다. 아래는 앞으로 계속 머물 숙소이다.
1921년 첫 동계올림픽이 이곳에서 개최되었는데 이 숙소가 그때의 프레스센터라고한다. 100년 가까이 된 건물들이 지금까지 그대로 사용되고 있으니 우리나라 평창올림픽에 쏟아 부은 돈과 그 후 활용도를 생각하면 정말 실소를 금할 수 밖에 없다.
동계올림픽이 끝나고 얼마 후 우리나라 사람이 이 건물을 불허받아 이제는 모 여행사와 계약을 맺고 한국인이 주로 사용되는 숙소로 이곳 샤모니에서는 유일하게 한식을 제공하고 있어 트레킹과 몽블랑 등반, 여행객들이 주로 사용하고 있는 곳이다.
▼ 이곳 샤모니는 시내 전체를 셔틀버스가 운용된다. 외국인들은 전용 시티카드를 구매해야 하는데 여행비용에 포함되어 여행사에서 일괄 구매하여 개인들에게 분배해 줬다. 운전기사가 일일이 시티카드를 확인하는 것도 아니고 대부분 트레킹 인원들이란 걸 알고 있기 때문에 확인을 요하는 일은 없다.
그러나 분실하면 우리돈으로 7만원 정도의 카드를 분실하는 경우이니 잘 소지해야 한다. 30분마다 정류장에 버스가 오니 우리가 주로 이용하는 2번 버스는 매시간 24분과 54분이란 걸 염두에 둬야 했다. 우린 숙소에서 제일 가까운 <에꼴>이란 정류장을 이용했는데 코스가 이곳저곳을 둘러 10분씩 걸리므로 실제 시내 중심가까지는 왕복 3km정도여서 도보로 다녀도 충분히 소화해 낼 거리였다.
▼ 씨티카드
▼ 날씨가 좀 개었으면 하는 바램은 컸지만 두터운 구름층에 부슬부슬 내리는 안개비는 오늘 중으로 개이기는 글렀다는 생각에 어차피 하루 일정이 걷는 일이므로 우산을 받쳐 들고 습관처럼 둘러 메는 카메라를 휴대하고 들머리인 르 투흐에 도착했다. 도대체 주변의 산이 얼마나 높고 어떤 풍경인지는 종잡을 수가 없다.
▼ 들머리인 르 투흐(Le Tour)에 시내버스로 이동하여 도착, 트레킹 준비...보이는 건물은 5일차에 다시 와서 케이블카를 탈 승강장이다. 겨울에는 스키인들을 위한 케이블카이기도 하다.
▼ 완만한 등로로 들어서면서 들머리였던 마을 전경이 보인다. 이 마을은 리프트 시설이 보이는 것 같이 겨울이면 스키장이 개장되면서 거의 팬션으로 운영되는 것 같다.
▼ 촉촉히 젖은 육산을 구불구불 오르면서 보이는 식물들은 국내의 식물들과 비슷비슷, 이름을 알동말동, 뭔가가 좀 다르다.
▼ 조금 더 오르니 안개로 인해 점점 시야가 좁아진다. 조망은 아무것도 없고 바로 앞의 물체만 보일 뿐인데 등로 주변에는 야생 블루베리가 지천으로 깔려있어 열매를 따먹느라 모두가 정신이 없다. 맛도 달달하니 먹을만 하다.
▼ 국내의 야생화는 이름을 달아 줄 수 있으나 꽃이 비슷하면 잎이 다르고 잎이 비슷하면 꽃이 좀 다르니 이곳의 식물은 안다고 해서 우리 이름으로 달아 줄 수가 없으니 답답하긴 해도 담을 풍경이 없으니 야생화라도 건져가야 할 것 같다.
▼ 습지에서 자라는 국내의 부처꽃과 좀 닮은 듯 하지만 전혀 다르다.
▼ 이곳에서는 우리나라 말로 흑박주가리라는데 박주가리 식구와는 전혀 다르다.
▼ 부슬비로 인해 우산 쓴 이와 우의를 입은 이들이 오색을 이뤘다.
▼ 이곳 몽땅 페클레이 등로에는 바위마다 프랑스 국기 이미지 색깔을 칠해 놨더라.
▼ 잎은 털머위 같은데 꽃은 거시기 하더라...
▼ 그리 먼 거리는 오지 않은 것 같은데 얼마 가지 않으면 정상이라고 한다. 우리가 말하는 국내의 산 정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지나는 길의 한 이정표와 같은 곳을 의미하니 목적지를 말하는 것이다. 이쯤이면 멀리 프티 드류와 몽블랑의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을텐데 오늘은 말 그대로 꽝이다.
▼ 이곳에 바로 르 페클레이(Le Peclerey 1,967m)정상 이라는 곳이다. 돌무더기는 뭔가 했는데 살펴보니 대여섯명 정도 앉아 있을 수 있는 대피소를 엉성하게 만들어 놨다.
▼ 이곳에서 보는 조망이 괜찮은 모양이다. 잔디 상태를 보니 많은 사람들이 다녀간 흔적이 엿보인다. 첫날부터 날이 이 모양이니 내일도 맑다는 보장이 없어 실망감은 말할 수 없다. 그래도 오늘 하루 지나면 맑은 날이 되겠지 하는 마음만 가득하다.
▼ 이건 분명 초롱꽃인데 살펴보면 뭔가 께름칙하다. 전체에 털이 달렸기 때문이다. 흰꽃과 청색이 있어 뭘 모르는 사람들은 청색이 금강초롱꽃이란다. 명색이 우리나라 특산종인데 이곳까지 살겠다고 가출했을리 없다.
▼ 몽블랑 주변의 고산은 어느 정도 해발부터는 모두 나무 한 그루 없는 민둥산이지만 아랫쪽은 가문비나무가 엄청난 군락으로 빽빽히 숲을 이루고 있고 나무 둘레만 봐도 엄청나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 국내 솔체꽃 비스므리 하지만 잎이 전혀 아니다.
▼ 잎은 나래가막사리 비스므리 줄기에 날개가 없고 꽃은 등골나물 같지만 노란색에다
모양이 다르다
▼ 르 페클레이 정상에서 빙 돌아 다시 원점회귀하는 코스다. 다시 들머리 방향으로 향하면서 보이는 마을...
▼ 구름사이로 언뜻 보이는 이름 모를 봉우리가 마치 커다란 먹구름인 줄만 알았는데 살짝 드러난 위용에 마음이 두근거리지 않을 수가 없다. 날씨가 좋아지겠다는 한 줄기 희망이 보이는 듯 하다.
▼ 빙하에서 흘러 내리는 물인지, 비가 와서 흘러내리는 물인지 알 수가 없다. 물 빛깔은 어디든 거의 석회수가 희석된 물로 회색 빛을 띠고 있다.
▼ 이곳 젖소도 낯설기는 마찬가지다. 국내에는 거의 흰빛과 검은빛이 반반인 홀스타인 젖소인데 이 소들은 흰색과 갈색을 띠고 있는 젖소들로 워낭소리도 경쾌하질 않고 워낙 투박스러워 추수철에 새쫒아 내기위해 양재기 두들겨대는 소리다.
▼ 정말 국내 야생화인 개꽃과 흡사한 족제비쑥을 만났다. 유럽이 원산지이니 국내의 것들은 모두 이곳에서 이주를 한 셈이다. 개꽃이 설상화가 있는 반면에 족제비쑥은 없으니 구별된다. 붉은토끼풀 역시 이곳 샤모니에 많은데 유럽이 원산지이니 역시 마찬가지로 두가지 종류가 귀화식물임이 알 수가 있다.
▼ 국내의 조뱅이 꽃과 비슷하나 잎이 좀 다르다.
▼ 조망이 없어 재미없는 트레킹을 마치고 숙소로 이동, 점심을 먹은 후에 시내로 나가 관광을 하기로 한다. 가이드가 이곳저곳을 안내하는데 등산장비점, 슈퍼마켓, 맛이 괜찮다는 음식점, 아이스크림집, 유명 빵집과 선물용품점등을 소개하고 숙소로 이동시에 셔틀버스가 30분 마다 있어 저녁식사 시간을 준수하도록 안내한다.
▼ 샤머니 시내 중심가
▼ 시내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역시 두개의 동상이다. 하나는 자크 발마(Jacque Balmart)와 오라스 베네딕트 드 소쉬르(Horace-Bénédict de Saussure, 1740~1799)가 함께 몽블랑을 가리키며 서 있는 동상(왼쪽이 쟈크 발마)이고 하나는 그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세워진 미셸 파카르(Michel Paccard) 동상이다.
이 동상의 인물들과 몽블랑은 밀접한 관계가 있으니 내용을 필히 알아야 할 사항으로 자세한 내용을 다른 곳의 출처로 소개해 보고자 한다.
소쉬르는 스위스 제네바의 부유한 귀족 가문에서 태어난 학자였다. 그는 열네 살 때 이미 대학에 진학했는데 이후 열여덟이 될 때까지 제네바 근교의 산들을 모두 섭렵할 정도로 왕성한 모험심을 가진 청년이었다. 열아홉 살이 되던 해에 대학교수직을 얻을 목적으로 〈태양열에 관한 물리적 추론〉이라는 자연과학 논문을 제출하고 나자 약간의 짬이 생겼다. 그가 스위스를 벗어나 알프스 저편의 프랑스 샤모니를 방문한 것은 이즈음이다.
오늘날 알프스 최고의 산간 도시로 손꼽히는 샤모니는 그때까지만 해도 인적이 드문 산골 오지 마을에 불과했다. 소쉬르는 프레방(2526미터)의 정상에 올랐다가 바로 코앞에 거대한 성채처럼 우뚝 솟아 있는 알프스의 최고봉 몽블랑(4807미터)을 보고 넋을 잃는다. 몹시도 흥분한 그는 “저 산의 정상에 제일 처음 오르는 사람에게 막대한 상금을 주겠노라”고 공언한다. 1760년의 일이다.
하지만 현상금이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15년 동안 몽블랑 정상에 도전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 이전에도 알프스 자락을 오르내린 사람들은 많이 있었다. 대체로 수정 채취업자, 영양 사냥꾼, 약초꾼, 군인, 수도승 같은 사람들이다. 다시 말해 종교적 혹은 군사적 목적이나 생활의 방편으로 ‘마지못해’ 산에 올라야만 했던 이들이다. 그런데 다른 이유는 없고 오직 ‘산에 오르기 위하여’ 산에 오른다니, 그것도 ‘대악마’가 버티고 있는 몽블랑에 올라야 한다니 선뜻 지원자가 나섰을 리 없다.
몽블랑의 초등은 소쉬르가 상금을 내건 지 꼭 16년의 세월이 흐른 다음에야 이루어졌다. 샤모니의 수정 채취업자 자크 발마와 마을 의사 미셸 파카르가 그 주인공들이다. 그들이 몽블랑 정상에 올랐다는 것은 당시만 해도 ‘세상을 뒤흔들 만한’ 빅뉴스였다. 사람들은 산에서 내려온 그들을 둘러싸고 빗발치듯 질문을 던져 댔다. 악마를 만났는가, 거기에 용이 똬리를 틀고 있지는 않던가 등등. 발마와 파카르는 기진맥진한 채로 대답했다.
아무것도 없소. 저 위엔 눈과 얼음과 바위뿐이오.
엄청나게 추워서 동상에 걸렸소.
하지만 경치만은 정말 멋졌소!
알프스에 대한 중세적 환상이 깨지는 순간이다. 소쉬르는 물론 약속한 대로 그들에게 초등 상금을 지급했다. 그리고 알프스는 이제 ‘인간이 오를 수 있는’ 산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세계 등반사는 몽블랑 초등(1786년)을 근대 등반의 시점으로 보고, 소쉬르를 ‘과학적 근대 등반의 아버지’라고 부른다.
▼ 후에 세워진 마을 의사였던
미셸 파카르(Michel Paccard) 동상
샤모니의 수정 채취업자 자크 발마(Jacque Balmart)와 마을 의사 미셸 파카르(Michel Paccard)의 이름은 1786년의 몽블랑 초등자로서 세계 등반사에 영원히 아로새겨졌다. 하지만 현상금이 걸려 있었고 희대의 스타가 되었던 일인지라 스캔들 또한 끊이지 않았다. 스캔들 최초의 발설자는 다름 아닌 자크 발마였다. 그는 명예를 독차지하고 싶었던지 이후 “파카르는 피로와 설맹과 동상으로 정상에 서지 못했다”고 떠들고 다녔던 것이다.
이 가설이 널리 퍼지게 된 데에는 프랑스의 대문호 알렉상드르 뒤마의 역할이 크다. 1832년 샤모니를 찾아온 뒤마는 당시 이미 ‘전설적인 인물’이 되어버린 유명한 가이드 자크 발마를 만나 그의 영웅담을 경청한 다음 그것을 글로 써서 발표했다. 대문호에 의해 각색(?)된 ‘몽블랑 모험담’이 얼마나 커다란 대중적 파급력을 발휘했을지는 불문가지다. 덕분에 샤모니 광장에 세워진 기념 동상의 두 주인공은 소쉬르와 자크 발마였다. 미셸 파카르의 이름과 역할은 역사에서 깨끗이 지워진 것이다.
훗날이나마 이것을 바로잡게 된 것은 다름 아닌 소쉬르의 미공개 일기였다. 당시 파카르는 소쉬르를 자신의 집으로 초청하여 몽블랑 초등에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준 적이 있는데, 소쉬르가 그것을 고스란히 일기에 적어 놓은 것이다. 소쉬르의 일기에 따르면 파카르도 분명히 정상에 올랐을 뿐 아니라, 정작 상대방의 도움을 많이 받은 사람은 자크 발마였다고 한다. 등산이 추구하는 것이 ‘무상의 가치’라고는 하나 그것도 돈과 명예가 걸려 있으면 이런 식의 이전투구가 벌어질 수밖에 없는 것인가 싶어 씁쓸한 웃음을 짓게 하는 일화다. [출처: 심산스쿨]
▼ 단체 기념사진
▼ 샤모니 곳곳의 집이나 상가에는 밖에 꽃을 내 걸어 놨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화초를 키우면 집안에서 키우고 자신들만 보게 되는데 프랑스의 국민성은 자신보다 외부인들이 더 즐겁게 볼 수 있도록 장식해 놔서 거리가 더욱 화려해 보이고 온화한 느낌을 받는다. 물론 우리나라도 관청에서 공원이나 도로등 공공장소에는 관리하지만 이곳은 각 개인집에서도 모두 그러하니 국민의 의식과 문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가 있다.
▼ 이것도 동상인가? 지나가던 어린이가 무심코 기댔다가 움직이는 바람에 놀라 부모한테로 달려가는 것을 보고 나도 흠짓 놀랐다. 이런 퍼포먼스도 새삼스럽게 보인다.
▼ 꽃과 함께 화려하게 단장한 상가의 주택
※ 이렇게 하여 오늘의 일정을 소화해 냈다. 비록 날씨는 궂어 다소 실망감은 있었지만 시내를 돌아보며 분위기를 전환시켰다. 내일의 맑은 날씨를 기대하며 숙소로 향한다. 샤머니에서 유독 우리 숙소만이 한식으로 점심, 저녁을 먹게 되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아침은 빵과 우유가 제공되고 점심은 한식 도시락, 저녁은 매일 메뉴가 바뀌어 오늘은 돼지 김치찌개가 나왔다. 한국에서 먹는 김치보다 어찌된 일인지 더 맛이 있다. 점심에 제공된 통조림 김치도 얼마나 맛있는지 모른다. 고추장과 김에 김치를 버무려 아예 비빔밥을 만들어 먹는 사람이 많다. 후식으로 복숭아, 사과등을 먹으니 가끔씩 먹는 행동식과 함께 공복으로 트레킹에 지장을 주는 일은 없다.
시차 적응이 안되어 낮에도 졸음이 오고 밤에는 잠도 잘 오지 않는 상황이지만 점점 적응이 되면 며칠간의 트레킹은 즐겁고 행복하게 끝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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