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10일(토)
정말 오랜만에 가보는 강천산이다. 아니, 산을 간 것이 아니라 현수교를 건너보고 강천사 주변을 둘러본 게 고작인데 10년은 더 됐을 것 같다. 야생화를 촬영하러 다니다가 덤으로 들러 본 것이다.
현수교를 건너면서 강천산 정상은 어디쯤일까 궁금은 했지만 감히 엄두도 못 내는 일이기에 그냥 생각뿐이었는데 세월이 흘러 지금에서야 오르게 됐으니 감개가 무량하다. 다닐만한 나이에는 쳐다도 보지 않던 산을 나이가 들어 다닐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는데 다시 그 장소에 와서 정상을 걸으며 그날을 추억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 일대는 단풍으로 워낙 유명산이 많아서 엄청난 인파가 북적이게 되는데 단풍 끝물인 오늘도 하산길에 해가 뉘엿 넘어 가는데도 강천사로 올라가는 관광객의 수가 줄어들 줄을 모른다.
저물어 가는 가을이 아쉬운 듯 저마다 추억을 남기려는 사람들 틈에 낀 나 역시 이곳에 있으니 130대명산 완등이 점점 가까워 온다는 보람도 함께 느낀다.
∥산행정보∥
♣ 소재지: 들머리-전남 담양군 금성면 금성리 산 89-1(금성주차장), 왕자봉-전북 순창군 팔덕면 청계리, 날머리-전북 순창군 팔덕면 청계리 924(주차장)
♣ 산행코스: 금성주차장-남문-북문-산성산(연대봉)-강천산(왕자봉)-현수교-강천사-일주문-강천산주차장
♣ 거리: 12.7km(들머리-11:10, 날머리-16:40)
∥강천산 개요∥
강천산(剛泉山)은 원래 광덕산(光德山)이었으나, 신라 말 도선국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강천사(剛泉寺)라는 유명한 사찰이 있어 강천산이라고도 불리게 되었다.
조선시대의 지리지나 문집 등에는 강천산보다는 광덕산이라는 명칭이 더 일반적이다. 또한 풍수지리상 용이 꼬리를 치며 승천하는 형상이라서 용천산(龍天山)으로 불리기도 했다. 강천산의 주봉(主峰)인 왕자봉[583.7m]은 호남 정맥에서 동쪽으로 약간 벗어나 있으며, 강천산의 가장 높은 봉우리는 산성산[603m]이다.
강천산의 옛 이름을 간직한 광덕산은 호남 정맥에 위치하고 있다. 따라서 엄밀히 말하여 지리산처럼 산 전체를 아우를 때는 강천산, 주봉[정상]은 왕자봉, 가장 높은 봉우리는 산성봉, 그리고 남쪽 끝자락의 광덕산은 광대봉으로 불러야 옳다.
강천산은 예로부터 호남의 소금강(小金剛)으로 알려진 명산이며, 1981년에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군립 공원으로 지정되었다. 해발 583.7m의 강천산은 계절별로 봄에는 진달래, 개나리, 벚꽃, 여름에는 더위를 식혀 주는 시원한 폭포와 계곡, 가을에는 애기단풍, 겨울에는 잔설로 덮인 현수교가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또한 강천산, 광덕정, 흥화정이라는 정자와 순창삼인대 (淳昌三印臺) [전라북도 유형 문화재 제27호], 깎아지른 계곡에 만들어진 길이 76m의 호남 제일의 구름다리인 현수교 등이 볼거리다. 2003년에 인공으로 조성된 병풍폭포는 높이 40m의 자연 형상을 최대한 활용하여 자연미와 웅장함이 살아 있다.
2005년에 2.5㎞의 웰빙 산책로[맨발 산책로]가 조성되었으며, 2009년에는 삼림욕장이 조성되었다. [순창문화대전]
▼ 들머리에서 오른지 15분 정도 되니 첫 조망터에서 바라본 건너편 추월산, 저곳도 아직 못 올라 본 100명산인데 공지가 워낙 뜨지 않아 애를 먹는 곳 중의 하나다.
이쪽 지역에 이곳 강천산을 비롯, 내장산, 백암산 등 워낙 단풍철에 유명산이 많아 그곳 산들에 비해 밀리다 보니 공지가 안 오르는 것으로 생각할 수 밖에 없다.
▼ 강천산의 정상은 왕자봉으로 들머리인 이 산은 산성산으로 따로 구분이 되어있다. 강천산의 정상은 왕자봉(584m)으로 산성산의 연대봉(603m)이 왕자봉 보다 19m가 높다.
마치, 삼성산과 관악산과 같이 인접해 있는 산이어서 강천산의 최고봉인양 행세를 하고 있는 셈인데 강천산의 왕자봉만 오르는 것이 의미가 없으니 산성산과 연계하여 산행을 하다보니 착각을 하게 만드는 것 뿐이다.
▼ 남문에 도착, 산성의 위용이 잘 보존된 성곽과 함께 드러났다.
▼ 산성은 우리나라 성곽의 대표적인 형태로 산의 지세를 최대한 활용하여 능선을 따라 축조한다. 평야을 앞에 둔 산에 자리잡는 것이 보통인데 ,평지와는 동떨어진 깊은 산 속에 쌓기도 하였다. 호남 3대 산성중의 하나인 금성산성은 연대봉, 시루봉, 노적봉, 철마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내성과 외성으로 성벽을 쌓았다.
1895년에 제작된 금성진도를 보면 내성에는 동헌, 대장청, 내아 등 관청 건물이 들어서 있었다.
산성의 축조 시기는 고려 우왕 6년(1380년) 고려사절요에 언급되고 점으로 보아 적어도 고려말 이전으로 추정할 수 있다. 주변이 절벽이라 접근이 어려운 지형적 특성 때문에 임진왜란 때는 의병의 거점이 되었으며 1894년 동학농민운동 때 혈전이 벌어져 각종 시설이 불타고 동, 서, 남 북문의 터만 남았다.
또한 한국전쟁 때에 성안에 있던 보국사가 불에 타 현재는 주춧돌만 확인되고 있다. 1995년 서문부터 허물어진 성곽에 대한 보수를 시작하였으며 남문과 북문을 복원하였다. 금성산성의 전체 성곽 길이는 7,345m으로 외곽이 6,486m,내성은 859m이다. [안내문]
▼ 남문에서 렌즈로 당겨 본 내남문
▼ 뒤돌아 본 남문
▼ 내남문을 지나 북문방향으로 진행되는 등로가 떨어진 낙엽등으로 제법 운치가 있다.
▼ 이곳 산중에 무슨 독채가 있는가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 범종이 있는 것으로 봐서 암자같다.
▼ 규모가 제법 컸을 것으로 추정하는 금성사 또는 보국사터로 금성산성의 수호사찰의 기능을 했던 곳으로 안내문에는 적혀있다.
▼ 단풍이 지고 낙엽의 색깔이 노란색이나 붉은색을 띠고 있는데 이렇게 완전 갈색에 흰바탕으로 떨어져 있는 갈참나무의 낙엽도 이색적이다.
▼ 북문에는 이미 와 있는 다른 산악회팀과 한데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이곳에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한다.
▼ 성곽을 따라 계속 가다 보면 연대봉으로 오르게 되는데 날씨가 미세먼지와 함께 안개가 끼어 조망이 별로 좋질 않다.
▼ 왼쪽에 보이는 봉우리가 맞은편 강천산의 왕자봉이다. 저곳으로 가려면 이곳에서 바로 직진하여 현수교로 내려가서 다시 저곳으로 치고 올라야 하는 부담이 있다.
따라서 진로를 변경하여 다시 북문쪽으로 유턴해서 성문을 빠져나가 저곳으로 돌아가는 순탄한 코스를 이용하기로 한다.
▼ 애당초는 진행방향으로 직진, 하산하여 현수교에서 왕자봉으로 올라 깃대봉으로 해서 하산하는 코스를 계획했으나 연대봉에 올라 다시 코스를 수정하게 된 것이다.
▼ 다시 북문으로 유턴하던 중 당겨 본 추월산...저곳도 아직 못 가본 100명산인데 중간대장과 걷다가 추월산을 오를 기회가 좀처럼 생기지 않는다고 하자 내일 자신이 다른 산악회에서 추월산을 오른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반사적으로 나도 갈 수 없냐고 물으니 알아보겠다고 하더니 한자리 남았다고 갈 수 있다는 말에 내일도 저곳으로 졸지에 오르게 됐다. 그리 오랜기간 기다려도 이뤄지지 않던 것이 하루 아침에 이뤄지니 사람일이란 것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 연대봉에서 왕자봉으로 가는 길은 조금은 도는 듯 해도 육산이어서 편하고 업다운이 심하지 않아 빠른 걸음으로 왕자봉까지는 1시간20분만에 도착했다.
▼ 44명 인원 중 이곳 코스로 온 회원은 불과 8명 뿐이고 절반 인원은 강천사 주변의 풍경만 보려는 회원들이고 나머지 인원은 연대봉에서 바로 구장군폭포로 해서 현수교를 지나 하산하는 팀들이다.
▼ 왕자봉에서 하산 중 전망대에서 바라본 맞은 편의 산군들...
▼ 바로 아래에는 현수교가 보인다. 왕자봉에서 깃대봉으로 해서 주차장으로 하산하려 했으나 의미가 없어 현수교로 해서 강천사로 내려가면서 마지막으로 남은 단풍을 보고자함이다.
▼ 우측으로는 금성산 연대봉의 능선이 보인다. 하산길에 두명이 현수교 방향에서 왕자봉을 오르던 중 만났다. 그들이 원래 계획했던 코스인데 우리가 코스를 변경하여 왔던 것이다.
현수교방향에서 왕자봉으로 오르는 코스가 말 그대로 우리가 걸은 코스보다는 거리는 짧지만 훨씬 힘들겠다는 생각이다. 시간상으로도 우리가 빠른 것 같으니 말이다.
▼ 전망대에서 당겨 본 현수교
▼ 해가 계곡에서 사라지기 전에 잽싸게 하산하여 마지막 단풍구경을 즐기기로 한다. 다행히 조금은 단풍이 붙어있는 것 같다.
▼ 비록 구장군 폭포는 가보지 못했지만 꽤 오래전에 건너본 현수교도 건너보고...
▼ 예전에도 이렇게 담아봤던 현수교도 다시 담아보고...
▼ 단풍이 얼마나 붙어있는지 계곡 윗쪽으로 살짝 올라가 본다. 끝물인 단풍이 아직 제 빛을 잃지 않고 발하니 보기 좋다.
▼ 강천사에 도착, 옆지기도 모처럼 단풍구경에 기분이 좋은가 보다.
▼ 단풍도 이런 아기단풍이 더 이쁘다. 내장산의 단풍이 거의 아기단풍인데 이곳에도 볼 수 있다.
▼ 강천사 전경
▼ 물빛까지 붉다. 지난 주가 단풍이 절정이었을 것으로 생각이 되는데 지난 며칠 사이에
비바람으로 인해 많이 떨어져 아쉽지만 그런대로 멋지다.
▼ 담양은 곳곳에 메타세콰이어나무가 많은 편이다. 이곳에도 몇 그루의 나무가 기울어 가는
햇살을 받아 화려함의 극치를 이뤄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 단풍이 지지 않았더라면 이러한 계곡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경을 이뤘을텐데 이제 을씨년스럽게 겨울채비를 하고 있다.
▼ 떨어진 단풍조차도 아직은 붉은 빛을 잃지 않아 만추의 분위기가 아직은 남아 있다.
▼ 마지막 잎새에 비쳐진 강천계곡의 풍경
▼ 병풍폭포
2003년 병풍 바위에 조성된 인공 폭포로, 병풍폭포는 폭포수가 흐르는 병풍 바위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전설에 의하면 강천사(剛泉寺))를 찾아가는 사람이 병풍 바위 밑을 지날 때, 전생에 죄를 지은 사람은 바위가 자기에게로 넘어질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지은 죄를 뉘우치고 사죄하는 마음이 든다는 이야기가 전해오며, 따라서 이 병풍 바위 밑을 지나온 사람은 죄진 사람도 깨끗해진다고 한다.
높이 약 40m, 폭 약 15m, 낙수량이 분당 5톤에 이른다. 병풍폭포는 관리 사무소에서 약 100m 상류 쪽에 위치하는 폭포이다. 관리 사무소를 지나 약 100m 지점에 위치하는 강천산 군립공원 내 6개의 폭포 중 첫 번째 폭포로, 이 지점에서부터 맨발로 걷는 코스가 시작된다.
주차장 부근까지 도착했다. 주차장마다 승용차, 버스가 만차이다. 요즘철에는 모든 관광객들, 등산객들이 이쪽 지방으로 다 몰려든 느낌이다. 이번 산행을 통해 금성산성을 포함, 연대봉을 알게 되었고 강천산의 주봉인 왕자봉을 올랐으니 누가 물어봐도 이젠 강천산에 대해 어느 정도 얘기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날씨만 더 좋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단풍이 그나마 예상외로 붙어 있어서 위안을 삼아 본 산행이다.
▼ 귀갓길의 메타세콰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