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28일(토)
문경쪽의 유명산은 산세가 좋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은 편이다. 물론 괴산군과 맞물려 있어서 괴산도 역시 마찬가지다. 이번에 오르게 된 둔덕산은 처음 들어 보는 산이어서 주변 지형을 알아보니 내가 가봤던 남쪽으로 도장산, 남서쪽으로 속리산, 북서쪽으로 사랑산, 북쪽으로 칠보산과 희양산등 문경과 괴산을 오가며 오른 중간쯤에 위치해 있음을 알게 되고 더군다나 꼭 올라봐야 할 명산인 대야산과 연계된 곳이어서 들머리에서 방향을 틀어 대야산을 홀로 오를까 고민도 해봤다.
그러나 대야산은 앞으로 공지에 뜰 확률이 있지만 둔덕산은 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음을 접기로 했다. 들머리의 주차장은 하산식으로 예약을 해 놓은 식당이고 그곳으로 부터 바로 산행을 시작하기로 한다.
32명의 인원 중 7명은 월영대 계곡물에서 물놀이나 한다고 빠지고 25명이 오르기 시작하는데 대야산자연휴양림로 가는 펄펄 끓는 아스팔트 임도를 2km가니 벌써 땀은 흥건하게 젖어 든다. 7부 능선쯤 오르니 급경사로 이어지고 된비알이라 여간 곤욕이 아니다. 나도 땀이 많은 편이지만 회원 두명은 이미 상하의가 완전 물속에 들어갔다 나온 꼴로 땀으로 범벅이 됐다.
이러다 온열환자 발생등 무슨 사고라도 날 듯 하다. 전체 산행거리 11km에서 4km지점도 못와서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이도 있으니 은근히 걱정이 될 수 밖에 없다. 결국 둔덕산 정상을 찍고 되돌아와서 삼거리에서 왔던 길로 하산하는 인원이 절반이나 되고 결국 12명만 정상코스를 밟게 됐다는 것을 한참 오른 후에 알게 됐다.
∥산행정보∥
♣ 행정구역: 들머리, 날머리-경북 문경시 가은읍 완장리 431-1(돌마당식당 주차장), 정상-경북 문경시 가은읍 완장리
♣ 산행코스: 돌마당식당 주차장-대야산자연휴양림-둔덕산-손녀마귀통시바위-마귀할미통시바위-용추계곡-월영대-원점회귀
♣ 거리: 11km(들머리-09:50, 날머리-17:10)
∥둔덕산 개요∥
높이는 970m로, 백두대간의 대야산(931m)과 조항산(951m) 사이에서 동쪽으로 솟아 있다. 암벽 능선이 아름다운 곳으로, 수림이 울창하다.
산 아래에는 산세가 아름답고 물이 맑은 선유구곡(仙遊九曲)으로 유명한 선유동계곡이 있는데 선녀들이 하늘에서 내려와 놀았다고 하여 선유동이라 불렀다.
거대한 화강암반을 뚫고 쏟아지는 폭포 아래에 하트형으로 패인 특이 한 소(沼)용추를 흐르는 용추골의 물은 깨끗하기가 그지없다. 대야산은 인기있는 여름 산행지로 7-8월에 가장 많이 찾는다.멀리 속리산·청화산·조항산·대야산·장성봉·희양산이 둘러서 있으며, 기암괴석과 폭포·소(沼)가 어우러져 수려한 경관을 이루고 있다.
▼ 둔덕산에서 대야산 방향으로 가던 중의 풍경. 둔덕산 높이는 도상에는 970m로 표시되어 있으나 정상석에는 969m로 표기되어 있는데 정확한 높이는 969.6m인 것 같다. 그냥 반올림해서 써도 될 일을 왜 낮췄는지 모르겠다.
▼ 출발 전 꾸물대다가 회원들이 다 사라진 뒤 뒤늦게 출발한다.
▼ 계곡의 풍경이 예사롭지 않아 몇 컷 담아 보는데...상류에서 피서객들이 많이 즐기다보니 이곳 하류의 물은 검은 이끼가 낀게 좀 꺼림직하다.
▼ 평탄한 길로 자꾸 내려가는 게 이상하다 싶다. 모르는 회원들이 많아 앞서가는 등산객이 회원인 줄 알고 무작정 따라 간 것이 잘못이다. 나들길이 있다는 걸 뒤늦게 알고 반대편에서 오는 분들에게 오르는 길을 묻자 아스팔트 임도로 올라가라고 해서 그새 300m는 떨어진 거리를 따라 잡느라 등줄기에 땀은 흥건하다.
▼ 대야산자연휴양림 정문에서는 1인당 2,000원의 입장료를 내야하는데 먼저 간 팀에 어쩌구 저쩌구 해서 무사통과...
▼ 아직도 보이지 않는 회원들...자칫 초입부터 알바하는 날엔 이 더위에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서둘러 발걸음을 재촉해 보지만 왜 이리 더딘지...
▼ 마침 이곳 안내지도가 있는 곳에서 잠시 회원들이 쉬는 틈에 합류하고 본격적인 산행에 들어 간다.
▼ 요새는 산행을 뜸하게 해서 무슨 야생화가 피고 지는지 감이 잡히질 않는다. 흔하디 흔한 등골나물이 한창 피기 시작할 시기이다.
▼ 나무 그늘이 있어서 다행이긴 하지만 바람 한점 없는 습도 높은 날씨여서 푹푹찐다.
▼ 이런 너덜길이 있어 무더위로 예민해진 신경을 더 건드린다.
▼ 먼저 올라가던 회원이 엄청 시원하다며 쭈그리고 앉아 있다. 안내문에는 풍혈이 나온다는데 이 일대가 지하에서 뿜는 시원한 바람이 나오는 곳이어서 신기하기도 하고 잠시 땀을 식혀 보는데 역부족이다.
▼ 많은 산을 오르내렸지만 이런 급경사를 지속적으로 오른다는 것은 내공이 쌓이지 않으면 그만큼 힘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이쯤에서 한 분이 올라오는데 깜짝 놀랐다.
아무리 봐도 온 몸을 물속에 담갔다가 금방 나온 사람 같았다. 상하의가 펑하게 젖어 물이 뚝뚝 떨어지는데 무슨 사고라도 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 땀이 많은 사람이지만 저렇게 까지 땀을 흘리는 사람은 처음 봤기 때문이다. 평상시 취미로 산을 오르기에 망정이지 이 무슨 미친 짓거리들을 복중에 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 일단 능선에 올라왔다. 여기서 한숨들 돌리고 둔덕산 정상에 올랐다가 다시 이곳으로 와서 반대 방향으로 올라야 하니 왕복 800m를 갔다 와야 한다.
이럴 땐 에어컨 바람에 수박 화채를 먹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만으로 즐겁고 당장 시원한 물 한모금에 과일 한쪽 먹는 것이 최고의 행복한 시간이다.
▼ 아무리 힘들고 바빠도 꽃 한송이에 대한 애정이 가는 것은 나로서는 어쩔 수 없다. 벌써 <꽃며느리밥풀> 예쁘게 폈다.
▼ 정상석이 영 마뜩지가 않다. 서서 찍자니 어울리지 않을 것 같고 쭈구리고 앉아 눈높이를
맞춰본다.
▼ 정상에서 주변 풍경을 보는 즐거움으로 산을 오르는 경우가 많은데 오늘은 날씨가 도움이 안된다. 겨우 희양산만 모습을 보여 주는데 주변은 그나마 온통 잡목으로 둘러 쌓여 있어 조망이 없다.
▼ 남쪽을 바라보니 조망은 꽝~ 12시가 좀 넘은 시간으로 점심을 먹기로 한다. 옆지기와 직장 동료인 여회원이 지난번 원주 감악산 산행때 즉석 비빔국수를 시원하게 만들어 줘 맛있게 먹었었는데 오늘 또 여러회원들에게 나눠줘서 무더위에 밥맛이 없던 차에 정말 꿀맛 같았다.
국수를 풀어지지 않게 금방 삶은 것 같이 쫄깃하고 시원한 얼음팩에 휴대하는 방법까지 알려준다. 싸 갖고 간 밥은 그대로 남기고 왔는데 나중에 허기가 져 걷는데 애를 먹은 것은 밥힘으로 다니는 나의 체질을 거슬렸기 때문이다.
▼ 북쪽으로 진행할 코스인데 둔덕산을 내려온 만큼 또 올라가야 하니 갈 길이 멀다.
▼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둔덕산으로 올라갔다 다시 내려와 이곳 부터 진행할 삼거리인데 절반은 포기하고 하산했다 하니 더위가 사람의 기를 꺾어 놨다. 나는 애당초 포기란 걸 모르는 사람이니 당연히 가야되는 것으로 알고 그냥 내달렸던 것...그러니 평상시 융통성이 없다는 말을 듣는가 보다.
▼ 중간에 아직 싱싱하게 남아 있는 <흰여로>를 보자 정신이 번쩍 든다. 야생화를 배울 때 이런 꽃
을 찾아 동서남북 얼마를 다녔던가!
▼ 파란여로도 있지만 이것은 <푸른여로>이다. 두가지만 본 것만으로도 오늘 횡재했다는
생각이다.
▼ <속단>도 무리지어 피었다. 군락을 이뤄 피기 때문에 일부러 보기도 어렵지만 질리도록
보는 경우도 있다.
▼ 야생란 중에 <자란>이 있다. 난과는 전혀 상관없는 이와 같이<자란초>란 식물도 있다. 보라색꽃은 이미 진지 오래됐고 튼실하게 자라고 있는 군락을 만났는데 아직 꽃을 보지 못한 상태여서 아쉽다.
▼ 산세가 좋은 곳은 명품소나무들이 있게 마련이다. 조망과 어울렸다면 멋진 풍경을 그려냈을 것이다.
▼ 모처럼 진행할 방향의 조망이 살짝 보이길래 가던 길 멈추고 담아봤다. 저곳쯤 가야 뭔가 볼거리가 있을 것 같다.
▼ 약 7km지점 쯤 왔을까 조망터에서 뒤돌아 보니 둔덕산 정상이 빼꼼이 보인다. 꽤 먼거리를 온 것 같다.
▼ 습도가 높고 잔뜩 흐린 날씨에 박무까지 겹쳐 시원한 조망이 아쉽지만 그래도 들어 본 산들이 보이니 덜 답답하다. 언젠가 도장산에 올랐다가 보아둔 산들이다.
▼ 조항산에 가려 청화산(984m)이 안보이는 것이 아니라 박무에 가려 안보이는 게 틀림없다. 청화산으로 부터 조항산을 경유하는 백두대간 코스도 있는 것으로 아는데 기회가 언제 닿으려나 모르겠다.
▼ 손녀마귀통시바위를 만났다. 통시라는 말은 뒷간(화장실)의 방언으로 아는데 여기서는 어떤 의미
로 쓰여졌는지 궁금하다.
▼ 손녀마귀통시바위 위에서 내려다 본 모습
▼ 유두바위(젖꼭지바위)라고 부르지 않아도 자연히 머릿속에서 그려질 일인데 바짝 상기된 꼭지가
보는 이로 하여금 야릇한 미소를 짓게 만든다.
▼ 둔덕산 산행에서 최고의 풍경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물론 유명산들의 일부분을 보는 풍경이겠지만 추색으로 덧입힌다면 더 멋질 것이란 생각이다.
▼ 마귀할매통시바위가 있는 바위군의 당겨진 모습
▼ 저곳을 경유하여 진행하게 되는데 마귀할매통시바위를 지나면 안부가 있는 오른쪽 계곡으로 하산하게 된다.
▼ 완주한다고 뭐 그리 큰 자랑거리는 아니지만 여하튼 32명중 12명만 완주하게 되니 이쯤에서 기념사진 한장 담아 본다.
▼ 다시한번 남쪽방향을 조망해 보고...
▼ 진행할 방향 봉우리 우측으로 살짝 고개를 내민 대야산이 어서 오라는 듯 반갑다.
▼ 대야산으로 부터 뻗은 능선
▼ 좀 전에 지나왔던 바위능선
▼ 이 바위를 담는데 갑자기 천둥소리가 커지면서 먹구름과 함께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 로프를 짧게 잡고 올라야 하는 곳도 몇 군데 있어 산행을 더디게 한다. 비 오기 전에 조금이라도 빨리 진행해야 할 듯 하다.
▼ 굵은 빗방울이 온 숲을 때리는 소리가 엄청 웅장하게 들려온다. 한방울씩 떨어지던 빗방울이 폭우로 변해 순식간에 온 몸은 젖고 덕분에 있던 갈증도 사라지고 너무나 시원한 빗줄기다. 아쉬운 것은 사진을 찍을 수 없는 것인데 어쩔 수 없어 포기하고 무작정 걷기로 한다.
▼ 30여분 폭우가 쏟아졌을까, 비가 그치면서 비 오기전 조망보다 훨씬 나은 상태여서 여간 다행이 아닐 수가 없다.
▼ 운무가 능선을 감싸고 도는 모습도 이채롭고...
▼ 건너편 북쪽방향으로 전개되는 풍경에 매료된다. 얼마전 사랑산에 올라 중대봉과 대야산정상을 담았는데 이번에는 그 반대편에서 또 담게 되니 렌즈안에만 들어왔지 정작 밟아 보지 못하는 그리운 산이 되었다.
▼ 당겨 본 대야산
▼ 우측으로 계속 이어진다면 구왕봉, 희양산, 이만봉등이 자리잡을 것 같다.
▼ 동쪽 방향의 풍경
▼ 다시 뒤돌아 본 풍경
▼ 마귀할매통시바위
▼ 쾌청한 날씨였더라면 연엽산과 시루봉이 더 돋보였을 풍경.
▼ 깎아지른 절벽의 웅장함에 압도 당하는 느낌
▼ 능선따라 늘어선 바위군들도 시선을 사로 잡는다.
▼ 이 바위를 무엇이라 부르면 좋을까...하마바위?
▼ 이 암릉의 풍경을 끝으로 하산길에 접어 든다. 이제 더 볼거리가 없기에 산을 오르지 않은 팀과 중간에 하산한 팀원들이 하산식을 위해 기다릴 것을 생각하여 부지런히 내려간다.
▼ 참 파란만장한 세월을 보냈을 신갈나무 한그루가 다 드러난 뿌리와 함께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줘 신기하기까지 하지만 한편으론 애처로워 보이기도 하다.
▼ 용추골인가 너럭바위가 계곡에 있어 주변을 유심히 살펴본다. 중간에 내려오다 계곡물에 몸을 식히긴 했지만 이곳에 오니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생각뿐이지만 맨 뒤에 쳐져 내려오면서 그럴 수 없는 상황이 아쉽기만 하다.
▼ 물놀이로서는 최적의 장소, 알고보니 이곳이 바로 월영대임을 알게 됐다.
▼ 하산길이 만만치 않은 거리다. 갈증에 배까지 고픈상황, 다 왔으나 발걸음은 점점 쳐진다.
▼ 나무데크길은 하염없이 멀기만 하게 느껴지고, 등산화에 들어간 굵은 모래 두개는 빼고 걸어야 하는데 귀찮아 그냥 걸으니 여간 불편한게 아니다. 사막을 통과하는 어느 나그네가 온갖 고통속에 죽을 고비를 넘기고 사막을 건너고 나서 어떻게 사막을 건널 수 있었냐는 질문에 갈증도 모래바람의 고통보다 발바닥의 모래알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일념으로 건넜노라는 생각까지 나면서 나도 그 나그네가 되어 봤다.
▼ 저 물속에 풍덩 들어가고 싶은 생각을 몇 번이고 하다가 시간에 쫒겨 그냥 하산하고 만다.
▼ 드디어 용추폭포에 도착했다. 주변은 온통 물놀이를 즐기는 젊은이들로 꽉 찼다. 깔끔하게 사진 한장 담아보려는 폭포는 결국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 대야산은 꼭 가봐야 할 명산인데 왜 대야산 산행은 여름에 공지가 되는지 이제야 알게 됐다. 바로 용추계곡과 선유계곡이 한 몫 한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올해 대야산은 또 놓치고 마는 것인지 아쉬운 생각이다.
대야산 주변 산들만 뱅뱅 돌다마는 것은 아닌지 오늘 둔덕산을 포기하고 대야산을 올랐다면 그런 아쉬움은 깨끗이 덜어 버릴 수도 있었겠지만 어쨌든 언제 오를지 모를 이곳 둔덕산을 올라 멀리서 조망한 풍경도 의미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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