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25일(일)
어제 저녁 숙소에서는 횟거리에 술판이 벌어졌다. 술을 못하는 사람이야 별수 없는 일이지만 모처럼 1박하면서 그냥 잠자리에 들 사람은 없다. 이런 저런 얘기하며 웃음꽃을 피우다 보니 시간가는 줄 모른다. 지난번 흑산도에서와 같이 늦게 일어나 한라산을 못 오를 염려는 붙들어 매도 된다. 모두 함께 행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튿날 5시에 기상하여 식사하고 버스로 영실탐방안내소에서 하차하여 06:30 부터 산행을 시작하기로 한다. 그런데 탐방안내소에서 본격적인 산행기점인 영실휴게소까지 택시를 타든 알아서 그곳까지 가라는 리딩대장의 얘기다. 결국 슬금 슬금 모두 택시나 다른 승용차를 얻어타고 올라간다.
그곳까지 2km 거리를 몇 명 회원들과 같이 30여분 이상 걸려 도착했고 후미를 따라 잡아 첫 전망대에 오르니 올해 2월에 왔을 때 안개에 가려 주변을 전혀 보지 못했던 풍경이 펼쳐지는데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철쭉이 아직 제대로 피지 않았다는 전날 얘기를 듣고 다소 실망하였었는데 실제 올라와 보니 이곳 병풍바위쪽은 절정이었다. 물론 표고차가 있어 병풍바위 윗쪽으로는 아직 피지 않아 다음 주말이 절정일 것으로 판단되니 전체 만개된 철쭉을 보기란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윗세오름에서 처음으로 가보는 돈네코 탐방코스로 들은 바로는 볼 것도 없이 길고 지루한 된비알 코스라는데 이 코스만 탄다면 한라산 다섯개 들머리는 모두 알게 된다는데 의미를 두고 기분 좋은 발걸음을 한다.
♣ 산행코스: 영실탐방안내소-병풍바위-웃세족은오름-윗세오름-남벽분기점-평궤대피소-돈네코탐방안내소-주차장
♣ 산행거리: 약15.5km(들머리-06:50, 날머리-13:15)
▼ 영실탐방안내소로 부터 이곳 영실휴게소까지는 2km인데 경사진 도로로 올라오다 보니 40분 가량 걸렸다. 차를 타고 올라온 회원들은 이미 다 올라갔고 걸어 올라온 몇 명은 후미로 올라간다.
▼ 첫 전망대에 올라오니 중간 대열에 끼였고 지난번 2월에 안개가 자욱하여 데크 계단만 보며 올랐던 주변의 멋진 경관들을 둘러보며 카메라에 담기에 정신이 없다. 역시 영실코스가 소문대로 어느 코스보다 멋지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 다소 아쉬운 점은 해가 뜬지 얼마 안된 시간이어서 역광이라 사진 표현이 제대로 안되는 점이다. 더구나 철쭉은 제 색감을 표현해야 되는데 빛을 받으니 진분홍색이 제대로 나타나질 않는다.
▼ 어제 들은 정보에 의하면 철쭉이 50%밖에 개화되지 않았다는데 80%는 개화된 듯 하다. 그러나 이곳 병풍바위 주변 철쭉의 군락상태는 생각보다 조밀하지 않고 규모도 협곡이라 그리 크다는 느낌을 받지는 않았다. 정상은 어떠한지 궁금증과 기대감에 부풀어 발길을 재촉한다.
▼ 언제 올라온 산객들인지 계단에 줄지어 서있다. 내 뒤로는 더욱 많은 사람들이 올라오고 있을테니
그만큼이라도 빨리 올라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다. 철쭉 축제가 어제부터 시작이라니 얼마만은 산객들
이 줄지어 올라 올 것인지는 짐작이 된다.
▼ 봉우리 위가 분홍색으로 물든 저 봉우리는 쳇망오름인가 보다.
▼ 당겨 보니 이곳 보다 더 멋져 보인다. 아마도 표고가 낮으니 기온이 높아 철쭉이 절정에 이른 것 같다.
▼ 이곳 병풍바위 주변의 경관이 마치 금강산 일부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 제주시내도 한눈에 들어오니 고층은 별로 없고 주변이 농촌의 들에 물댄 논같은 흰 빛깔이 비닐하우스란 사실은 거의 밭작물이 주를 이룬다는 얘기다.
▼ 제주도는 왠만한 봉우리는 오름이라는 단어를 쓴다. 오름이란 한라산 기슭에 분포하는 소형 화산체로서 360개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주로 현무암질 스코리아(scoria)로 이루어졌으며 높이는 대개 50m 내외인데 스코리아는 다공질(多孔質)의 화산쇄설물로서 제주도 말로는 ‘송이’라고한단다.
▼ 흰 능선을 따라 올라오는 산객들이 줄지어 있음을 렌즈를 통해 보인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윗세오름까 올랐다가 돈네코 코스로 하산하지 않고 다시 원점회귀한 회원들 얘기로는 내려가는 길이 사람에 막혀 힘들었다 하니 5,000명이 이곳을 찾았다는 보도도 틀리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 우리나라 특산종인 구상나무도 기후의 변화와 기온이 높아지면서 서서히 사라져 가고 있다. 한라산 구석 구석 하얗게 뒹구는 고사목들을 보면 안쓰러움 마져 든다. 고산지대에서 운치가 그만인 구상나무를 보호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 매발톱나무를 만났다. 육지에서는 다 졌을 꽃들이 이곳은 지금에서야 피고 있으니 계절을 거슬러 올라가는 듯 하다.
▼ 드디어 한라산 정상이 눈앞에 보인다. 저 백록담은 이곳 반대편인 동편쪽의 성판악이나 관음사탐방로를 이용해야 되니 오늘 같이 맑은 날 아직 안개로 보지 못한 백록담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건만 오늘은 오르지 못하는 코스이니 또 틀린 것이다.
들리는 얘기로는 윗세오름에서 백록담으로 오르는 코스를 올해 말에 개발한다고 하니 기대를 해 봐야겠다. 이곳의 철쭉 개화상태는 60% 밖에 안되니 좀 아쉽다.
▼ 제주 한라산에서만 볼 수 있는 꽃들이 눈에 띈다. 바람꽃 종류 중 <세바람꽃>이다.
▼ 앵초는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꽃으로 이젠 아파트 화단에서 4월 중순 이후 볼 수 있는 꽃인데
지금에서야 만개했으니 계절이 얼마나 늦은지 알 수가 있다.
▼ 역시 제주 한라산 특산종인 <흰그늘용담> 등로 주변을 장식했다. 육지의 구슬붕이와 비슷하나
흰색으로 꽃의 크기가 구슬붕이에 비해 엄청 큰 편이다.
▼ 고산지대에서 피는 <왜미나리아재비>도 곱게 주변을 물들였다.
▼ 윗세족은오름에 올랐다. 주변 경관을 둘러보니 정말 멋지다. 평탄하고 광활하게 펼쳐진 풍광이 가슴을 트이게 하고 마음을 평온하게 한다.
▼ 얼핏 모래사막과 같은 느낌, 또는 풀한포기 없는 광활한 평야같은 느낌도 있어 말을 타고 한바탕 달리고 싶은 충동이 인다. 그러나 자세히 알고 보면 온통 조릿대(산죽)이다. 조릿대가 한라산 전체를 뒤 엎을 것 같은 기세로 무섭게 번져 나가고 있다.
그러니 다른 종은 살 수 없는 생태교란식물이 되고 만 것이다. 한라산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염려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인데 어느 기사에서 다음과 같은 대책이 있었으니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한라산국립공원(소장 김창조)은 한라산 천연보호구역 지정(66.10.12) 50주년을 기념하여 올해를 ‘생물다양성 증진을 위한 조릿대 제거 원년의 해’로 선포하고 한라산 식생복원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으며 이에 따라, 2월 13일에 한라산 어리목 일원에서 현장설명회 및 토론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번 설명회는 작년 12월 24일 제114차 국립공원위원회에서 한라산 조릿대 제거와 구상나무의 복원에 대한 건의를 하였고, 환경부에서도 한라산이 조릿대공원이 되어 국립공원에서 제외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으므로 심각하게 고민해 줄 것을 요구하면서 환경부 및 공단과 함께 조릿대 제거 등 관리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대처를 당부함에 따라 관련기관 및 전문가와 함께 현장설명회를 개최하게 된 것이다.
현장설명회에 참석하는 관계자들은 한라산국립공원 청정자문단(위원장 강만생), 환경단체,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장, 세계유산‧한라산연구원 등 관련분야 전문가들이 참석하여 ‘조릿대 관련 현장보고’와 질의‧응답 및 토론의 형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 김창조 소장은 “올해는 한라산천연보호구역 지정 50주년을 맞이하는 해로 한라산 보전가치 증진을 위한 전문가 심포지엄을 개최하여 조릿대 제거에 대한 도민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고 3월에 국립공원관리공단과 조릿대 관리문제에 대한 공동대처 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한편, 올해부터 2025년까지 100억원을 투자하여 조릿대 제거 및 구상나무 복원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출처: 2016. 02. 15 불교공뉴스 TV]
▼ 윗세오름에서 어리목으로 이어지는 등로
▼ 당겨 본 윗세누은오름.
조릿대가 없는 곳의 철쭉 군락지는 아직 꽃을 피우지 않은 상태다. 저곳의 철쭉이 피게 되면 정말 멋진 장관을 연출할 것이다.
▼ 윗세족은오름에서 당겨 본 백록담... 갖은 형상으로 렌즈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풍경들, 바로 돈네코 코스 아니면 자세히 관찰할 수 없는 조금은 힘들지만 윗세오름에서 어리목 코스를 하산하지 않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벌써 부터 든다.
▼ 저 안에서 무시무시한 전설속의 짐승이 튀어 나올 것만 같은 암릉군이다. 용암이 분출되어 그대로 굳어 버린 그래서 커다란 용이라도 튀어 나올것만 같은 위용을 갖고 있다.
▼ 윗세오름에 도착했다. 포스팅에 정신없다 보니 뒤쳐져 회원들을 만났을 때는 이미 점심은 모두 해결한 상태고 나만 그냥 합류하여 돈네코 코스로 접어 들었다.
점심은 12시 30분까지 산행을 끝내고 하산하여 한다고 했지만 15킬로가 넘는 거리를 6시간만에 사진을 찍으면서 주파한다는 것은 거의 힘들다는 판단에 아침 식사를 하면서 식당에 남은 샌드위치를 주인에게 양해를 구하고 프라스틱 용기에 가득 담아 왔으니 내심 안 먹어도 배부른 상태다.
식당에서 샌드위치를 담으면서 한 회원에게 좀 건네줬더니 관심이 없는지 마지못해 받았는데 나중에서야 잘 먹었다고 선경지명이 있었다고 고마워 한다. 가다가 적당한 장소에서 먹을 요량으로 느긋이 걸음을 옮긴다.
▼ 황량하기 그지 없는 조릿대 빛깔은 그 군락이 너무 지나치다 할 정도임을 산행 내내 느끼는 바다.
▼ 드디어 백록담의 모습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듯 어마무시하게 내게 다가온다.
▼ 무거운 망원렌즈를 고집스럽게 가지고 다니는 이유는 이러한 큰 암릉속에 숨겨진 멋진 모습들을 뜯어 내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마치 한마리 새가 부리를 쳐 들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 비록 실루엣이라 해도 갖가지 형상의 모습으로 감상할 수 있기에 좋다.
▼ 백록담의 담수가 있는 부분은 그렇게 평온해 보이지만 그 반대편 바깥은 이와같이 험준한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 서벽의 모습들 하나 하나에서 눈길을 뗄 수가 없는 것은 육지의 암릉과 다른 지질 때문인지 모른다.
▼ 얼핏보면 평온한 잔디와 같기도 하고 양탄자에 대짜로 눞고 싶을 만큼 포근함으로 다가오지만 실상은 자신들의 종족외에 다른 종은 절대로 살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 버렸다. 마치 조경사가 가위질을 하여 가꿔 놓은 정원을 방불케 한다.
▼ 백록담을 중심으로 돈네코로 하산하면서 방향이 조금씩 바뀔때 마다 백록담의 모습도 조금씩 달리 보인다.
▼ 이쯤이면 남서벽의 모습이겠다.
▼ 혼자 걷다가 공복을 느껴 이쯤에서 식당주인께 부탁하여 갖고 온 샌드위치를 꺼내 먹는다. 양이 많으니 지나가는 회원들에게 주고 정말 맛있게 먹기도 많이 먹었다. 한 회원이 이것도 추억이 될 수 있을 거라면 사진 한장을 담아 준다. 정말 평생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 남벽의 모습을 당겨 봤다.
▼ 철쭉이 만개했더라면 좀 더 부드러운 풍경이 되었을 텐데 험준한 암릉에 뒤덮혀 너무 삭막한 모습이다.
▼ 남벽분기점이 보인다. 선두는 5분 거리안에 있는 모습이다. 점심을 해결했으니 다시 선두를 치고 달릴 생각이다.
▼ 결코 돈네코 코스가 아니면 볼 수 없는 남벽 풍경을 보게된다. 거의 구름과 안개에 가려 변화무쌍하게 나타났다 사라지곤 하는 모습이 오늘은 전라를 다 드러낸채 우리앞에 우뚝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 피지 않았던 철쭉이 하산하면서 만개가 되었다. 역시 한라산은 표고차이대로 식생의 상태가 눈에 보이도록 다르다.
하긴 정상에 있을 때의 기온과 하산했을 때의 기온과 습도는 피부로 느끼는 바다.
▼ 야릇한 색감의 철쭉을 만났다. 이 색감은 보는 그대로이다. 지금까지 보아온 철쭉은 산철쭉이고 이것은 그냥 철쭉인데 연분홍이 아닌 주황색에 가까운 철쭉이기에 눈길이 갔다.
▼ 남벽분기점으로 부터 돈네코까지의 거리가 7km에 달하니 거의 절반에 가까운 거리를 돌로 깔려 걷기 불편한 된비알인 등로로 발바닥이 불이 붙는다.
▼ 드디어 제주 시내가 조망되고 바다의 섬들이 보이니 안도감과 함께 오늘도 뭔가 해냈다는 뿌듯한 느낌이 든다.
▼ 중부지방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등심붓꽃이 여기저기 피어 한컷 담아봤다.
▼ 제주는 이러한 서양금혼초(개민들레)로 온통 지천으로 깔렸다.
▼ 제주시 연동 산132번지에 위치한 황금보리밭을 찾았다. 25만평의 규모이니 사유지라는데 대단한 넓이에 조성된 보리밭이다. 아직 수확을 하지 않은 상태로 황금보리밭도 청보리 못지않게 분위기가 있다. 어릴때 부터 보리밭의 추억은 시골 출신이라면 다 간직하고 있어 이러한 곳을 일부러 찾는 이들도 있으리라 본다. 물론 사진작가들의 발걸음도 있겠지만 나역시 보리밭 곁만 가도 옛추억에 사로 잡힌다.
어릴적 보리 깜부기를 따 먹던 일부터 잠자리가 유난히 많던 그시절 저녁이면 잠자리가 보리밭에 주로 앉아 쉬기에 그걸 잡으려 온 밭을 헤집고 다니니 어른들에게 혼쭐 나곤 했었다. 보리밭 타작은 나무 절구통을 눞히고 보릿단을 새끼줄에 끼워 어깨 넘어에서 내려쳐 타작을 했는데 타작한 보릿단을 쌓고 놀이를 하다 보면 꺼끄러기가 목덜미나 몸에 붙어 얼마나 따가웠는지 그 고통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오랜만에 보리밭 풍경을 보며 순간 떠오르는 추억에 긴긴 보리밭을 끝까지 다 걸었다. 해마다 보리밭을 걷고 싶다 했는데 이곳에서 올해 걷게 될 줄은 몰랐다. 대부분 회원들은 차에서 내리기 조차 싫어했지만 보리밭을 걸으며 오늘의 피로가 다 풀리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참고: http://blog.daum.net/ksbni/2713250
▼ 이렇게 해서 이틀간의 제주 여행을 마쳤다. 며칠 몇날을 제주에 머무르며 관광이며 먹거리를 찾으면 얼마나 좋으랴만 주어진 현실에 주어진 시간 만큼이라도 최대한 행복을 누리면 그 뿐 아니겠는가! 기회가 되면 또 다른 멋진 여행길이 주어질 것이고 그때는 또 다른 행복이 다가 오겠지.
빠른 세월에 더 이상 기다리거나 미룰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가고 싶은 곳 가고 만나고 싶은 사람 만나며 먹고 싶은 것 먹는 일이다. 사는 게 별거 아니고 인생이 별거 아닌 것을 나이들면서 더 느끼는 것 아니더냐...오늘도 해는 그렇게 저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