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22일(일)
겨울 눈도 별로 없고 날씨마저 따뜻해 겨울답지 않다고 궁시렁대던 것이 바로 지난 주였는데 하늘이 눈치챘는지 그 사이에 갑자기 눈이 내리고 기온이 뚝 떨어졌다. 토요일은 눈꽃축제가 열리는 태백산을 오를까 하다가 일요산행에 태기산을 택했다.
양일간 산행은 무리일 것 같고 태기산은 2009년 9월 12일 야생화 촬영 회원들과 정상을 승용차로 올랐던 추억이 있어 겨울산행의 멋진 풍경을 그리며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 왔던 것이다. 산행 들머리에 도착하자 역시 1,000m가 훌쩍 넘는 지역이라 기온차로 추위가 엄습해 온다.
바람도 제법 부는지라 체감 온도는 더 떨어질 수 밖에 없지만 소백산의 칼바람에 비하면 사실 아무 것도 아니다. 등로는 임도를 따라 가끔 오가는 승용차를 귀찮을 만큼 피해야 할 정도로 편한 길이다. 태기산 정상을 곧바로 오를 수 있는 등로가 나타나고 출입을 못하도록 장애물로 막아놨지만 그 많은 산객들의 발걸음을 막을 수는 없는 듯 우회된 길로 급경사를 오르게 된다.
정상은 한국방송공사 송신소가 자리잡고 있으므로 철책따라 이동하여 송신소로 이어진 임도쪽으로 걸어 다시 하산하면서 정상석을 마주하게 된다. 태기산에 대한 인상은 늘어서 있는 풍력발전기지만 야생화가 많은 곳이고 이번에는 태기산에 대한 전설을 알게 되면서 더욱 흥미로왔다.
모두가 같은 산 같으나 산 나름의 특성이 있고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가 자리잡고 있기에 단순히 산행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를 배우며 느낄 수가 있어서 좋다.
∥산행정보∥
♣ 행정구역: 들머리-강원 평창군 봉평면 진조리(양구두미재), 태기산정상-강원 평창군 봉평면 흥정리, 날머리-횡성군 청일면 신대리 318-9 (신대리버스종점)
♣ 산행코스: 양두구미재-태기산-태기분교터-태기산성-송덕사-신대리 버스종점
♣ 거리: 9km(들머리: 10:10, 날머리: 14:40)
∥태기산 개요∥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 청일면, 평창군 봉평면, 홍천군 서석면 경계에 위치하고 있는 산이다(고도:1,261m). 횡성군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본래는 덕고산(德高山)이라 불렀는데, 삼한 시대 진한의 마지막 왕인 태기왕이 산성을 쌓고 신라에 대항하던 곳이라 하여 이름을 고쳐 부르게 되었다.
이 산에서 발원하는 갑천도 원래는 주천(酒泉)이었으나 태기왕이 박혁거세의 추격을 받아 산으로 들어올 때 더러워진 갑옷을 씻었다 하여 이름을 고쳐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이밖에도 이 지역 일대의 지명은 태기왕과 관련된 이름이 많다. 산 정상에는 길이 약 1㎞의 태기산성과 태기산성비가 있다.
태기산성은 해발 750~1,000m 정도 되는 고지에 축성되었는데 산세가 급하고 낭떠러지가 많아 천연적 은폐물의 역할을 하는 요새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태기왕은 이런 자연의 조건을 이용하여 설욕을 다짐하며 산마루에서 약 500m 정도 남쪽으로 내려와서 둘레가 3,653척이나 되는 성벽을 구축하고 정예 병사를 육성하는데 노력하는 한편, 친히 산성 안의 전답을 개간하여 군량을 보충하였다. 4년의 세월이 흘러 신라군은 공격이 가능한 지형을 찾아 홍천군 서석면 생곡리 방면을 통해 자연림으로 위장하고 정상을 차지한 뒤 일제히 공격하니 결국 역부족임을 깨닫고 태기왕은 남은 병사들을 인솔하고 서문(西門)을 통해 지르매재를 넘어 율무성으로 도주했다고 한다.
산성 주변에는 허물어진 성벽과 집터, 샘터가 남아 있다. 태기산에는 횡성군내 현존하고 있는 사찰 중에 가장 유서가 깊은 절로 647년(신라 선덕여왕 16)에 자장율사가 창건한 봉복사가 있다. 봉복사는 불교의 3대 본산인 평창군 오대산에 있는 월정사에 소속된 말사이다. [출처: 한국지명유래집]
▼ 초입부터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엊그제 내린 눈이 제법 쌓였는데 작년에 비해 설경은 별로라는 후문이다.
▼ 하늘은 제법 파란빛을 띠어 맑은 날씨를 보였으나 시계는 썩 좋지는 않다. 흰눈과 대비되어 더욱 눈이 시리다.
▼ 풍력발전기에 가까이 가면 풍차가 돌면서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마치 비행기가 나는 소리같다. 포스코건설이 시공한 태기산풍력발전소는 2008년11월26일 준공되어 2MW급 20기, 총 발전용량 40MW/h 규모로, 이는 2만 5000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강원도가 역점 추진하는 친환경 무공해 재생에너지 사업이다.
▼ 낙엽송은 정명으로는 일본잎갈나무다. 계절마다 운치를 자아내는 나무이기도 하다.
▼ 상고대가 피긴 했지만 습도가 덜해서인지 별스럽지 않다.
▼ 태기산 정상이 바로 앞에 펼쳐졌다. 그냥 보기와는 달리 오르려면 힘 좀 써야한다. 정상은 중요시설로 인해 철책으로 둘러 쌓였고 철책따라 임도쪽으로 이동하게 된다. 곧바로 오르는 등로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 정상을 오르려면 그냥 임도로 해서 우회하여 오르는 방법과 산 정상으로 향하는 전봇대를 따라 생긴 등로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는데 산객들은 당연히 등로를 이용, 곧바로 정상을 오르게 된다.
▼ 수많은 뻗어내린 능선이 산그리메와 어울린 모습을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풍경 중 하나다. 역광에 시계가 별로 좋지 않아 표현은 좀 그렇다.
▼ 정상부근에서 조망한 주변 풍경들이다. 좌우 둘러봐도 풍차발전기 뿐인데 설경이 그런데로 어우러져 볼만하다.
▼ 철책에 달라붙은 상고대다. 마치 창살과도 같이 매서운 바람에 모두가 얼어 붙게 할 태세다.
▼ 상고대는 구름이나 안개입자가 물체에 부딪쳐 순간적으로 얼면서 부착되는 현상이므로 눈이 오고 난 다음의 눈꽃과는 확연히 다르다. 눈꽃도 멋지지만 잘 형성된 상고대와는 비교가 안된다.
▼ 낙수대로 해서 낙수대계곡길로 걷는 코스가 궁금하다. 눈꽃과 상고대가 제대로 형성된다면 낙수대쪽의 코스를 걸어야 한다는 후문... 물론 2km정도는 더 걷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 태기왕 전설길은 거의 임도로 주변은 온통 잣나무이다.
▼ 대이작도가 섬마을 선생의 촬영지로 기억된다면 이곳은 실제 인물인 처녀선생의 고귀한 희생이 깃든 곳임을 알게 한다.
▼ 이제는 이곳이 야영을 하며 청소년들의 탐방지역으로도 활용이 되고 있는가 보다.
▼ 정말 아름답고 멋진 오솔길이다.
▼ 어디서 부터 올라왔던 견공인지 하산길에 홀로 걷는 내 뒤만을 졸졸 따라 심심치 않게 동행해 준 똘똘이(내가 불러준 이름)가 고맙다. 잘 지내거라.
▼ 당초 계획은 신대리까지 하산하여 차량에 탑승하여야 하나 버스가 차를 돌리기 위해 이곳 송덕사부근까지 오는 바람에 무의미한 대로를 걷느니 차량에 올라타 약2km를 거져 먹게 됐다.
오늘 산행은 땀을 흘리지 않은 산행이어서 트레킹에 가깝다는 생각이다. 산행이든 트레킹이든 모두 운동이므로 무리하지 않고 가볍게 산행한 듯 하여 몸 상태가 아주 좋다.
모처럼 눈길을 제대로 밟으며 힐링했기에 에너지도 축적되어 한주간도 잘 보낼 것 같다. 다음 주 설 연휴가 지나고 나면 겨울의 모습이 어떻게 달라질지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