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16일(일)
어제 가볍게 김포 문수산을 올라 몸을 풀고 저녁시간에 있는 친구아들 결혼식에 참석하고 귀가해서는 토요 무박산행 준비를 한다.
당일 남부지방에는 비가 온다는데 우천에 대비해 우의를 비롯 카메라까지 비에 젖지 않도록 준비하고 집을 나선다. 주왕산은 2014년 10월 25일 갔었으니 꼭 2년만에 다시 찾는 산이다. 그러나 그때와는 코스가 좀 다르다. 주산지에서 바로 절골로 향해 가메봉을 오르는 좀 긴 코스로 계곡의 단풍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코스였다.
이번에 오르는 코스는 대전사로 부터 주왕산 정상을 찍고 가메봉까지는 가지 않고 칼등고개로 해서 하산하는 코스로 산행 거리가 좀 짧고 능선으로 오르다
보면 단풍은 절골만 못하지만 주변 조망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참석을 하게 된 것이다. 다소 시계가 좋지는 않았지만 우려했던 비는 그리 많이 오지 않아 그만한 풍경을 즐길 수 있는 것만으로도 대만족이다. 단풍이 덜 들어 아쉬움은 있지만 처음 보는 풍경에 매료되어 어떻게 산행했는지 조차 모르게 힐링 한 날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먼저 산행에서 알지 못했던 주왕산의 진면모를 보게 된 것 같아 흐믓하다.
∥산행정보∥
♣ 행정구역: 주산지-경북 청송군 부동면 이전리, 주왕산-경북 청송군 부동면 상의리
♣ 산행코스: 상의주차장- 대전사- 주왕산-칼등고개삼거리-후미메기삼거리-용연폭포-용추폭포-학소대-대전사-상의주차장
♣ 거리: 약 10km(들머리: 08:00, 원점회귀: 12:50)
∥주왕산 개요∥
태백산맥의 남단에 위치하는 주왕산(721m)은 암벽으로 둘러싸인 산들이 병풍처럼 이어져 석병산(石屛山) 또는 주방산(周房山)이라고도 한다. 주왕산이라는 이름은 중국의 진나라에서 주왕이 이곳에 피신하여 왔다고 해서 붙은 것으로 산봉우리, 암굴마다 주왕의 전설이 얽혀 있다.
주요 명소로는 신라 문무왕 때 창건한 고찰 대전사(大典寺)를 비롯해 주왕의 딸 백련공주의 이름을 딴 백련암(白蓮庵), 청학과 백학이 둥지를 틀고 살았다는 학소대(鶴巢臺), 앞으로 넘어질 듯 솟아오른 급수대(汲水臺), 주왕과 마장군이 격전을 치렀다는 기암(旗巖), 주왕의 아들과 딸이 달 구경을 했다는 망월대(望月臺), 동해가 바라다보이는 왕거암, 주왕이 숨어 살다가 죽었다는 주왕굴(周王窟) 등이 꼽힌다.
그밖에 자하성(紫霞城:일명 주방산성), 주왕이 무기를 감추었다고 하는 무장굴(武藏窟)·연화굴(蓮花窟) 등의 명소가 있다. 연꽃 모양의 연화봉과 만화봉, 신선이 놀았다고 하는 신선대와 선녀탕, 폭포 등은 경승지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다.
1976년 산 일대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고, 1977년에는 국민관광지로 설정되었다. 2003년 10월 31일 명승 제11호로 지정되었으며 지정명칭은 청송 주왕산 주왕계곡 일원이다. [출처:두산백과]
▼ 금요일 무박으로 늦은밤 출발한 버스는 무려 5시간 넘게 걸려 주산지에 도착한다. 대부분 주왕산을 산행하는 산악회는 이곳 주산지를 둘러가게 마련이다.
캄캄한 새벽에 주산지 주차장에서 아침 요기를 한 후 일출 시간에 맞춰 20여분 거리의 주산지로 향하는데 단풍 시즌에는 진사들과 산악회원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북새통을 이룬다. 2003년 불교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 개봉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고 많은 사진작가들이 선호하는 곳이다.
이 날은 남부지방에 비가 온다는 예보와 단풍이 덜 들어서 인지 2년전 10월 26일 갔다왔던 때와 비교하면 조금은 한산한 편이었다.
산행을 할 시간에 맞춰야 하기에 허겁지겁 담다보니 아쉬움이 많다. 실제 보면 별것도 없는 풍경인데 물안개와 잔잔한 호수, 빛내림과 적절한 연무가 연출된다면 앵글에 잡힌 풍경은 몽환적인 분위기여서 그림과 같을 수 밖에 없다. 그렇게 자연이 만들어준 연출이 아니라면 아무리 재주꾼이라고 한들 별 수가 없기에 한 컷을 위해 끈질기 인내와 기다림을 필요로 한다.
▼ 모두 왕버들이다. 수령이 수백년은 될 것 같은데 이렇게 물속에 잠겨서도 사는 것이 신기하다. 경주의 계림에 있는 우람한 나무도 알고 보니 이러한 왕버들로 눈으로 직접 확인했던 적이 있다. 마치 원시림과 같이 자리잡고 있어 운치를 더해 준다. 거울과 같은 호수에 비친 반영이 아름다운 곳이다.
▼ 주왕산의 대전사로 가는 길엔 상점이 즐비하다. 약재상과 식당, 과일가게와 산지품이 주를 이루는데 이렇게 장사진을 치루는 곳도 흔치 않다. 주왕산을 오르면서 주변 조망도 그렇지만 특히 대전사로 부터 제1폭포인 용연폭포까지는 구두를 신고 관광할 정도로 편한 도로이고 압도할 만한 협곡과 응회암 기암단애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감탄사를 연발케 하므로 엄청난 관광객들로 북새통이어서 기념사진 한장 담기가 어렵다. 그러니 자연적으로 이렇게 즐비하게 많은 상가가 형성되어 있을 수 밖에 없다.
▼ 주방천의 보에 고여있는 수정과 같은 맑은 물에 비춰진 반영은 말 그대로 명경지수이다.
▼ 대전사에 들어서면서 묘하게 생긴 기암단애에 신기해 하지 않을 수 없고 그 궁금증과 설레임에 발걸음이 빨라지지 않을 수 없다.
▼ 첫번째 전망대에서 바라본 절경...금방이라도 비가 올 것 같은 흐린 날씨지만 이만큼이라도 조망할 수 있다는 것이 천만 다행이다.
▼ 협곡이 무협지에나 나올 그림같아 묘한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 두번째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
▼ 산그리메도 볼만하다. 사실 이런 풍경을 보기 위해 산행하는 것이 아닐까...
▼ 경북 청송군 부동면 상의리, 하의리가 눈앞에 펼쳐지고 이름 모름 산들이 겹겹이 수를 놓는다.
▼ 빗방울이 간간히 떨어지는 가운데 물기 먹은 단풍이 색채를 띠기 시작한다.
가을 노트 - 문정희
그대 떠나간 후
나의 가을은
조금만 건드려도
우수수 몸을 떨었다
못다한 말
못다한 노래
까아만 씨앗으로 가슴에 담고
우리의 사랑이 지고 있었으므로
머잖아
한잎 두잎 아픔은 사라지고
기억만 남아
벼 베고 난 빈 들녘
고즈넉한
볏단처럼 놓이리라
사랑한다는 것은
조용히 물이 드는 것
아무에게도 말 못하고
홀로 찬바람에 흔들리는 것이지
그리고 이 세상 끝날 때
가장 깊은 살속에
담아가는 것이지
그대 떠나간 후
나의 가을은
조금만 건드려도
우수수 옷을 벗었다
슬프고 앙상한 뼈만 남았다
▼ 아직은 단풍이 덜 든 계곡이지만 열흘뒤면 분위기 좋은 가을색을 띠게 될 것이다.
▼ 제1폭포인 용연폭포
▼ 물살의 소용돌이로 인해 생긴 것 같은 세개의 홈이 인상적이다.
▼ 간간히 내리는 비로 걸음을 재촉하다 보니 제2폭포인 절구폭포를 지나쳐 버렸다.
2년전 갔었던 곳이기에 그냥 포기하고 협곡에 들어섰다. 협곡에 제3폭포인 용추폭포가 자리잡고 있다.
▼ 6700만년 전 화산서 분출한 뜨거운 화산재가 엉겨붙어 단단한 암석을 형성했고 응결응회암이
굳은 주상절리가 수직으로 떨어져 나가고 물이 깎아서 생긴 경관이란다.
▼ 가파른 절벽인 급수대의 전경. 용결응회암으로 이뤄졌는데 화산재가 급격히 식으면서 주상절리가 생기고 그것이 떨어져 나가면서 깎아지른 절벽이 생겼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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