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의 더위가 찌는 듯 하다. 장마전선이 오락 가락 하면서 국지성 폭우가 많은 피해를 내기도 하는 요즘...
이런 날씨에는 언뜻 언뜻 어릴 때의 추억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어김없이 7월 말이면 여름방학이 시작되는데 시골의 자연에 익숙한 아이들은 공부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인이 된다.
방학숙제라는 부담이 있지만 방학책 한권외에 몇가지를 방학 끝나기 며칠 전에 벼락치기로 끝내면
되기에 문제될 것이 없었다.
산에 올라가 주전자에 딸기를 따는 일로 부터 시작해서 풀무치, 여치 같은 곤충도 잡아 노는 일에 푹
빠지게 되는데 그 중에 기억에 남는 일이 여치집을 만들었던 일인 것 같다.
늦은 봄 새둥지에 새끼를 꺼내어 키우는 재미도 있었지만 행여 날개가 달리지 않은 어리지만 커다란
여치를 잡게 되면 키워 보려는 생각이 들어 여치집을 만드는 것이다.
유월말 쯤이면 밭의 보리를 베게 되고 보리타작이 끝나게 되면 보릿대를 이용하여 만들게 된다.
우선 굵은 보릿대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십자가 형태로 밑바닥의 기초를 만든 다음, 보릿대의 빈 네구멍에
그보다 줄기가 가는 보릿대를 끼워 넣되, 한쪽에는 두개를 집어 넣고 그 중 한개를 돌려 네모형태로
다른 보릿대에 걸쳐 감싸 돌리고 다시 또다른 보릿대에 감싸 돌리는 식으로 엮고 보릿대가 짧아지면
새 보릿대의 구멍에 끼워 연결하여 계속 엮다보면 나사형태로 돌아가면서 운치있는 여치집이 만들어 지는 것이다.
물론 맨 밑바닥은 빳빳한 종이등으로 마감해야만 여치가 안에 들어갔을 때 나오지 못하겠지만 아무튼
멋진 여치집을 다 만들었을 때의 성취감은 또다른 만족을 느끼게 했다.
어린 고사리 같은 손에 잡힌 여치가 여치집에 들어가는 날, 그 속에는 어김없이 오이가 먹이로 같이 들어갔다.
유심히 여치가 오이를 먹나 안먹나 관찰하면서 먹지 않을 때는 빨리 먹도록 재촉해 보기도 했던 그 시절의
생각에 잠시나마 미소지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