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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이야기/고향 추억

쥐불놀이

 

 ▲ 달집태우기

 

 

 

 

 

 

 

오늘은 대보름 명절이다. 옛 부터 농자 천하지 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했다.

그러기에 모든 명절은 농사가 중요했던 옛 시대적 배경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힘든 농사일을 하면서 절기마다 명절을 두고 심신의 피로를 풀고 힘을 재충전 하는 의미가 컸을 것이고, 그러다 보니 각종 놀이와 풍류가 나오게 되고 그것이 전통이 되고 풍습이 되었을 것이다.

절기마다 명절이 있었지만  정초 설날을 시작으로  보름달이 뜨는 대보름 명절까지가 년중 제일 재미있었지 않았나 어릴적 기억을 더듬어 본다.설날은 아침 일찍 일어나 동네 한바퀴를 돌면서 웃어른들에게 세배로 시작된다.

아마 지금의 내 나이면 동네 어린애들로 부터 세배 받고  정성껏 마련해 둔 떡이며, 엿이며, 강정등을 내고 덕담을 한마디 건네는 시간을 보냈으리라.

설날이 지나고 보름까지는 어느 정도 매서운 추위도 좀 수그러들고 바깥 활동하기도 좀 나아지니 구슬치기, 자치기,연날리기, 동네 잔치인 윷놀이등 정말 많은 놀이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윷놀이는 대보름 하루나 이틀전에 시작하여 명절날 결승전을 치뤄 축제 분위기를 한껏 돋우는데 농악놀이로 동네 집집마다 방문하면 쌀을 한말씩 제에 올리고 모두가 액운이 물러가게 하고 복을 빌어 주게 된다.

동네 모두가 이렇게 한마음이 되어 그해의 농사일을 앞두고 즐거운 날을 보내게 되는 것이다. 대보름 명절이 가까워 오면서 빠질 수 없는 놀이가 있었으니 바로 쥐불놀이이다.

그 당시에는 그냥 불장난에 불과했었다고 생각하는데 언제부터인가  민속전통놀이로 불리워져 있으니 참 재미있는일 아닌가!

낙도이면서 외지 세계와는 거의 단절된 고향이기에 그곳에서만 있었던 일로 생각했는데 훗날 다른 곳에서도 그러한 불장난을 했다는 데 대해 같은 민족의 동질성이란 낱말의 뜻에 공감하게 된 것도 그러한 놀이에서 비롯됐다.

달이 차서 환한 밤이면 동네 아이들이 모여들게 되고 들판에 나가 짚을 태우다 보면 그 불빛을 보고 더 많은 아이들이 모여 이곳 저곳 논, 제방의 뚝에 불을 지피느라 신이 났다.차가운 밤공기는 사라지고 훨훨 타오르는 불에 추위는 온데 간데 없고 오히려 이마에 땀이 날 정도다.

짚을 두루뭉술하게 말아 뚝을 따라 지피게 되면 동네 앞 들은 그야말로 불바다를 이루고 그 불빛이 장관이었다. 혹시 어른들께 혼이 나지 않을까 염려도 했지만 그것을 나무라는 어른들이 없어서 이상했다 했는데 오히려 그것이 좋은 일이어서 어른들의 나무람이 없었다는 것은 훗날 알게 되었다.

짚방망이로 불붙이는 일이 귀찮아서 생각해 낸것이 못쓰는 고무신을 태우는 일이었다. 고무신을 태우면 고무가 액체로 타면서 불똥이 흐르기 때문에 이동하면서 너른 뚝방 전체에 불을 지피기가 쉽기 때문이었다.

불을 거의 다 놓게 되면 이제 하나 둘씨 모여 미리 준비해 둔 철사로 묶은 긴손잡이가 달리고 밑에 숭숭 구멍 뚫린 깡통에 잔 나뭇가지를 넣고 불씨를 넣은 다음 깡통을 힘차게 돌려댄다. 불은 커다란 불방망이가 되어 거친 소리를 내며 무섭게 달아 오른다.

그것을 힘차게 하늘위로 던지게 되면 불꽃이 되고 땅에 떨어지면서 튀는 불똥도 마냥 보기 좋았다. 우리의 소원도 그곳에 실려 멀리 올라가길 바랬고 액운도 멀리 날려버리길 원했을 것이다.

어느덧 장갑을 끼지 않은 손과 얼굴에는 검댕이가 묻어 있고 몸에 밴 그을음 냄새는 부모님에게 숨길 수가 없다. 거기에 그 당시 유행했던 나이론 잠바는 조그만 불티만 닿아도 구멍이 났는데 이곳 저곳 태워먹은 잠바를 보시고 나무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쥐불놀이는 쥐를 쫓는다는 뜻이 있다는데 논과 밭의 두렁이나 제방에 불을 지펴 농사를 앞두고 농작물에 피해를 줄 수 있는 각종 유해균을 살균한다는 좋은 놀이였음을 그 당시는 몰랐던 것이다.

지금도 달이 휘영청 떠오르는 대보름날이면 이웃집 할머님이 커다란 짚방망이를 만들어 불을 지피시고 달을 향해 흔들어 대시며 집안의 안녕과 풍년이 되기를 기원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올해도 모든 이들이 대보름 명절을 맞아 이웃 할머님이 빌었던 소원들이 다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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